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눈팅회원을 지향하는 환상이라고 합니다. 근데 무늬만 눈팅회원이 돼 버리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이상하게 홍차넷에는 글을 몇개나 쓰게 되네요.
제작년 초던가요? 하스스톤 베타테스트가 시작되고, 시작한지 둘째날 베타키에 당첨이 되면서 하스스톤이라는 게임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TCG게임을 해본적이 전혀 없었으나 직관적이고 퍼즐을 푸는것 같은 하스스톤의 재미에 반해버리면서 아주 푹 빠져버렸지요.
저는 개인적인 성향이 게임을 할때 너무 재밌다 싶은 게임은 과금을 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해서 모은 장비(하스스톤에선 카드들)들로 스스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라서요. 당연히 무과금으로, 투기장마저 한번도 현금결제를 하지 않고 아시아에 터전을 잡게 됩니다.
잠깐 베타버젼의 하스스톤 얘기를 하자면, 일반게임과 랭크게임이 나뉘어져 있지도 않았고 스2처럼 브론즈, 골드, 마스터, 그랜드마스터와 같은 등급이 존재했었습니다. 다들 처음 접하는 게임인지라 탄탄한 덱을 구성하는 개념따윈 애시당초 없었고 북미에서 누군가 짰던 코스트마다 하수인 꽉꽉 채워넣은 사제덱이 우주 최강덱이란 소리를 들을때쯤 대전모드를 통해 그랜드마스터 등급을 획득합니다. 그러나 등급을 찍는다 하여 아무 보상도 없었기에 대전모드는 그마를 찍음과 동시에 흥미가 싹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때쯤이 빙결법사와 엑조디아 용거전사가 벽덱의 위치를 점하기 시작하던 타이밍이어서 저같은 무과금 유저들은 더더욱 유저간에 모은 카드를 통한 대전은 꺼리게 되었습니다.
카드게임은 필연적으로 과금을 해야한다는 사람들의 말에 혹할때쯤, 우연히 투기장 고수들의 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프리카 마나메이즈란 분의 투기장 방송을 즐겨봤었는데요. 모두가 랜덤한 카드들로 자신의 덱을 구성해서 겨룬다는 컨셉이 과금러들의 전설카드러쉬에 지친 제게는 파라다이스와 같이 보였습니다. 공짜로 주는 투기장을 0승 3패로 마치고나서 처음으로 깐 카드팩에서는 영웅등급의 카드가 나왔고, 오오오 영웅카드 하며 확인한 카드는 굶주린 게였답니다. 크크크크크
베타부터 하신 분들은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하스스톤은 오베를 거쳐 정식 게임이 되고 나서 첫번째 모험모드인 낙스라마스가 추가되기 전까지 굉~~장히 긴 시간적 텀이 존재했습니다. 저는 이 긴 시간동안 오로지 투기장만 1500승정도를 하며 카드를 수집하게 됩니다. 자꾸 하다보면 실력은 당연히 늘게 되어있지요. 결과적으로 낙스라마스라는 새로운 컨텐츠의 추가소식이 알려질때쯤 저는 필수급 전설들을 거의 다 갖고 골드도 8000골드정도 모아둔 아주 하드한 하스스톤 유저가 되어있었습니다.
낙스라마스가 추가되고 나서 방밀전사라는, 과금유저의 상징과도 같은 무지막지한 덱이 소개되었고, 전설들로 도배가 되어 있던 덱 소개글을 보고는 드디어 카드들을 갈기 시작합니다. 처음 카드를 갈면 보상으로 가루를 준다는것도 이때 처음 알았다지요. 그 이전엔 단 한장의 카드도 갈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맞춘 방밀전사는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며 당시 유행하던 레이나드흑마를 비롯한 온갖 어그로 덱을 잡아먹으며 저를 랭크게임 중독자로 바꿔주었습니다.
이때 전설을 찍었어야했는데! 하스스톤은 과금만 하면 쉬워지는구나 하는 우물안 개구리 같은 생각에 빠져서 랭크게임을, 아니 하스스톤을 조금 덜 즐기게 되었습니다.
전설 보상은 카드 뒷면뿐이란 말에 전설에도 목을 메지 않았거든요. 3일에 한번 접속해서 일퀘만 싹 클리어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고블린과 노움이 추가되기전까지는 더이상 랭크게임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설카드 뒷면이 없습니다. ㅠ_ㅠ
고블린과 노움이 추가된 후부터 신규유저들의 진입이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저승 구역의 투기장 난이도가 체감이 될만큼 쉬워졌기도 했고요.
새로운 카드들과 함께 새로운 덱들도 생겨납니다. 기계법사라던가, 기름도적같은 덱들 말이죠. 그리고 필수급 전설인 박사붐도 생겼지요.
전 무지하게도 이때까지만 해도 무과금유저라도 투기장만 돌면 필요한 카드들은 다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죠.
검바산까지 추가된 후에도 이런 생각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근데 게임싸이트들만 가면 무과금은 이제 하스스톤을 스트레스 안받고 즐길 방법은 없다는 글들이 올라오더라고요. 아니 무과금으로 모든 덱을 만들 수 있는 나도 있는데 왜 이런 소리들이 나오지? 하는 궁금증에 더해 대마상시합이 추가되고 나면 투기장 보상이 대마상시합팩을 고정적으로 주는게 아니라 랜덤한 카드팩을준다는 소식에 투기장의 매력이 떨어져서 아시아는 일퀘로 골드만 모은후 카드팩을 살 생각을 갖게 됐고, 초기의 향수가 그리워 유럽서버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지옥을 경험합니다.
7월 11일 유럽서버를 열고 튜토리얼을 마친 후 선술집 난투를 하기 위해 죽이되든 밥이되든 법사만 계속 돌려서 20레벨을 맞췄습니다.
근데 선술집 난투를 들어가도 이길수가 없는겁니다. 아시아에선 돌리지도 않던 돌냥덱조차 만들수가 없었으니까요. 일퀘는 말할것도 없었죠.
아 여기가 지옥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제서야 반성하게 됩니다. 내가 너무 쉽게 무과금이라고 얘길 하고 다녔구나 하며.
지금이야 모 홍차넷 회원분과 3섭을 다 돌리는지라 관전퀘나 7승퀘가 나오면 오예를 외칩니다만 7월의 저는 친추창엔 친구가 없었습니다.
아시아도 혼자 게임하던 사람인데 말도 안통하는 유럽에서 친구가 생기겠습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일퀘는 비용이 2 이하인 하수인 내기나 비용이 5이상인 하수인 내기 퀘스트가 나올때까지 돌렸고 투기장을 통해 특정 직업 승리퀘스트들을 클리어하며 투기장 갈 골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하염없이 투기장을 돌았습니다. 골드가 모자라면 3일씩 일퀘 모아가며 그렇게 투기장을 돌았습니다.
사실... 유럽에서 골드가 없어서 투기장을 못돌때 투기장이 하고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북미서버도 열었습니다.(7월 24일)
네... 저는 진성 하스스톤 유저였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때 즈음 랭겜 보상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무과금은 내 등급을 선택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15등급이 되길 기도해야했죠.
투기장 280승 정도를 하고 났을때 기법덱을 완성시켰습니다. 그리고 8월 등급부터 등급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7월에 유럽서버에서 처음으로 15등급을 기법으로만 달성하고 북미는 기법 비스무레한 투기장 덱으로 20등급을 찍습니다.
아시아는 5등급이라 황금 영웅카드를 받는데 북미은 황금일반카드, 유럽은 황금일반카드+황금희귀카드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성에 안찼습니다.
전설이야 당연히 못가지만 내가 카드가 없어서 이런 수모를 받아야 하는가! 정말 해괴망측한 온갖 잡덱들인데 7턴에 박사붐 한방에 역전되는 게임들을 계속 하면서 점점 오기가 생겨납니다. 그래 내가 다른건 몰라도 돌냥이나, 좀더 나가서 손놈이라도 맞춰서 니네를 다 응징하겠어. 다 주거써!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게 9월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투기장은 북미에서만 돌고 유럽서버는 모아둔 골드로 낙스라마스를 열었습니다. 한번은 600골드가 있고 일퀘 2번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 감질맛 나서 투기장으로 벌지 뭐 했다가 150골드가 몽땅 사라지는 마법을 겪기도 하면서 그냥 골드만 열심히 수집하는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9월 21일! 일퀘로 40골드를 모은 저는 검바산 1지구를 마침내 열었고... 타우릿산과 손님을 드디어 얻었습니다.
그리고는 손님전사를 만들어서 21등급에서 스타트를 끊었죠. 며칠 안남은 이번 시즌 과연 나는 몇등급까지 갈 수 있을까 하면서요.
아마 모르긴해도 10급은 찍지 않을까? 그래도 손놈덱인데 5등급은 욕심내도 되지 않을까? 시즌 종료전까지 될까? 하는 생각들을 뒤로하고 손님만 돌리기를 며칠째.
추석을 하루 앞둔 9월 26일 p.m 11시 27분에 5급을 달성했습니다!!
하루에 1~2시간 사이로 조금씩 했는데, 돌이켜보면 연승운이 잘 따라줬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고비였던 등급이 9~10등급 구간이었는데, 정말 모든 손놈 에게 강한 덱들(이라고 알려진 덱들)이 막아서서 몇판을 해도 1승 1패의 반복이었지요. 유럽이 아시아보다 랭겜이 어려운게 사실이구나 싶었어요. 못가나? 싶기도 했고.
그제 그 구간 연승으로 떨치고 8급가서, 오늘 5급 찍네요. 아시아에서 5급 처음 찍었을때보다 더 기쁩니다! 아시아에서 5급 찍을때의 저는 이미 무과금유저수준이 아니었기에... 서버 렉이나 인터넷 상태문제로 꽁패도 여러번 했고, 그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즐겜유저라는 최면을 걸며 버텨내니 이게 되네요.
그 기쁨이 가시기 전에 홍차넷에 자랑(?)삼아 글 씁니다.
무과금 여러분,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즐겜하세요~
혹여나 궁금하신 부분은 댓글로 피드백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만약에 있으시면요.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