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6/09 23:45:34
Name   Iwanna
Subject   [스포] 기생충, 날아가다
-노스포-

1.친구랑 보기로 해놓고 가족이랑 먼저 보게 되었습니다.
두 번 보면 되겠다고 생각했었죠.
결국 정말 감명깊게 봤기 때문에, 당분간 두 번은 못 볼 것 같습니다.






-[강스포]-

1.
영화는 벌레라는 메타포를 몇 번 썼습니다.
하층민은 스스로의 삶을 벌레같은 삶이라 자조하기도 합니다.
극 중에서도 주인공 가족의 어머니는 주인댁이 돌아오면 [바퀴벌레처럼] 도망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벌레처럼 탁자 밑, 침대 밑, 지하실에 납작 엎드려 숨어있다가, 마지막에는 기어서 도망가게 되죠.





2.
오히려 상류층은 '매너'가 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쓰지 않죠.
하지만 그들은 그들에게 기생하는 하류층의 존재를 모르면서도, 냄새라는 가장 원초적 감각으로 그 존재를 구분해냅니다.
행주빠는 듯한 반지하 냄새, 지하철에서 느껴지는 냄새
바로 그런 물냄새. 벌레가 살아가는 낮고 깊은 곳에 고이는 물, 그 물의 냄새.
어린 아들은 순수하게 단지 주인공 가족의 냄새가 같다고만 느끼지만
이선균은 그들의 냄새가 선을 넘는다고 말하고, 조여정은 송강호의 냄새에 (이 때는 물에 찌든 냄새가 났겠지요) 손을 내젓습니다.




3.
전 날 술을 마셨고 또 비를 맞았고, 새벽까지 사람난리 물난리 겪다가 마룻바닥에서 쪽잠으로 잠들었으며
전(前) 가정부 아주머니의 생사는 모르고
살아있다고 해도 사람 두 명을 감금한 상태에
모든 사기행각에 대한 폭로를 걱정해야 했으며
눈 앞에서 딸과 아내는 칼에 찔렸고 아들은 실려 나가는 상황에서

단지 자신보다 조금 더 운이 없었을 뿐인
지하의 사나이에게
코를 틀어막는 그 본능적인 경멸이

송강호는 본능적으로 딸과 아내를 찌른 사나이보다
이선균을 찌르게 된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모든 계급 모순이 응집되어 터져나온 그 순간의 행동을
송강호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지하에서 이선균에게 사과하지만요.




5.
영화는 코미디에서 스릴러로, 끝내 하나의 계급 우화가 되어 날아갔습니다.
하층민의 삶에서 뽑아낸 소재로
대중을 웃겼고
사람들을 긴장시켰고
사회의 의미체계와 인간의 정신역동을 담아내고 또 뒤흔들어 버렸습니다.




6.
똑똑한 저는 이 영화를 이 정도로 이해했지만 : p
가난에 가까운 삶을 살았던 저는 이 영화에 가슴이 꿰뚫렸습니다.

재학증명서 위조 장면에서 제 대학시절이 떠올랐고
지하에 갇혀버린 사나이와 송강호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스쳐갔고
기정은(박소담)의 납골당 모습에서 할머니의 납골당 모습이 지나갔네요.


정말 감명깊게 봤기 때문에, 당분간 두 번은 못 볼 것 같습니다.



1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228 1
    15926 일상/생각나를 위한 앱을 만들다가 자기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큐리스 25/12/25 350 5
    15925 일상/생각환율, 부채, 물가가 만든 통화정책의 딜레마 9 다마고 25/12/24 521 11
    15924 창작또 다른 2025년 (14) 2 트린 25/12/24 129 1
    15923 사회연차유급휴가의 행사와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에 관한 판례 소개 3 dolmusa 25/12/24 464 9
    15922 일상/생각한립토이스의 '완업(完業)'을 보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1 퍼그 25/12/24 542 15
    15921 일상/생각아들한테 칭찬? 받았네요 ㅋㅋㅋ 3 큐리스 25/12/23 495 5
    15920 스포츠[MLB] 송성문 계약 4년 15M 김치찌개 25/12/23 204 1
    15919 스포츠[MLB] 무라카미 무네타카 2년 34M 화이트삭스행 김치찌개 25/12/23 125 0
    15918 창작또 다른 2025년 (13) 1 트린 25/12/22 176 2
    15917 일상/생각친없찐 4 흑마법사 25/12/22 588 1
    15916 게임리뷰] 101시간 박아서 끝낸 ‘어크 섀도우즈’ (Switch 2) 2 mathematicgirl 25/12/21 311 2
    15915 일상/생각(삼국지 전략판을 통하여 배운)리더의 자세 5 에메트셀크 25/12/21 421 8
    15914 창작또 다른 2025년 (12) 트린 25/12/20 219 4
    15913 정치2026년 트럼프 행정부 정치 일정과 미중갈등 전개 양상(3) 2 K-이안 브레머 25/12/20 336 6
    15912 게임스타1) 말하라 그대가 본 것이 무엇인가를 10 알료사 25/12/20 568 12
    15911 일상/생각만족하며 살자 또 다짐해본다. 4 whenyouinRome... 25/12/19 568 26
    15910 일상/생각8년 만난 사람과 이별하고 왔습니다. 17 런린이 25/12/19 906 21
    15909 정치 2026년 트럼프 행정부 정치 일정과 미중갈등 전개 양상(2)-하 4 K-이안 브레머 25/12/19 454 6
    15908 창작또 다른 2025년 (11) 2 트린 25/12/18 249 1
    15907 일상/생각페미니즘은 강한 이론이 될 수 있는가 6 알료사 25/12/18 643 7
    15906 기타요즘 보고 있는 예능(19) 김치찌개 25/12/18 369 0
    15905 일상/생각무좀연고에 관한 신기한 사실 5 홍마덕선생 25/12/18 590 3
    15904 일상/생각조금은 특별한, 그리고 더 반짝일 한아이의 1학년 생존기 10 쉬군 25/12/18 499 32
    15903 IT/컴퓨터잠자고 있는 구형 폰을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활용하기 9 Beemo 25/12/17 717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