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6/21 23:56:19
Name   The xian
Subject   그래도, 싸우러 갑니다.
일을 하다가 몸이 나빠지는 것도 모자라 세 번이나 쓰러지는 (정신을 잃은 적은 두 번) 경험은 매우 유쾌하지 않습니다.
(그것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쫓겨날 뻔한 경험이 수반되었으니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런 경험은, 몸에 치유되기 어려운 데미지를 주고, 마음에는 두려움을 줍니다.

재작년 늦가을 과로 및 그와 연관된 여러 가지 병들로 인해 세 번째로 쓰러진 이후
마음에 크게 자리잡은 두려움과 싸우고 있습니다.
일을 할 수 없는 때가 내일, 아니, 지금 당장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말이죠.

내가 지금 쓰러지면 지금 일은, 갚아야 할 돈은 어떻게 하고. 어머니는 누가 모시고. 동생은. 등등.
가뜩이나 잠 못 드는 밤에 그런 걱정이 들면 더욱 잠을 못 자게 됩니다.

물론. 정말로 내가 쓰러진다면 그 걱정 따위 아무리 해 봐야 의미 없는 일이 되겠지요.
계획이 있고 의지가 있다 한들 더 이상 계획과 의지를 실행할 내 자신이 이 세상에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https://youtu.be/9rLMvRwpGX8

한때 이 노래를 아침에 일어나는 알람으로 사용했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드는 음악입니다.

노래의 뜻을 생각하면, 그리고 이 노래를 주제가로 쓴 작품이
이 세상에 없는 등장인물의 그리움을 중심 주제로 삼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이 노래를 다른 때도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는 알람으로 사용하는 건 참으로 얄궂은 선곡이다 싶습니다.

언제 떠난다 하더라도.
마음 속에는 앞으로의 무언가에 대한 만남을 기약하며.
지금의 순간순간을 최고의 추억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
적어도 난 아주 나쁘기만 한 인생을 산 건 아니지 않을까.


한창 이 노래를 많이 들을 때는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지금도 아주 가끔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한두 시간 정도 이 노래만 듣습니다.


나는 두려움과 싸우는 일을 평생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은 아마 한동안, 어쩌면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싸우러 갑니다.


- The xian -



12
  • 천상병의 귀천이 생각 나네요. 좋은 노래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029 1
15878 창작또 다른 2025년 (3) 3 트린 25/12/04 312 3
15877 스포츠[MLB] 코디 폰세 토론토와 3년 30M 계약 김치찌개 25/12/04 232 0
15876 창작또 다른 2025년 (1), (2) 8 트린 25/12/03 464 7
15875 기타유럽 영화/시리즈를 시청하는 한국 관객에 관한 연구(CRESCINE 프로젝트) 19 기아트윈스 25/12/03 575 2
15874 일상/생각큰일이네요 와이프랑 자꾸 정들어서 ㅋㅋㅋ 14 큐리스 25/12/02 970 5
15873 오프모임12월 3일 수요일, 빛고을 광주에서 대충 <점봐드립니다> 15 T.Robin 25/12/01 561 4
15872 경제뚜벅이투자 이야기 19 기아트윈스 25/11/30 1522 14
15871 스포츠런린이 첫 하프 대회 후기 8 kaestro 25/11/30 457 12
15870 도서/문학듣지 못 하는 아이들의 야구, 만화 '머나먼 갑자원'. 15 joel 25/11/27 1049 27
15869 일상/생각상남자의 러닝 3 반대칭고양이 25/11/27 704 5
15868 정치 트럼프를 조종하기 위한 계획은 믿을 수 없이 멍청하지만 성공했다 - 트럼프 행정부 위트코프 스캔들 6 코리몬테아스 25/11/26 907 8
15867 일상/생각사장이 보직해임(과 삐뚫어진 마음) 2 Picard 25/11/26 696 5
15866 일상/생각기계가 모르는 순간 - 하루키 느낌으로 써봤어요 ㅋㅋㅋ(와이프 전전전전전 여친을 기억하며) 5 큐리스 25/11/25 634 0
15865 경제주거 입지 선택의 함수 4 오르카 25/11/25 657 3
15864 철학/종교진화와 창조, 근데 이게 왜 떡밥임? 97 매뉴물있뉴 25/11/25 1876 4
15863 일상/생각창조론 교과서는 허용될 수 있을까 12 구밀복검 25/11/25 1067 17
15862 기타★결과★ 메가커피 카페라떼 당첨자 ★발표★ 11 Groot 25/11/23 622 4
15861 기타[나눔] 메가커피 아이스 카페라떼 깊콘 1 EA (모집마감) 31 Groot 25/11/21 678 3
15860 일상/생각식생활의 스트레스 3 이이일공이구 25/11/20 720 1
15859 일상/생각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 moqq 25/11/20 652 7
15858 오프모임[취소] 11월 29일 토요일 수도권 거주 회원 등산 모임 13 트린 25/11/19 779 3
15857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2 2 육회한분석가 25/11/19 484 3
15855 의료/건강성분명 처방에 대해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넋두리 46 Merrlen 25/11/17 2018 2
15854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 육회한분석가 25/11/17 569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