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1/16 01:42:10
Name   Cascade
Subject   졸업앨범 따위 필요없어


대학교 졸업앨범을 신청하지 않았다. 사실 큰 일도 아니다.

고등학교 때는 졸업식을 가지 않았고, 중학교 때 앨범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으니까. 그나마 좋은 기억이라고는 초등학교 앨범뿐.

초등학교 졸업 이후 내 인생은 언제나 무채색이었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기를 지나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기억밖에 없던 나날들.

그래서 졸업앨범이 싫다. 형식 안에 갖힌 의미없는 사진 무더기일 뿐.





그렇게 미대로 진학했다. 당시에 나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하지만 결정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채색이었던 내 인생에 조금씩 색이 덧칠해져갔으니까.

조금씩 화사해지는 그림 앞에서 나는 군대를 갔다.

아, 무색이었다.





단순한 무색이 아니라 세월이 내가 그린 그림을 바래지게 만든다. 그 위에 무색을 덧칠한다.

처음 칠할 때는 분명히 무색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니 덧칠된 물감 아래의 기억들이 너무 불투명해서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게 무색을 수백번 칠하고 나니 또다시 내 인생이 무채색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전역한 지 3년이 지났다.

3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면 그 어떤 순간보다 아름답고 빛나는 색깔로 칠해져 있다.

졸업 앨범이 필요없는 이유가 거기 있다.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함께 찍고, 추억에 남은 사진들이 내 진짜 졸업 앨범이다.





무채색이었던 내 삶이

그 수많은 시간들이 모두

너로 칠해져 있으니까





13
  • 본 게시물은 인슐린 유통회사 OOO의 후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42 6
14625 의료/건강SOOD 양치법 + 큐라덴 리뷰 4 + 오레오 24/04/26 221 0
14624 일상/생각5년 전, 그리고 5년 뒤의 나를 상상하며 4 kaestro 24/04/26 331 1
14623 방송/연예요즘 우리나라 조용한 날이 없네요 6 + 니코니꺼니 24/04/26 633 0
14622 IT/컴퓨터5년후 2029년의 애플과 구글 1 아침커피 24/04/25 363 0
14621 기타[불판] 민희진 기자회견 63 치킨마요 24/04/25 1689 0
14620 음악[팝송] 테일러 스위프트 새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김치찌개 24/04/24 137 1
14619 일상/생각나는 다마고치를 가지고 욕조로 들어갔다. 8 자몽에이슬 24/04/24 597 17
14618 일상/생각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했고, 이젠 아닙니다 18 kaestro 24/04/24 1128 17
14617 정치이화영의 '술판 회유' 법정 진술, 언론은 왜 침묵했나 10 과학상자 24/04/23 814 9
14616 꿀팁/강좌[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20 *alchemist* 24/04/23 678 14
14615 경제어도어는 하이브꺼지만 22 절름발이이리 24/04/23 1411 8
14614 IT/컴퓨터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2 kaestro 24/04/22 349 1
14613 음악[팝송] 밴슨 분 새 앨범 "Fireworks & Rollerblades" 김치찌개 24/04/22 115 0
14612 게임전투로 극복한 rpg의 한계 - 유니콘 오버로드 리뷰(2) 4 kaestro 24/04/21 334 0
14611 사회잡담)중국집 앞의 오토바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22 joel 24/04/20 1239 30
14610 기타6070 기성세대들이 집 사기 쉬웠던 이유 33 홍당무 24/04/20 1568 0
14609 문화/예술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5 kaestro 24/04/20 689 6
14608 음악[팝송] 조니 올랜도 새 앨범 "The Ride" 김치찌개 24/04/20 130 1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15 kogang2001 24/04/19 394 8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kogang2001 24/04/19 368 10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4 kaestro 24/04/19 554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825 12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닭장군 24/04/16 1268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90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