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8/02 19:21:35
Name   마르코폴로
Subject   지금은 사라진 서양식 젓갈, 가룸

968년. 신성로마제국 황제 오토 1세의 사절로 비잔틴제국에 파견된 리우트프란드는 비잔틴제국의 황제 니케포루스가 주회한 연회 자리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거의 모든 음식에 뿌려진 알 수 없는 소스에서 나는 역겨운 냄새 때문에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리우트프란드가 기록한 '역겨운 냄새가 나는 생선 소스'가 바로 비진틴 제국 사람들이 즐겨 먹던 가룸이었습니다.

가룸은 로마인들이 즐겨먹었던 젓갈과 같은 생선 소스입니다. 로마인들은 계층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음식에 가룸을 뿌려먹는 것을 즐겼습니다.

-로마인들이 즐기던 해산물을 볼 수 있는 모자이크. 오징어, 문어, 가자미, 장어, 새우, 조개 등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을 소비했다.


스페인에서 만들어지는 가룸을 최상급으로 치는 등 등급도 나뉘어져 있어서 계층별로 상, 중, 하 등급의 가룸을 즐겼다고 합니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폼페이의 유적지에서는 가룸을 만드는 통이 발견되었고,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대규모로 가룸을 만들던 터가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스페인에서는 테마상품으로 가룸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스페인의 대규모 가룸 제조터

- 폼페이에서 발견된 가룸 항아리



중세로 들어오면서 서유럽에서 가룸의 명맥이 끊기게 됩니다. 로마인들을 몰아내고 서유럽을 차지한 게르만족들에게 발효 음식이 익숙하지 않았던 까닭입니다.

이들은 가룸 같은 생선 젓갈 먹기를 꺼려했습니다.

그러나 가룸의 맥은 비잔틴 제국을 통해서는 계속해서 이어지게 됩니다.  비잔틴 제국 사람들은 가룸에 꿀을 넣어 먹는 등의 여러가지 방식으로 이 음식을 여전히 소비하고 있

었던 것이지요.

1453년 비진틴 제국이 오스만제국에게 멸망당하면서 지중해에서도 가룸은 사라지게 됩니다. 이후 서유럽에서 생선을 발효시킨 젓갈 형태의 소스를 먹지 않게 되지요.

19세기 들어 식민지 개척에 나서면서 서구 열강은 전세계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접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는 태국의 남플라나 베트남의 느억 맘과 같은 생선 젓갈도 

있었습니다. 특히 느억 맘의 경우 만드는 과정이 가룸과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지금도 베트남에서는 즐겨먹는 발효 소스이기도 합니다.  

베트남을 지배하던 프랑스인들은 베트남 사람들이 생선으로 느억 맘을 만들어 먹는 것을 보고 '역겨운 썩은 생선 부스러기'로 만든 음식을 먹는 베트남인들을 경멸했다고 

하죠. 과거에는 자신들이 살던 땅에서도 먹던 음식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 합니다. 



- 태국의 남플라. 한국의 액젓과 유사하다.



- 베트남의 느억 맘. 한국의 간장처럼 사용된다.


최근들어 유럽에서는 고문헌에 기록된 제조법에 따라 가룸을 복원해서 상품화 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냄새가 역하진 않다고 하니 조만간 상품화된 가룸을

맛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663 7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 + arch 24/11/15 166 2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5 + nothing 24/11/14 614 18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331 8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370 6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3 열한시육분 24/11/13 496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1 dolmusa 24/11/13 576 3
    15039 요리/음식칵테일 덕후 사이트 홍보합니다~ 2탄 8 Iowa 24/11/12 335 7
    15022 기타[긴급이벤트] 티타임 따봉 대작전 (종료) 19 dolmusa 24/11/05 1009 31
    15038 정치머스크가 트럼프로 돌아서게 된 계기로 불리는 사건 3 Leeka 24/11/11 952 0
    15037 일상/생각와이프와 함께 수락산 다녀왔습니다. 10 큐리스 24/11/11 470 4
    15036 일상/생각과자를 주세요 10 하마소 24/11/11 506 17
    15035 일상/생각화 덜 내게 된 방법 똘빼 24/11/11 364 14
    15034 일상/생각긴장을 어떻게 푸나 3 골든햄스 24/11/09 574 10
    15033 일상/생각잡상 : 21세기 자본, 트럼프, 자산 격차 37 당근매니아 24/11/09 1662 42
    15032 IT/컴퓨터추천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나 13 토비 24/11/08 676 35
    15030 정치 2기 트럼프 행정부를 두려워하며 13 코리몬테아스 24/11/07 1422 28
    15029 오프모임[9인 목표 / 현재 4인] 23일 토요일 14시 보드게임 모임 하실 분? 14 트린 24/11/07 493 1
    15028 도서/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6 다람쥐 24/11/07 702 31
    15027 일상/생각그냥 법 공부가 힘든 이야기 2 골든햄스 24/11/06 656 16
    15025 생활체육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551 31
    15024 정치2024 미국 대선 불판 57 코리몬테아스 24/11/05 2208 6
    15023 일상/생각마흔 직전에 발견한 인생의 평온 10 아재 24/11/05 766 24
    15021 생활체육요즘 개나 소나 러닝한다고 하더라구요 10 손금불산입 24/11/05 536 13
    15020 문화/예술2024 걸그룹 5/6 8 헬리제의우울 24/11/04 488 1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