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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26 17:27:21
Name   이그나티우스
Subject   쿄토 애니메이션의 마스터피스: <타마코 러브 스토리>
私、京都アニメーションの作品の事が...好きです!

쿄토 애니메이션(이하 '쿄아니')가 풀 메탈 패닉 1기를 만들던 시절부터 꾸준히 봐온 입장에서(물론 모든 작품을 본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제가 본 작품 중에서 최고의 작품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TV 애니메이션의 <타마코 마켓>의 극장판 <타마코 러브 스토리>를 들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쿄토의 작은 상점가의 떡집 주인의 딸인 키타시라카와 타마코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거창한 설정과 스토리라인은 없고, 타마코가 상점가와 학교에서 겪는 작은 일상적인 사건들과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그의 성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극장판은 주인공 타마코와 소꿉친구인 모치조의 멜로드라마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이 작품을 쿄아니 최고의 명작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작화와 성우의 연기가 안정되어 있고, 스토리와 연출에 있어서도 단점을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무스하게 흘러갑니다. 다만 '데라'라는 공상의 새를 이용하여 다소 작위적인 연출을 하였던 TV판에 비해 극장판은 그러한 요소 없이 순수히 현실적인 소재만으로도 스무스하게 극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저는 극장판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제가 이 작품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작품 자체가 가진 회귀성과 보수성에 있습니다. 대개 장인의 세습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주려고 하는 선대와 자유분방한 삶을 찾아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2대의 갈등을 축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장인정신과 세습의 나라인 일본에서도 그런 소재를 가진 작품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반대로 주인공 타마코는 장인의 딸이면서 동시에 자신도 선대와 같이 떡을 빚고 싶어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떡에 미쳐 있는 '모찌 소녀'로 표현됩니다. 오히려 타마코는 자신의 세계가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가 작품의 중심적인 갈등(내적인 갈등)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실 시골의 조그만 상점가에 대해 우리가 가진 이미지는 세습 장인에 대해 가진 이미지만큼이나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퇴락한 상점가,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배타적이고 텃세가 심하다 등등. 그렇지만 이 작품은 반대로 지역에 밀착한 조그만 상점가의 모습을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공동체로 묘사하고 있으며, 작중 인물들도 내부의 질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한편은 우리가 자유로운 삶을 통해서 손에 쥐고자 하는 무언가가 작품 속 타마코가 원하는 것과 그렇게 다른 것인지를 묻게 됩니다. 어쩌면 손에 쥐고자 하는 것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걸 이루는 방식에 있어서 다른 것이 아닌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주어진 자기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긍정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인간 내면의 진정한 강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는 보수를 과거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묵수 내지는 수구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conservative라는 표현은 단순히 과거의 것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것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는 지혜에 쓰는 단어입니다. 타마코는 자신과 자신의 주위가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변화를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유지와 변화의 긴장이 극을 완만하면서도 확실하게 진행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에서 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건강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저 자신은 그렇게 살 수 없겠지만, 저와는 다른 삶의 모습이지만 그 삶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감상을 갖게 됩니다.

물론 타마코 마켓 시리즈는 판타지입니다. 현실에서 저렇게 사이가 좋기만 한 상점가나 학교생활은 존재하지 않겠죠. 현실에서의 지역사회의 모습은 훨씬 살벌합니다. 상가의 토지를 둘러싼 소송, 각종 형사범죄와 주민들 간의 분쟁, 학교에서의 이지메 문제와 학교폭력 등등.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그리는 일상의 세계도 결국에는 현실을 소재로 구축한 판타지의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스스로의 지갑을 열어 그것을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런 세상에서 살 수 없기 때문에.

작년의 쿄토 애니메이션 화재사건으로 우리가 잘 아는 많은 애니메이션 스태프 분들이 유명을 달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분들의 명목을 진심으로 빌며, 쿄아니가 그 충격에서 회복하여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7
  • 좋은 작품 추천 감사합니다.


고기먹고싶다
저도 재밌게 본 작품입니다. 티비판도 나름 훈훈한 일상물이라 잘 봤는데 극장판이 엄청 잘뽑혔죠 작품성도 뛰어나다고 많이 인정받고

모치조가 타마코에게 고백해서 혼내준씬이 생각나네요 ㅋㅋㅋ
이그나티우스
극장판은 무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호평을 했을 정도... 정말 잘 만든 것 같습니다.
kaestro
타바코 마켓 굉장히 재밌게 봤었는데 극장판이 나왔는지는 오늘 처음 알았군요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인데 아무쪼록 무탈하게 복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그나티우스
티비판과 그렇게까지 큰 차이는 없는데, 연출 면에서는 극장판이 조금 더 낫다 봅니다. 티비판 보셨으면 강추합니다.
자공진
메인화면에서 '~마스터피스'까지만 보고 빙과! 를 외치며 들어왔는데(...) 타마코마켓도 보고 싶은데 아직도 못 봤네요. ㅠㅠ
쿄애니 방화사건은 아직도 생각만 하면 분통이 터집니다. 그 한심한 범인이 처벌을 받은들 떠나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고...
이그나티우스
빙과는 취향이 조금 갈려서 중간에 내리긴 했는데, OST는 참 좋아합니다. 지금 바로 優しさの理由 들으러 갑니다...
같은 교토 배경에 화과자점 집안 이야기인 후쿠야당의 딸들이 생각나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기회 닿으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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