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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5/11/20 16:32:15 |
| Name | moqq |
| Subject | 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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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서 티탐에 쓰게 됨.. 앞에 주식시장이란 단어가 빠졌는데 주식시장에선 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 전설적인 시스템 트레이더인 에드 세이코타가 남긴 말인데 얼마 전에 다른 상황에서 문득 떠올라서 끄적여본다. 아내는 친구가 절대적으로 많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얘기를 잘 들어줘서 그런지 어쩐지 연락이 참 많이 온다. 덕분에 나도 이런 저런 재밌는 얘길 듣긴 하지만 같이 있는 휴일에 한 시간씩 전화를 붙잡고 있으면 썩 좋지많은 않다. 아내 성향은 분명 T인데 사회적 지능이 높아서 말을 잘 가리는 편이고 상담도 많이 해주는 것 같다. 엊그제 전화가 온 사람은 후배A다.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유학보내나 어쩌나 그랬던 사람인데 언뜻 들으니 보딩스쿨 얘기도 나오는 것 같지만, 전화가 끝나고 나서도 나한테는 별다른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우린 유학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데 그 얘길 왜 아내한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여튼 내가 들어서 좋은 얘긴 아닌가보다. 이렇게 말을 적당히 가리니까 연락이 많이 오는건가. 근데 애가 공부를 못한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반에서 꼴찌라거나 사고를 치고 다니진 않는다. 그냥 노는 걸 좋아할 뿐. 그리고 보면 남편이나 시댁에 대해서도 뭔가 말이 많다. 그렇다고 A가 막 특별한 건 아니다. 왜 여자들 모이면 다들 남편, 시댁까는 건 흔한 일이니까. 나는 아내 친구들 사이에선 괜찮은 남편으로 평가받는 편이지만 (놀러오면 먹을 거 떨어지지 않게 시중 들어줌.) 만약 내가 A의 남편이라면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기저기 불평하고 다녔을 것 같다. 아마 나 자신도 눈에 차지 않았을 것이고, 울 부모님도 괜찮은 사람들이지만 시댁이란 걸 초월한 사람들은 아니니까 시댁 욕도 꽤 했겠지. 여튼 나는 어디서나 별로 다를 것 없는 사람이지만 아내 덕에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셈이다. 엄마들 모이면 또 빠지지 않는 주제가 애들 교육이다. 어릴 때야 그냥 뭐가 좋네 어쩌네 하면서 시키지만 애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나이가 되니 뚜껑이 반쯤 열린 셈이라 엄마들도 할 말이 많다. 애들이 성적이 안나오네. 공부를 안하네 어쩌네. 좀 심한 집은 아이와 엄마가 싸우기도 한다. 부모의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커서 그런 거겠지. 울 집 아이는 우리가 압박을 별로 안해서 그런지 관계는 좋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가 의대를 목표로 세웠다면 그에 비해선 부족한 아이이고, 꽤나 싸웠을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개잡주로 빨리 큰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시장은 도파민과 하이리스크를 준다. 결국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은 셈이다. 의대생을 원하는 부모에게는 아이와의 불화리스크를 준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자기 자식이 의대에 가서 본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거나 자식이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니 어떻게 되든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그들이 원했던 건 행위의 앞면(성공)이지, 뒷면(실패)는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그 동전을 던지는 것 자체가 뒷면을 떼놓고 생각할 순 없지만. 어찌됐든 그들이 동전의 뒷면을 받았다고 했을 때 그걸 비난하기만 하는 건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왜 선택과 행위에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을까? 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동영상 교육처럼 모든 사람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의 뒷면에 뭐가 있는지 알려주는 그런 강좌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찌됐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으니 모두가 각자 대가리 박으면서 살고 있을 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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