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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7/26 11:20:25수정됨
Name   소요
Subject   성평등 정책의 미래 과제 - 남초 vs 여초 사이트 분석을 바탕으로
여성정책연구원(2021). 청년세대 ‘젠더갈등’ 대응을 위한 성평등 정책의 과제.
(https://www.kwdi.re.kr/publications/reportView.do?p=1&idx=129945)

바로 이전 글 (https://redtea.kr/free/13022)에서는 젠더감수성 담론에 친화적이거나 수용적일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살펴봤습니다. 공공기관 종사자 + 성폭력 관련 교육을 지속적으로 이수하고 있는 집단이었지요. 이 집단들에서는 젠더감수성이 높은 응답들이 주로 발견되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여성은 보다 젠더감수성 규범을 강하게 견지하고 20대 남성은 보다 거리감을 둔 모습이 나왔습니다. 섹슈얼리티 협상 과정에 대한 생각은 남녀불문 의견이 다양하지만, 성폭력에 대해서는 20대 여성들이 동질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인터뷰 결과는 남성들이 전반적으로 젠더 이슈에서 '젠더감수성'을 의식하거나 혹은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양가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럼 이제 젠더감수성 담론을 둘러싸고 가장 극단적일 집단으로 가보겠습니다. 정확하게는 그런 극단적인 의견이 집단적으로 표출되는 장으로요. 온라인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남초 사이트와 여초 사이트 내 젠더 갈등 분석입니다.

저자들은 청년세대 '젠더갈등'의 문법과 논리 구조를 분석하고, 해외에서 나타난 성평등 정책 반발과 비교한 후, 향후 정책 방향을 제안했습니다.

이하에서는 여성정책연구원 보고서 내용을 풉니다. 대부분 보고서 내용을 편집해 옮기고 개인적 의견은 [따로 표시합니다.]

1. 목차

- 자료의 배경과 방법
- 온라인 젠더갈등 프레임 분석 (2개 커뮤니티 및 언론기사)
- 세부 이슈 분석 결과
- 해외에서 나타난 성평등 정책 반발
- 향후 성평등 정책 방향

2. 자료의 배경과 방법

4.7 재보궐선거 전후인 2021년 상반기 갈등양상을 파헤치고자 했습니다. 2021년 1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이하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언론기사, 여초 커뮤니티 1개, 남초 커뮤니티 1개의 게시물을 수집 후 분석했습니다. 보고서 원문에서는 분석대상 여초 커뮤니티를 '모 포털사이트의 온라인 카페로 회원 수가 약 80만 명에 이르는 대형 커뮤니티이며, 앞서 분석 대상인 남초 커뮤니티에서 대표적인 여초 커뮤니티로 자주 인용되는 곳(p. 8)'으로, 분석대상 남초 커뮤니티를 '2021년 재보궐선거 이후 여러 언론에서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콘텐츠를 생산・유통하는 데 중심에 있는 남초 커뮤니티의 하나로 언급되었던 곳 (p.8)'이라고 기술합니다.



분석 방법은 1) 키워드 추이 분석, 2) 상위 빈출 키워드 분석이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에 대해서는 3) 토픽 모델링을 추가로 실시했습니다. 불용어 및 사용자 사전 등 텍스트 분석을 위한 처리 절차는 경제인문사회 연구회에 보고했던 저자들의 다른 보고서 '청년 관점의 ‘젠더 갈등’ 진단과 포용국가를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 연구' (https://www.nrc.re.kr/board.es?mid=a10301000000&bid=0008&list_no=0&act=view&nPage=1&otp_id=OTP_0000000000004338)와 같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이 선행 연구 자료와의 연속선상에서 2021년 상반기를 평가합니다.

3. 온라인 젠더갈등 프레임 분석

<1> 언론기사

언론기사 추이 분석

2021년 상반기 젠더 이슈 관련 기사는 총 224,792건 (주당 평균 6,244건)입니다. 평균 기준으로 볼 때 2021년 1월(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행위와 관련된 법원 판결 및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 전 정의당 대표 성추행 사건 등이 이슈화)과 3~4월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 스토킹 범죄로 인하여 일가족이 살해된 일명 노원 세모녀 사건 등), 그리고 7월 말에서 8월 초(하계 올림픽에 출전한 한 여자 양궁선수의 헤어스타일과 출신대학을 이유로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서 해당 선수가 페미니스트라는 논란 제기)에 걸쳐 기사가 증가가 했습니다.

언론기사 상위 빈출 키워드



2020년 실시한 저자들의 다른 연구에서는 지난 5년 간 언론에서 젠더 이슈 형성 및 확산의 배경이 되는 키워드가 다수 관찰되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 상반기에는 특정 사건과 관련된 키워드가 다수 발견되어, 언론사가 젠더 이슈를 다루는 관점 혹은 방식이 사건중심적으로 변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상반기 젠더 이슈 관련 보도에서 여성가족부가 핵심적인 이슈로 등장하고, 민주당, 정치권, 정치인 등이 주요 키워드로 부상하는 등 논의의 관점이 젠더 이슈 자체의 형성 및 확산에서 정치권 혹은 특정 정당에서 젠더 이슈를 다루는 방식에 주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습니다.

<2> 여초 커뮤니티 분석

게시글 추이

2021년 상반기 여초 커뮤니티 내 젠더 이슈 관련 게시글은 총 39,027건입니다. 7월까지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가 7월 말, 8월 초에 걸쳐 게시글이 급증했습니다. 여자 양궁 선수의 '페미니스트' 논란의 영향으로 확인됩니다.

빈출 키워드



여초 커뮤니티에서 젠더 이슈는 친밀한 관계 혹은 관계를 맺는 방식과 연결됩니다. 상위 빈출 키워드는 친구, 어머니, 남자친구, 아버지, 언니, 동생 등 친밀한 관계를 지칭하는 키워드가 다수 관찰되며, 또한 결혼, 연락, 선물, 연애, 전화, 사랑, 회사 등 관계를 맺는 유형 혹은 배경을 지칭하는 키워드도 자주 보입니다.

2020년 연구에서는 (자식글로 붙인 원문 참고) 여초 커뮤니티에서 주로 젠더 이슈를 논의하는 방식이 사랑, 결혼, 연애, 가족, 친구, 남자친구, 어머니 등 등 사적 영역의 관계와 이를 둘러싼 제도라는 맥락 속에 놓인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2021년 연구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이어집니다.

또한 한남, 페미니스트 등의 키워드가 네, 다섯 번째 상위 빈출 키워드로 나와 젠더 이슈를 '페미니스트-한남-흉자'로 구성하는 여초 커뮤니티의 젠더 인식 틀이 일정 지속된다는 것도 보여주고요.

저자들은 분석을 확장하기 위해 어떤 단어가 연속되는지를 살폈습니다. 특정 단어에 어떤 단어가 뒤따르는지를 보면 단어가 사용된 맥락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지요. 바이그램 분석이라고 합니다.



친밀한 관계에 대한 논의는 남성_친구, 친구_남성, 남성_결혼, 여성_친구, 어머니_아버지 등의 키워드가 연결되는 걸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위 빈출 키워드 중 경찰_신고 및 여성_혼자 등은 젠더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언급했다고 해석할 수 있고요. [저는 남성과의 관계 양상이 주된 빈도로 논의되는 까닭이, 남성이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친밀한 관계를 맺을 욕망의 대상인 양가적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토픽 모델링

각 단어를 묶어서 토픽을 구성한 후, 토픽 간 거리를 시각화하여 살폈습니다.



(1) 젠더폭력 (2) 일상생활 (3) 결혼생활 (4) 건강・몸 (5) 친밀한 관계 (6) 페미니즘・젠더갈등 6개 토픽이 도출됩니다. 2020년 연구와 비교할 떄 눈에 띄는 점은 건강과 몸에 대한 언급입니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친밀한 관계 및 관계의 재구성이 일상생활 및 건강/몸으로 논의 지형이 확대되는 양상이지요.

토픽 간의 거리를 보면 (1) 젠더폭력과 (6) 페미니즘・젠더갈등 간의 거리가, (2) 일상생활과 (4) 건강・몸의 거리가, (3) 결혼생활과 (5) 친밀한 관계 간의 거리가 가깝습니다.



개별 토픽 중 몇 가지를 더 살펴봅시다.

(1) 젠더폭력의 하위 키워드를 보면 여성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폭력과 함께, 온라인 공간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폭력, 그리고 여기에 대한 대응양상에 대한 키워드가 나옵니다.

(3) 결혼생활 토픽은 비혼 키워드와 연결됩니다. 게시글들을 보면 결혼과 비혼 사이 선택에 대한 고민, 결혼 관계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전통적 성역할 등이 주제로 부상하지요. '난 결혼이나 일 중에 하나만, 결혼 하면 가정에 집중하고 일하면 일하는 거에 집중하고 싶다’, ‘친척 오빠가 최근에 결혼했는데 집안일을 임신한 아내가 거의 전담하는 걸 보니, 이상한 남자 만나 고생하는 것보다 고양이들이랑 같이 사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 식의 게시글들입니다.

(4) 건강・몸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0년 연구와는 구별되게 부상한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건 운동의 목적을 미용이 아닌 체력으로 규정하는 게시글들이 다수 관찰된다는 점입니다. ‘오래 건강하게 살자고 운동하는 거니까, 운동할 때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에 신경 쓸 필요 없다’, ‘다이어트보다는 건강 때문에, 근육 늘리고 자세 교정하는 게 중요하니까 비싸도 개인 트레이닝 받을까 한다’ 같은 글들이지요. [기존 여성의 몸 담론에 부여되던 미용을 넘어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6) 페미니즘・젠더갈등의 토픽 하위 용어들은 어떤 키워드들이 인식 틀을 주로 구성하는지 보여줍니다. 페미니스트, 한남, 여성혐오, 남성혐오, 차별, 혐오, 성차별, 흉자, 코르셋 같은 용어이지요. 앞서 언급했듯이 한남-페미니스트-흉자라는 도식이 유지되는 양상입니다. 게시글 추이 분석에서 짚었듯이 양궁 선수의 페미니스트 논란이 해당 토픽의 키워드에 반영 되었습니다. 또한 인스타그램, 남초커뮤니티, 여초커뮤니티, 카페처럼 젠더 이슈가 극단화 되어 표출되는 공간적 배경들에 대한 키워드도 포함됩니다.

<3> 남초 커뮤니티 분석

게시글 추이

동 기간에 남초 커뮤니티에서 젠더 이슈 관련 글은 51,386건 작성되었습니다. 여초 커뮤니티에 비해 1.3배 정도 많이 작성되어 동기간에 남초 커뮤니티에서 젠더 이슈 논의가 활발하였다는 걸 보여줍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게시글 수가 급증한 시기가 몇 차례 등장합니다. 1월 12일 전후의 알페스(Real Person Slash) 논란, 4월 7일 전후의 재보궐 선거, 5월 초 G기업의 캠핑 포스터 '남혐' 논란, 7월 7일 전후 유승민/하태경 의원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발표, 7월 30일 양궁 국가대표 선수의 '페미니스트' 논란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2030 남성들의 영향력과 항의라는 의식 속에서 연결성을 지니는 것으로 보입니다. 4월 7일 재보궐 선거 당시 2030 남성이 투표를 통해 '페미 정책'을 추진한 문재인 정권을 심판했고 영향력을 증명했다는 의식이 이후 5월 초부터 7월 30일까지 이어지는 사건들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납니다.] 다만 7월 30일 양궁 선수 논란에서는 남초 커뮤니티 내에서도 '페미니스트'로 확정하는 것이 맞는지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빈출 키워드



남초 커뮤니티의 빈출 키워드는 정부 및 정치 관련 키워드가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여성가족부, 더불어민주당, 이ㅁㅁ 등이 크지요. 젠더 이슈를 정치라는 맥락에서 이해하는 건 2020년 연구에서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남초 커뮤니티에서 공유했던 특징입니다. 여초 커뮤니티가 일상 경험이라는 맥락 속에서 젠더 이슈를 이해하는 것과는 대비되지요.

물론 남초 커뮤니티에서도 친밀성 키워드가 없지는 않습니다. 결혼, 가족 등의 논의들이 하위 빈출 키워드지만 존재하지요. 하지만 그보다도 군대, 징병제 논의가 더 많아 남녀가 젠더 이슈를 논의하는 맥락이 다른 걸 보여줍니다.



바이그램 키워드로 뒤따라 나오는 키워드까지 살펴봅시다. 최상위 키워드는 여성가족부_폐지, 여성_징병제, 차별_금지법입니다. 그 중에서도 여성가족부_폐지는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되는 키워드였지요. 여성_정책, 페미니스트_정책, 여성가족부_장관, 남녀_평등, 여성_우대, 여성_가산점, 남성_인권 등의 키워드는 여성가족부를 향한 '여성만 우대함으로써 남성의 권리를 소홀히 여긴다'는 주장과 공명합니다.

다음으로는 여성_징병제입니다. 남성_군대, 군대_여성 등의 키워드와 함께 해당 남초 커뮤니티에서 징병제에 대한 논의가 여성 징병제 주장으로 수렴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는 더불어민주당_여성, 여성_정치, 여성_지지율, 남녀_갈등, 젠더_갈등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젠더 친화적' 정책에 대한 비판과 공명하지요. 이러한 주장 또한 2020년 조사한 2014-2019년 분석에서 나왔던 바와 일치합니다.

토픽 모델링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1) 페미니즘 비판 (2) 남성차별적 제도와 여성정책 비판 (3) ‘젠더갈등’ 관련 정치권에 대한 비판 혹은 지지 (4) 일상생활의 에피소드 (5) 남성의 잠재적 피해에 대한 우려 (6) 대선 이슈로서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라는 6개 토픽이 추출되었습니다.

저자들은 2020년 연구와 비교할 때 전반적인 주제는 비슷하지만, '젠더갈등'을 매개로 한 정치권에 대한 비판 혹은 지지 논의로 확대되고, 여성가족부에 대한 입장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2030 남성에 대해 지닌 태도를 판가름하는 이슈로 부각했다는 점을 달라진 점으로 짚습니다.



(2) 남성차별적 제도와 여성정책 비판은 (3) ‘젠더갈등’ 관련 정치권에 대한 비판 혹은 지지와 상대적으로 가깝습니다. (5) 남성의 잠재적 피해에 대한 우려와 (6) 대선 이슈로서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는 겹쳐집니다. 그에 비해 (1) 페미니즘 비판과 (4) 일상생활의 에피소드 별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토픽 (1)과 (3) 또한 상대적으로 가깝게 있고, (3)과 (2) 사이의 거리는 여초 커뮤니티에서 토픽들이 묶이는 거리보다 멀기 때문에 해석은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토픽 간의 응집력이 (5)-(6)을 제외하면 약하다는 건 남초 커뮤니티의 논의가 토픽 별로 분산적이라는 뜻은 아닐까 싶습니다. 페미니즘을 비판하지 않는 사람도, 남성차별적 제도와 여성정책 비판에는 공감한다는 식으로요.

그렇게 되면 (5)-(6) 간의 긴밀한 관련이 오히려 파고들어갈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는 주요 논의들이 남성의 잠재적 피해에 대한 우려에 직접적으로 뿌리를 두는가를 생각해 봐야겠지요]




개별 토픽 중 몇 가지를 더 살펴봅시다.

(1) 페미니즘 비판에서는 페미니즘 관련 주장이나 근거를 비판하는 내용, 페미니스트들의 여성혐오 비판 부정, 페미니스트들의 남성혐오에 대한 비판 경시를 질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여초) 커뮤니티, 온라인, 영상, 이미지, 방송 등의 키워드는 비판의 논거를 어디서 가져오는지와 연결이 되고요.

눈에 띄는 키워드는 스윗입니다. 스윗(서윗)남, 스윗당뇨남, 스윗펨남, 스윗한남 등에 연결되지요. 성차별적 제도와 여성위주 정책으로 피해를 입는 청년 남성들이 그에 맞서 집단적인 저항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일종의 ‘내부의 적’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이 스윗은 아재, 그세대(기성세대), 586 진보남성(진보꼰대)을 지칭하는 용어와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성세대와의 구분으로 정리할 수 있을 이 표현은 청년 남성이 청년 여성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기득권을 지닌 기성세대와의 관계에서도 약자에 있다는 주장이 되지요.

(2) 제도와 정책 비판에서는 크게 징병제와 적극적 우대조치가 도마에 오릅니다. 비율, 능력, 기업, 취업, 역차별 등의 키워드는 적극적 우대조치를 비판하는 주요 논거와 연결되지요. 하나의 토픽으로 연결되었다는 건 징병제, 적극적 우대조치에 대한 남초 커뮤니티의 논의가 '평등'에 어긋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5) 젠더 관련 정책으로 남성이 입을 피해에 대한 인식은 남성이 무고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 뿌리를 두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선행연구에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난 핵심적인 정서이지요. 성범죄와 관련하여 남성이 무고하게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 여성과 달리 남성이 성적인 피해를 겪었을 때는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주장, 페미니스트들이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고, 일부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이 주장에 동조하여 2030 남성을 곤란하게 한다는 주장 등이 그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이 주요 이슈로 대두된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차별금지법이 자유로운 의견 표명을 제약하고, 특히 여성이 겪는 차별 피해에만 편향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즉, 성폭력 관련 법・체계가 여성의 성범죄 피해에만 대응하고 남성의 피해를 소홀히 다룬다는 주장과 같은 논리를 공유합니다.

(6) 여성가족부에 대한 논의는 정책의 문제, 여성단체와의 관계, 예산 문제 등의 키워드와 대선 후보들의 이름이 언급됩니다. 분석 대상 커뮤니티 내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존립이 핵심적인 젠더 이슈로 부상하였다는 걸 보여주지요.

대선 후보들의 이름은 (5)와 (6)에서 공유되는 키워드입니다. 여성가족부, 차별금지법, 성범죄(무고죄) 등의 젠더 이슈에 관한 정치권의 입장이 중요하게 논의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4> 소결

분석에 포함된 언론사, 남초 커뮤니티 1, 여초 커뮤니티 1 사이에서 젠더 이슈 논의가 겹치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양궁 선수 페미니스트 논의가 예외적이고요.

특히 여초 커뮤니티는 다른 두 매체와 가장 이질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여초 커뮤니티의 논의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고민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젠더폭력, 페미니즘, 혐오・차별에 관한 논의와 집합적 실천 전략이 일부 포함되는 양상입니다.

반면 언론과 남초 커뮤니티는 박원순 사건, 재・보궐선거 이후 불거진 ‘젠더갈등’ 논쟁, 징병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여러 젠더 이슈를 공유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젠더갈등' 논의에 개입한 정당의 주요 인사의 이름과 정치권, 정치, 정책 등의 키워드를 공유하고요.

특히 남초 커뮤니티에서 젠더 이슈 논의는 정치 및 선거 논의와 거의 완전히 밀착되어 있었습니다. 여초 커뮤니티와도 차이를 보이고, 2020년 분석과도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지요. 스스로를 여성 및 기성세대와의 관계, 젠더 관련 법/정책과의 관계에서 약자이자 피해자로 규정하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남초 커뮤니티 내 젠더 논의의 전개는 청년 남성이 하나의 이해집단으로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하고 다양한 대상을 향해 그 영향력을 행사하여 실제 성과를 얻은 경험을 꾸준히 축적하였다는 점입니다. [청년 여성들의 정체성 정치 운동에 이은 청년 남성들의 정체성 정치 운동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종합하면, 2021년 초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한국 사회의 '젠더갈등'은 정치권이 여성과 남성 중 누구 편을 들 것인가 하는 문제로 확장되고, 정치권에 대한 잠재적 영향력을 확인한 청년 남성과 이에 호응하는 정당들의 상호작용으로 이어졌다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보이는 청년 남성의 정치적 결속력은 질적으로 심화된 양상을 보입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성 징병제 도입, 여가부 폐지와 같은 논의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단지 당위성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행 전략을 타진하고 집단적 실천을 조직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 몇 년간 온라인 페미니스트 실천에서 고안된 언어와 집합행동의 방식들을 동원하고 있고요. 독박육아를 독박병역으로, 여성 징병제 도입을 양성평등 징병으로 호명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대표적입니다. 청년 남성들이 몇 년 사이 진행되었던 온라인 페미니스트 운동을 자신들의 정체성 정치를 발전시키는 자원으로 활용했다고 봐야겠습니다.

4. 세부 이슈 분석 결과

세부 이슈는 젠더 폭력, 징병제, 여성가족부라는 세 주제를 중심으로 남초 커뮤니티와 여초 커뮤니티 내 상위 빈출 키워드와 네트워크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앞선 분석에서 나왔던 결과들을 세부적으로 뒷받침하는 자료들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45페이지부터 73페이지까지를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저자들은 소결에서 성평등 정책에 대한 반발의 논리에서 기존 젠더 담론의 영향력을 확인합니다.

첫째, 젠더 폭력의 탈맥락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회・구조적 배경을 삭제하고 젠더폭력을 성별과 무관하게 개인 간에 발생하는 사건으로 규정하는 양상입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젠더 폭력에 대한 주된 논의는 페미니즘이 성폭력 피해자 중 여성이 대다수임을 근거로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성범죄에는 개인이 있을 뿐 성별은 없다'라는 것이 주된 논리이지요. 피해자/가해자의 성비만 가지고 피해의 위험 또는 범죄의 가능성을 특정 성별의 문제로 치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합니다. 젠더폭력은 ‘젠더’가 아니라 '폭력'으로만 해석되어, 성범죄는 개인간에 발생하는 우발적 사건으로 간주됩니다.

그런데 여초 커뮤니티의 젠더 폭력 논의에서도 '젠더'는 개인 남성과 여성(피해자)의 관계로만 다루어집니다. 폭력의 맥락이 되는 가족, 직장, 학교 등에서의 위계성은 흐려집니다. 젠더를 피해자/가해자의 성별이나 그 양적 비중으로 환원하는 방식은 젠더폭력의 사회・구조적 차원에 대한 설명의 시작점이 될 수는 있지만 분석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남녀 피해자/가해자가 누가 더 많은가에만 주목하면 각기 다른 맥락에서 발생하는 젠더 폭력이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어떤 다른 접근이 필요한지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지요.

둘째, 징병제 논의에서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남성 징병제가 지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타당하고 현실적인 방안으로 '여성 징병제'가 제안된다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특히 여성징병제가 모병제로의 전환이나 남성의 군 경력에 대한 보상보다도 우선적인 대안으로 꼽혔다는 점에 주목할 만합니다. [저자들은 이 지점에서 병역인구 감소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말미에서 이 점을 언급하기는 합니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남성 징병제가 기존에 만들어온 젠더 효과를 전도하는 주장에 가깝습니다. '정상 신체'의 남성만들 징병하는 제도는 모든 여성이 남성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약하다는 전통적 젠더 규범, 소수자들의 '비정상화'를 전제로 하여 다시 이 전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징병제가 시민의 의무와 연결되면서 국민의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여성은 2등 시민으로 위치 지어졌었지요.

이러한 양상은 기존의 젠더 담론이 지닌 빈약함을 보여줍니다. 여성징병제의 현실적 필요성과 별개로 제도로 차별받는 것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징병이 차별인지 징병으로부터의 배제가 차별인지, 혹은 이 문제를 '차별'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등등의 질문이 적었다는 건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존 젠더 담론이 차별/동등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젠더화된 사회제도의 문제, 시민의 표준적・이상적 상 자체가 여성 배제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 온 문제를 드러내는 힘이 부족했다는 거지요.

셋째,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성가족부는 모든 젠더 관련 논의에 연관되던 핵심 키워드입니다. 이런 상황 하에서 7월초 국힘 대선주자들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언급량이 상승했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싼 논리, 방법, 전략 논의가 급상승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의 논리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정부 부처일 뿐만 아니라, '적폐 세력', 기득권 집단으로 규정됩니다. 정책적인 공과를 넘어 정치적 상징으로 논의되는 것이지요. 2020년 연구에서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성단체(및 출신 국회의원)-여성가족부-더불어민주당을 연결하여 권력 집단으로 규정하는 논리가 청년 남자가 약자라는 서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라고 분석 했었습니다. 청년 여성 '페미'는 힘이 약하지만,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페미 정책'을 펴는 이 세 집단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청년 남성이 약자의 위치에 선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여성가족부는 강자인 여성 vs 약자인 남성 구도에서 핵심을 맡고,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논의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정책 추진 체계 개선을 넘어서는 논의가 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나타난 이상의 모든 반발들이 '양성평등'의 논리로 정당화 된다는 것입니다. ‘젠더폭력 사건에서 남성도 여성과 동등하게 피해를 인정받아야 한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똑같이 징병해야 한다’, ‘진정한 양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 등의 주장이 대표적이지요. 즉 '양성평등'이라는 구호가 젠더 불평등을 직시하고 사회적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남녀 가리지 않고 공유하는 공정과 평등이라는 프레임이 젠더 이슈와 만났을 때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보여준다 할 수도 있겠습니다.]

5. 해외에서 나타난 성평등 정책 반발

해외 사례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헝가리, 폴란드를 분석한 Juhâz & Pap(2018)의 연구와 Roggeband & Krizsán(2020)의 연구를 정리합니다.

EU 국가들에서는 성적 차이의 사회・문화적 구성을 강조하는 주장을 ‘젠더 이데올로기(gender ideology)’라고 비판하는 캠페인이 지속되면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성별 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는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접근 방식을 남녀 간의 차이를 기반으로 가족 내 성 역할 구분을 지지하고 전통적인 가족 가치의 수호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가족 주류화(Family Mainstreaming)’ 접근 방식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시도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래에서는 간단하게만 요약합니다.

오스트리아

- 성평등, 가족정책, 젠더 연구, 젠더 정책 및 젠더 교육의 발전에 대한 거부를 포함하여 ‘젠더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캠페인이 지난 몇 년 동안 강화
- 우익 극단주의자 및 포퓰리스트, 우익(카톨릭) 보수 집단, ‘남성권(men’s right)’ 또는 ‘부권(father’s rights)’ 집단을 포함한 카톨릭 조직, ‘의식적인 부모(conscious parents)’ 집단 등이 성평등 정책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주도

이탈리아

- 지난 10년 동안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 향상을 위한 중요한 조치들을 도입하였지만, 효과적인 제도적 메커니즘이 다소 부족하여 관련된 정책은 매우 신중하게 추진되었고, 관련 분야에서의 입법적 진전은 대부분 여성운동과 EU, 국제적 조약의 압력으로 발생
- 유럽 펀딩(European Funding)을 기반으로 성주류화 프로그램과 성평등 사업을 집행하고 지원하였으나 성평등 이슈와 관련된 법률 및 정책에 대한 충분한 모니터링, 효과성 평가 등의 구조적 체계가 부재
- 일부 보수 집단과 카톨릭 조직을 중심으로 여성 인권을 약화시키는 시도가 포착

헝가리

- 2010년에 포퓰리즘 우파 정부가 집권하면서, 경제위기를 성평등 정책의 해체를 포함한 주요 개혁을 수행하는 명분으로 삼아 정책 변화를 진행.
- 젠더 감수성 교육 조항이 삭제되었고, 여성 인권 단체에 대한 적대적인 입장이 강화되었고, 반 성평등 단체들이 정부 보호와 지원 아래 창설

폴란드

- ‘젠더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캠페인이 성평등 문제와 의제를 공격. 보수세력이 동원되고, 의회에서 2014년 ‘젠더 이데올로기 중단’이라는 의회 그룹이 구성
- 2015년 선출된 정부는 사회와 가톨릭 가족 가치에 대한 주요 위협으로 ‘젠더 이데올로기’를 제시하여 강력한 반 성평등을 핵심 요소로 하는 광범위한 제도적 변화가 진행
- 정부가 우선순위로 제시한 ‘출산 촉진 전통적 가족정책’ 방향에 따라 성평등 문제의 접근 방식이 결정

소결

민주적 거버넌스, 강력한 여성 운동과 시민조직의 역사가 길고 연속적인 국가일수록 ‘젠더 이데올로기’ 논쟁에서의 힘의 균형을 맞춰 나가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에서는 인구정책의 형태로 ‘반젠더 이데올로기’가 국가 정책 수준으로 격상되고, 여성의 성・재생산 권리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보수 우익 극단주의의 성평등에 대한 반발이 실제 정책으로 채택되어 여성의 권리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양상과는 다른 점이 발견됩니다. 우선 성평등 정책에 반발하는 주체가 다릅니다. 유럽에서는 가톨릭, 우익 극단주의, 보수정당이 주를 이루고, 한국에서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느슨하게 조직된 청년층, 보수정당이 주축입니다.

무엇보다도 주장하는 젠더 담론이 다릅니다. 유럽 국가에서는 남녀 간의 본질주의적 차이를 강조하는 주장으로 남녀의 사회・구성적 차이와 동등성 주장을 공격하는 양상이 두드러집니다. 한국에서는 남녀의 동등성이 강조되며 때에 따라서는 성별의 구분 및 성적 차이 자체를 지우려는 시도가 나타납니다. 때문에 유럽에서는 남녀의 생물학적 성차를 재확립하기 위한 정책이 시도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여성을 특정하거나 우대하는 정책이 공격이 대상이 됩니다. 동등성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요.

이런 결과는 국가마다 성평등의 의미가 다르게 구성되고, 그것이 성평등에 대한 반발과 대상에도 차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성평등에 대한 담론이든, 성평등에 반발하는 담론이든 진공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구성하는 사회문화적 배경 하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6. 결론 및 정책과제 제언

아래에서는 문장을 다듬고 정리하는 것이 원래 주장의 함의를 저해할 듯하여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습니다 (pp.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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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우리사회에서 ‘젠더갈등’은 청년 남녀 간의 인식 격차의 문제를 넘어서서 정치권이 남녀 중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었으며, 청년 남성과 보수정당이 주도한 페미니즘과 성평등 정책에 대한 반발은 실제 성평등 정책의 변화를 초래할 정도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반발의 논리가 기존 성평등 정책의 용어와 논리를 차용함으로써 정당성을 구축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성평등 정책을 통해 만들어진 ‘양성평등’의 의미, 여성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젠더 정치의 전략과 실천 양식들이 청년 남성의 약자성 및 권리 주장을 옹호하고 ‘젠더갈등’ 구도를 심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현상을 단지 성평등 정책의 논리가 부적절하게 활용되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기존 성평등 정책이 만들어낸 의도치 않은 ‘효과’로 보고 현재 우리사회에 필요한 젠더 관계 변화의 방향을 보다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도록 성평등 정책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성차별/성평등이 남녀의 이해관계 대립을 전제로, 누가 더 이익 또는 피해를 보는지 저울질하여 몫을 재조정하는 문제로 환원되고 있는 현재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성평등의 의미 자체를 재정립하고 기존 성평등 정책의 전략과 의제들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음의 정책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1. 성평등/성평등 정책의 의미 재정립
- 성별 불평등 구조의 전환을 추구하는 성평등 정책의 현실화

우리사회에서 ‘양성평등’이 ‘남성과 여성에 고루 혜택을 주는 것’으로 의미화 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책만큼 남성을 위한 정책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되어 온 것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유정미(2019)가 분석한 바와 같이, 가까이는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시행 이후 이러한 논리는 여성 특정적 정책을 여성에게 특혜를 주는 정책이라고 공격하는 데 활용됐으며, 나아가 차별 시정이라는 정책의 목적 자체를 ‘특별한 혜택’으로 의미화함으로써 성평등 정책의 정당성을 교란해 왔다.

이처럼 정책으로부터 이득을 보는 수혜자를 상정하고 남녀에게 동일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양성평등’의 논리가 성 주류화 제도의 도입 과정에서 강화되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마경희, 2007; 유정미, 2009; 유정미 2019). 성별영향평가, 성인지 예산 등 성 주류화의 도구들이 빠르게 제도화되고 행정 단위에 확산되는 사이, ‘양성평등’은 불평등 구조의 변화보다는 남녀의 다른 경험과 상황을 고려하여 남녀에게 고르게 혜택을 주는 것으로 풀이되고 이해되어 온 것이다.

성별 불평등에 대한 설명을 총계적 수량 지표로 대체하는 경향 또한 ‘양성평등’ 논의에서 구조적・제도적 불평등의 가시화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성별 임금격차, 고위직 여성 비율, 여성 폭력 피해자 비율 등 남녀 두 집단 사이의 격차를 나타내는 수치로 성별 불평등을 표현하는 방식은 격차를 초래하는 원인과 맥락을 지운 채 단지 특정 성별의 많고 적음을 근거로 성차별을 주장하는 논리에 대응하는 데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평등의 의미를 어떻게 재정립할 수 있을까. 이는 같음/차이의 강조를 넘어 ‘젠더화된 세계’ 그 자체를 문제화하는 전환(transformation) 혹은 대체(displacement)로서의 성평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환기한다(Verloo and Lombardo, 2007). 즉 ‘여성’에서 ‘젠더 관계’로 정책의 초점을 이동시키고자 했던 GAD(Gender and Development) 접근을 어떻게 현실 정책에 구현하고, 성별 불평등 구조에 대한 비판적 개입과 ‘전환’을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 먼저 성평등 정책의 대상과 초점을 남녀 집단이 아니라 남녀의 역할・책임・의무를 다르게 구성하는 사회 구조・제도로, 남성중심적으로 위계화 된 사회 운영의 원리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성평등 노동정책의 대상과 초점은 ‘고용상 차별을 받는 여성/장시간 노동을 요구받는 남성’에서 ‘이상적 노동자 가정’에 기초한 기업의 제도・관행으로, ‘여성적 노동’을 저평가 하는 임금체계로, 여성의 고위직 진입을 어렵게 하는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의 성별 불평등 수준을 해당 영역의 남녀 격차가 아니라, 이러한 제도・관행의 유지・변화 정도로 측정하는 방식도 개발될 필요가 있다.

젠더폭력 정책에 대해서도 다른 접근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재 청년 남녀 사이에서 젠더폭력에 관한 논의는 ‘남성의 폭력성 대 여성의 피해자성’ 주장과 그에 대한 논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가해자/피해자 집단에 성별을 부착하려는 시도와 성별을 떼어내려는 시도가 평행성을 달리는 사이, 젠더폭력이 어떤 종류의 사회 문제인지, 어떤 구조적・제도적 맥락 속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고찰은 생략되고 있다. 젠더폭력 근절 정책이 행위자 엄벌, 피해자 보호, 교육・홍보를 통한 잠재적 행위자의 문제행동 예방에 주로 초점을 두고 있는 현실 또한 젠더폭력을 개인 간의 문제로 보는 제한된 인식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평등 정책이 젠더폭력의 구조적 차원을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는 가족, 직장, 학교 등 다양한 사회제도 속에서 남녀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는지, 여성이 각각의 제도 안에서 어떻게 동등한 구성원이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 환원되는지 분석하고 개인뿐 아니라 제도와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2. 성평등 정책의 남성 통합 방식 변화
- 남성 징병제 개선을 성평등 정책의 의제로 포함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양성평등’ 정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확대 되면서 일부 성평등 정책은 남성을 대상으로 포함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왔다. 예를 들어 그동안 주로 여성으로 상정하였던 일・가족 양립 지원 정책의 대상을 남성으로 확대한 사례, 주로 여성인 한부모 또는 미혼모를 지원하였던 가족정책의 대상을 한부모 남성 또는 미혼부로 확대한 사례 등이 있다. 물론 일・가족 양립 정책의 이 같은 변화는 이상적 노동자 상을 변화시키는 전환적 정책으로 유의미하지만, 그 외 다른 영역에서 성평등 정책에 남성을 포함하는 방식이 여성 특정적 정책의 범위를 남성까지 단순 확대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남녀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양성평등’의 논리 구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성평등 정책에의 남성 통합 방안을 연구한 코넬(Connell, 2003)은 이와 같은 접근을 ‘평행 정책(parallel policies)’이라고 규정하며, 남성과 여성을 특정 서비스의 분화된 대상으로 간주하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망각하게 함으로써 본래 정책이 가진 성평등의 논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다. 즉, 이러한 접근은 성별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남녀 간의 제로섬 게임으로 왜곡함으로써 남녀 간의 대립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마경희 외, 2016: 40). 따라서 코넬은 남녀 집단 자체가 아니라 집단 간의 관계에 주목하는 정책, 불평등한 젠더 관계를 변화시키는 ‘젠더 개혁(gender reform)’이 궁극적으로 성평등 정책에 남성을 통합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Connell, 2003). 남녀의 삶의 영역, 행동 방식을 위계적으로 구분하고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젠더 관계를 변화시키는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남녀 모두가 기회와 권리, 책임을 동등하게 가지도록 하고, 성별이 삶의 기회와 선택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성평등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마경희 외, 2016: 40).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국사회의 위계적 젠더 관계를 재생산해 온 핵심적인 제도이자 여성의 불안정한 시민적 지위를 초래해 온 병역제도의 개혁이 ‘성평등 의제’로 다루어진 적이 없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성평등 정책이 가진 한 축의 공백을 보여준다. 남성만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징병제는 모든 여성이 모든 남성보다 육체적・정신적으로 허약하고 남성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할 약자의 위치에 두는 근대적 젠더 관계 모델에 기초한 것이다(배은경, 2015: 26). 그러나 이러한 젠더 관계에 균열이 발생함에 따라 남성 징병제의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여성이 노동자로서 남성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되고 남성 생계부양자에게 보장되어 온 평생고용이라는 지위가 불안정해짐에 따라, 병역제도가 남성에게 보장해 온 물질적・상징적 보상 기제 또한 약화되어 온 것이다. 병역의무의 수행이 더 이상 지배적 남성성의 ‘성취’가 아니라 남성만 겪는 ‘고통’으로 규정되는 상황은 그러한 사회 변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병역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부재했던 사이, 청년 남성들은 자신의 젠더화된 경험을 드러내고 집단적인 요구를 조직하는 데 있어 페미니스트 운동에서 활용된 피해자 담론을 차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위계적 젠더 관계를 재생산해 온 핵심적인 사회제도인 남성 징병제가 남성의 피해자 지위를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은 역설적이다. 게다가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고통을 동등하게 배분하는 여성 징병제 시행이 곧 ‘양성평등 징병’이라는 남초 커뮤니티의 주장은 징병제 자체의 전환을 위한 생산적 토론을 추동하기보다 ‘젠더갈등’ 구도를 강화하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구도에서 벗어나 병역제도에 불만을 제기하는 청년 남성의 요구를 지배적 남성성에 대한 도전과 변화에 대한 요구로 전환하는 기획, 단지 청년 남성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책으로서가 아니라 낡은 젠더 관계를 변화시키는 정책으로서 재정립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평등 관점에서 병역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변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성평등 정책의 주요 의제로 제시되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병역제도 개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 인구, 국가재정 등 많은 요인에 대한 고려가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여서, 성별 불평등 해소를 병역제도에서 개선해야 할 주요 문제로 설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인구 감소, 기술 발달에 따른 전장환경 변화 등은 병역제도 개선이 불가피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시민사회에서도 징・모병제 혼합 등 다양한 대안이 제안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쟁점들을 깊이 토론하고 사회적 합의 하에 제도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조직하는 과정에서부터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기 위한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3. 성평등 정책 추진기구의 역할・기능 조정
- 성평등한 구조 변화를 위한 기능・과업 중심의 추진기구 개선

성평등의 의미, 성평등 정책의 대상과 추진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성평등 정책 추진기구를 그러한 정책을 현실화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평등 정책이 여성과 남성에게 고루 혜택을 주는 정책이라는 의미 규정에서 벗어나려면, 추진기구 또한 특정 성별을 대상으로 상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능과 과업을 중심으로 명칭을 개선하고 사업의 영역과 추진 방식을 새롭게 확립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현재 우리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 성별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를 중심으로 핵심 사업을 배치하는 방식의 조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위기를 거치며 그 중요성을 확인한 바 있는 돌봄사회로의 전환 - 남녀 모두의 일・생활 균형이 가능하고 돌봄에 대한 공적 책임이 한층 강화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과업, 성평등한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과업 등이 성평등 정책 추진기구의 사회적 필요이자 목적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젠더 관계 변화의 구체적인 쟁점이 무엇인지, 성별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자 하는지를 부처의 명칭, 정책, 사업 방식을 통해 드러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병역제도 개선과 같이 중대하고 또한 갈등적인 젠더 이슈에 대해 관계부처와 시민사회, 다양한 당사자 집단이 참여하여 중장기 변화의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특별 기구 등 성평등 정책의 전략 의제를 다루는 기구의 효과적인 활용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4. 주요 성평등 정책 수단의 재정립
- 적극적 조치 평가 및 정당성 재구축 방안 마련

여성 위주 정책으로 인해 남성이 차별을 받고 있으며, 양성평등을 위해서는 이러한 정책을 없애야 한다는 반발의 논리에 주로 인용하는 정책이 바로 할당제 등 적극적 조치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적극적 조치는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성의 실현을 방해하는 요소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적극적 조치가 왜 필요한지, 어떤 효과를 통해 성평등에 기여할 수 있는지 등 적극적 조치의 필요성 및 효과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재도출이 이루어져야 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적극적 조치는 고정된 이념이나 원칙을 갖는 정책이라기보다, 각 국가의 정치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정당성의 근거를 달리 구성해 온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며, 따라서 정치적 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그 타협의 논리로 인해 도전받게 되는 딜레마를 갖고 있다(허라금, 2010: 107). 예를 들어 2002년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가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변경된 과정은 군가산점제 폐지 논란이 가열되면서 확대된 남성들의 반발을 의식한 사례로 평가되는데(김경희・신현옥, 2004; 유정미, 2012), 이는 이후 ‘양성평등’을 불평등한 젠더 관계의 개선이 아니라 “남녀 간의 기계적 균형”으로 의미화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유정미, 2019: 8).

적극적 조치가 성별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구조・제도의 전환에 기여하는 성평등 정책의 수단으로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했는지에 대한 평가 또한 필요하다. 적극적 조치가 차별로 인해 배제된 집단의 부족함을 보완해 주는 시혜적 정책으로 기능함으로써, 특권이 형성되는 구조에 개입하기보다 그것을 유지・지속시키는 장치로 기능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적극적 조치를 단지 남녀의 양적 비중을 조절하는 분배하는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제도에 가정된 젠더 편견이나 의사결정자의 몰이해가 미치는 영향력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Young, 1990; 엄혜진, 2021: 67에서 재인용).

그렇게 보면 정치, 경제, 학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적극적 조치가 여성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특유의 구조적・제도적 문제들을 드러내고 시정하는 데 있어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평가와 개선이 필요하다. 즉, 그동안 추진된 조치가 국회의원, 기업임원, 교수 등 우리사회 고위직의 자격을 규정하는데 내재한 젠더 가정(gender assumption)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나아가 해당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되묻고 그것을 성숙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지 등을 돌아보는 작업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러 적극적 조치들을 일람하면서 성과와 한계를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평가와 함께 각 영역의 의사결정 구조가 갖는 고유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하는 후속 연구가 수행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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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1) 여성을 넘어 '젠더 관계'에 초점을 맞춰야 함. 성별 불평등을 남/녀별 수량 지표로 접근하는 방식 문제 있음. 개인과 남성/여성을 타겟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제도, 문화, 관행을 겨냥해야 함. ‘남성의 폭력성 대 여성의 피해자성’ 대립 구도에 매몰되는 것 비생산적. 행위자 엄벌, 피해자 보호, 교육・홍보를 통한 잠재적 행위자의 문제행동 예방에만 초점을 맞춘 젠더폭력 근절 정책은 근시안적. 개인적 문제를 간과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걸 넘어 관계와 제도가 구성되는 방식까지 나아가야 함

2) 성평등 정책에 적극적으로 남성을 통합해야 함. 여성들에게 필요한 혜택을 기계적 균형을 위해 남성들과 공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남성들만이 겪고 있고 젠더 관계 속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함. 남성징병제를 성평등 의제로 제도권에서 다루지 않았던 것은 그간 한국 성평등 정책의 공백이었음. 남성 의무 징병제는 남성의 우월성/여성의 열등성을 가정하는 제도였던 것은 맞음. 하지만 이미 젠더 관계에는 균열이 발생했고 병역제도가 남성에게 제공하던 보상은 약해졌음. 청년 남성들이 병역제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성평등 정책에서 적극적으로 다루고 젠더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접근을 모색해야 함. 물론 병역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성별 불평등 해소를 넘어선 문제라는 건 인식하고, 그 안에서 성평등 정책을 조화시켜야 함

3) 성평등 정책 추진 기구는 특정 성별을 대상으로 상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함. 젠더 관계 변화의 구체적인 쟁점, 성별 불평등 구조의 개선 방향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함. 중대하고 갈등적인 젠더 이슈를 다루어나가는 기구를 활용하여 사회적 합의 도출.

4) 기존 적극적 조치 효과성 평가 필요. 적극적 조치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일 뿐이기에 필요성과 효과성을 평가하고 사회를 설득해야 함. 적극적 조치가 시혜적 정책으로만 기능하고, 특권구조를 유지・지속시키는 장치로 기능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 있음. 즉, 적극적 조치가 남녀의 양적 비중을 조절하고 분배하는 수단을 넘어, 제도에 가정된 젠더 편견이나 의사결정자의 몰이해가 미치는 영향력을 완화하는데 효과를 발휘했는지 평가해야 함

일 것 같습니다.

저는 보고서를 읽으면서 놀랐습니다. 개개인의 평소 생각과는 별개로 표출 형태가 극단화 되는 남초/여초 커뮤니티를 분석한 후, 여성가족부와 징병제에 대한 반감을 백래시로만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의 상황 변화를 젠더 정책이나 담론에서 수용하지 못하여 생겨난 결과로 봤다는 점이요. 징병제 논의는 인구구조 감소라는 다른 문제와 얽혀있으니 성평등 정책이라는 관점에서만 다루기는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평등 정책이 남성 통합 방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결론은 징병제가 아니라 다른 의제들에도 적용 가능할 것입니다.

여초나 남초 커뮤니티 모두 개인으로 문제를 환원한다는 건 재미 있었습니다. 남초에서는 젠더 폭력 문제에서 젠더를 지워버리고 개인만 남겨두려고 하고, 여초에서는 반대로 개인으로서의 남자/여자라는 성별 이분만 남긴 채 교차하는 다양한 속성을 지워버리는 담론 형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요. 그리고 이 또한 기존 성평등 정책과 담론이 동원하던 논리가 다르게 발현될 뿐이라고 인정한 것은, 문제는 여성도 남성도 아니고 젠더 관계라는 핵심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고요.

물론 이러한 관점 전환이 젠더 관계 구조가 전반적으로 남성 중심이라는 문제의식까지 침해하지는 않습니다. 혹자는 그 문제의식에 불만을 품으실 수도 있겠지만, 세부적인 상황에서의 역전과는 별개로 역사적/사회적으로 누적되어 형성된 구조가 남성 중심이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봅니다. 그 반대급부로 남성들이 들고 가야 했던 짐들을 포함해서요.

아쉬운 것은 반대로 여초 커뮤니티에서 제기되는 의제인 '친밀한 관계 속 젠더 관계'에 대한 분석은 희미하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분석에서 나왔던 여초 커뮤니티의 의제가 정부 정책을 직접적으로 겨냥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파이어 되어 잠겼던 글에서 당근매니아님이 댓글로 암시해주셨듯이 (https://redtea.kr/news/30505#231139) 일상적 상호작용에서 일어나는 젠더 관계의 역동이 집단으로서의 남-녀 관계를 개개인이 해석하고 인지하는 틀이 된다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에요. 성평등 정책이 전환을 모색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몇 년 동안 학습한 남자 vs 여자라는 도식 하에서 그걸 해석할 거고요. 본 보고서에서 남초 커뮤니티에서 일상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깊게 다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후속 연구에서는 남초/여초 커뮤니티에서 일상 속 젠더 관계를 해석하는 모습을 깊게 파고들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연구시기 때문에 대선 전후로 부각되었던 여성들의 정치적 집단행동, 소위 '개딸들'로 대변되는 정치참여 양상은 이 보고서에서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남성들의 정체성 정치 양상이 여성들의 정체성 정치 양상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만큼, 여성들의 정체성 정치 양상도 남성들의 정체성 정치 양상을 자원으로 활용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내부 의제들을 잡아내는 것도 성평등 정책의 미래를 구성하는 데 의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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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어그로 많이 끌었으니 한동안 조용히 지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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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 좋은 연구 소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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