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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02/12 07:27:58 |
Name | 기아트윈스 |
Subject | 북한은 어떻게 될까 - 어느 영국인의 관점 |
운 좋게 북한 경험이 아주 많은 영국인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 양반은 토니 블레어가 영의정하던 시절 북한담당업무를 도맡았던 노동당 정치인인데 최근까지도 북한에 여러번 들락거렸다고 해요. 여튼 믿을 만한 소스임. 언제부터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되었냐고 물어보니까 "내가 맨시티 팬인데... 여기 첼시 팬 없지...? ㅋㅋㅋ 그니까 난 추꾸팬인데 북한이 1966년에 이탈리아를 씨원하게 발라버리고 8강에서 유제비오 (에우제비오)에게 네 골 먹고 5:3으로 탈락할 때 처음 관심이 생겼어" 라고...'ㅅ' 그 후 노동당 뭐시기 관련으로 도쿄에 가게 됐는데 지금 남한 정치인 하나가 다 죽게 생겼는데 가서 만나볼 만하다고 해서 킴다이융(김대중)을 만나게 되고, 킴다이융의 아태평화 어쩌구에서 유럽쪽 연락책을 맡게 되고, 그러다 북한에 가게 되고 ㅋㅋㅋ 인생이 그렇게 풀렸다고 해요. 1. 북한의 딜레마 북한은 실패한 산업국가예요. 산업국가가 성공하려면 자본이 있고 노동력이 있어야하는데, 얘들은 자본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노동력도 없대요. 이게 무슨 소린가하면, 산업노동력이란 자고로 농촌에서 빠져나온 잉여 노동력이 각종 산업 섹터로 꿀꺽 흡수되어야 하는데 농업 생산성이 워낙 시궁창이라 빨아들일 사람이 없대요. 그나마 남는 인력은 다 군대에 있고. 그러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군축을 해야 하는데 이건 또 못한대요. 이미 GDP의 25%를 군비에 퍼붓고 있는데 그래봤자 군비 지출이 고작 호주수준이래요 (이 말을 해주면 호주 사람들 좋아 죽는다고 함. 메모해뒀다가 호주사람 만나면 시도해봐야징). 그러니까 이미 군비경쟁 이런 건 말도 안되고, 간신히 죽지 않을 만큼 버티고 있는 수준의 군사력 밖에 안되는데 여기서 군비를 더 줄이고 병력을 감축하려고 해도 불가능.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저비용 고효율 국방을 하는 것. 그게 핵무기라고. 2. 두 번째 딜레마 핵무기가 있으면 일단 국방 상황은 좋아지는데, 대신 경제가 안풀린대요. 제재 때문에 ㅋ. 제재가 썩 효과 없다 그런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전기가 하루에 세 시간만 들어오는 고통을 안겪어봐서 모르는 거래요. 여튼 북한은 진심으로 제재 해제를 바라 마지 않지만, 제재를 해제하려면 핵을 포기해야 하는데 핵을 포기하면 다시 1번 딜레마로 돌아가는 것. 그래서 북이 원하는 건 핵이 없어도 안보가 보장되는 상황이래요. 그래서 나오는 카드가 평화협정. 그런데 평화협정을 맺으려면 또 핵을 포기해야 하는데 핵을 포기하면 미국이 재깍재깍 안움직이고 시원찮게 굴 거고 그래서 니가 먼저 해 니가 먼저 해 하느라 시간이 질질 'ㅅ' 3. 하노이 선언은 뭐가 될까 종전선언. 평화협정은 훨씬 어려운 단계고 일단 종전선언이 나올 거래요.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여름 즈음에, 4차 북미정상회담이 9월 즈음 유엔 총회에서 겸사겸사 열릴 가능성이 있대요. 하노이에서 종전선언이 나오면 연내에 추가 회담을 통해 평화협정도 구체적인 진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참고로 자기는 2차회담 예정지로 베트남을 찍어서 맞췄는데 그 이유는 김정은이 육로이동을 넘나 좋아해서라고 ㅋㅋ 중국에서도 남한에서도 러시아에서도 회담을 열기 좀 그렇고 몽골은 추우니까 결국 베트남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빙고. 참고로 이건 당연히 누구나 예상하는 바이지만 김정은은 갈 때 한 번 올 때 한 번 베이징에서 내려서 반드시 시진핑이랑 사진 박고 갈 거라고 해요. 4. 제재는 해제될까? 일단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유엔'의 제재를 구별해서 봐야 해요. 여기서 웃긴 게 미국 제재는 풀릴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데 유엔 제재는 풀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대요. 왜냐하면, 유엔의 경우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어지간하면 북한 봐주고 싶은데 눈치가 보여서 어물쩡거리는 상태고 영국이랑 프랑스는 걍 미국이 하자 그러면 미국말대로 할 거니까.... 대신 미국 제재의 경우는 미국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미국놈들 정치하는 걸로 봐서 사실상 불가능. 게다가 더 문제인 건 미국제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권을 문제삼아 시작된 것들인데, 이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의회에서 제재해제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해요. 참고로 소련 내 유대인 인권 문제로 만들어진 미국 단독 소련제재안이 소련이 없어진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풀리고 있다나 어쩐다나....;ㅅ; 그렇다면 현재 제재는 준수되고 있는가? 중국은 물론 아직 제재를 준수하고 있긴 한데 제재에 대한 본인들의 '해석'이 달라졌대요 (뭐래... ). 그래서 제재안을 안지키고있다고는 말 못하지만 전보다 느슨해진 건 사실이라고 함. 5. 북한과 미국은 무슨 거래를 하나. 이게 거래가 무척 어려운 게 상호 신뢰가 없는 중고나라 회원들이 돈이 먼저냐 상품이 먼저냐 가지고 싸우는 거랑 비슷하대요. 북한은 한 번 핵무기 반납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반면 (상품 발송) 미국은 트럼프가 "니네를 파개하지 안켔읍미다"라고 서명해놓고 나중에 종이 찢어버리면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ㅋㅋㅋㅋㅋ 그래서 북한이 이란핵협정 모델을 엄청 많이 참고하고 공부하고 있대요. 비록 트럼프가 깽판쳐서 위기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협정에 보증인들이 여럿 끼어있어서 (독일 등등) 다른 나라들이 함께 트럼프 욕도 해주고 이란 하소연도 들어주고 협정 다시 살리려고 자꾸 모여서 노력하고 있는 걸 보고 아 우리도 최소한 보증인은 있어야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대요. 물론 보증인이 아무리 많아봤자 미국이 깽판쳐버리면 개판나는 건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1) 없는 것보단 낫고 2) 중국이나 러시아가 보증인으로 서면 독일이나 영국처럼 미국 쫄따구들이 서있는 것보단 좀 더 나을 것 같으니까 평화협정을 하게 되면 최소한 중국 러시아 남한까지는 다 서명 당사자가 될 거래요. 일본은? 아 슈바 ㅋㅋㅋㅋㅋㅋㅋ "일본은 말야 ㅋㅋㅋ 이새끼들 6자회담 때부터 깽판담당(spoiler)이었어 ㅋㅋㅋ 얘들은 핵무기가 문제가 아니라 납치쪽이 더 문제야 ㅋㅋㅋ 일본 외무상은 북한 외무상을 만나서 헬로우 한 번 하고 바로 납치문제부터 꺼낸다니까. 물론 내 말은 납치문제에 있어 북한이 책임이 없다는 것도 아니고 일본이 부당한 요구를 한다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일본이 논의에 끼면 진짜 피곤해져. 깽판도 자꾸 나고. 뭔가 대국적으로 처리해야 할 순간에 납치얘기 나와서 도로 원점으로 돌아가고 그러면 실무자들이 얼마나 빡치겠어. 그래서 6자회담 해본 당사국들은 북한문제 해결할 때 딱히 꼭 일본을 끼워줘야만 한다 뭐 이런 생각이 없어." 6. 돈은 누가 내나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경제적 & 안보적 보상을 받기를 원하는데 안보적 보장이야 다자간 안보보장 어쩌구 평화협정 어쩌구로 한다고 치면 경제적으론 어떻게 할 거냐. 제재 해제만으론 북한이 아이구 고맙습니다 하지 않을 거고 최소한 뭔가 떡을 던져줘야 할 거예요. 북한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건 에너지니까 원유를 주든 LNG를 주든 송전선을 깔아주든 영변 경수로를 돌려주든 해야 할 텐데 이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가 문제. 트럼프? 절대절대절대 한 푼도 안냄. 이건 장담하는데 한 푼도 안내. 아니 못내. 멕시코 국경에 벽 세울 돈도 못구해서 정부 셧다운나는 주제에 어디 의회에 가서 '북한에 돈 줘야 하니까 150억 달러만 예산 승인해주세요~'하면 그게 될 거 같애 ㅋㅋㅋㅋ? 절대 못함. 머니의 m 자도 못꺼냄. 그럼 누구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올까요? 일본이 조금 낼 수도 있어요. 미국은 대륙간 탄도탄만 막으면 되지만 일본은 중거리 미사일도 막아야하는데. 중거리 미사일 반납도 패키지에 포함시키려면 일본도 돈을 좀 내야 할 거라고 압박해서 트럼프가 일본 주머니를 좀 털 수도 있을 거예요. 중국도 좀 낼 수 있구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북한까지 연장시킨다는 명분으로 투자 좀 해줄 수 있지요. 하지만 결국 반이상, 보다 현실적으론 75% 이상은 남한이 내게 될 거라고 생각한대요. 이건 사실 트럼프 문제만은 아니고 미국 정치가 그렇대요. 자기가 딱 한 번 토니 블레어에게 개인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는데 그게 유럽의회에서 90년대 중후반에 북한 경수로 지원을 안건으로 회의할 때였대요. 토니가 말하길 '저기... 빌 (클린턴) 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걔들이 한 푼도 못낸대. 어뜨카냐. 그렇다고 미국 몫까지 EU에서 지원할 수도 없잖아. 어떻게든 남한이 KEDO에 돈을 더 넣어야 안카겠냐... 그렇게 좀 주장해봐 ㅠ.ㅠ'. 그래서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고.... 7. 중국은 찬성인가? 일단 유념해야 할 건 북한의 정치이념이 달라지는 거에 대한 공포라든가 그런 건 없을 거래요. 미군이 38선 이북엔 절대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않는다 뭐 그런 약속만 있으면 종전선언이고 평화협정이고 오케이 할 거래요. 중국이 '남한'과 국경을 접하는 건 기분이 안좋을 수도 있는데 '유사남한'과 국경을 접하는 건 싫어할 이유가 없다고. 참고로 일부 중국인들은 이미 평양 부동산에 열심히 투자중이래요. '궁극적'으론 북미관계가 풀릴 거고 그러면 제재는 '결국엔' 해제 될 거고 그러면 평양코인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거라고 생각한대요 ㅋ 8. 걸림돌은 누구인가? 먼저 북한 군부. 북한은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일인독재국가가 아니라 귀족과점국가래요. 평양국과 농촌국, 그리고 동북방의 공업국의 3국연합과 같은 형태로 이루어져있고, 평양국이 농촌국과 공업국을 식민지배하고 수취하는 형태. 평양 밖에서 평양 안으로 들어갈 때 검문검색이 있대요 ㅋㅋ 마치 국경처럼 관리하는 것. 김정은이 북한 주민 모두를 신경쓰는 건 아니지만 북한 주민 '일부', 즉 평양-군부-귀족들의 경우는 상당히 신경쓴대요. 권력을 과점하고 있으니까. 북한의 군부꼰대들은 미국을 도저히 신뢰할 수 있는 대화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따라서 김정은 입장에선 이들에게 확실히 보여줄 만한 대화 성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있대요. 김정은이 이 설득에 실패하면 일이 매우 복잡해질 거구요. 트럼프 주변에도 문제가 좀 있는데, 트럼프는 노벨상만 탈 수 있다면 이 방향대로 일을 쭉 추진할 의욕이 있대요. 다만 볼튼은.... 볼튼은 한 번 북핵협정을 손수 뒤집은 전력이 있는 인물이고, 한 번 했는데 두 번 못할 게 없다고 ㅠ.ㅠ 폼페이오는 쬐끔 낫지만 그 역시도 근본적으론 회의주의자라 믿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니구요. 트럼프가 뭘 어떻게 해도 미국 의회 통과는 어려울 거라는 점도 걸림돌이래요. 9. 핵무기 파기했다고 하고 꼬불쳐두면? 못찾아요 ㅋㅋㅋㅋ 자기가 북한 건 아니고 영국 거는 본 적이 있는데 그거 어른 네명 정도면 들고 뛸 수 있대요 ㅋㅋㅋ 작심하고 숨기면 못찾는대요. 그럼 미국을 비롯한 세계만방이 북한 핵을 어떻게 억제하느냐? 핵은 사실상 제거 못하니까 그 대신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면 된대요.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핵은 숨길 수 있어도 핵프로그램은 숨기기 어렵다고 해요. 미사일 시험발사도 계속 해야 하고, 핵실험도 해야 하고, 기술이란 냅두면 다 구식이 되니까 로켓 기술, 핵 기술에 진보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쫓아가면서 연구도 하고 개량도 해야 하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건 안들키기가 어렵대요. 그래서 설령 핵무기 개발된 거 꼬불쳐두고 다 반납한 척 하다가 나중에 일이 틀어져서 한 10년 뒤 쯤에 '사실 그 때 꼬불쳐둔 게 있지롱~'하고 들고나와도 이미 그 시점에선 지금만큼 무섭고 엄청난 무기가 아닌 게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대요. 무엇보다도 이러한 기술적 난점을 가속하는 건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기술 역시 빠르게 진보를 거듭하고있기 때문이래요. 지금은 북한이 냅다 갈기면 중간요격을 장담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10년 뒤엔 분명 그보다 높은 확률로 (그게 선제타격이든 중간요격이든) 방어력이 올라갈 거고, 이쪽에서 방3업이 끝났는데 저쪽은 공1업도 안되어있다? 그러면 북한은 지금과 같은 협상지위를 결코 누리지 못한 채 훨씬 심각한 제재에 직면하겠지요. 이러한 점은 미국도 아주 잘 알고있는 바여서 핵무기 빨리 다 내놓으라고 노심초사 닥달하느라 판을 깨지는 않을 거래요. 북한은 이미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그렇다면 시간은 자기들 편이니까. 10. 향후 전망 킹리적 갓심상 잘 될 거 같으니까 지켜봅시다 ㅎㅎ -끗-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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