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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2/02 10:30:19
Name   nic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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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식탁 위의 세상 - 피가 배어있는 커피, 초콜릿, 바나나


http://m.pressian.com/m/m_article.html?no=132916&src=sns

커피, 초콜릿, 바나나에서 피냄새가 난다
[프레시안 books] <식탁 위의 세상>
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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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공정무역'으로 좋은 소문이 돌았던 스타벅스를 기억하시나요? 그러나 그 때에도 몇몇 이들은 허울뿐인 공정무역이 국제적 커피 프랜차이즈를 보호할 수단일 뿐일거라고 했지요. 몇몇 시장경제주의자들은 그렇게 1센트라도 더 받는게 바로 이 체제의 장점이며, 이게 아니면 그들은 당장의 2센트조차 벌 수 없었을 것이라 단호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 우리의 식탁에 대한 르포 서적이 나와 소개합니다.


책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1세계 시민국가들(선진국과 개발도상국중에서도 상층부에 분류되는)의 식탁에는 전 세계의 식재료들이 모여듭니다. 그 중 백인들(일반적인 1세계 서양인)의 식탁에 빈번하게 올라오는 것들은 바로 '커피, 초콜릿, 바나나'지요. 작가는 자신이 매일 소비하는 최고급 콜롬비아 커피가 생산되는 곳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취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발견하는 것은, 세계에서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식으로 소비되고있는 위와 같은 식품들이 지독한 노예노동, 아동노동, 착취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발견하죠. 많은 사람들은 아동노동이나 노예노동에 반대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소비하는 커피의 가격과 초콜릿의 가격, 바나나의 가격을 비싸게 내고 싶지는 않아합니다. 다만 앵무새처럼 이렇게 말하곤 하죠. '비싸져봐야 다국적 기업이 먹는거지 농부들한테 돌아가면 더 내지' 그리고, 정말로 그렇습니다.


책에서는 십수년간 가파르게 성장한 커피가격에도 불구하고 현지 농장의 농민노동자들의 빈곤이 해결되지 않는 것을 발견합니다. 분명히 커피 생산지와 커피 농장의 종사자 수는 늘었고, 산업의 규모는 엄청나게 확대되었으며 선진국들의 커피관련 사업체들은 대기업부터 소규모 자영업자까지 '커피'로 먹고 사는 자리가 엄청나게 늘었는데도 정작 커피의 원료를 생산하는 이들의 빈곤은 확정적이고, 불변적으로 유지됩니다. 다만 늘어나는 무역상과 중개업체, 유통업체등의 수입, 농장주의 수입등이 더 가파르게 늘어났다는 것만을 관찰합니다. 우리의 기준에서 본다면 한국인은 이미 어엿한 자본주의 착취계급의 국가이므로(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퍼진 값싸고 인권탄압적인 노동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가격경쟁력을 얻고 있습니다. 섬유산업이나 의류산업이 동남아와 중국에 의존적인 부분이나, 국내의 소금산업이 대표적이고 유명한 일이죠. 조선소사업 같은 생산기지도 이미 생산단가가 낮은 곳으로 이동했고요.) 자본주의적 시장자유주의자들의 말처럼 '우리'의 이익은 괜찮게 늘어난 셈입니다. 커피 가격이 조금 비싸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대신 훨씬 많은 업체와 다양한 커피의 종류를 편리하게 맛 볼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시장의 효용이었을 테니까요. 게다가 국내의 커피산업이 갖는 고용수준은 또 어떨까요. 단순한 아르바이트생부터 정규직, 관리직 노동자와 자영업자까지.. 커피산업이 우리 생활에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클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경쟁력과 효용에 대해, 우리는 '눈을 가리고',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각하지 않는것을 생각하지 않고' 누리고 있지요. 누군가는 중간생산자로서, 누군가는 소비자로서.


몇몇 진보주의자들은 책의 르포를 통해 내려지는 자본주의적 결론, 이를테면 '윤리적 소비'를 개인이 적극적으로 실현하여 공정하지 못하고 노동착취가 만연한 기업들을 거부하자고 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기도 합니다. 그건 별 효과도 없을 뿐더러 다른식으로 착취를 이전시킬 뿐이라는 입장을 많이 고수하지요. 이 말에도 일리는 있지만, 우리는 동시에 '지금 여기서' 해야할 것과, '앞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을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리적 소비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더 열학한 정치/노동환경을 지닌 곳에 착취의 손길이 닿는 것(이를테면, 그래도 되는 곳에서는 그렇게 일을 시키게되는)에 방해가 되고 '덜'그렇게 하게 만든다면 현실적으로 착취당하고 고통받는 제3세계의 노동자들에게는 더 도움이 될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결과가 인력의 감축과 노동강도의 상승, 해고로도 이어질 수 있지요. 문제는 훨씬 다층적이고, 복잡합니다. 임금근로자에게서 노동을 박탈하는 것과, 그들의 권리를 증진시키는 것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은 엄청나게 지루하고 길지만 외부자가 아닌 당사자들에게 그보다 더 한 공포는 찾기 힘들겠지요. 박탈은 빠르고 신속하고, 고통은 바로 찾아오지만.. 승리와 권리는 매우 지난하고 먼 곳으로부터 천천히 찾아오거나, 혹은 만나지 못하기도 하니까요.



저는 이 책의 전문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각종 기사와 소개글, 책의 발췌등을 보았을 때, 이 책의 저자는 제1세계의 시민들이 자신들의 식탁에 올라오는 것들에 지불한 가격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거시적으로는 이러한 모순을 구조 자체에 대한 변혁으로부터 근본적인 해소를 이뤄야 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 대안은 너무 구체적이지 못하고, 정확하지도 않습니다. 노동자의 국제주의라거나, 사회주의의 확장이라거나.. 자본주의 헤게모니를 쥔 국가들 내부로부터 일어나는 변혁이라거나.. 세계화의 단절같은.. 커다란 이슈들은 동시에 단점과 한계 역시 갖고있으며 실현까지의 과정역시 불투명하니까요. 그렇기에 개인이 행할 수 있는 윤리적소비는 그 한계와 단점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고려해볼만한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것이 착취의 세월을 더 연장할지라도, 착취의 강도를 낮출 가능성이있다면 안하는 것 보다는 나을 수 있다는 나이브한 생각도 들고요. 저도 커피를 많이 향유하는 입장에서 반성하게 됩니다. 한번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내가 어떤 행동으로 이 부조리를 바꾸는 것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확신은 없고... 국내에 어떤 회사가 커피농장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이윤을 분배하는지도 알 수 없기에.. 일단은 커피부터 줄여야 겠습니다. 결국 거시적인 비전과, 지금의 단기적 저항은 함께 해야만 하는거고.. 행동하지 않으면 영원히 입으로만 정의롭거나 진보적으로 있을 수 있겠지요. 반성합니다. 조만간 사서 전부 읽어보고, 더 추가할 이야기가 있다면 또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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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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