-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11/23 09:38:48
Name   비형시인
Subject   (혼)자가 (싫)어(요)
뉴스에선 젊은 층이 결혼을 기피하고 실제로 결혼이 점점 줄어든다는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근데 왜 내 주변에는 어디서 그렇게 짝을 찾았는지 매주마다 결혼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낸 축의금도 현금영수증 발행이 된다면 연말정산 할 때 꽤 많이 환급받을수 있을텐데..

바야흐로 대 결혼 시대를 맞이하야 내 스쳐간 인연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랬으니 옷깃은 안스쳤으나 밥 한번 같이 먹었으니 인연이라고 치기로 하고..

나의 첫 소개팅은 막 사회에 발을 들여놓았던 12년 여름이었다.
학부시절 아니 군인시절 만나고 제대후에 헤어진 여자친구 이후로 일말의 썸도 없던 나를 불쌍히 여겨 친하게 지내던 형이 연락처를 주었다.

지금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지만, 정작 당시엔 자기도 혼자였으면서 쿨한척 건내준 번호를 받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수줍은 메세지를 보냈다.
답장을 기다리는동안의 1분 1초가 영원처럼 느껴졌지만 의외로 빨리 답변이 왔다.
어색하다. 인터넷에서 알아본 바로는 톡은 짧게, 만날 약속만 잡으라고 했다.
날을 잡고 장소는 둘다 회사에서 멀지 않은 강남으로 했다.

당일 나름대로 차려입고 식당도 아닌 카페로 예약을 했다. 아니 예약도 하지 않고 먼저 가서 기다렸다.
첫번째 상대는 나와 동갑인 게임회사 디자이너였다. 지금은 사라졌을수도 있지만 다행히 식사도 되는 카페여서 간단한 메뉴를 시키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나마 근래에는 여행이라는 레파토리가 하나 생겼지만 그때에는 남중,남고,군대,공대 테크를 탄 나의 삶은 게임과 술 뿐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게임회사에 다니던 그녀는 취미생활은 게임이라고 했다. 가끔 와우를 한댔나.. 아니 그건 아홉번째 분이었나..
그건 중요하지 않고 마치 처음 면접에 갔던 그날처럼 음식이 코로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약 두시간 가량의 숨막히는 식사시간과 커피타임이 마무리 되었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전화로 건낸 에프터를 거절당했다.
대충 이유를 짐작하자면 그 때의 나는 찌질했고 어렸다. 물론 지금은 아니라는건 아니다.

그렇게 나의 첫 소개팅은 끝이 났다.


두번째 소개팅은 머지않은 같은해 여름에 잡혔다.
'한번이 어렵지 두번부터는 쉬울거야'라는 말은 순 개 뻥이다.
소개팅은 지금도 어렵다.

당시 부모님은 한모 도시락 가게를 하셨는데, 그곳엔 나와 네살차이 나던 알바생이 있었다.
가끔 나가 부모님을 도와드리면서 그 친구랑 친해졌는데 어느날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는것이었다.
난 갑자기 왜 그러냐면서 그만둘거면 우리 좋게 이별하자고 했는데 그런거 아니라면서 번호를 넘겨주었다.

궁합도 안보는 네살차이니까 이번엔 잘되겠지 하는 부푼 희망을 품고, 마침 인천에 살고 있고 대학생이던 그녀와 부평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때 나름 인기 초창기였던 서OO쿡에서 밥을 먹고 또 커피를 마시고 첫번째와 별반 다를거 없는 프로레스.
나는 이걸 앞으로 열번이 넘게 할 줄이야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지..

아무튼 그렇게 첫만남을 마치고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면서 말을 놓기로 하고 손을 흔들며 떠나보냈다.
또 만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렇게 손을 흔들며 떠나보냈다. 내가 에프터를 신청하지 않은 까닭이다.
변명하자면 부서이동으로 인해 나는 안산으로 이전을 해야 했고...... 고 자시고 그때의 내가 그녀가 맘에 안들었었나보다.



세번째는 아직 첫눈이 내리지 않은 겨울이었다.


* 혼싫요는 실제로 대학때부터 활동하던 야구팀에서 밀던 밈이었습니다.
  지금은 다 결혼해서 저만 남아서 새로운 회원을 모집합니다.
  자격은 지금 혼자이신분이면 아무나 상관없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7
  • 춫천
  • 솔로는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735 7
15067 도서/문학『눈물을 마시는 새』 - 변화를 맞이하는 고결한 방법 1 meson 24/11/24 260 5
15066 도서/문학린치핀 - GPT 세계에서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를 벗어나려면 4 kaestro 24/11/24 282 1
15065 경제chat-gpt를 사용하여 슈뢰더 총리의 아젠다 2010 연설 번역하기 4 와짱 24/11/24 310 0
15064 문화/예술아케인 시즌2 리뷰 - 스포 다량 1 kaestro 24/11/23 323 1
15062 오프모임29일 서울 점심 먹읍시다(마감) 14 나단 24/11/22 652 4
15061 스포츠[MLB] 2024 AL,NL MVP 수상자.jpg 1 김치찌개 24/11/22 147 1
15060 스포츠[MLB] 2024 AL,NL 사이영 수상자.jpg 김치찌개 24/11/22 145 1
15059 음악[팝송] 션 멘데스 새 앨범 "Shawn" 김치찌개 24/11/22 109 0
15058 방송/연예예능적으로 2025년 한국프로야구 순위 및 상황 예언해보기 11 문샤넬남편(허윤진남편) 24/11/21 499 0
15057 일상/생각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3 SKT Faker 24/11/21 672 1
15056 오프모임23일 토요일 14시 잠실 보드게임, 한잔 모임 오실 분? 4 트린 24/11/20 379 0
15055 방송/연예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6 알료사 24/11/20 3852 32
15054 생활체육[홍.스.골] 10,11월 대회 상품공지 켈로그김 24/11/19 281 1
15053 여행여자친구와 부산여행 계획중인데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29 포도송이 24/11/19 735 0
15052 일상/생각오늘도 새벽 운동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11/19 500 9
15051 일상/생각의식의 고백: 인류를 통한 확장의 기록 11 알료사 24/11/19 533 6
15050 게임[1부 : 황제를 도발하다] 님 임요환 긁어봄?? ㅋㅋ 6 Groot 24/11/18 493 0
15049 꿀팁/강좌한달 1만원으로 시작하는 전화영어, 다영이 영어회화&커뮤니티 19 김비버 24/11/18 977 10
15048 의료/건강고혈압 치료제가 발기부전을 치료제가 된 계기 19 허락해주세요 24/11/18 752 1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925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33 매뉴물있뉴 24/11/15 1916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1038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930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483 1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