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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1/18 03:04:19
Name   새의선물
Subject   흐린 일요일 아침...
일요일 아침. 애 엄마는 성당에 가겠다고 나섰다. 늘 하던대로 운전대를 잡고는 아내를 성당에 내려주고 집으로 오는 길. 곧 눈발이라도 날릴것처럼 흐린 날이다. 이번 겨울은 따뜻해서 아직도 겨울이 왔나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쌀쌀한 바람에 혹시라도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일 뉴 햄프셔주 하노버에 올라갈 일이 있는데, 눈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집에 들어와서는 애들 점심 준비를 한다. 물을 끓이고, 오븐은 350도로 맞춘후에 프리히팅이 되기를 기다린다. 프리히팅이 끝났다는 소리가 들리자 쿠킹호일위에 올려놓은 마늘빵을 재빨리 오븐안에 집어넣는다. 끓는물에는 스파케티를 넣고, 옆에 약한불로 보드카 소스를 넣고 데우기 시작한다. 딱딱한 스파게티가 조금씩 흐물거리기 시작해서 전부 물 속으로 들어가고, 소스팬속에서 스파케티 소스가 조금씩 끓기시작한다. 음악을 들어야지. 뭐가 좋을까라고 생각하다가 Jim Hall의 음반에서 아랑페즈 협주곡을 골라서 틀었다. 흐린날에 어울리는 곡이다.



아직도 자고 있는 큰 애를 억지로 깨워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라고 한다. 어제 일찍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소설책보다가 잠이 들어서인지, 영 일어나려고 하지 않는데, 그대로 두면 안될것 같아서 좀 억지를 부린다. 작은 애는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있다. 대강 만든 스파게티와 마늘빵을 아점으로 먹인다. 딱히 음식에 까탈부리지 않는 애들이 이럴때는 고맙다.  대강 정리하고 설것이 마치고 자리에 앉는다. 큰 애는 올라가면 또 잘까봐 그냥 아래층 거실에서 할꺼 있으면 하라고 하니, 킨들로 소설책을 읽기 시작한다.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않았는데, 계속되는 인터뷰로 좀 지친건지 싶어서 그냥 내버려둔다. 뭐, 나이가 들어서 뭐라고 한다고 들을나이도 아니기는 하다.



커피마셔야지 싶다. 물 올리고, 갈색 종이 필터에 갈려진 커피를 담아서 머그컵에 올려놓았다. Vox Clamantis in Deserto라고 컵에 학교의 모토가 적혀있다.  대학교에서 사용할 모토로 적당하지 않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때가 종종 있는 그런 모토다. 어째든 애 엄마가 학교 졸업할때 기념으로 산 머그컵인데, 이후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면서 내다보는 창밖. 앙상한 나무 가지사이로 잿빛 하늘이 비쳐보인다. 눈발이 하나 날리는걸 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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