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6/04 21:33:16
Name   Xayide
Subject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 - 루시퍼 이펙트
학생 때, 비문학 도서는 제게는 존재 자체로 적이었습니다.

개인의 이야기이건 사회실험이건 뭐건, 창조된 이야기보다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적은 주제에, 시험에는 꼭 나오니까요.

그리고 이 책을 접했습니다.

'끝없는 이야기'도 그랬지만, 책이 두껍다는 것은 제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기 좋다는 것이며, 제목조차 상상의 여지가 풍부하니까요.

그리고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저는 이 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워낙 유명한 실험입니다. 영화로도 나왔고, 사회실험에 관심 많은 창작자가 소설의 소재로 쓴 적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짐바르도 교수가 직접 쓴 책입니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야 나무위키 등, 수많은 곳에서 접할 수 있으니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실험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은 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으니까요.

밀그램의 복종 실험에서도 보이듯이, 대부분의 사람은 책임이 자신에게 오지 않는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더라도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깨진 유리창 실험처럼 타인이 먼저 나서서 물꼬를 튼 상태라면, 명령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휩쓸려버릴 수 있다는 것 역시 이를 보충해줍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닌 권위와 시스템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마무리됩니다. 이 시스템에 저항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며, 그런 사람들은 영웅 취급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미군의 포로 학대, 신안의 노예제, 켄터키주 장난전화 사건,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나치 요원 등, 남들이 보기엔 사람이라면 못 할 짓을 한 것 같아 보이더라도, 우리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똑같이 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건들을 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우리는 레밍이 아니라고. 나는 혹시, 권위와 시스템에 의해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않았나 반성하고 다잡습니다.

p.s.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모두가 '와~!' 하는 물결에 동참하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군대에서 걸스데이 위문공연이 왔을 때, 의자 위로 일어서지 않은 사람이 저 혼자였다는 기억이 생생하네요... 이러니까 친구가 없...



5
  • 추천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35 기타낮에는 비 안 오다가 방금부터 쏟아지네요 핑크볼 18/05/17 4840 5
7536 과학/기술본격(영어)듣기시험 평가 얘니 v 로렐 분석 13 다시갑시다 18/05/18 5436 5
7538 일상/생각헉, 탐라에 흘려가도 좋을 잡설을 쓰다 티타임으로 넘어 왔습니다. 성공의날을기쁘게 18/05/18 4526 5
7549 게임[스타2] 다이아레기의 짧은 넋두리 5 Xayide 18/05/19 6089 5
7622 도서/문학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 - 루시퍼 이펙트 5 Xayide 18/06/04 4850 5
7626 기타오늘 마곡사를 갔습니다. 9 핑크볼 18/06/05 5411 5
7658 음악하루 한곡 041. 김상민-You 12 하늘깃 18/06/11 4584 5
7669 일상/생각빛바랜 좋은 날들, 사라져가는 멜로디. quip 18/06/12 4644 5
7695 음악왈츠는 세발고양이를 위해 4 바나나코우 18/06/16 4209 5
7701 역사작전과 작전 사이 (9) - 제궤의혈 호타루 18/06/17 5034 5
7731 일상/생각인터넷 글쓰기의 수준과 등급 12 망고스틴 18/06/23 4432 5
7747 일상/생각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사는 것에 대한 어려움에 대한 토로 6 라라 18/06/26 4086 5
7748 음악우기의 시작 11 바나나코우 18/06/26 4462 5
7751 스포츠[사이클] 원데이 클래식 (2) - 기타 클래식 대회들 2 Under Pressure 18/06/26 5256 5
7783 음악한 시간 늦게 일어났더니 6 바나나코우 18/07/03 4497 5
7785 스포츠[사이클] Belle 'EPO'que 6 Under Pressure 18/07/04 5165 5
7789 육아/가정엉뚱발랄 콩순이를 혹시 아십니까 26 얼그레이 18/07/04 6668 5
7868 일상/생각소개팅이 단순히 싫은 정도를 넘어 소개팅이라는 단어에도 공황장애 증상을 느낍니다. 19 라밤바바밤바 18/07/17 9576 5
7904 오프모임이른 오프모임 호객 (날짜 수정 28일 토요일) 34 化神 18/07/21 4723 5
7938 오프모임네스프레소 캡슐 나눔입니다 33 CONTAXS2 18/07/25 5567 5
7939 일상/생각고 노회찬 의원 추모를 위해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1 벤쟈민 18/07/25 5216 5
7941 스포츠[사이클] UCI World Tour Team Under Pressure 18/07/25 5687 5
7966 여행산 속의 꼬마 - 안도라 1 호타루 18/07/29 4826 5
7970 방송/연예레전드가 되는 길: 이경규 vs 최양락 12 OSDRYD 18/07/30 7772 5
7971 일상/생각양도소득세를 납부하며 관의 책임전가를 생각하다 24 메존일각 18/07/30 5198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