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4/05 23:49:11
Name   김보노
Subject   우리 때는 말야, 요즘 애들은
작년 모임 자리에서 들은 말입니다.

'예전에 연애할 때는 문자보내면서 글자 제한 맞춘다고 꾹꾹 눌러 담아 보내고 언제 답이 올지 기다리며 설레여 했는데 말야. 요새 카톡은 쉽게 보내고 확인했는지도 알 수 있으니까 두근거리는 맛이 부족한거 같아. 요즘 애들이 문자의 맛을 알까?'

문자 시대 끝물에 연애를 해본 저는 지인의 말에 공감이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재밌기도 했고요. 왜냐하면 한창 휴대폰이 보급될 시기에도 비슷한 말들이 있었거든요.

'번호 누르면 바로 그 사람이랑 연결되다니 세상 좋아졌지. 우리 땐 시간 약속하고 전화기 앞에 기다려 통화하곤 했는데 말야. 지금이야 불편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땐 그조차도 참 설레였는데. 요즘 애들은 그런 재미 모르지.'

꼬꼬마 시절 부모님 모임에 따라갔다가 들은 말이었는데, 아마 저 말을 한 분은 젊었을 적 이런 말을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요새는 전화걸면 바로 목소리 들을 수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 나 때는 편지 뿐이라 편지 한 장 보내고 받으려면 열흘을 기다려야했는데 말이지. 야, 그래도 무슨 말을 할지 수 없이 고치고 답장 기다리면서 설레는 그 애틋함은 모를거다.'

그리고 이 말을 한 분은 어렸을 적에 아마도, '편지가 뭐냐, 우리 땐 말야 옆마을만 가려고 해도 산을 넘고...' 네 그만하겠습니다.



자기 세대의 정서를 추억하고 지금은 그 정서가 사라진걸 안타까워하고 한편으로는 묘한 우월감을 느끼는, 이 양상이 모든 세대에 나타난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정작 신세대(?)는 자신들만의 정서를 향유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통신 발달에 따른 연애 수단의 변화만 얘기했지만 이는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대표적으로 어렸을 적의 추억이 있죠. '우리 땐 들에서 뛰어 놀고 배고프면 몰래 서리도 하고 말야...', '우리 땐 만화 영화 보고 놀이터에 모여서 함께 놀고...' 와 같은 것들요.
당연하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만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봤던 어떤 책에

''이것'의 등장으로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되어버렸다. 여행 과정의 감상과 사색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것'이 빠르고 편리할지 몰라도 여행의 가치는 사라져 버리게 됐다.' (정확한 문장이 기억나지 않아 비슷한 뉘앙스로 적어봅니다.)

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여기서 '이것'은 증기기관 열차였습니다. 화자가 추억했던건 마차 여행이었구요. 자동차도 발명되기 이전 증기기관 열차는 당시의 초고속 이동수단이었으니까요. 증기기관보다 몇 배 빠른 기차가 현대에는 힐링 여행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걸 알면, 저 글쓴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여행의 참맛을 모른다고 우리를 비웃을까요? 만약 비웃는다면 우리는 뭐라고 할까요. 아마 지금의 기차로도 여행을 만끽하고 있다고 받아치지 않을까요.



이상한 결론이지만, 결국 추억은 자신의 추억으로만 있을때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현세대를 안타까워하는 척 과거에 우월감을 느껴봤자 우스워지니까요. 하지만 이 일종의 꼰대성 발언은 유구한 전통을 가진 만큼 쉬이 사라지지 않겠죠. 지금의 세대도 그 다음세대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요샌 텔레파시로 감정도 전달이 되고 세상 참 좋다. 우리 땐 말야 문자만으로 여자친구 감정 읽어내느라 힘들었는데 말이지. 너 '아냐 괜찮아.'가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 될 수 있는지 알아? 그래도 그게 맛이었지. 요즘 애들은...'





4
  • 아냐 오빠, 이 글 괜찮아.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토비 15/06/19 35858 1
16043 정치4월 미중정상회담, '거래적 해빙'의 제도화 열까? 1 K-이안 브레머 26/02/27 226 0
16042 도서/문학축약어와 일본/미국 만화 경향에 관한 잡소리 2 당근매니아 26/02/27 216 1
16041 일상/생각AI의 충격파가 모두를 덮치기 전에. 8 SCV 26/02/27 500 12
16040 사회교통체계로 보는 경로의존성 - 비공식 교통수단 통제의 어려움 3 루루얍 26/02/26 526 5
16039 일상/생각27일 새벽 쿠팡 실적발표날입니다. 2 활활태워라 26/02/26 513 0
16038 일상/생각우리집 삐삐 6 VioLet 26/02/25 438 7
16037 창작회귀 7 fafa 26/02/25 317 2
16036 일상/생각최근 AI발전을 보면서 드는 불안감 15 멜로 26/02/25 931 0
16035 창작AI 괴롭혀서 만든 쌍안경 시뮬레이터 11 camy 26/02/25 531 5
16034 IT/컴퓨터게임업계 현업자 실무자 티타임 스터디 모집합니다.claude.ai,antigravity,vibecoding 4 mathematicgirl 26/02/25 308 2
16033 경제지능의 희소성이 흔들릴 때 3 다마고 26/02/24 635 6
16032 영화단평 - <어쩔수가없다> 등 영화 5편 2 당근매니아 26/02/24 465 0
16031 일상/생각문득 이런게 삶의 재미가 아닌가 싶네요. 6 큐리스 26/02/23 823 13
16030 게임Google Gemini Canvas로 그냥 막 만든 것들 1 mathematicgirl 26/02/23 590 0
16029 게임붉은사막은 궁극의 판타지여야 합니다. 4 닭장군 26/02/22 590 0
16028 사회요즘 논란인 전기차 충전기 사업 1 DogSound-_-* 26/02/22 667 1
16026 일상/생각나르시스트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한 소고 4 레이미드 26/02/21 731 0
16025 스포츠[MLB] 저스틴 벌랜더 1년 13M 디트로이트행 김치찌개 26/02/21 264 0
16024 스포츠[MLB] 스가노 도모유키 1년 콜로라도행 김치찌개 26/02/21 206 0
16023 정치윤석열 무기징역: 드물게 정상 범위의 일을 하다 20 명동의밤 26/02/20 1052 0
16022 경제코스피 6000이 코앞이군요 6 kien 26/02/19 1077 0
16021 경제신세계백화점 제휴카드 + 할인 관련 뻘팁 Leeka 26/02/18 644 6
16020 게임5시간 동안 구글 제미나이3프로가 만들어준 게임 9 mathematicgirl 26/02/18 977 2
16019 오프모임[오프모임] 대구❌/ 창원🅾️에서 모여봅시다!! (3월1일(일) 2시) 21 Only 26/02/18 991 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