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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5/05 11:40:37 |
Name | 눈부심 |
Subject | 제이너의 똥캡슐 만들어 먹은 일 |
http://www.theverge.com/2016/5/4/11581994/fmt-fecal-matter-transplant-josiah-zayner-microbiome-ibs-c-diff * 본문에 나오는 내용을 함부로 따라하시면 의사쌤들한테 혼납니다. 기사에 나오는 조시아 제이너씨는 평소에 배앓이를 많이 합니다. 양쪽 귀에 스무개는 족히 되는 귀걸이를 하고 머리도 염색하고 펑크락 가수같은 외양을 하고 있지만 이래뵈도 제이너씨는 생물 물리학 박사입니다. 나사의 어떤 연구소에서 포스트닥도 했어요. 그는 하루 평균 네 번 화장실을 가고 너무 자주 배가 고통스럽게 아파서 삶이 헬이죠. 회사 가기 전에 화장실에 두어번 들락날락 하고 밥만 먹으면 위궤양과 과민성장증후군 같은 증상들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의사가 뭐라고 했는지 다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뭐 그런 것 같대요. 병원을 가도 비싸기만 하지 똑부러지게 낫지도 않아요. 제이너씨는 의사쌤들이 못미덥기까지 합니다. 제이너는 너무 불행했어요. 급기야 그는 '내 병은 내가 고친다!'라고 선언을 했죠. 제이너는 어느날 "변이식"이란 것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전에 제가 인구 중 3%에 속한다는 건강한 변을 누는 학생이 병원에서 응아를 하고 40불씩 번다는 기사를 퍼 온 적이 있어요. 상기시켜 드리자면 건강한 변으로 40불 벌기는 하버드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답니다. 건강한 변을 환자의 장에 주입하면 건강한 변에 살고 있던 각종 박테리아가 유입해 들어와서 환자를 건강하게 해줍니다. 몸에 좋다고 막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선 항생제에 저항력이 생겨 장이 클로스트리듐이란 세균에 감염되어 재발할 때에만 장이식을 하거나 알약형태로 복용을 할 수가 있어요. 보통 복용한대요. 여튼 제약이 많죠. 그치만 다르게 말하면 전문가에 의해 까다롭게 다루어지기만 하면 똥도 약이 됩니다. 효과가 좋아서 변이식을 하면 클로스트로듐환자의 90%가 완치가 되고 어떤 경우엔 한 두시간 내에 증상이 호전된대요. 제이너는 클로스트로듐환자는 아니에요. 근데 자신의 박테리아를 싹 바꿔치기하면 참 좋을 것 같았죠. 제이너는 장의 박테리아뿐 아니라 몸 구석구석의 박테리아를 건강한 남의 것으로 채우고 싶었어요. 기자가 제이너의 계획을 알고 나서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좀 나눴는데 피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싹 바꿔치기한다는 건 결코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라며 안되는 일이라고 일축하더래요. 그리고 잘못하면 제이너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 했어요. 조언을 부탁한 모든 과학자들이 한결같이 해준 말이 있어요. 제이너가 자신의 박테리아를 죽이고 몸 안팍으로 남의 것을 뒤집어쓴대도 증상이 나아질 확률은 제로라는 거였어요. 그런 식의 박테리아이식이 다른 질병을 고친단 소리는 듣도 보도 못했대요. 엉뚱한 실험은 많은 과학자들이 시도한 적이 있어요. 1984년에, 노벨상 수상자 배리 제임스 마샬은 위궤양에서의 박테리아의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 그걸 삼켜서 증명해 보였죠. 꼭 성공한 사례만 있는 건 아녜요. 1900년에 한 미국의사가 바이러스감염경로를 알아내기 위해 황열에 걸린 모기에 일부러 물렸다가 죽었어요. 삼십 년 뒤 한 러시아 의사는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가 보려고 몇 번이고 수혈을 하다가 죽었죠. 제이너는 자신의 박테리아는 되도록이면 모조리 죽여버리려고 항생제를 이틀 복용했어요. 제이너가 설득해서 얻어낸 똥의 기부자는 만나 본지 10년도 넘는 마이클(가명)이란 대학친구였어요. 마이클은 겨드랑, 콧구멍, 다리를 면봉으로 긁어서 그곳의 박테리아도 잔뜩 기부해서 줬어요. 제이너는 마이클의 똥을 분석하지 않고 그냥 사용하기로 했어요. 그 안에 무슨 질병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일인데 배째라 한 거죠. 일단 똥을 미니절구통에 넣고 소금용액을 조금 첨가해 섞어서 주사위로 젤라틴캡슐에 집어 넣으려니 수분이 많아서인지 캡슐이 녹아버렸어요. 이게 잘 안 되자 제이너는 그냥 똥을 삼켜버릴까 하다가 '건 도저히 못하겠다' 싶어서 똥을 살짝 퍼서 다시 젤라틴캡슐에 채웠어요. 박테리아이식작업은 호텔에서 삼일동안 하기로 했어요. 자신의 집엔 이미 자기가 뿌려놓은 수많은 박테리아로 오염이 되어 있는데다 고양이도 키워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죠. 사실 호텔방만큼 지저분한 곳도 없어요. 제이너는 침대시트를 새걸로 사다가 가져와서 싹 갈고 팬티차림에 일회용 가운을 걸친 채 호텔방에서 클로락스천으로 사방을 문지르며 살균작업에 들어갑니다. 그 다음 제이너는 자신의 몸을 테트라사이클린가루로 싹싹 문질러요. 콧구멍에도 넣고 입속도 청소했어요. 스탠포드의 미생물학자에 의하면 이런 방식으로 피부살균이 가능하지는 않다네요. 이건 순전히 제이너의 머릿 속에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인간을 살균하면 박테리아가 다 죽기 전에 인간이 먼저 죽는대요. 살균작업을 마친 제이너는 샤워실에서 온몸을 박박 긁으며 몸을 깨끗이 했어요. 콧속에다가 뭘 집어넣고 뱉어내는 괴로운 작업도 겸했죠. 이제 마이클의 박테리아를 몸에 바를 참입니다. 일단 캡슐은 꿀꺽 삼키고 소금용액을 첨가한 마이클의 박테리아를 콧구멍이며 입안이며 겨드랑이며 다리에 마구 발라요. 기자가 써놓길 마이클이 박테리아를 음부에는 바르지 않더라고요. 제이너 왈, 음부에 발라서 좋을 일은 없을 것 같다나요. 제이너는 보통 알약형 변이식 치료과정을 겪는 환자들이 복용하는 양의 삼분의 일만 복용했어요. 자기는 조금씩 길게 복용할 거래요. 혼자 그렇게 결정한 거죠. 제이너는 호텔에 칩거하면서 더 이상 샤워도 않고 컴퓨터와 티비 앞에서 노닥거리며 나머지 시간을 납니다. 몇 시간이 지나면 캡슐을 삼키고 마이클의 박테리아가 묻은 면봉을 자신의 몸에 문지르곤 했죠. 이튿날 제이너는 기분이 좋더래요. 아마도 플라시보효과가 아니겠나 그는 생각했습니다. 세째 날 아침 그는 기분이 상쾌했어요. 24시간동안 화장실을 안 갔다는군요. 제이너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원래는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똥캡슐을 더 먹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역해서 먹지를 못했다는군요. 그 후 삼일이 더 지나 제이너는 시카고대학에 의해 운영되는 비영리연구소에 자신의 박테리아 샘플이랑 똥을 보냈어요. 변이식 프로젝트를 시도하기 전 자신의 박테리아와 변, 시도하고 나서의 박테리아와 변, 그리고 마이클의 변 이렇게 크게 세 종류였는데 신체부위별로 보내다보니 샘플이 77개나 됐고 검사비용이 4500불이나 나왔어요. 결과가 나오려면 6-8주나 걸린다고 하는군요. 변이식 프로젝트 후 몇 주가 지나 제이너는 뉴올린즈에 있는 학회에 참석하러 갔어요. 지난 번에 갔을 땐 배앓이 때문에 고역이었는데 이번엔 달랐어요. 기자에게 보내온 이멜에 의하면 제이너는 학회 가서 온갖 기름진 음식을 먹고도 팔팔한 20대 청년같이 소화를 잘 시켰대요. 하루에 일똥 하고 고기를 마구 먹어도 끄덕 없대요. 기자가 이 주 전에 제이너에게서 텍스트 메세지를 받았는데요. 박테리아 비교검사결과가 나왔는데 변이식 후 제이너의 변에 마이클의 변과 비슷한 박테리아들이 있더래요. 겨드랑이며 다리 이런 데 바른 박테리아는 말짱도루묵이 됐는데 장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는 비슷하더래요. 그리고 살이 5킬로 정도 빠졌대요. 한 가지 재밌는 건 원래 제이너는 과자나 달달한 스낵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 그렇게 달달한 게 당긴대요. 마이클이 단 과자를 그렇게나 좋아한다네요. 제이너도 요즘 손도 안 대던 과자를 먹기 시작해서 간밤에도 자기 전에 오레오쿠키 세 개 먹고 잤다 그러더라고요. 기자가 적당히 조심하면서 기사를 썼어요. 제이너의 경우는 아주 특이한 경우이고 과학적인 효과가 입증되려면 샘플이 훨씬 더 많아야 하고 perfectly controlled한 상태에서 실험을 해야 하는 등등의 이야기를 쭉 써놨어요. 어쨌든 넘 재밌죠. 저희 남편이 배앓이가 심하고 초딩입맛이거든요. 전 배 튼튼하고 나물 좋아하고 과일 좋아하고 건강식을 아주 잘 먹어요. 제 똥을 멕여야 자기가 입맛 당겨서 만들어주는 음식마다 저도 덩달아 맛있고 이럴텐데. 개코라서 어디에 섞어서 먹이지도 못해요. 그냥 일케 살아야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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