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4/04 12:25:59
Name   김보노
Subject   전라도 노인층은 왜 더민주를 지지할까

지난 지방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단기 계약직으로 일했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 간담회에 단속을 나가게 됐습니다.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 시의원과 주민들이 대화하는 자리였는데 금지된 선거운동이나 지지호소성 발언을 하는지 따위를 감시하러 갔죠.

감시하는 자리였지만 저도 지역주민이고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지역 정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뭐, 동마다 순회하며 열었기 때문에 며칠 뒤 흥미도 시들해졌긴 합니다만 한가지 재밌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간담회에서 오가는 말이 지역구분 없이 대동소이 하다는 것입니다.
시골과 신시가지, 구도심은 각자가 안고있는 문제가 다를 것입니다. 아무리 지방의 작은 도시라도요.
하지만 모든 지역에서 정치인들에게 요구하고 궁금해하는 것은 단 한가지였습니다.
개발.
구도심 지역에서는 '우리 지역이랑 신시가지를 잇는다는 도로는 언제 완공이 되냐'
신시가지에서는 '공약한 공원은 언제 착공하는가'
시골에서는 '우리 면에 놓아주기로 한 신작로는 왜 안해?'
관심사가 개발에 쏠려있어서인지 정치인들의 활동보고도 비슷한 내용이었습니다.
내가 예산을 따와서 착공했다, 공단에 새 기업을 유치했다 등등
환경 문제나 복지 관련 질문은 단 한건도 없었습니다.
모인 주민 대부분이 일흔을 넘긴 고령이라 복지 혜택의 영향을 받을텐데도 말이죠.

저는 그때까지 소위 PK의 콘크리트 노인층과 우리 지역의 노인층은 다른 가치관을 가졌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야당 지지율이 90%가 넘는 지역이니까요. 지지하는 정당이 다른만큼, 성향도 다를거라고 여겼죠.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야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전라도를 소외시키는 저들과 싸워 우리 지역을 개발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온라인에서 새누리와 더민주의 대결을 선과 악의 대결처럼 생각하고 경상도의 콘크리트 노인층들을 욕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보는데,
글쎄요. 위의 경험을 하고나니, 그저 이익을 대변해 줄 정당을 지지하는 것일 뿐 전라도나 경상도의 지지편향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적다보니 두서없는 글이 되었는데..정치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이익과 이익의 충돌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를 공유하고 싶어 적어보았습니다 :)




2
  • 새로운 시각으로 판을 보게 되네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417 7
14949 게임[LOL] 9월 29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9 92 0
14948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10 나루 24/09/28 318 11
14947 게임[LOL] 9월 28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13 0
14946 게임[LOL] 9월 27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51 0
14945 일상/생각와이프한테 혼났습니다. 3 큐리스 24/09/26 705 0
14944 게임[LOL] 9월 26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56 0
14943 게임[LOL] 9월 25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15 0
14942 일상/생각마무리를 통해 남기는 내 삶의 흔적 kaestro 24/09/25 546 2
14941 기타2002년에도 홍명보는 지금과 같았다? 4 Groot 24/09/24 660 1
14940 일상/생각 귤을 익혀 묵는 세가지 방법 1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4 549 6
14939 일상/생각문득 리더십에 대해 드는 생각 13 JJA 24/09/24 618 1
14938 일상/생각딸내미가 그려준 가족툰(?) 입니다~~ 22 큐리스 24/09/24 582 14
14937 오프모임아지트 멤버 모집등의 건 26 김비버 24/09/23 1221 21
14936 문화/예술눈마새의 '다섯번째 선민종족'은 작중에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6 당근매니아 24/09/22 575 0
14935 육아/가정패밀리카에 대한 생각의 흐름(1)-국산차 중심 28 방사능홍차 24/09/21 903 0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6 카르스 24/09/19 828 15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1409 5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588 9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68 호빵맨 24/09/18 1297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186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559 0
14927 일상/생각오늘은 다이어트를 1 후니112 24/09/16 358 0
14926 게임세키로의 메트로배니아적 해석 - 나인 솔즈 kaestro 24/09/15 306 2
14925 일상/생각힘이 되어 주는 에세이 후니112 24/09/15 345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