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8/27 11:02:45
Name   저퀴
Subject   마스터 오브 오리온 리부트 리뷰
http://store.steampowered.com/app/298050/
- 스팀 상점 페이지

 마스터 오브 오리온은 4X 장르, 그것도 우주 시대를 다룬 SF 게임입니다. 이 시리즈의 역사로만 따지면 4X 장르의 선구자 정도는 되는 전통 있는 프랜차이즈고요. 작년에 월드 오브 탱크를 시작으로 급성장한 워게이밍이 IP를 인수하면서 리부트작을 내놨고, 최근 오랜 얼리 억세스를 끝으로 정식 출시로 변경되었습니다. 워게이밍 코리아가 따로 있다 보니, 반갑게도 한국어 번역까지 지원되었고요. 전 한국어 지원이 시작되자마자 얼리 억세스를 산 사람으로 큰 패치가 있을 때마다 그럴 듯하면 조금씩 플레이했고, 이번에 각 잡고 오래 플레이해봤는데요. 너무 실망스럽네요.

 요즘 발매 예정인 문명 6부터 그렇고, 4X 장르는 너무 복잡해지지 않는 선에서 한없이 개성 있고, 깊이 있는 요소들을 넣으려 아우성입니다. 문명 6만 해도 전작의 비판과 달리 기존 작에 있던 것들을 대부분 집어넣으면서 시스템 개선을 시도하고 있죠. 그에 비해서 시리즈를 다시 이끌어나갈 리부트인 이번 마스터 오브 오리온은 이도 저도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근간이 되는 등장 진영부터가 어설프고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이게 이번 작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문명은 아주 극단적인 특징이 아니라면 그 국가로 여러 방향의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지형과 주변국의 상황에 따라서도 크게 변동하죠. 엔드리스 레전드는 각 국가마다 정해진 개성을 거스르기 매우 힘든 게임이지만, 대신 그 플레이가 천차만별로 다릅니다. 그에 비하면 마스터 오브 오리온은 아무런 장점이 없고, 단점만 남은 예에 속합니다.

 농업에 혜택을 주고, 나머지에 불이익을 준 종족이 지형에 따른 개성이 전혀 없는데 농업 국가 말고 무슨 길이 또 있나요? 인구만 늘리는 데에 특화된 샤크라 같은 종족으로 할 수 있는 플레이는 딱 하나, 인구 위주 운영 밖에 안 남습니다. 그렇다고 초중반부를 넘어서서 할 게 많아지면 모르겠는데 지겹도록 반복적입니다. 심지어 각 종족 별로 주어지는 건물이나 함선은 다 똑같고, 외형만 다릅니다. 더 귀찮게 자기가 직접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빼고요.(전 엔드리스 레전드도 이런 요소는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고요.) 이마저도 밸런스에 문제가 있어서 다른 선택지가 크게 있는 것도 아니에요.

 함선이 언급된 김에, 전투도 따져보죠. 전투도 재미가 없어요. 가장 큰 원인은 소형함과 대형함 말고는 딱히 특징도 없고, 전투도 신경 써야 할 요소가 거의 없어요. 우주 시대를 소재로 삼은 게임이면 정말 상상력에 의존해서 다양한 전투 양상을 만들 수 있겠는데, 그런 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국력에서 차이가 나고, 대함대가 상대 군사력을 무력화시키면 그걸로 끝이에요. 문명 5도 워낙 오래되면서 게임 양상이 고착화된 편인데, 그 문명 5보다 못합니다.

 거기다가 내정조차 지겨워요. 중반만 넘어가도 여러 개척된 행성을 자동으로 관리시킵니다. 행성마다 정해진 성장치가 있고, 그 중에서 쓸만한 행성만 신경 써서 관리하면 끝인데다가, 관리할 요소부터가 식량, 과학, 생산 같은 기초적인 수치 밖에 없는 게임이거든요. 지을 건물 구조조차 그렇고요.

 마지막으로 외교조차 단순하고 불합리하고 멍청하기까지 합니다. 고차원적인 외교술은 경쟁작들조차 제대로 구현 못하니, 마스터 오브 오리온만의 문제는 아니죠. 그러나 세계 정세에 맞춰서 서로 긴밀하게 움직이는 시늉이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도 없네요. 앞서 말한 다른 핵심 요소들이 재미있으면 용서되는 부분이 외교인데, 게임이 총체적 난국이니 넘어갈 수가 없네요.

 올해 하반기에 이 장르의 최고작인 문명 6가 나오고, 얼리 억세스로 나올 예정인, 똑같은 SF 소재의 엔드리스 스페이스 2도 나올 예정이고, 그 밖에 4X 게임이 꽤 많이 나올 예정인데 1년 정도를 얼리 억세스로 개발하다가 내놓은 완성도가 이 정도 밖에 안 될 마스터 오브 오리온 리부트를 추천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 같네요. 더욱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이 게임보다 문명 4의 모드였던 파이널 프론티어가 훨씬 재미있습니다. 또는 문명 비욘드 어스 - 라이징 타이드보다도 못한 것 같아요.

 그나마 괜찮은 점을 하나 뽑자면 원화 기준으로 32,0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단 점을 들 순 있습니다. 사실 가격대를 고려하면 기본기는 있는 4X 게임이라 말해도 될 법한데, 그래도 재미없는 4X는 턴만 넘기다가 끝내서 영 추천하기 힘드네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389 7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5 카르스 24/09/19 575 14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1070 4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504 8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53 호빵맨 24/09/18 927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133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461 0
    14927 일상/생각오늘은 다이어트를 1 후니112 24/09/16 310 0
    14926 게임세키로의 메트로배니아적 해석 - 나인 솔즈 kaestro 24/09/15 270 2
    14925 일상/생각힘이 되어 주는 에세이 후니112 24/09/15 302 0
    14924 일상/생각케바케이긴한데 2 후니112 24/09/14 444 0
    14923 기타줌번개해요. 오늘 밤 10:45 부터 19 풀잎 24/09/13 695 2
    14922 일상/생각수습 기간 3개월을 마무리하며 4 kaestro 24/09/13 662 10
    14921 일상/생각뉴스는 이제 못믿겠고 3 후니112 24/09/12 789 0
    14920 일상/생각예전에 제가 좋아하던 횟집이 있었습니다. 큐리스 24/09/12 463 0
    14919 의료/건강바이탈 과의 미래 25 꼬앵 24/09/12 1058 0
    14917 일상/생각"반박시 님 말이 맞습니다"는 남용되면 안될꺼 같아요. 24 큐리스 24/09/11 1234 4
    14916 일상/생각와이프와 철원dmz마라톤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09/11 479 6
    14915 일상/생각얼마전 영상에서 1 후니112 24/09/10 317 0
    14914 오프모임9월 15일 저녁 6시즈음 잠실새내에서 같이 식사 하실분!! 40 비오는압구정 24/09/10 1086 3
    14913 음악[팝송] 칼리드 새 앨범 "Sincere" 김치찌개 24/09/10 149 1
    14912 일상/생각가격이 중요한게 아님 8 후니112 24/09/09 847 0
    14911 생활체육스크린골프 롱퍼터 끄적 13 켈로그김 24/09/09 479 0
    14910 사회장애학 시리즈 (5) - 신체 장애를 지닌 아이들의 사회 기술 발달과 가정의 역할 7 소요 24/09/09 1696 5
    14909 일상/생각아이 여권찾으러 강서구청에 갔다가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2 nm막장 24/09/08 827 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