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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4/11 16:38:43
Name   revofpla
Subject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보며

오늘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사회적 논의와 입법부의 결정이 필요한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크게 정리해보면 한 3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봅니다.


1. 낙태 허용 시기
이번에 헌법불합치의 논조도 임신 초기의 낙태가 헌법의 신체적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한다라는 취지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그 임신 초기라는것은 과연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미국 일부 주에서 이야기 하는 6주? 배아기와 태아기의 경계인 8주? 기본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12주? 중추신경계가 발달하는 16주? 태내기 2기가 끝나고 뇌와 뉴런이 발달되는 24주?

기준점을 어디로 두느냐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너무 짧아도 임신 초기가 확 지나가버려서 시기를 놓칠 것이고, 너무 길다면 종교단체의 반대나 윤리적 문제가 커지며 모체에게 갈 충격 역시 출산에 비하여 커질 위험이 있어 그 균형점을 찾기가 쉽진 않을 것 입니다.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8~12주 사이가 합리적인 수준이 아닐까 싶은데 아마 종교계에서는 최대한 단축시키는 방향으로, 여성계에서는 늘리는 방향으로 주장할 것 같습니다.


2. 건강보험 그리고 의료기록
일반적으로 극도로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긴 합니다만 낙태이력을 개인 의료기록에 남겨야 할지 말아야할지 역시 논쟁의 소지가 있습니다. 낙태 수술비용 역시 상당히 고가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건강보험에서 미용수술과 같은 지위로 놓고 지원대상에서 배제를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의학적으로 모체에게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등 의사의 임상적인 판단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건보에서 지원을 해야 할 할 것인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연장선이지만 결국 건보 지원을 받으려면 의료기록이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 남아야만 합니다. 안 남는다면 무슨 근거로 지원을 해주나요? 그리고 의료기록이 어떠한 형태로든 남는것은 추후 결혼 전 서로의 건강진단기록을 교환하는 경우가 있는 현대에서는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리고 낙태의 의료기록을 남긴다고 하면 과연 여자에게만 남기는게 맞는가? 상대 남자는 안 남기는건가? 라는 문제 역시 남게됩니다. 여자 혼자 가서 '애 아빠는 revofpla에요' 라고 허위로 기록해버리면 저는 한순간에 본적도 없는 여자가 지운 아이의 아빠가 되는건가요? 그렇다고 아빠에게는 기록을 안 남기는것이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올바른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낙태시술시에는 반드시 남여가 동석하고 신원확인 후에 양쪽의 의료기록을 남기거나, 남자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가는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원나잇 등으로 원치않은 임신을 하는 경우 상대의 신원을 확실하게 알기 어려운 점 등을 생각한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른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 봅니다.

그리고 반대로 이러한 의료기록을 남기지 않는것은 의사에게 의료법 제22조 각 항 위반에 해당되는 의료기록 위조나 허위 기록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에 위배되는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낙태 의료기록에 대해서만 이를 면책하는것이 올바른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죠. 또한, 의료기록을 남기지 않으니 음성적으로 소위 말하는 현금박치기만 받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의료기록도 안 남고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 탈세를 할 수 있는 창구를 환하게 열어주는 형태가 될 리스크를 어떠한 방식으로 막을 것인가라는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의료넷에서 논하기는 좀 부적절하려나요... ㅠㅠ)


3. 남여 성별간의 의무 소재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최악의 경우겠지만 이런 시나리오도 가능합니다.

남여가 합의하에 관계를 가져서 임신을 했습니다. 낙태가 본격 허용된다면 남자는 여자가 임신했다고 했을 때...
"그래? 그럼 걍 지워. 난 모르겠으니까. 내 애는 맞고?"
라고 말 하고 빠질 염려가 있습니다. 물론 이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법적분쟁에 갔을 때 어떻게 판결이 나올지는 모르는 법이니까요.

아니면 이러한 경우는요?
여자는 지우고 싶고, 남자는 낳고 싶습니다. 여자가 그냥 혼자 병원에 가서 아이를 지우고 올 수 있습니다. 남자의 동의와는 무관하게 말이죠.
남자는 경제적 사유 등으로 아이를 지우고 싶고, 여자는 지우고 싶다고 할 때. 반대로 남자는 아무리 지우고 싶어도 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지울수가 없습니다.
즉, 남자에게는 선택권이 없게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여자의 자유권만을 강조한 나머지 남자는 여자가 결정하면 이를 따라서 낳고싶던 아이를 잃게되든, 원치않던 부양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낙태죄 찬성론자들은 아이는 여자 혼자 만드는것도 아니고 남자의 책임도 있다 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지우는데도 역시 남자의 권리가 있어야하지 않는것일까요? 이처럼 여성으로써의 권리와 의무, 남성으로써의 권리와 의무를 어떤식으로 균형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7
  •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안입니다.
  • 사회적으로 논의해 가야할 사안 이겠지요. 좋은 생각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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