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1/04 22:06:24
Name   *alchemist*
Subject   [10주차] 나미
[조각글 10주차 주제]
머무를까 떠날까 고민하는 상황을 글에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합평 받고 싶은 부분
화자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어색하거나 이상한 표현에 대해 지적 해주세요 :)

하고 싶은 말
한국에서 회사 다니면서는 얼마만큼 쓸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


본문


“나미야”

그가 나를 부르고 있다. 지겹다. 대체 왜 내가 한 것들마다 그는 불만이란 말인가. 나는 그저 추운 겨울에 따뜻한 곳이 좋아 거기에 있었던 것뿐이다. 내가 뭔가를 넘어뜨리긴 했지만 그건 절대 잠결에 실수한 것 뿐이다. 나는 따스함에 반쯤 졸고 있었고 무심결에 발을 쭉 뻗었을 뿐인데 뭔가 발에 닿는 느낌과 함께 와장창 소리가 났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 버렸다. 그는 얼른 다가와 내가 밀어뜨린 것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는 나를 원망과 화남,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각각 33%씩 섞인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았다. (나머지 1%는 어떤 감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그 표정을 보고 있기 싫었다. 그가 그 표정을 짓고 나를 보고 나서는 이내 한숨과 함께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넘어뜨린 것은 일으켜 세웠지만 거기서 새어 나온 뭔가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큰 소리를 내는 기다란 것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치우기 시작했고, 내가 좋아하는 천 쪼가리로 바닥을 닦아냈다. 물론 그동안 나를 한번씩 쳐다보며,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그런 그의 계속된 행동에 그만 화가 나 버렸다. 나는 그만 이제는 그를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생각을 해야 할 때마다 찾는 집안의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틀어박혀 나는 곰곰이 생각 해 보았다. 어느덧 그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사실 그에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그는 너무 깐깐했다. 내가 하면 안되는 행동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내가 옷장 위나 아래를를 들여다 볼때면 기겁을 했다. 그리고 내가 가끔 저렇게 실수하는 것들을 목격 혹은 치우면서 보여주는 저 표정. 물론 가끔은 내가 너무한 때도 없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그 표정을 보면 짜증 날 때가 있다. 그런 표정을 지을 때의 그는 나를 전혀 사랑해주지 않는 것 같단 말이지. 그리고 그는… 음… 사실 그는 딱히 뭐라 말할 단점이 없다. 가끔 보여주는 저 표정 정도?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는 참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일단 그는 참 따뜻하다. 사람인 주제에 꽤 체온이 따뜻해서 그의 무릎 위에 올라가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따뜻함에 잠들게 되는 때가 많다. 특히 추운 날씨에는 그의 무릎은 정말 최고다. 그러고 있는 내가 싫지만은 않은 지 그는 내 사진을 찍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한다. 두 번째로 그는 나에게 좋은 먹을 것을 준다. 그는 내가 먹는 것에 항상 큰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고기와 채소, 딱딱한 먹거리를 적절히 나눠 줘서 내가 음식에 물리지 않게 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앉아서 그와 눈을 그윽하게 마주치고 있으면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그의 손길은 따스해서 그의 손에 나를 맡기고 있으면 아무래도 기분이 그만 좋았다. 참, 그리고 내가 목욕을 싫어하긴 하지만 가끔 씻겨주기도 하고 빗을 빗어주기도 하고… 음. 그는 참 좋은 사람이다.

이렇게 가만가만 생각을 해보니,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일부 그의 행동에 화가 나기는 했지만 떠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는 아무래도 나를 심하게 사랑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떠나가면 그 사실에 그는 많이 슬퍼하겠지. 그리고 나도 그런 그가 싫지만은 않다. 아니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매일 같이 있으면 계속 좋을 수만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좋은 게 나쁜 걸 훨씬 뛰어넘으니까… 에이, 그냥 어디 가지 말고 있어야겠다. 가끔 그가 창문을 열면 밖은 매우 추운 것 같던데 추운데 나가봐야 나만 손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그는 나를 한참 찾는 것 같다. 부르는 소리가 나지 않더니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고 이후에 쾅하는 소리가 난다. 아마 그는 밖으로 나간 것 같다. 이제 그가 나갔으니 나는 다시 그의 방으로 몰래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따뜻한 곳에 앉아 있다 그가 ‘삐빅’하는 소리와 함께 나타나면 그의 앞에 얼른 달려가 깜짝 놀라게 해 줘야겠다. 거기에 보너스로 평소 하지 않던 애교도 부려주면, 다시는 나에게 화내거나 짜증 내지 않겠지. 그래, 애교는 나의 큰 무기니까 이번에 잘 활용해봐야지. 아유, 이렇게나 귀여운 나만의 그!!

야옹.



1
  • 뭐야, 그 표정은? 또 이상한 상상인가. 됐고 박스나 내놓아라, 집사. (?)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957 7
15157 IT/컴퓨터AI가 점점 무서워지고 있습니다. 4 제그리드 24/12/26 522 0
15156 오프모임정자역 금일 저녁 급 벙개.. 13 Leeka 24/12/26 417 6
15155 일상/생각청춘을 주제로 한 중고생들의 창작 안무 뮤비를 촬영했습니다. 2 메존일각 24/12/24 487 9
15154 문화/예술한국-민족-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소고 meson 24/12/24 346 3
15152 정치이재명이 할 수 있을까요? 73 제그리드 24/12/23 1757 0
15151 도서/문학24년도 새로 본 만화책 모음 6 kaestro 24/12/23 397 5
15150 게임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1 손금불산입 24/12/23 307 5
15149 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7 당근매니아 24/12/23 654 11
15148 정치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에 빠졌다? 8 토비 24/12/23 866 9
15147 정치전농에 트랙터 빌려줘본 썰푼다.txt 11 매뉴물있뉴 24/12/22 1105 3
15146 의료/건강일종의? 의료사기당해서 올려요 22 블리츠 24/12/21 1010 0
15145 정치떡상중인 이재명 56 매뉴물있뉴 24/12/21 1882 15
15144 일상/생각떠나기전에 생각했던 것들-2 셀레네 24/12/19 578 9
15142 일상/생각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8 큐리스 24/12/19 515 2
15140 정치이재명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고 차악인듯한데 43 매뉴물있뉴 24/12/19 1879 7
15139 정치야생의 코모도 랩틸리언이 나타났다! 호미밭의파스꾼 24/12/19 390 4
15138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양키스행 김치찌개 24/12/19 141 0
15137 정치천공선생님 꿀팁 강좌 - AI로 자막 따옴 28 매뉴물있뉴 24/12/18 760 1
15135 일상/생각생존신고입니다. 9 The xian 24/12/18 624 31
15134 일상/생각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5 Picard 24/12/18 452 7
15133 도서/문학소설 읽기의 체험 -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중심으로 1 yanaros 24/12/18 314 4
15132 정치역사는 반복되나 봅니다. 22 제그리드 24/12/18 778 2
15131 여행[2024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0. 준비 7 Omnic 24/12/17 374 7
15130 정치비논리적 일침 문화 7 명동의밤 24/12/16 887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