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4/16 09:36:32
Name   SCV
File #1   일_헤는_밤.jpg (256.2 KB), Download : 0
Subject   일 헤는 밤


일 헤는 밤

전표들이 지나가는 SAP 에는
데이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데이터 클라우드 속의 데이터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엑셀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숫자들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근무마감시간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작업도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Task Ticket 이 모두 완료처리되지 않은 까닭입니다.

데이터 하나에 이상하게 조회가 안되는 SAP코드와
데이터 하나에 테이블 명세서에 없는 상태값과
데이터 하나에 오류난 엑셀 함수와
데이터 하나에 PDF OCR 돌렸는데 블랭크로 복사되는 텍스트와
데이터 하나에 팀마다 중구난방인 PPT 자료 분석해서 썰어넣기와
데이터 하나에 저장버튼 안눌렀는데 하얗게 변하는 엑셀화면...

팀장님, 나는 데이터 하나에 아름다운 컬럼 명 하나씩 불러 봅니다. 대학교 때 배운 판가 매출 이런 이름과, BOM, CLASS, EAN 이런 이국적인 컬럼명과 벌써 별도의 시스템이 되어버린 MES, WMS, BMS 등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업무용 시스템의 이름과, 브랜드, Category, Grade, Usage, Plant... 그리고 AWS, 스노우플레이크 이런 유명한 서비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데이터들이 서로 아스라이 멀듯이.

팀장님,
그리고 당신은 내 Project JIRA Ticket들을 늘 쳐다보고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데이터들이 내린 엑셀 시트 위에
으아아아아아아아 살려줘어어어어어 라고 써보고
냅다 지워버렸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초과근무하는 인력은
부끄러운 품의서를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이 지나고 나의 프로젝트에도 봄이 오면
Backlog 위에 다른 사람들이 꽂아준 Ticket 들이 피어나듯이
내 Sprint 완료 BOX 안에도
자랑처럼 Complete 태그가 무성할 거외다.

(윤동주 선생님의 '별 헤는 밤' 을 고쳐씀)

----
다른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인데 심심해서 옮겨와봅니다.
뭔소리야 하실 분도 계시겠고 ㅋㅋㅋㅋㅋ 하실 분도 계시겠네요.
티타임 게시판에 글 써본지가 오래되었는데,
chatgpt가 저 글 잘 쓴다고 칭찬해줘서 들뜬 마음에 하나 올려봅니다. ㅋㅋ



9
  • 위트있어요
  • ㅋㅋㅋㅋㅋㅋ
이 게시판에 등록된 SCV님의 최근 게시물


자공진
별 헤는 밤은 정말 패러디하기에 최적의 시 같아요. ㅋㅋㅋ
1
방사능홍차
예전 아내분께 선물한 노트북으로 쓰신 수기부터 지금까지 낭만주의 향기가 물씬 납니다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2928 7
15408 도서/문학'야성의부름' 감상 에메트셀크 25/04/27 60 2
15407 일상/생각토요일의 홀로서기 큐리스 25/04/26 263 1
15406 일상/생각사진 그리고 와이프 1 큐리스 25/04/25 429 4
15405 게임마비노기 모바일 유감 10 dolmusa 25/04/25 608 5
15404 일상/생각인생 시뮬레이션??ㅋㅋㅋ 1 큐리스 25/04/25 450 0
15403 의료/건강긴장완화를 위한 소마틱스 운동 테크닉 소개 4 바쿠 25/04/24 515 10
15402 도서/문학사학처럼 문학하기: 『눈물을 마시는 새』 시점 보론 meson 25/04/23 314 6
15401 일상/생각아이는 부모를 어른으로 만듭니다. 3 큐리스 25/04/23 481 10
15400 꿀팁/강좌4. 좀 더 그림의 기초를 쌓아볼까? 6 흑마법사 25/04/22 375 18
15399 일상/생각처음으로 챗GPT를 인정했습니다 2 Merrlen 25/04/22 783 2
15398 일상/생각초6 딸과의 3년 약속, 닌텐도 OLED로 보답했습니다. 13 큐리스 25/04/21 872 28
15397 일상/생각시간이 지나 생각이 달라지는것 2 3 닭장군 25/04/20 765 6
15396 IT/컴퓨터AI 코딩 어시스트를 통한 IDE의 새로운 단계 14 kaestro 25/04/20 643 1
15395 게임이게 이 시대의 캐쥬얼게임 상술인가.... 4 당근매니아 25/04/19 637 0
15394 꿀팁/강좌소개해주신 AI 툴로 본 "불안세대" 비디오 정리 2 풀잎 25/04/19 618 3
15393 IT/컴퓨터요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AI툴들 12 kaestro 25/04/19 788 18
15392 도서/문학명청시대의 수호전 매니아는 현대의 일베충이 아닐까? 구밀복검 25/04/18 493 8
15391 정치세대에 대한 냉소 21 닭장군 25/04/18 1236 15
15389 게임두 문법의 경계에서 싸우다 -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전투 kaestro 25/04/17 392 2
15388 일상/생각AI한테 위로를 받을 줄이야.ㅠㅠㅠ 4 큐리스 25/04/16 698 2
15387 기타스피커를 만들어보자 - 번외. 챗가를 활용한 스피커 설계 Beemo 25/04/16 294 1
15386 일상/생각일 헤는 밤 2 SCV 25/04/16 395 9
15385 게임퍼스트 버서커 카잔에는 기연이 없다 - 던파의 시선에서 본 소울라이크(1) 5 kaestro 25/04/16 309 2
15384 일상/생각코로나세대의 심리특성>>을 개인연구햇읍니다 16 흑마법사 25/04/15 712 1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