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6/01 00:17:10
Name   묘해
Subject   [28주차] 디어
주제 _ 선정자 : 묘해
대화
대화, 커뮤니케이션 을 주제로 자유 형식, 자유 분량으로 폭넓게 써주세요. 그냥 자유롭게 '대화'에 대해서 '대화'를 형식으로 혹은 주제로 혹은 도구로 써주십시오!

합평 방식
분량은 자유고 합평방식은 자유롭게 댓글에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맞춤법 검사기
speller.cs.pusan.ac.kr

합평 받고 싶은 부분
화자의 캐릭터와 심정 표현이 매끄러운가

하고싶은 말
이번에도 음악을 준비했습니다. 클릭 => https://youtu.be/1h9M3TkBTFE

본문
----------------------------------------------------------------------------------------------





  • 2차 창작입니다.
  • 기본 설정은 영화 <미스터 홈즈>와 영드 <BBC SHERLOCK> 그리고 아서 코난 도일 경의 <셜록 홈즈>에서 따왔습니다. 스포일러가 많군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스킵해주십시오 ^^;







디어 왓슨


오 늘에 이르러서야 자네에게 편지하는 나를 용서하게. 내가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 고집쟁이임을 알 테니, 자네의 그 붉은 책상에 앉아 펜촉을 잉크를 적시며 존 왓슨 철자를 휘갈기는 게 얼마나 낯선 사건임을 잘 알 것이라 믿네. 그만큼 친구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근 래 나는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네. 이것은 마치 어린 시절 음식을 받아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어린 날의 나는 아직 이가 나지 않아 음식을 씹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께서 밥을 꼭꼭 씹어 연하게 만들어 입에 넣어주면 그제야 삼킬 수 있었다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날 내 어머니처럼 세상을 조각조각 잘라서 접시에 나눠주던 자네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 후로 서른 해가 더 지나서야 지금의 가족에게 이를 배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네.

아. 아직 자네에게 내 가족을 소개하지 않았군. 가족이라니! 존 왓슨! 내가 여태껏 가족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적이 있던가. 내 부모님과 마이크로포트를 제외하고, 사실 이들도 family라고 표현한 적이 거의 없지, 가족이라 칭한 존재는 없었다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이 내 가족이야. 가정부 미세스 먼로와 그녀의 아들 로저를 마음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가족이라 부르고 있다네.

사연은 이렇다네.
그 때 내가 은퇴하게 된 바로 그 사건 말이지. 나는 그 사건을 직시하기로 결정했네. 내가 그 일 이후로 얼마나 상심이 컸는지 왓슨 자네는 알 것이야. 서식스로 내려와 벌을 기르면서 노년을 맞이했지. 노화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시력이 떨어지고 관절이 약해지는 건 반가운 일은 아니야. 특히 노화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불편하지. 아니 불쾌할 정도라네. 논리란 관찰로부터 나오는 것이야. 그런데 시력과 관절은 관찰의 도구이고 기억은 논리로 이어주는 도구란 말이네. 세월이 나에게 이를 앗아가다니 기력이 쇠약해진 셜록 홈즈는 자네 소설에 나오는 그 탐정과 더 다른 사람이 돼버렸지.

아마 나는 베이커가에서 홈즈를 외치던 벌 떼를 그리워해서 더더욱 양봉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네. 로열젤리가 기억력 회복에 좋다는 것은 덤이고 말이지.

어 쨌거나 나는 마지막 사건을 다시 풀어보기로 했다네. 로저는 자네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지. 이 아이는 셜록 홈즈 역할도 겸했다네. 사물을 파악하고 주변에 흩어진 정보 속에서 사실을 수집하여 논리를 만드는 데 재능이 있어. 로저가 붉은 책상에서 앤의 장갑을 찾아낸 것만 보아도 나보다 탁월한 관찰력과 끈기를 갖췄음을 방증하지. 물론 인정하기 싫지만, 그 책상 구석구석에 서신과 기록을 숨겨둔 자네의 재능 역시 무시할 순 없지만 말이야.

이 제야 공식적으로 인정하네. 자네가 수차례 내게 했던 말이지만 나는 대화엔 소질이 없다네. 기본적으로 대화란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야. 공격과 방어가 낱말로 토스 되는 행위지. 이것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상대방이 그 자리에 있음을 인지하고 듣고 생각하고 반응을 해야 하네. 그런데 나는 상대방을 인지하는 것부터 엉망이었어. 비논리적인 사고 흐름이 공기 중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거든. 누구나 하나쯤은 집착하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유독 논리를 고집했단 말이야. 타인의 상황을 파악하고 수수께끼만 푸는 것으로는 그 타인의 마음을 추리할 순 없다네. 마음을 추리한다는 것 역시 희로애락 같은 원초적 감정을 상황 파악으로부터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예측 가능한 감정상태를 미루어 짐작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네. 결국은 감정 그것을 사건으로부터 배제하고 하나의 요소로써 객관적으로 다루어야만 추리는 단단해지고 사건을 풀리기 때문이지.

하 지만 무릇 사람의 마음이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라서 듣지 않으면 그의 감정을 파악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쉬이 와 닿는 것이 아니라 내가 번번이 실패했던 것이라네. 그 마음이 자네의 것이든 나의 것이든 나는 간단히 무시해왔지. 그것이 내 주위 사람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었을 것이야. 그래서 내가 세상사에 어둡고 수수께끼에 나사가 하나 빠질 때마다 왓슨 자네가 설명을 해주지 않았던가. 자네의 설명이 없었다면, 그래 이제는 인정해야 하네, 나는 결코 풀지 못했을 것이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말을 섞는 것은 단지 문제를 풀기 위해서만은 아니야. 나는 이것을 여태껏 외면해왔어. 그리고 오늘날 로저에게 다시금 배우고 있다네. 수십 년 전에 자네가 내게 몇 번이고 충고한 것은 콩알만 한 소년에게 배우고 있어. 사람을 대하고 말을 하고 반응하는 것까지 새롭게 배우고 있다네. 옛날에 알았다면 자네에게 그리 모질진 않았을 텐데, 허드슨 부인과 메리와도 더 잘 지낼 수 있었겠지. 지금은 곁에 없는 이들에게 이렇게 한 장씩 편지를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야.

대 화의 기술은 사실만 열거하는 것이 아니었네. 대화의 기술은 관계의 기술로도 이어지지. 난 너무도 미숙했기에 한 사람을 풀어야 할 하나의 수수께끼로만 치부했다네. 그리고 수수께끼를 풀면 카드를 서랍 속에 넣어버렸고 말이야. 이러니 대화가 될 틈도 없었고 카드가 뒤섞여서 앞면을 다시 볼 기회도 없었다네. 인생은 이토록 많은 카드가 섞여서 한 벌의 마을을 사회를 세상을 만드는 것인데 카드에 그려진 무늬와 오타에만 집착했으니 그 카드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고 어떤 얼굴로 나를 바라봤을지 상상이나 했겠나.

오늘에서야 자네의 책상 앞에 앉아서 내 카드를 펼치고 내가 쥔 패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는 셈이지.
부모님
마이크로프트 홈즈
존 왓슨
허드슨 부인
레스트레이드 경감
아이린
모리어티

그리고 앤


이들을 더 알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삶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물론 그것이 내 흥미를 돋울 리는 없지만 나는 아쉽다네. 관계라는 수수께끼를 풀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기에 말이네.

죽음이 가까워져 오니 나도 감상적인 면이 생기는 모양이야. 
자네가 던졌던 말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 올려 종이 위에 올려놓고 이렇게 하나씩 문장 사이에 숨었던 존 왓슨 바로 자네를 되새기고 있지 않은가.

존. 수 수께끼는 단편적인 유괴, 살인, 도둑 같은 사건이 아니었네.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은 그 자체로 훌륭한 수수께끼야. 그리고 논리로만 풀리는 수수께끼도 아니지. 한 마디의 위로로도 풀리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세 마디 협박으로도 범죄를 부추기는 사람의 마음. 이 거대한 문제를 대면하기 위해선 픽션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야만 했다네.


또다시 자네와 사건을 풀고 싶네. 코웃음 치며 흘려보낸 사람의 마음을 이제는 읽어보고 싶네. 감정을 미소를 사연을 알고 싶어졌어.
왓슨. 나는 베이커가 하숙집 방 한가운데 놓인 소파에 앉아 허드슨 부인의 맛없는 차를 홀짝이며 자네와 이야기가 하고 싶다네. 

나의 오랜 벗
나의 친우


자네를 더 알고 싶었네.






안녕. 나의 친구.











William Sherlock Scott Holmes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954 7
    15155 일상/생각청춘을 주제로 한 중고생들의 창작 안무 뮤비를 촬영했습니다. 2 메존일각 24/12/24 411 6
    15154 문화/예술한국-민족-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소고 meson 24/12/24 304 2
    15152 정치이재명이 할 수 있을까요? 72 제그리드 24/12/23 1622 0
    15151 도서/문학24년도 새로 본 만화책 모음 6 kaestro 24/12/23 376 5
    15150 게임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1 손금불산입 24/12/23 286 5
    15149 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7 당근매니아 24/12/23 615 11
    15148 정치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에 빠졌다? 8 토비 24/12/23 840 9
    15147 정치전농에 트랙터 빌려줘본 썰푼다.txt 11 매뉴물있뉴 24/12/22 1077 3
    15146 의료/건강일종의? 의료사기당해서 올려요 22 블리츠 24/12/21 988 0
    15145 정치떡상중인 이재명 56 매뉴물있뉴 24/12/21 1859 15
    15144 일상/생각떠나기전에 생각했던 것들-2 셀레네 24/12/19 575 9
    15142 일상/생각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7 큐리스 24/12/19 509 2
    15140 정치이재명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고 차악인듯한데 43 매뉴물있뉴 24/12/19 1858 7
    15139 정치야생의 코모도 랩틸리언이 나타났다! 호미밭의파스꾼 24/12/19 383 4
    15138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양키스행 김치찌개 24/12/19 137 0
    15137 정치천공선생님 꿀팁 강좌 - AI로 자막 따옴 28 매뉴물있뉴 24/12/18 749 1
    15135 일상/생각생존신고입니다. 9 The xian 24/12/18 616 31
    15134 일상/생각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5 Picard 24/12/18 445 7
    15133 도서/문학소설 읽기의 체험 -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중심으로 1 yanaros 24/12/18 305 4
    15132 정치역사는 반복되나 봅니다. 22 제그리드 24/12/18 760 2
    15131 여행[2024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0. 준비 7 Omnic 24/12/17 369 7
    15130 정치비논리적 일침 문화 7 명동의밤 24/12/16 878 7
    15129 일상/생각마사지의 힘은 대단하네요 8 큐리스 24/12/16 798 7
    15128 오프모임내란 수괴가 만든 오프모임(2) 50 삼유인생 24/12/14 1889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