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4/19 18:59:46
Name   수박이두통에게보린
Subject   [회고록] 그와 그녀의 슬픈 도토리.
경기도 N시 H읍에서는 한 남자 다람쥐가 살고 있었어요. 그 남자 다람쥐는 한 여자 다람쥐를 사랑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번번히 사랑 고백을 하더라도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도토리 껍질 뿐. 도무지 여자 다람쥐는 남자 다람쥐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남자 다람쥐는 오늘도 끈질기게 여자 다람쥐에게 사랑 고백을 했답니다. 그 끈질긴 정성에 감동했나봐요. 오늘은 여자 다람쥐가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남자 다람쥐가 사랑 고백을 하니 여자 다람쥐가 말했어요.

"저기 길 건너편에 있는 1등급 도토리를 따다주면 너의 사랑을 받아줄게."

"그깟 도토리 핸드폰 소액 결제로 현질 해줄게."

"싸이월드 도토리 말고 진짜 도토리 말야. 이 새끼야."

남자 다람쥐는 그 말을 듣고 조금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여기는 6차선이고, 차들이 쌩쌩 다니는걸. 그리고 여긴 로드킬이 많이 일어나는 야생 동물 보호 구역이란 말이야."

"날 사랑한다더니 그정도도 못해줘? 나에 대한 사랑이 그 정도밖에 안되면서 날 사랑한다고?

여자 다람쥐는 남자 다람쥐를 거세게 밀어 붙이기 시작했어요.

남자 다람쥐는 자신의 남자다움을 증명하기 위해서 결국 여자 다람쥐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알겠어, 내가 빨리 도토리를 따올게."

남자 다람쥐는 무섭지만 길을 건너기 시작했어요. 길을 건너고 1등급 도토리를 무사히 따고 이제 여자 다람쥐에게 돌아가는 것만 남았어요.

"오예, 성공. 이제 이 도토리를 갖다주면 그녀는 나의 노예."

남자 다람쥐는 이제 다시 길을 건너서 갖다주면 끝난다고 생각하고 긴장을 풀며 길을 지나가고 있었어요. 스텝이 절로 밟히고 있었어요. 찹찹차라찹찹찹. 그때 남자 다람쥐의 눈에 한 번쩍거리는 물체가 보였어요. 그 번쩍거리는 물체는 커다란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었어요.

"이게 뭐임?"

남자 다람쥐는 번쩍거리는 물체를 올려다 보았어요. 그 안에 있던 한 남자와 눈을 마주쳤어요.

그 시간 수박이는 경기도 N시 H읍을 지나가고 있었어요. 마침 차 안에서는 요새 푹 빠져있는 소진의 "우리 사랑 이대로" 가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오오오. 노래가 너무 좋아요. 게다가 걸스데이의 멤버가 부르니 더더욱 좋아요. 이제 다른 노래를 들으려고 수박이는 음악을 검색하고 있었어요. 소진의 기세를 뒤이어 옛날 노래이지만 걸스데이의 "잘해줘봐야"를 선택했어요. 노래를 선택하고 프런트 미러를 본 순간 수박이는 한 다람쥐와 눈을 마주쳤어요.

"아 ㅅㅂ 로드킬"

"아 ㅅㅂ 로드킬"

수박이와 남자 다람쥐는 같은 말을 내뱉고 충돌했어요.

"찍"

수박이의 차에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어요. 그 다람쥐는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도토리를 따다가 말이에요. 여자 다람쥐가 현질한 도토리를 받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미안해요, 다람쥐.

2011년 그 어느날.

96%의 사실, 4%의 픽션.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토비 15/06/19 35873 1
    16047 게임드퀘7의 빠찡코와 코스피 알료사 26/03/01 66 1
    16046 경제삼성을 생각한다. 1 알료사 26/02/28 465 0
    16045 일상/생각헌혈 100회 완 18 하트필드 26/02/28 379 33
    16044 역사역사의 수레바퀴 앞에 선 개인의 양심. 2 joel 26/02/28 552 18
    16043 정치4월 미중정상회담, '거래적 해빙'의 제도화 열까? 1 K-이안 브레머 26/02/27 307 0
    16042 도서/문학축약어와 일본/미국 만화 경향에 관한 잡소리 2 당근매니아 26/02/27 298 2
    16041 일상/생각AI의 충격파가 모두를 덮치기 전에. 8 SCV 26/02/27 653 16
    16040 사회교통체계로 보는 경로의존성 - 비공식 교통수단 통제의 어려움 3 루루얍 26/02/26 584 7
    16039 일상/생각27일 새벽 쿠팡 실적발표날입니다. 2 활활태워라 26/02/26 554 0
    16038 일상/생각우리집 삐삐 6 VioLet 26/02/25 460 7
    16037 창작회귀 7 fafa 26/02/25 346 2
    16036 일상/생각최근 AI발전을 보면서 드는 불안감 15 멜로 26/02/25 983 0
    16035 창작AI 괴롭혀서 만든 쌍안경 시뮬레이터 11 camy 26/02/25 568 5
    16034 IT/컴퓨터게임업계 현업자 실무자 티타임 스터디 모집합니다.claude.ai,antigravity,vibecoding 4 mathematicgirl 26/02/25 336 2
    16033 경제지능의 희소성이 흔들릴 때 3 다마고 26/02/24 663 6
    16032 영화단평 - <어쩔수가없다> 등 영화 5편 2 당근매니아 26/02/24 492 0
    16031 일상/생각문득 이런게 삶의 재미가 아닌가 싶네요. 6 큐리스 26/02/23 845 13
    16030 게임Google Gemini Canvas로 그냥 막 만든 것들 1 mathematicgirl 26/02/23 603 0
    16029 게임붉은사막은 궁극의 판타지여야 합니다. 4 닭장군 26/02/22 602 0
    16028 사회요즘 논란인 전기차 충전기 사업 1 DogSound-_-* 26/02/22 683 1
    16026 일상/생각나르시스트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한 소고 4 레이미드 26/02/21 749 0
    16025 스포츠[MLB] 저스틴 벌랜더 1년 13M 디트로이트행 김치찌개 26/02/21 287 0
    16024 스포츠[MLB] 스가노 도모유키 1년 콜로라도행 김치찌개 26/02/21 223 0
    16023 정치윤석열 무기징역: 드물게 정상 범위의 일을 하다 20 명동의밤 26/02/20 1075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