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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3/13 03:50:43 |
Name | 새벽3시 |
Subject | 홍차상자 마지막 이야기 :) |
이제 아침이 오면 홍차상자 우편배달 이벤트 마지막 상자를 보낼 예정입니다. (총 21분이 신청해주셨고 19분께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서울 홍차상자는 3월 14일 화요일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정리를 하려고 합니다. 보관함은 15일 오전에 종료되지만 그 시간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이왕이면 시작된 날 마무리 짓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많은 분들과 사소한 기쁨을 나누고 싶어서 시작된 홍차상자였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이나 거리로 인해 오실 수 없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소외감이 들게 한 것은 아닌가 걱정도 많이 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차넷이라는 온라인 공간, 모니터 너머에 있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쨌든 현실에 발붙이고 사는 정말 “사람” 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 계기였다는 생각도 해요. 글과 사진, 댓글로 교류하는 것도 좋았지만 보관함을 통해 실제로 뭔가 주고받는 느낌이 참 좋았고 다른 분들도 그런 점에 있어서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씀해주셔서 참 기뻤습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회원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이어져 온 홍차상자에 대한 기억이 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 같네요. 처음 시작한 날 소소한 꾸러미들을 들고 움직이며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아무도 안 가져가면 어떡하지 했던 순간들이 자꾸 떠올라요. 너무 별 것도 아닌데 혹시라도 멀리서 발걸음 하셨던 분들이 실망하면 어쩌나 했던 것들도. 물론 모든 게 제 혼자만의 불안이었지만요. 오히려 저보다도 자주 와서 챙겨주시고 간식꾸러미들도 넣어주신 분도 계시고, 생각지도 못한 고가의 물건들도 들락거려서 놀라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잦아진 모임 속에서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들도 매일같이 솟아올랐고요. 중반 즈음에는 즐거움에 들떠 이대로 계속 연장하여 책이라든가 혹은 쓰지 않는 물건들을 바꾸어 본다든가 하는 의견들을 받기도 했고 저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뜨거운 관심만큼 불편한 시선도 적지 않았고 그것이 홍차상자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 자신도 거의 매일 종로로 나와 보관함을 정리하고 소식을 전하는 것에 조금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도 해요. (원래 이렇게 매일 같이 외출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 즐거운 한편 이 이후에 몰아칠 외로움이라든가 공허함을 어찌할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뭔가 멋진 말들로 우아하게 마무리 짓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술술 잘 써지지 않네요. 하하. 많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다녀가신 그리고 지켜봐주신 회원 분들께도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들이었기를 바랄게요. 저는 월요일과 화요일에도 평소처럼 홍차상자를 돌보러 나갈 생각이에요. 하필 그 이틀간 개인적인 사정이 좀 있어서 좀 늦은 시간에 나가게 될 것 같지만 그 때라도 함께 티타임 하실 수 있는 분들이 찾아와주신다면 기쁘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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