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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1/04 11:04:33
Name   제로스
Subject   본진이동
글을 작성하기 전에 제가 쓴 타임라인 글들을 검색해보니
첫 문장이 '저는 ~입니다, 합니다'로 시작하는 글들이 많더군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첫 문장으로 '선언'하고,
뒤에서 설명과 관련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형태로 쓴 글이 많았어요.

내가 이렇게나 자기PR이 강한 사람이었나..? 뭔가 스스로 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풀어내는 성격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묘한 위화감도 느껴지고
아니 할 말이 나 자신에 대한 것밖에 없나..-_- 왠 나르시즘이야 하고 왠지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합니다.
뭐, 그만큼 홍차넷 탐라가 편안한 장소라는 거겠죠!

사람에게는 마음붙일 장소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첫번째이자
중요한 마음붙일 장소는 가정이겠죠. 편안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곳.
이런 '장소'는 위치적, 공간적인 것보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하긴 하지만
아무도 없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드러내고 편안할 수 있는 그런 장소도 필요하겠죠.

그리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곳도 그런 마음붙일 장소가 될 수 있고요. 동아리방처럼 친구들과 교류하는 곳,
자주 모이는 자취하는 친구의 자취방 같은 흔히 '아지트'라 불리는 장소도 있지요.

단골 식당이나 단골 게임방, 바나 까페, 술집, 나이트 이런 곳도 장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찾아가면 주인이 알아본다거나, 약속을 하지 않고 가도 거기서 놀고 있는 지인을 만날 수 있는 곳.
지인이 없었더라도 거기 머무는 것이 어색하지 않으며, 꽤나 높은 확률로 내가 머무는 동안 지인이
방문해서 만나게 되는 곳, 그게 반갑고 기분좋은 만남이 되는 곳이라면 '마음붙일 장소'라 할만 하겠지요.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는 곳을 '본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표현은 스타의 영향일까요?
아마 그 말이 '마음붙일 장소'를 의미한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동일할 겁니다.

돌이켜보면 제 온라인 본진의 시작은 하이텔 시뮬동 은클이었고, 인터넷시대 이후로는 본진이라 할만한 곳이 없다가
로즈게임하면서 gyoworld가 잠시, 오게임하면서 오게임 게시판이 잠시 본진역할을 했었네요. 그러다 한국오게임 자체가 막히고...-_-.........
2010 이후로는 pgr이 오랜 기간 본진이었습니다.

적고 보니 본진이었던 곳들은 다 소형 커뮤니티였네요. pgr이 그중 가장 큰 곳이었고.
저는 대형 커뮤니티의 분위기에 마음붙이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규모가 커지면 사람냄새가 옅어져서 그럴까요.
  
예전에 가족사에 대해 적었던 적이 있는데, 언젠가부터 이 내용을 거기 남겨두고 싶지 않아
스크랩하고 삭제했었습니다. 제가 쓴 글을 지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 개인적인 내용들은
정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온전히 내 권한 안에 있다할만 하니까요.

그런데 막상 그러고나니까, 아쉬운 거에요. 그 이야기를 더이상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그 장소'에서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거죠.
'마음붙일 곳'에서 마음이 떨어져 나왔던 거에요. 온라인 본진이야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그런거죠.

크고 작은 개인적인 경험을 올릴 수 있는, '마음 붙일 곳'을 본진이라 할 때, 이제 제 본진은 홍차넷으로 바뀌었습니다.

왠지 가입인사같네요.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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