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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9/27 16:34:13
Name   피아니시모
Subject   기억의 단편, 어린시절 내가 겪은 트라우마 (2)


* 단편이라 했는데 단편이 아니게 될 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적는 내용이 많아지는 데다 정리를 하다보니..
* 사실 제목은 내가 겪은 트라우마라고 적었지만 트라우마는 물론이고 약간의 고해성사도 들어가게 됩니다.



4. 지옥에서 지옥을 갖고 돌아오다.

작은 고모에게 부산은 악몽 그 자체였다. 파탄나고 만 결혼생활과 이혼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은 안그래도 내성적이었던 고모를 빠른 속도로 피폐하게 만들었고 결국 내가 초등학교 5~6학년(12~13살)이 될 무렵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모는 그때와 다를 바 없이 나를 아껴주었다. 다만 그때와 한가지 다른 점이 있었는 데 항상 자신의 옆에 성경을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지옥같은 곳에서 고모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오직 종교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머니와 큰고모가 한 말이다.)
단순히 힘든 생활속에서 마음의 안식처를 얻는 것정도가 아니라 거의 광적으로 종교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건 굳이 어른들이 나에게 말해주지 않아도 그때의 나 역시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당장 이때로부터 얼마 안 가 성서무오설을 주장하는 고모로부터 에이 그런게 어딨어 하다가 혼났었다..)

여하튼 저때보다도 더 어린시절부터 고모를 잘 따르던 내게 (특히 외아들이었던 내게)는 고모가 돌아온 것이 나쁘지 않았다. 어머니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기때문에 당시 이모네집에 외가집형과 놀러가있던 나에게 전화를 통해 기쁜 소식이 있다면서 알려주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혼자였던 내게 고모가 돌아온 건 반가운 일이었고 어머니 입장에서는 식구가 늘어도 차라리 집에서 있는게 안전하다 생각했으며 이는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친척중에 한 사람이 이혼한다고 했을떄 열을 내며 폭발하시던 할아버지도 작은 고모가 돌아오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에 비해 작은고모에겐 그래도 잘해준 편이었다. 할아버지가 미워한건 아버지였다. 큰고모는 워낙 성격이 똑부러지다보니 할아버지가 뭐라 말을 못했고 삼촌은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탐탁치 않아하는게 있었다 * 결혼문제라던가..(..) 반면 작은 고모에겐 그래도 자식들중에 가장 잘해준 편이었다고 나는 기억하고 있다)

지금보다도 더 철없는 나를 제외하더라도 가족들 모두 고모가 돌아온것은 천만다행이고 이제 모든 게 다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알지 못했다. 고모가 지옥속에서 또다른 지옥을 갖고 왔다는 것을



5.

고모가 약간 변했다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고모는 그전과는 다르게 성경을 항상 옆에 끼워두고 있었으며 신앙생활도 열심히했다. 다만 그게 기독교인지 천주교인지 분간하기가 좀 힘들었는 데 이는 당시 내가 그 두가지를 잘 구분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나는 어린시절부터 신앙심이 하나도 없어서 교회든 성당이든 가지 않았다. 일요일 예배하는 시간에 나는 KBS2TV에서 방영하는 만화를 봐야했다 디즈니만화동산이라고..) 이 당시의 기억이 조금 얽혀있기때문이기도 하고 고모가 교회를 갔다는 기억과 성당을 갔다는 기억이 헷갈리게 남아있어서 그렇다..-_-;; 내 생각에는 아마 천주교가 맞을거고 성당이 맞는 기억이라고 생각하는 데 일단 첫번재는 교회를 다니던 큰고모와 종교적인 이유로 마찰이 있었던 편이었다는 점 두번째는 내가 보고 들은 내용 대부분이 성당과 관련이 있었고 집안에 할아버지 / 아버지 / 나 처럼 아예 형싱적으로도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면 어머니가 유일하게 형식적으로나마 종교를 가졌는데 그게 성당이었다는 점때문인데..이유라고 생각하는 게 좀 웃기긴 하지만 어쨋든 그렇게 짐작하는 편이다. (이건 추후에 다시 쓰겠다.)

어쨋든 고모는 변해있긴 했다. 그떄와 다를바 없이 나와 잘 놀아주고 대해주는 건 똑같았지만 다소 나에게 하느님을 믿을 것을 은근슬쩍 강요하기도 했고 그와 관련된 얘기를 자주 꺼내기도 했다. 예전엔 이런게 전혀없었으며 사실 집안에서 종교를 믿는 (형식적이었지만) 어머니나 교회를 다니는 큰고모도 나에게 종교를 믿으라는 말은 아예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큰고모가 나를 데리고 교회에 간 적은 있었지만 그건 내가 큰고모네집에 잠시 있었을 때인데 혼자 집에 냅둘 수 없었기때문이고 교회를 함께 가면서 교회에 대한 설명은 해줄지언정 나에게 믿으라는 설교는 결코 하지 않았다.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선택이라고 했을 뿐이다.)

근데 이전에 종교과 관련된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던 작은 고모가 권유를 넘어 다소 강요하는 것처럼 들리는 말은 정말로 철없고 어린 나에겐 좀 짜증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고모는 성서무오설을 얘기하였는 데 그러다가 고모와 말다툼이 일어나고 고모에게 크게 혼나게 된 일이 있었다.

정확하진 않은데 아마 예수님이 무엇을 희생해서 포도주를 나눠주는 거고 그걸 성당에서 비슷한 형태로 한다는 거 같았다. 성경도 몇구절 읽어보다말고 (이것도 그나마 군대에서..) 교회나 성당에 간적이 한손가락으로도 셀 수 있을정도로 적어서 그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은 안되는 데 어쨋든 성경구절 어딘가에 나오는 대목을 나에게 말해주면서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나 역시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일인가해서 고모에게 그런게 어딨느냐며 따지듯이 웃으며 말했는 데 그게 고모의 성질을 건드려버린것이었고 고모는 그대로 나에게 화를 내었다.

난 그떄까지 고모가 나에게 그렇게까지 화내는 건 처음봤었다.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고모의 모습에 나는 무서움을 느꼈고 고모에게 즉각 사과를 해야했다. (물론 그렇다고 고모가 말한 성경내용을 믿은 건 아니었다..-_;)

저때의 정확한 말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때 내가 겪었던 정말 무서웠다라는 마음과 고모의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아마 고모에게서 처음 겪는 일이었기때문일것이다.

달라진 것은 이 뿐만이 아니였는 데 어린 시절 나는 만화를 좋아했기때문에 본 내용을 머릿속에서 상상하거나 그 대사 혹은 노래같은 걸 혼잣말로 주절거리는 걸 좋아했다(..) 그건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서 지금도 그녀석들은 날 놀릴떄 쓰는 단골래퍼토리중 하나인데 어쩃든 고모는 내 이런 모습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쓸데없는 상상하지마라 혼잣말하지마라 고모는 내게 매번 이런 말을 했으며 이 말을 할때마다 고모의 표정엔 살기(?)가 묻어나올 정도로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고모 스스로가 바로 혼잣말을 하며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는 데 있다. 아직 고모가 왜 이러는 지 몰랐던 당시의 나는 점점 이런 고모에게 불만이 쌓여갔고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말했지만 어머니는 다소 슬픈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한손가락으로 어머니의 입을 막으며 쉿! 하면서 그냥 고모의 말을 듣는척이라도 해주라면서 나를 달래었다.

미리 얘기하자면 사실 고모가 나에게 쓸데없는 상상하지마라 혼잣말 하지마라라고 했던 건 고모의 정신적 트라우마때문이었다. 이걸 알게 되는 데는 고모가 집에서 돌아오고나서 얼마 안되서였다. 그리고 그 때의 일로 나는 종교에 대한 혐오감이 생기는 것과 함께 사춘기(?)가 발동했고 사춘기 청소년들이 하는 주된 행동중 하나인 부모에 대한 반항은 나는 고모에 대한 반항으로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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