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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9/05/20 04:28:42 |
Name | Xayide |
Subject | 외롭네요 |
가끔은 밤중에 온기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그저 끌어안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느껴져요. 나는 외로움이란 걸 평생 모르겠구나 했는데 혼자서 뷔페건 고기집이건 잘 다니는데 취미도 혼자 즐기는데 익숙한데 가끔은 그 혼자라는게 사무치게 외로울 때가 있습니다. 밤중에 혼자 맥주에 피자 시켜놓고 있는 지금이건 롤 경기를 보고 나서 감정을 나눌 친구가 없던 어제건 새로운 인디게임의 게임성에 놀라던 며칠 전이건 신희범 선수의 경기를 보고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없던 그 전이건 앞으로 연인을 사귈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머리로는 아는데 당장 내가 느끼는 감정에 동조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가슴으로 받긴 힘듭니다 오히려 외롭기에 혼자 나다니는 것에 익숙한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은 저와 다른 성향이고 다른 스케줄이 있기에 나는 가고싶은 곳에 혼자서 가야 한다는 것을 가슴으로 먼저 느낀 것인지도 몰라요. 새로운 연인이 생기고 속을 풀어내면 나아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새로운 연인이 생길 수가 없는 현실에 그냥 짓눌려서 혼자서 이마트 주류코너를 헤집으며 알바 때 친해졌던 직원에게 주류 추천이나 받아가며 혼자서 클램차우더 해먹고 동생에게나 요리해주고 부모님의 음주에 대한 차가운 시선에 방에 숨어 마시고 부기영화에서 보았던, '너무 뚜렷하고 내 인생이 지나치게 확정적이라서 힘든 거 아닙니까?' 라는 말에 가슴 저며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족도 화목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혼자 다니는 것이 익숙하니, 나와 같은 처지의 다른 사람들보다는 낫다.'며 자기 위안으로 가까스로 버티네요.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지요. 나보다 힘든 사람이 나보다 행복한 사람보다 많다는 게 느껴지는 지금 이 순간조차 혼자 맥주 여섯 캔에 취해 우울한 느낌에 눈물만 나네요. p.s. 배 부른 투정이란 것을 알면서도 속에 있는 것을 털어놓으니 시원은 하네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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