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9/02 12:10:38
Name   멍청똑똑이
Subject   조국 워너비 이야기
사람들이 조국에게 열받는 지점은 정확히 어떤 걸까요.

위법이 아니면 있는 제도를 활용해서 '잘 나가는건', 혹은 자신의 네트워크나 지위등을 이용해서 위법이 아닌 적당한 '편법'으로 이익을 취하는건 도덕적으로 바른건 아니어도 영리한 일이라고 맞아맞아 그게 세상사는 이치지 하던 사람들이 '올바른'말 하는 사람들 으휴 멍청한 벽창호야 그렇게 평생 살아라 임마 하는걸 너무 많이 봤는데, 조국이야말로 딱 적당히 영리하게 살아온 표본 아닙니까. 좋은 학벌, 사회적 지위, 성공한 개인의 능력(명문대법대교수가 능력이 없다고 하긴 말이 안되니까), 그럼에도 과거 권력자들만큼 불법, 겁박, 협박까지 넘나들며 이익을 편취하는 수준까지는 안 가는 모양새까지.

제가 조국이 좌파라는 말에 코웃음 치는것도 그래서 비슷한 부분이 있거든요. 제도 내에서 영리하게 이익을 획득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무슨 좌파야.


수능최고론도 그래서 싫어해요. 입시제도가 문제다? 수능이야말로 머리 좋고 집 잘 살수록 유리한 제도인데 그렇게 안 보이게 만들어져있을 뿐이죠. 각자 노력탓하기 제일 좋은 제도고 공평한 느낌을 주기 좋은 제도지 절대 공평할 수 없음. 애들 지능이 유전뿐만아니라 유소년기 가정의 교육수준이나 소득수준, 생활 커뮤니티에 따라 얼마나 갈라지는데. 같은 코스를 통한 단일시험 체제야말로 조국같은 사람이 오히려 '흠 없이 이익을 편취할' 가장 좋은 코스고, 공평하게 느껴지는 만족감으로 도태되는 이들의 사다리를 좁히는데도 최적화된 코스죠. 돈 없고 애들 케어 못하는 가정에서 공부 잘하는 애 나오는 건 정말 평균과 아득히 멀거든요. 시장이 명확한게, 수능이 입시에서 가장 강력할 때 강남 주거단지가 학군단위로 어마어마하게 프리미엄이 붙어서 올랐던거 생각하면 8학군 내에 들고자 돈을 쓰려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느껴지죠. 실제로 그런 가정과 학교 속에서 매년 스카이 100명씩 보내는 학교들이 있는거고, 거기에 사교육시장이 철썩 또 달라붙어있던거고.


그렇다고 수능을 극복하고자 나온 제도들이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닌데, 방향은 좀 다르게 봐야하는거 같거든요. 학종이니 수행평가니 논술이니 수능과 별개로 이뤄지는 것들에서 조져야하는건 학교의 학벌 획득 프리미엄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일삼는 공교육 일선의 문제죠. 공부 좀 하는 애들 푸시해주고, 학생기록부 잘 써주고 하는건 결국 교육정책의 방향을 그냥 일선에서 거부하는거죠. 대학 잘 보내야 학교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니까.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야말로 그러한 선택과 집중으로 약자 도태시키면서 커 온 나라고.


저는 조국에게 별 다른 기대가 없습니다. 특별한 도덕성을 바라지도 않고, 검찰이랑 칼질이나 드세게 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조국에게 바라는 도덕성이 어떤건지도 알고 있어요. 그걸 바라는걸 좀 뻔뻔하게 느끼기는 합니다. 민주사회에서 선출직이나 임명직으로 인민의 대표가 되는 이는 인민보다 능력적, 도덕적으로 '엘리트'에 가까워야 한다는 것은 엘리트 중심의 전위정치모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로 능력과 도덕을 모두 높은 수준으로 요구할 셈인가? 하면 저런 '엘리트'가 자라나는 우리 사회의 시민문화가 과연 그런 사람을 배출해 낼 수 있는 곳인가? 하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리하게 이익을 활용하는 것이 곧 도덕인 다수의 시민들 사이에서, 위법이 아니고 명분이 서면 적당히 '유두리'있게 사는게 현명한 사회에서 대체 어떤 또라이가 능력도 도덕도 남들보다 현저히 뛰어난데다가 정치적인 네트워크까지 있겠어요. 보통 그런 또라이들은 능력이있건 도덕적으로 벽창호건 네트워크에 들어오지도 못하는데.


저는 이 사회의 다수는 조국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능력, 지위, 학벌, 외모 어느 면이든 부러울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내게 그런 무기가 있다면 법이 막지 않는 선에서 제도를 적극 활용할거라 생각해요.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일에서는 그렇지만 큰 일에서는 그렇지 않을거라는 사람들의 말은 큰 일을 저지르고도 괜찮은 사람이 된 뒤에 따져봐야 할 거 같은데, 보통은 작은 일에서 편법과 제도를 한껏 활용하는 사람이 큰 일에서 그걸 포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거 같아요. 사람들은 나는 그래도 '정치'를 이끄는, '사회의 규칙'을 결정하고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면 안되지, 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게 결국 민주적 정치체제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엘리트 주의를 포기할 수 없다면, 저는 엘리트가 갖는 도덕성 역시 시민의 평범한 수준에서 평가되는게 일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조국을 이야기하며 '실망스럽다'거나, 너는 그러면 안되지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껄끄러움을 느낍니다. 제도권 내의 편법과 학연지연인맥을 활용한 밀고 끌고 도와주는 문화가 시민사회 전반에서 이미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었다면 저런 시도들이 위정자의 위치에 서기 전에도 문제가 되었을 거에요. 위정자가 되기 전 까지는 잘 가려지고 괜찮고 '누구나 다 그랬다'는 일들이, 위정자로 나서자 '그러면 안되지'로 이야기 되는 상황은 우리가 '위정자'에 대해 동등한 시민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반증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조국이 장관이 되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해 도덕적으로 해이한 사람이 어떤 조직보다 '도덕적'이어야할 검찰개혁이 가능하겠냐 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있어도, 도덕적으로 해이한 조국이 장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를 롤모델로 삼는지는 모르겠지만, 정해진 규칙 내에서라면 각자가 가진 조건을 적극 활용하여 '이익'을 얻는 것이 곧 영리하고 올바른 사회라고 생각한다면 이 사회는 그냥 조국이 되기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사회인거에요. 조국의 논란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돌아갔듯이요. 반면에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당시에 문제가 되지 않을지라도 그러한 행위와 선택이 실질적으로 누군가의 부당함과 불공평함, 결과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사회라면, 우리 사회는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정치에 참여할 이들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우리 사회에 저러한 네트워킹과 권위, 지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자유롭게 거부하는 것이 가능한, 그런 문화가 자리잡은 사회였다면 조국은 시도도 못했겠지요. 그러니 사람들의 조국'유니버스' 내지는 조국 '사가'와 관련되서, 결론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조국처럼 하고 싶어서, 누구나 조국처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남들한테는 하지 말라고 하면서 너는 해서 화가 난 건지,
정말로 그러한 지위, 재화,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지닌 개인일지라도 그러한 선택을 하지 말아야하고
나 역시 당연히 그러한 방식으로 제도권 내의 이익을 편취하는 것을 거부하는데 조국은 그렇지 않아서 화가 난 건지.

전자의 사회에서, 저는 조국을 끌어내릴 명분이 없다고 생각하고
후자의 사회에서, 저는 조국을 끌어내릴 명분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조국 논란을 자세하게 다 체크한건 아니라서, 형법상 위법에 의한 범죄소지가 밝혀질 경우 위 의견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저는 조국이 당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던 제도와 그것을 추동할 인맥, 지위를 적극 활용해서 자신, 또는 가족구성원에게 유리한 방향을 끌어냈다고 전제하고 썼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
  • (저한텐 혹은 제딴에는)좋은 글 감사합니다.
  • 사람들의 심리를 너무 잘 읽어주셨어요. 공감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604 일상/생각채식에 대한 단상 16 일상생활가능 21/04/22 4694 20
11487 사회[펌] LH 직원들은 똑똑한 게 아니다 15 Profit 21/03/13 4534 20
11464 사회수준이하 언론에 지친 분들을 위해 추천하는 대안언론들 15 샨르우르파 21/03/03 4538 20
11454 도서/문학지난 두달동안 읽은 책들 간단리뷰 4 샨르우르파 21/02/28 3881 20
11381 IT/컴퓨터Github Codespaces의 등장. 그리고 클라우드 개발 관련 잡담. 18 ikuk 21/01/26 4744 20
11142 경제한국의 하우징 프라이스에 대한 생각들 35 절름발이이리 20/11/18 4334 20
10751 경제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개인적 평가 13 할머니 20/07/05 4287 20
10731 의료/건강인생의 마지막 체중조절을 시작합니다. 15 상성무상성 20/06/30 3909 20
10522 사회[번역-뉴욕타임스] 삼성에 대한 외로운 싸움 6 자공진 20/04/22 4092 20
10352 사회섹슈얼리티 시리즈 (1) - 성인물 감상은 여성들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가? 29 호라타래 20/03/06 6354 20
10319 일상/생각불안에 대한 단상 2 안경쓴녀석 20/02/23 3582 20
10052 의료/건강꽃보다 의사, 존스홉킨스의 F4(Founding Four Physicians) 11 OSDRYD 19/12/06 4862 20
9832 일상/생각이별의 시작 16 멍청똑똑이 19/10/13 4193 20
9684 일상/생각서울 6 멍청똑똑이 19/09/19 3336 20
9612 일상/생각조국 워너비 이야기 67 멍청똑똑이 19/09/02 6078 20
9561 정치홍콩의 재벌이 신문 광고를 냈습니다. 10 Leeka 19/08/18 4852 20
9543 꿀팁/강좌영어 공부도 하고, 고 퀄리티의 기사도 보고 싶으시다면... 8 Jerry 19/08/14 5477 20
9343 일상/생각매일매일 타인의 공포 - 안면인식장애 25 리오니크 19/06/25 4387 20
9319 과학/기술0.999...=1? 26 주문파괴자 19/06/14 6502 20
9251 일상/생각알콜 혐오 부모님 밑에서 과다 음주자로 사는 이야기 9 Xayide 19/05/29 4125 20
8785 여행혼자 3박 4일 홋카이도 다녀온 이야기 (스압) 20 타는저녁놀 19/01/21 7516 20
8666 정치스물 다섯 살까지 저는 한나라당의 지지자였습니다 (6) 5 The xian 18/12/20 3446 20
8336 일상/생각욕망하지 않는 것을 욕망함에 대하여 12 일자무식 18/10/07 4784 20
7851 여행어두운 현대사와 화려한 자연경관 - 크로아티아 12 호타루 18/07/15 4345 20
7643 기타(마감) #전직백수기념나눔 #책나눔이벤트 36 la fleur 18/06/09 5783 2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