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1/08 14:01:07수정됨
Name   리니시아
File #1   indeximg.gif (37.5 KB), Download : 11
Subject   맹유나 -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2010년 2월
그때 나는 경기도 시흥에서 울산 호미곶으로 부대 이동을 했던 공군 일병이었다.
부대에서 2시간 30분을 이동해야 겨우 울산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도착할 정도로 외딴곳에 부대가 이사를 갔다.
아무것도 없는 외딴곳이기에 막사부터 진지 구축으로 노가다를 하고 밤낮으로 경계근무를 섰다.
위문 공연은커녕, 눈뜨면 바다만 보이던 그곳에서 우리들의 마음을 달래주던 건 역시나 가요 프로그램이었다.

가인과 조권은 우리 사랑하게 됐다며 듀엣을 불렀고, 소녀시대는 오빠를 사랑한다 했고, 카라는 루팡을 불렀다.
그렇게 매일매일 음악 프로그램을 감상하던 중 처음 보는 스타일의 가수를 보게 되었다.



'고양이 마호'

새벽 2시 30분에 잠도 없는 마호라는 고양이를 묘사했던 그 노래를 듣고 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아이돌로 나온 느낌인데, 발성이나 노래는 흔한 아이돌로 치부하기엔 독특한 매력이 보여서일까?
병사 수첩 한구석에 "맹유나"라는 이름을 적고 휴가 때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꽤나 비범하더라.
조용필의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를 리메이크했고, 익숙한 곡인 Paradise.
봉선화라는 곡을 듣고는 '아 이 친구 아이돌이 아니라 뮤지션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1집 전곡을 mp3에 채워 넣고 부대에 복귀하는 길에도 듣고, 복귀 해서도 자기 전에 가끔 찾아듣곤 했다.
(그때 공군에선 mp3를 인가받고 반입이 가능했다)

부대 체육시설에서 러닝머신을 탈 때도 듣곤 했고, 짬이 차서 스피커에 연결해서 틀어놓고 운동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2011년 제대를 했고, 전역 후에도 가끔 1집을 찾아 들었다.
그리곤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에 맹승지가 입대해서 '여자는 이렇게 한단 말입니다'를 기점으로 '맹'이라는 성을 갖은 사람은 맹승지로 기억되고 맹유나는 까맣게 잊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한참 지난 뒤 2019년 1월이 되었다.
군대 시절 얻게 된 안구건조증 때문에 따끔한 눈을 게슴츠레 떠서 오전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겨우겨우 오전 업무를 마무리할 즈음 네이버를 들어가 봤다.
그런데 잉???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맹유나가 있는 게 아닌가?
너무 기쁜 마음으로 '오~~ 드디어 좋은 일 생겼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클릭을 했다.
근데 가장 처음 보이는 포스팅의 제목이 "가수 맹유나, 지난 연말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 이었다.

에.... 오늘 사망도 아니라 지난 연말 자택에서..?
그동안 이 가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싶었다. 더불어 어떤 가수였는지도 이제야 궁금해졌다.



- 맹유나의 아버지는 가왕 조용필의 매니저인 맹정호이다.

- 맹유나는 네 살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쳤다.

- 중학교 때까지 클래식 뮤지션이 되려 했으나, 적성이 맞지 않아 대중 가수가 되려 했다.

- 아버지 맹 대표는 가수가 너무 힘든 세계라는 것을 알기에 딸의 꿈을 "꺾기 위해" 겨울연가 음악감독 박정원에게 소개했다.

- 하지만 오히려 음악성을 인정받고, 중3 때 '프라하의 연인' '봄의 왈츠' 등 드라마 OST에 참여했다.





'플라워 (봄의 왈츠 ost)'

- 이때 플라워의 일본어 버전이 인기를 끌며 2007년 일본에서 데뷔하였다.



- 20살 본인이 직접 작곡한 luv, 파라다이스, 꽃잎 등이 수록된 1집 '더 피콕'을 발매했다.




'Let's Dance'

- 이후 큰 기획사의 러브콜을 거절, 2장의 정규앨범과 4곡의 싱글을 발표했다.





'180510 NCT night night with 맹유나 (YUNA) 아이즈 (IZ)'

- 2018년 5월 10일 NCT 라디오에선 앙상하게 마른 모습으로 사랑 꽃 앨범 이후 첫 활동을 보였다.


...............................................


오랜만에 발견한 반가운 이름이 이렇게 안타까운 소식으로 이어지니 가슴이 먹먹하다.
지난 5월에는 저렇게 앙상한 모습이었고, 사망한지 시간이 꽤 지난 후에야 알게 되다니.

그녀가 부른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의 가사 처럼.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숨결이 느껴진 곳에 머물게 되기를..



맹유나 -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https://music.bugs.co.kr/track/1808082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43 6
    14625 의료/건강SOOD 양치법 + 큐라덴 리뷰 4 + 오레오 24/04/26 267 0
    14624 일상/생각5년 전, 그리고 5년 뒤의 나를 상상하며 4 kaestro 24/04/26 338 1
    14623 방송/연예요즘 우리나라 조용한 날이 없네요 6 니코니꺼니 24/04/26 652 0
    14622 IT/컴퓨터5년후 2029년의 애플과 구글 1 아침커피 24/04/25 367 0
    14621 기타[불판] 민희진 기자회견 63 치킨마요 24/04/25 1704 0
    14620 음악[팝송] 테일러 스위프트 새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김치찌개 24/04/24 137 1
    14619 일상/생각나는 다마고치를 가지고 욕조로 들어갔다. 8 자몽에이슬 24/04/24 597 17
    14618 일상/생각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했고, 이젠 아닙니다 18 kaestro 24/04/24 1130 17
    14617 정치이화영의 '술판 회유' 법정 진술, 언론은 왜 침묵했나 10 과학상자 24/04/23 818 9
    14616 꿀팁/강좌[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20 *alchemist* 24/04/23 681 14
    14615 경제어도어는 하이브꺼지만 22 절름발이이리 24/04/23 1414 8
    14614 IT/컴퓨터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2 kaestro 24/04/22 349 1
    14613 음악[팝송] 밴슨 분 새 앨범 "Fireworks & Rollerblades" 김치찌개 24/04/22 115 0
    14612 게임전투로 극복한 rpg의 한계 - 유니콘 오버로드 리뷰(2) 4 kaestro 24/04/21 335 0
    14611 사회잡담)중국집 앞의 오토바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22 joel 24/04/20 1241 30
    14610 기타6070 기성세대들이 집 사기 쉬웠던 이유 33 홍당무 24/04/20 1570 0
    14609 문화/예술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5 kaestro 24/04/20 689 6
    14608 음악[팝송] 조니 올랜도 새 앨범 "The Ride" 김치찌개 24/04/20 131 1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15 kogang2001 24/04/19 395 8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kogang2001 24/04/19 368 10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4 kaestro 24/04/19 554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825 12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닭장군 24/04/16 1270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91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