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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4/25 16:21:54수정됨
Name   dolm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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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마비노기 모바일 유감


마비노기 모바일이 오픈한 지 그럭저럭 한 달이 되어 갑니다. 8년폐사개똥겜에서 갓겜 역주행도 쓰고 매출로 개고기게임들 다 밀어내보기도 하고 뭐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요.
전반적으로 근래 MMORPG를 표방하는 게임 중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다수로 보입니다. 튜토리얼 구간이 오히려 뉴비배척 구간이라고 할 정도로 안 좋긴 한데, 티르코네일을 넘어서부터의 레벨링 구간은 상당히 인상적일 정도로 재미가 있습니다. 저도 숙제 꼬박꼬박 하고 기본 멤버십도 지르고 기본적인 컨텐츠 진도는 다 따라잡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나름 프리코네 in20길드도 있어봤고, 저도 "한다면 한다!" (..) 라는 주의인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마비노기 모바일에는 그만큼 투자할 생각이 없습니다.
운영이 개판인 건 블아 같은 갓겜도 욕먹을 때가 있는 것이니 그렇다 치고요. 결계 타임에 점검하거나 파란포션 거지런 막는 것은 저도 좀 선넘네.. 싶긴 하지만, 제가 운영이 꼬와서 접은 경우는 별로 없기도 하고요. 인게임 컨텐츠만 재미있으면 운영이고 커뮤니티고 상관없고 나는 한다, 라는 MMORPG에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어쨌든 운영 때문에 서버비를 안 낼거다 이런 건 아닙니다.

애초에 게임 설계가 너무 좋지 않습니다.


1. "힐러" 집단의 폐사로 상징되는 직업군 설계의 실패와 미완성된 시스템

마비노기 모바일의 직업군은 통상의 MMORPG의 직업군과 같은 설계입니다. 탱커 딜러 힐러 서포터. 전통적인 탱딜힐에서 요즘은 서가 추가되지요. 요즘으로 따지면 로아가 대표적인 서포터를 게임 설계에 포함하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로아는 "힐러"를 표방하는 직업군은 없습니다. 서포터가 힐을 하지요. 엄밀히 말하면 로아는 탱딜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힐러군과 서포터군이 명확히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힐러는 힐을 하고, 서포터는 서포팅을 해야 겠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힐러가 힐을 못합니다. 아니, 하긴 하는데.. 할 수가 없습니다. 왜 힐러가 힐을 할 수 없는가? 물론 힐량이 X구린 것도 있습니다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힐러가 이지경이 된 근본적인 원인은 타게팅 시스템에 있습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아군 타게팅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적군은 타게팅"만" 됩니다. 그리고 넌타게팅 스킬에 대하여 범위 또는 방향 설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스킬 지정은 적을 향해서만] 할 수 있고, 그외의 [넌타게팅 스킬은 아주 특수한 조건](ex. 내주위, 이미 무언가 다른 방법으로 설정된)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게 만악의 근원이고, 힐러가 맛탱이가 갈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힐링 매커니즘은 "아군"을 기준으로 합니다. 대부분의 탱킹, 딜링 매커니즘이 "적군"을 기준으로 하는 것과 정반대지요. 실제로 대부분의 MMORPG에서 힐러 직업군은 적군을 한 번도 보지 않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딜러의 목표가 빈칸 만들기라면, 힐러의 목표는 빈칸 채우기지요. 따라서 힐러의 타겟은 "아군"입니다.

그런데 마비노기 모바일에서는 [아군을 타게팅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이 게임에서 힐러가 폐사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실제로 인게임에서는 힐링을 수행하기 위해 여러 다른 방법이 사용됩니다. 적군을 때리면 적군 근처에 힐장판이 깔리기도 하고, 아군 근처에서 스킬을 "토글"하면 라이프링크가 연결된다던가, 평소에는 딜링기지만 라이프링크가 연결되면 그 연결된 아군을 향한 (유사)타겟힐링 스킬을 쓴다던가..
그런데 듣기만 해도 그 방법이 매우 수동적 또는 까다로우며, 그마저도 초기에는 굉장한 버그들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아직 많이 남아 있고요. 게다가 게임의 템포가 비교적 빠른 편이라 이러한 동작 수행을 면밀하게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라이프링크가 던전 끝까지 이어지냐면.. 그것도 아니고 일반 딜링 사거리에 비해 조금 길 뿐입니다. 매스게임 하다가 다 풀려버린단 말이지요.

즉, 힐러 직업군은 "아군 타게팅"만 되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을 하지 못해서, 타 직업군에 비해 기본적으로 들이는 노력 자체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적군 타게팅이 있으므로 적을 찍고 때리고 피하면 되는지라 넌타게팅에서 약간의 제한이 있을 뿐인 탱딜과는 그 차원이 다릅니다. 만약 이런 타게팅 시스템을 채용할 것이었다면 힐러 직업군은 애초에 편입하지 말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마비노기 모바일에서는 굳이 힐러와 서포터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힐링"와 "아군 타게팅 불가"는 애초에 양립할 수 없는 것인데 말입니다.


2. 전투 유지능력의 지나친 외부화, 단순화와 인스턴스 보스 유형의 제한

마비노기 모바일의 인스턴스 던전 컨텐츠는 이번 주 레이드 컨텐츠 개방으로 기본 계통이 정립된 느낌입니다. 일반던전-심층던전-어비스-레이드(+필드보스) 순이지요. 어비스와 레이드는 일반 메뉴에 한 컨텐츠로 포함이 된 만큼, 주요 컨텐츠로 시리즈화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심층 던전은 기초적인 기믹 수행을 요구하는 일반 던전의 연장선입니다.
(왜 별도 입장자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수 있다고 칩니다. 이런 거까지 시비 걸만큼 기획 구성이 정교하다고 보이지 않아서.. ;;)
어비스와 레이드는 입장자원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강한 적이 있고, 기믹 수행이 필요한 던전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MMORPG의 엔드컨텐츠 들이지요.
이 어비스와 레이드의 소모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어비스는 그래도 첫주 공통 지역효과가 꽤 괜찮아서 1~2주 정도는 버티는 모양새였는데, 레이드는 진짜 10분 컷입니다. 오죽하면 어비스보다 레이드가 훨씬 쉽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입니다.
직업 설계상 문제가 있는데 왜 컨텐츠 속도가 빠를까요? 다들 토끼겅듀라서?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제가 토끼겅듀가 아닌데요(..)

위에 힐러가 폐사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저 어려운 조작구조 상에서도 힐을 할 사람들은 힐을 합니다. 그런데 왜 진짜로 폐사했을까요? 결국 X구린 힐량으로 갑니다. 그 어려운 조작을 해서 나오는 힐량이 물약 반개만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진짜로 HPS상 그렇습니다. 보라물약은 10초쿨 13300이니까 1330, 사제의 1번 스킬은 꽤 높은 스펙의 사제도 120~130이 한계입니다. 물론 오버힐 등등 고려하면 절반도 아닌 건 아니다 등등 반박할 소피스트들이 있겠지만, 본질이 아닌 건 게임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절반도 아닌게 절반이 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문제는 마비노기 모바일에서는 이 물약을 "전투마다" "10초 쿨"로 빨아제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5회 제한이요? 죽었다 살아나면 됩니다!] 진짜로요. 레이드에서는 무려 8명이 20번을 살아날 수 있습니다. 어떤 때는 피할 거 다 피하면서 시간 길게 가져가느니 맞을만한 패턴은 그냥 맞으면서 말뚝딜 갈기고 물약 빨고 죽었다 살아나서 계속 패서 죽이는 게 딜러 입장에서는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 될 때도 있습니다. 특히 어비스는 타임어택 보상까지 있어서 오히려 그것을 "권장"하는 것처럼 보이게까지 합니다.
이래서 사람들은 힐러의 매커니즘과 제공역량 자체가 너무나 부족함에도 컨텐츠 수행에 전혀 지장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전투유지 구조에 기댄다면, 게임의 향후 인스턴스 설계에는 매우 큰 제약이 됩니다.

와우의 낙스마라스는 현대 MMORPG 기믹의 집대성이지요. 모든 보스가 각자 개성이 있어서 현대의 모든 게임 보스들의 유형을 나타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MMORPG의 인스턴스 보스들의 유형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겠습니다.
1. 전투력 측정기 - 패치워크지요. 특별한 기믹이 없는 대신, 높은 수준의 성능을 요구하는 보스들입니다. 플레이어의 자원기준 및 역량을 측정하는 보스 유형입니다.
2. 말려 죽이기 - 로데브로 대표됩니다. 성능 요구 수준이 상당히 낮은 대신, 아군의 능력 역시 크게 제한합니다. 자원관리 능력 등을 요구하는 보스 유형입니다.
3. 개인 유격 - 헤이건입니다. 보스가 요구하는 기믹을 개별로 해결하면 됩니다. 개인의 센스, 시야능력, 상황판단력이 성능역량보다 중요합니다.
4. 단체 유격 - 타디우스입니다. 보스가 요구하는 기믹을 단체로 해결해야 합니다. 미리 약속을 정하여야 하고, 공대원이 기민하게 기믹을 해결해야 합니다.
(다만, 그 유형이 전술 부분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고딕이나 4기사단 같은 전략 매스게임과는 구분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현대의 모든 인스턴스 보스들은 (완전히 독립된 위치라고 볼 수 있는 전략 매스게임을 제외하면) 저 네 가지 유형의 조합이라고 봅니다.

자, 이제 마비노기 모바일에 맞추어 생각해 보지요.
1. 전투력 측정을 하는 데 적이 아군에게 주는 데미지는 고려할 수 없습니다. 딱 정해져 있거든요. 물약 5개+붕대 5개. 너무나도 명확한 기준선이 그냥 외부에서 강제되므로 필연적으로 요구역량보다 보수적으로 데미지 설계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피돼지 광폭화만을 제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2. 말려 죽이는 유형은 애초에 설계할 수가 없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유지자원이 딸깍 5+5로 정하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탱커+딜러 역시 최대자원인 "마나" 형태가 아닌 스택자원 "분노" 또는 "버블" 형태의 자원을 사용합니다. 자원 사용 형식이 직업간 어느정도 일관되어야 활용할 수 있는 보스 유형인데, 애초에 적합하지 않지요.
3, 4. 개인 유격이나 단체 유격 모두 5번의 기회를 받는 것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슈퍼세이브는 개인의 생존기에 국한됩니다.

이러다보니, 딱 나오는 게 한계가 명확히 보이지 않나요?
결국 보스 자체를 처음부터 원천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전략 매스게임 형태의 보스가 없는 한, 보스와의 전투 구조는 획일화 됩니다.


3. 리워크 수준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시스템의 결함에 따른 역량 의심

이 게임은 탱딜힐서 구조인데, 탱딜 서가 되어버렸습니다. 로아도 탱딜서인데요. 로아는 힐러라 할만한 직업군도 없는데 아군 타게팅도 되고 마우스오버도 된다면서요? 깔깔깔.
자아.. 힐러 직업군을 개편하기로 한다고 치죠. 보다 많은 힐,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힐. 힐. 힐.
말씀드렸지만, 힐러가 문제가 아닙니다.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저는 아군타게팅은 커녕 마우스오버도 아직 구현 안 해놨을 것으로 봅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인지도 못하는데 밸런스 조정이 될까요? 조금만 임계점을 넘으면 건드리면 밸붕이 날 것이 자명합니다.

물약 조정은 어떨까요? 5번 빨거 3번 빨면 탱딜들이 긴장할까요? 레이드 부활횟수 10번으로 줄이면 사람들이 기믹을 잘 지키려고 노력할까요?
컨텐츠 외적인 것으로 전투난이도를 조정하는 것이 쉬운 선택이지요. 코드에서 숫자 한두개만 바꾸면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어려워졌다고 느끼겠지요? 그것이 건강한 어려움일까요?

저는 이 게임 한 달하면서 8년 1000억설이 꽤 신빙성이 있는 썰이구나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탐라에 짧게 짧게 쓰려다가, 열불이 나기도 하고, 저도 정리가 좀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길게 써 봤습니다.
마비노기 본가에 딱히 애정이 깊은 것은 아니지만 그 "판타지 라이프"라는 컨셉을 매우 인상깊게 보았던 것도 있고,
마모 게임 자체에도 빛나는 부분이 꽤 많은데, 어떤 부분에서는 매무새가 근본적으로 떨어지고, 그게 앞으로의 게임 개발에 큰 걸림돌이 될 거라 보이는데,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지는 않고..

안타까워서 적어보았습니다. 앞으로 계속 할거 같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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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겜알못이라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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