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1/04 00:54:53
Name   化神
Subject   군대썰 : 선임 휴가증 세절한 후임
저는 춘천에 있는 군수지원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A : 저의 3개월 후임이자 앞으로 등장할 B 의 1개월 맞선임..
B : 문제의 그 친구.


B의 기이한 행적은 이루다 말할 수 없으나 그중에서도 화룡점정을 찍은 사건이 바로 휴가증 세절 사건입니다.

B는 전입 첫 날 밤, 소등하자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하며 모든 분대원들을 충격에 빠뜨리면서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분대원 모두가 이 친구의 비범함을 깨닫고 바른길로 인도하려 인도적인 방법을 모두 동원하였으나, 이내 모두 인내심을 잃게 되고, 특히 맞선임인 A는

통제할 수 없는 B와 맞선임 맞후임의 가장 일반적인 관계로 치닫고 맙니다. 네, 서로 죽일놈 하는 관계죠.


시간은 흘러흘러

제가 전역하기 대략 3개월 전. 9시 40분 쯤 저녁점호가 끝나고 저는 언제나처럼 걸그룹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갑자기

"야 이 XXXX야 !!!"

응? 뭐지?

A는 군생활 하면서 최소한 저한테는 화내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 대다수의 중대원들도 마찬가지였겠죠. 뭐랄까, 그 당시엔 긍정의 아이콘이었죠.

그랬던 A 인데, 그 순간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분노를 터트리고 있었고, B는 그 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사건의 진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A는 다음날 나갈 휴가로 기분이 들떠있었습니다. 그러나 왠지 모를 불길함 또한 느끼고 있었죠. 지난번 휴가가는 날 아침, 분명히 행정반에 있어야 할 휴가증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상황.

이번에 A는 함정 수사를 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저희 중대는 다음날 휴가자들의 휴가증을 행정반의 행정보급관 책상위에 보관을 합니다. 그리고 행정반은 개방되어 있구요. 청소시간에 A는 자신의 휴가증을 확인한 뒤, 원래 있던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놓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 B가 행정반으로 들어오죠.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목격하고 있는 행정반 신병 C가 있습니다.

청소가 끝나면, 뉴스를 시청하고, 9시 30분엔 저녁점호를 시작하죠. 그리고 9시 40분쯤 점호가 끝나자 A는 부리나케 자신의 휴가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없습니다. 그러나 A는 당황하지 않고

세절기를 살펴봅니다.

세절기를 통과한 휴가증이 세절한 종이를 모아놓은 박스안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B는 세절만 하고 이를 휘젓지 않으면서 완전범죄에 실패하고 만 것입니다. 그보다더 무서운 것은 A가 이런것 까지 계산했다는 점일까요..

A는 자신의 휴가증이 가지런히 세절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B에게 득달같이 달려가서 그야말로 사자후를 터트린 것이죠.

B는 절대 자신이 안했다고 버티는 상황, 이때 중대 왕고 D가 개입합니다.


다른 후임들이 A를 말리는 동안 D가 B를 설득합니다.

너 이거 공문서 훼손인거 알지? 일 커지면 너도 영창가는거야. 나한테 말해 진짜로 너가 했어 안했어? 너가 지금 했다고 하면 내 선에서 커버해줄게

... 제가 했습니다 ...


D는 이 대답을 듣고 A를 데리고 가서 담배를 피우며 설득합니다.

너 이거 일 커지면 너도 후임병 가혹행위 기타등등 여러가지로 골치아픈거 알지? 한 번 사고 쳤으니까 쟤도 더 이상은 못해. 이번만 참자.


그리고 그 당시에 행정반에 있던 C가 증언했죠.

행정반에 들어온 사람은 B 이후로 없습니다.

그리고 행정반 인사계원은 대대본부 인사계원한테 가서 인사과장 출근전에 휴가증을 새로 만들어 달라는 아쉬운 소리를 했고, 그 과정에서 B의 휴가증 세절 사건은 대대 전체로 알려지게 됩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토비 15/06/19 35548 1
    15997 일상/생각소유의 종말: 구독 경제와 경험의 휘발성 2 사슴도치 26/02/02 449 9
    15996 오프모임참가하면 남친여친이 생겨 버리는 2월 7일 토요일 14시 사당 또는 이수 커피 모임 63 트린 26/02/02 1046 4
    15995 일상/생각팀장으로 보낸 첫달에 대한 소고 6 kaestro 26/02/01 567 6
    15994 일상/생각와이프란 무엇일까? 2 큐리스 26/01/31 581 9
    15993 영화영화 비평이란 무엇인가 - 랑시에르, 들뢰즈, 아도르노 3 줄리 26/01/31 375 4
    15992 IT/컴퓨터[리뷰] 코드를 읽지 않는 개발 시대의 서막: Moltbot(Clawdbot) 사용기 24 nm막장 26/01/31 725 1
    15991 일상/생각결혼준비부터 신혼여행까지 (3/청첩장 및 본식 전, 신혼여행) 5 danielbard 26/01/30 380 4
    15990 정치중국몽, 셰셰, 코스피, 그리고 슈카 15 meson 26/01/29 1128 7
    15989 IT/컴퓨터램 헤는 밤. 28 joel 26/01/29 830 27
    15988 문화/예술[사진]의 생명력, ‘안정’을 넘어 ‘긴장’으로 8 사슴도치 26/01/28 426 20
    15987 IT/컴퓨터문법 클리닉 만들었습니다. 7 큐리스 26/01/27 570 16
    15986 게임엔드필드 간단 감상 2 당근매니아 26/01/26 555 0
    15983 스포츠2026년 월드컵 우승국//대한민국 예상 순위(라운드) 맞추기 관련 글 6 Mandarin 26/01/26 358 0
    15982 오프모임2월 14일 신년회+설맞이 낮술모임 (마감 + 추가모집 있나?없나?) 18 Groot 26/01/26 720 3
    15981 정치이재명에게 실망(?)했습니다. 8 닭장군 26/01/25 1018 0
    15980 IT/컴퓨터타롯 감성의 스피킹 연습사이트를 만들었어요 ㅎㅎ 4 큐리스 26/01/25 430 0
    15979 정치민주당-조국당 합당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14 Picard 26/01/23 889 0
    15978 오프모임1/23 (금) 용산 또는 서울역 저녁 모임 8 kaestro 26/01/23 694 1
    15977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5년 162.5M 양키스행 김치찌개 26/01/22 327 0
    15976 정치한덕수 4천자 양형 사유 AI 시각화 11 명동의밤 26/01/21 1186 11
    15974 오프모임2월 7일 토요일 14시 사당 또는 이수 커피 모임 하실 분? 21 트린 26/01/20 898 5
    15973 도서/문학용사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테니까 7 kaestro 26/01/19 1037 9
    15971 꿀팁/강좌나노바나나 프롬프트 - 걸리버 소인국 스타일 음식 이미지 3 토비 26/01/17 736 1
    15970 의료/건강혈당 스파이크란 무엇일까? 12 레이미드 26/01/17 1021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