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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2/17 15:32:15
Name   은머리
Subject   현실 직시하기, 그것의 어려움
사회심리학자인 니콜라스 에플리 교수에 의하면 우리는 타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면 없을수록 우리만의 편견으로 그 빈 공간을 채워넣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가 행한 실험에 의하면 우리는 타인이 피력한 의견을 텍스트로 읽을 때보다 타인의 목소리를 들을 때 더 많은 이해심을 발휘하게 된다고 하는데 이건 홍차넷회원 여러분들도 타임라인에서의 사운드클라우드 목소리인증을 들으며 깨우친 바이기도 해요. 그런데 이 말을 뒤집으면 되게 재밌어져요. 텍스트만 읽을 때 인간은 상대방을 덜 인간적으로 상정해 놓는 경향이 있어서 이해심을 발휘하는 데에도 매우 야박해 집니다. 목소리만 듣는 것과 타인을 영상으로 보는 것 사이에는 이해심의 차이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하는군요. 텍스트와 목소리/영상은 차이가 대단했구요.

[1]   텍스트는 미디어의 주요 전달수단이에요. 영상도 마찬가지이고요. 우리는 모든 이벤트들에 대해 텍스트와 영상을 동시에 섭렵하고 살지는 않아요. 그래서 텍스트만을 통해 공포심이나 적개심을 키우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바로 텍스트만을 접하는 경우 타인을 비인간화하기 쉬운 경향 때문에요. 지난 미 대선경쟁 당시 공화당 측 후보였던 마르코 루비오에 대해 리버럴들은, 흑심 가득하고 야망에 불타는 공화당 앵무새라고 폄훼했지만 그의 말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 보면 상당히 이지적이고 이성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the-fix/wp/2017/02/09/marco-rubio-just-gave-a-really-important-speech-but-almost-no-one-paid-attention/?utm_term=.7b507dd5b4d3#comments

의회에서의 발언을 들어 보시면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멘트를 해요.

     *국민의 반이 나머지 반을 증오하는 나라가 자국의 문제를 타파하고 산다고 하는 문명에 대해 저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토론이 불가능해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모두를 증오하며 서로 코너로 몰아넣는 바람에 지극히 단순한 문제조차도 해결하지 못하는 공화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오늘 밤 우리가 처한 위기는 단순한 규정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급한 안건을 건설적이고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논의하지 못하는 이 세계 최강국의 무능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진보 상원의원인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렌이 트럼프행정부가 지명한 법무부장관의 부적격성을 연단에서 성토한 날 타의원 비방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발언권을 박탈당했을 때에는 많은 언론에서 대서특필을 했었지만 루비오의 목소리는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았어요. 리버럴들에게 그는 그냥 꼴통 공화당의원으로 통하니까요.

[2]   어느 날 UC버클리에 초청된 한 연설자는 학생들의 반대시위로 인해 강연이 행사직전에 취소되는 바람에 연설할 기회를 잃었어요. 그는 마일로 요나폴리스라고 하는 극우 저널리스트였어요. 페미니즘을 암에 비유하기도 했죠. 이 해프닝에 대해 우려를 표한 비영리단체가 있었습니다. 미국 시민 자유 연맹(The American Civil Liverties Union)이라고 하는 단체로 트럼프행정부가 배타적인 이민정책을 발표하자마자 일주일만에 23 밀리언 달러(대략 250억 원)의 풀뿌리후원금을 확보했지요. 성소수자의 권리, 여성의 자기신체결정권, 표현의 자유 등의 가치를 지향하는 곳이에요. 이 단체에서 마일로 요나폴리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단체지지자들이 발끈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Hate speech를 보호해야할 명분은 없다는 것이 그들의 불만이고요.

상위 두 예는 텍스트가 조장한 비인간화가 실재하는 이견을 압도함으로써 상대진영에 대한 혐오가 비현실적으로 커진 상태에서 발생하는 일들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실제로 목소리를 접해보면 텍스트로만 접할 때보다는 나은 이해심을 발휘할 수 있건만 그 기회를 완전히 차단하면 사회는 hate speech로부터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조금이나마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Hate speech에 대한 우려가 밀려온다 하더라도 인간은 결코 자신만의 아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겸손을 갖추는 것이 미덕이라면 충분히 상정해 볼 수 있는 이야기일 거예요.    

[3]   며칠 전에 Wall Street 저널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났어요. 유툽스타 중에 퓨디파이(PewDiePie)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스웨덴 젊은이가 있어요. 이 친구가 무엇으로 그리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인기가 굉장해서 유툽구독자가 5천 3백만이 넘어요. 천문학적인 숫자의 구독자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입도 굉장하죠.
https://www.wsj.com/articles/disney-severs-ties-with-youtube-star-pewdiepie-after-anti-semitic-posts-1487034533 이 사이트 구독자가 아니라 기사는 읽지 못했어요. 대신 동영상은 봤거든요. 저도 영상만 먼저 봤을 땐 뭐 이런 인종차별주의자가 인기가 저래 많나 했어요. 히틀러의 사진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사용하거나 심지어 나치복장을 하고 등장하기도 했죠. 이에 그가 간접적으로 소속되어 있던 디즈니가 사업 상의 결별을 선언했고요. 언론의 포화가 쏟아지자 그는 삐닥하게 자신을 변호하며 반유대주의자라는 낙인에 오히려 더 불을 붙입니다.





최근 급속하게 폭발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퓨디파이가 자신의 입장을 오늘 내놓았어요. 자신의 장난이 지나쳤음을 일단 인정을 하긴 합니다. 그런데 언론과 대중이 자신을 파시스트라든지 반유대주의자라고 레이블링하는 것과, (일확천금이었을지 모를) 디지니와의 사업연계가 파토난 것을 두고 희열에 찬 군중 뒤에서 고난을 겪어야 하는 자기 휘하의 수백명의 스텝들을 언급하며 과연 이 언론의 호도와 군중의 광기가 자신의 치기어린 장난에 대한 댓가로서 정당한가라는 의문을 던져요. 그가 쏟아낸 수많은 분량의 유툽영상 중에서 고작 몇 분의 '지나쳤던 장난'을 모아서 편집하면 그는 누구에게나 단박에 인종차별주의자이지만 그가 만들어온 컨텐츠에 관심이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텍스트로만 그를 접하게 된 우리는 과연 그가 속하기도 하고 우리도 속한 이 현실을 실재하는 현실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나의 perception이 '모든 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한다면 우리는 일단은 주저하며 아닐 수도 있음을 상정해 보는 것이 현실을 직시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거예요. 그가 철이 없었음은 명백하지만 우리 자신이 그에게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면 이 분노가 정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분노인가, 과연 이만큼 분노할 필요가 있는가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 이것만으로도 충분할 거예요.
  


http://nautil.us/blog/its-easy-to-make-enemies-of-people-we-only-read-about
http://www.npr.org/2017/02/12/514785623/the-aclu-explains-why-theyre-supporting-the-rights-of-milo-yiannopoulos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2-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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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피
며칠 전 퓨디파이 사건을 알게 되었는데 여기까진 생각이 못 미쳤어요.
은머리 님 글을 읽고 나면 넘나 부끄러워지는 것. 이런 부끄러움 좋아요. 추천.
은머리
퓨디파이가 오늘 올린 영상을 보니 꽤 그럴 듯한 이야기이긴 하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ㅎ.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http://nautil.us/issue/27/dark-matter/ingenious-nicholas-epley 이 인터뷰영상을 본 때문인데 이걸 우리말로 다 옮기려니 엄두가 안 나서 그냥 다른 거랑 대충 얼버무려서 올렸어요.
그렇습니다.

목소리 녹음을 들었을 때와 안들었을 때 그 사람을 보는 기준이 달라지는걸 저도 경험했습니다.

듣고 나면 확실히 그 사람에 대해서 전보다 더 너그러워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다들 목소리 녹음해서 올리십시요 ㅎㅎ
은머리
똑똑하신 작업남 토비 님.
불타는밀밭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이유가 딱히 필요 없다면

사람이 사람을 증오하는데도 딱히 이유가 필요 없겠지요.
은머리
사랑에는 이유 같은 거 안 붙여도 누굴 증오한다면 이유라도 좀 있어주는 것이.. 호호호.
삼공파일
은머리님 인증 전 상상
은머리
에잇 댓글로 장난 치려다 도저히 손발 오글거려서 모하게따!!!
삼공파일
신입회원들에게 홍차넷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은머리님
은머리
오. 오케오케 ㅋㅋ.
삼공파일
엘모회원님에게 폭립을 사주는 은머리님
은머리
도배 싱고.
불타는밀밭
힉 저 비싼 걸!!!!

은머리님 초 부자시군요!!!
사나운나비
아하하하하하 인정!!
아 이 할머니가 절 키웠어요ㅠ 진짜 너무너무 좋아해서 저런 티스푼이 꼭 갖고싶었어요.
목소리도 좋았었는데ㅠ
삼공파일
인증 후 상상
은머리
인턴 가세요. 속히 가세요.
베누진A
그래서 제가 띠드버거 음성 인증을
은머리
댑악 뜬금포였음.
베누진A
다 이 본문과 같은 생각을 계산하고 한 거에요. 여러 커플들이 부러워서 미쳐버린 게 아니라
일단 가능한 한 실체에 가깝게 볼 수 있는 건 자기 자신 아닐까요. 제가 저만 보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아까 탐라 봤지롱요. -.-
은머리
에플리 교수가 말하길 자신이 행복한가에 대한 답은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잘 알지만 자신의 사진을 찍어서 특정 이성이 자신이 얼마나 이성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할 것인지 맞춰보라고 하면 그걸 유의미하게 맞추는 사람이란 없대요. 인간은 사회적 교류를 하며 늘상 남과 나를 의식하고 평가하고 살면서 정작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들여다 보는 작업에는 그 경험치에 비하면 놀라우리만치 무지한데 그건 바로 나는 내 안에 "갇힌" 자아일 뿐이기 때문이래요.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란 질문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보기
에플리 교수가 말하길 자신이 행복한가에 대한 답은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잘 알지만 자신의 사진을 찍어서 특정 이성이 자신이 얼마나 이성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할 것인지 맞춰보라고 하면 그걸 유의미하게 맞추는 사람이란 없대요. 인간은 사회적 교류를 하며 늘상 남과 나를 의식하고 평가하고 살면서 정작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들여다 보는 작업에는 그 경험치에 비하면 놀라우리만치 무지한데 그건 바로 나는 내 안에 "갇힌" 자아일 뿐이기 때문이래요.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란 질문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것보다 오히려 알기란 어렵다라고 인정하는 순간에야 비로서 우리는 타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발판이 마련돼요.

저 이런 얘기 참 재밌거든요. 제가 많이 좋아하는 논문 중에 토마스 네이글의 < What is it like to be a bat? > 이라는 글이 있는데 인간은 동물들의 습성을 연구하고 그들의 행동패턴을 모두 알고 있다고 장담하잖아요. 그런데 과연 인간이 듣지 못하는 초음파를 듣고 야행성에, 날아다니는 박쥐의 삶이 과연 어떤 삶인지 알 수 있는 걸까, 인간이 상상해 보는 박쥐의 삶은 '인간으로서 상상되는 박쥐의 삶'일 뿐 정작 실제 박쥐가 박쥐로 살아간다는 건 도저히 상상조차도 못하는 무지랭이가 바로 인간이라는 거예요. 그 삶은 박쥐가 아니고서는 알 길이 전무하다고 말해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자그마하거든요. 치와와랑 닥스훈트 믹스견인데 겁이 많아요. 저를 그렇게나 좋아하는데도 제가 허겁지겁 다가가면 몸이 움츠러들고 본능적으로 두려워해요. 저는 그 개랑 더할 나위 없는 교감을 나누고 산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조그마한 몸을 가지고 사는 강아지의 삶이 과연 어떤 삶인 건지 제대로 알고 있나 생각해 봤거든요.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불타는밀밭
그 연구결과는 신뢰할 수 없겠는데요....

주변에서 수도 없이 반례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꼴랑 사진 한장으로는 그 사람의 외모적 매력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strelka
https://vimeo.com/137393659
사람들 데려다 사진을 찍고, 방금 찍은 사진을 이성이 보면 (매력의 측면에서) 몇 점 줄 것 같냐고 예측하게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다른 이성을 데려와서 같은 사진을 보고 매력 점수를 매기게 합니다.
이런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측 점수 vs 실제 점수 비교 결과는 accuracy was not significantly better than chance...였다고 하네요.
은머리
내가 보는 나는 그 누구보다도 정확한데 남이 보는 나에 대해서는 no clue임을 보여준 실험이다라고 이해하시면 될 거예요.
마일로는 극단적 일베유저가 극 미국스러운 사르카즘까지 장착한 느낌이더군요. 하지만 저도 버클리에선 연설은 하고 반대 시위나 퍼포를 하는게 옳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놀아난거 같아요.
은머리
미국 시민 자유 연맹의 수석 직원 변호사가 공영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There's no question that the things that Mr. Yiannopoulos says are unbelievably hateful in nature. But the phrase hate speech is a form of free speech.]
"마일로의 발언은 본질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증오발언들인데 그 증오발언도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이다."

사실 이 표현의 자유라는 게 저도 현대 사회를 사는 한 구성원으로서 그 가치판단이 가장 왔다리 갔다리하는 분야예요. 말씀하신대로 연설은 관철시키되 반대 시위/퍼포몬스도 동시에 뜨거운 풍경이 그나마 가장 나은 것 같아요.
다시갑시다
ACLU의 대응은 볼테르가했다고 전해지는
"나는 당신의 의견에 절대로 동의할수 없지만 당신의 발언권을 절대적으로 지켜줄것입니다"류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대응이라고 생각해요.

아예 발언권 자체를 묵살시키는것은 말이 안되지만 동시에 이렇게 생각해볼수도있을것 같아요.

마일로와 같은 경우는 사실 오프라인으로 강연을 보지 않는다고해도, 이미 온라인으로 그의 강의와 의견을 굉장히 자주 접할수있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에서와 오프라인에서의 교류가 다른 뉘앙스를 지니는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그 사람이 어떤말을 할지 뻔히 아는데 ... 더 보기
ACLU의 대응은 볼테르가했다고 전해지는
"나는 당신의 의견에 절대로 동의할수 없지만 당신의 발언권을 절대적으로 지켜줄것입니다"류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대응이라고 생각해요.

아예 발언권 자체를 묵살시키는것은 말이 안되지만 동시에 이렇게 생각해볼수도있을것 같아요.

마일로와 같은 경우는 사실 오프라인으로 강연을 보지 않는다고해도, 이미 온라인으로 그의 강의와 의견을 굉장히 자주 접할수있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에서와 오프라인에서의 교류가 다른 뉘앙스를 지니는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그 사람이 어떤말을 할지 뻔히 아는데 내돈(학생들의 학비/부모님의 세금) 들여서 굳이 관심도 없고 상처만 받을 말들을 내가 들어야하나?라는 지적도 타당하다고 생각해요. 발언의 자유권도 무한대로 상정되는것은 아니고 공공에게 해가 된다고 판단하는 발언들은 법적으로 처벌받는것 또한 사실이잖아요. 단적인 예로 공개적인 살인/범죄행위의 예고라던가, 영화관이나 공항 같은 공공장소에서 패닉과 혼란을 일으킬수있는 "폭탄이야! 불이야!" 같은 발언들도 발언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고요.

PC함이 수면위로 더 떠오르고 다원화주의가 미국 진보측에서 더 강해지면서 '공공'의 범위가 예전과는 변하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공공'에게는 물리적인 위험성을 주는 행위들만이 위험한것으로 인식되었지만 그 범위를 더 넓혀야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있고, 뭘 그걸 그렇게까지 복잡하고 힘들게 생각하냐라고하는 사람들도있는거겠죠.

전 위의 대립에서 전자쪽으로 많이 기울어있는 성향이고 마일로를 좋아하지 않아요. 뭐 스탠스를 떠나서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주장을 펼친다는 생각이 들지 않거든요. 하지만 만약에 저희 학교에서 강연을 하겠다고하면은 전 강연의 기회는 지지를하고 가서 들어보고 싶은 마음은있어요. 이미 많이 봐왔고 똑같은 말을 할것같지만, 그래도 사람은 복잡한 존재이고 그 기회에 마일로에게도 나에게도 예상치 못했던 면모를 발견할수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지니고 싶네요. 하지만 동시에 제 주위의 친구들이 거기에 대해서 극렬하게 반대하는것도 이해는가요. 결과가 뻔히 보인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그 기회를 주는것조차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건 자연스럽다고 느껴지거든요.
은머리
저도 공감이 가는 말씀들이에요. 전 너무너무 신기한게요. 인간은 참 희한한 짬뽕이란 생각이 드는 게 바로 psychological reactance(심리적 반동)현상을 보일 때예요. 헤이트 스피치는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고 보편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이미 형성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일로의 연설을 강제로 취소시켜 버리니 속시원한 게 아니라 뭔가 심리적 반동작용을 일으켜요. 리버럴은 언급하신 볼테르의 발언과 같은 맥락의 guilt를 느끼고 보수는 분노하면서도 자신들의 분노가 정당해짐에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요. 현대 사회에서 똘레랑스를 발휘하기란 정말 힘들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일로 얘기하면 느낌이 맹꽁맹꽁한데 일베에 비유하면 바로 느낌이 오잖아요.
다시갑시다
맞는것같아요! 심리학에 연구에 대해서 들어보면 들어볼수록 사람이란게 정말 단순하면서도 오묘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어떤 신경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게 다 아타리나 돌리라고 진화된 하드웨어가 차세대AI를 깔려고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말을 하시던데 일정부분 공감가는 설명인것 같아요 ㅋㅋㅋ
오 재미있는 글 생각거리 많은 글... 그런데 에플리 교수는 왜 굳이 그런 실험을 - 아마 제가 떠올린 장애물들을 실험에서 성공적으로 배제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 선택했을까요. 외모평가라는 언어행위 자체가 이미 복잡한 정치문화적 행위라서 수치적 실험결과로 환원하기에는 예상치 못한 곁가지가 상당히 많이 따라붙을 텐데 말예요. 최소한 동북아 여성들은 대개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의 외모 점수보다 스스로 더 낮은 점수를 말하는 것이 '적절한' 행위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서구 여성들이나 아프리카, 다른 아시안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아마 비... 더 보기
오 재미있는 글 생각거리 많은 글... 그런데 에플리 교수는 왜 굳이 그런 실험을 - 아마 제가 떠올린 장애물들을 실험에서 성공적으로 배제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 선택했을까요. 외모평가라는 언어행위 자체가 이미 복잡한 정치문화적 행위라서 수치적 실험결과로 환원하기에는 예상치 못한 곁가지가 상당히 많이 따라붙을 텐데 말예요. 최소한 동북아 여성들은 대개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의 외모 점수보다 스스로 더 낮은 점수를 말하는 것이 '적절한' 행위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서구 여성들이나 아프리카, 다른 아시안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고. 우리는 영원히 내가 생각하는 솔직한 점수와 남이 생각하는 솔직한 점수를 맞춰볼 기회를 가지지 못할 거 같고, 이 실험이 이야기하는 것이 꼭 에플리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어떤 '인식'이나 이해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한편으로 남초 사이트들에 가면 연예인이나 일반인 사진을 올려놓고 "이정도면 상위 몇 %인가요?"를 묻고 답하는 게시물들이 엄청 많은데, 아마 그런 사이트들을 많이 둘러본 여성들은 그 평가들에 비추어 스스로의 외모를 평가하게 되겠지요. 여초 사이트에 올려진 남성 사진도 뭐 마찬가지 운명일 테지만 아마 남초의 외모평가 기준이 훨씬 단순하고 일관성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야전 필드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 포샵과 스노우 (ㅋㅋ)에 익숙한 세대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인해 그야말로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데 상당히 친숙한 세대들(특히 여성들)이 전통적인 '겸양'의 화법 또는 과장된 교란술을 구사하고 있다면 실험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얻는 데 상당한 방해가 될 것 같아요.

우스개소리처럼 돌아다니는 말이 있는데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보통 여성은 거울을 보면서 주로 '난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를 생각한다면 남성은 '난 이만하면 잘생긴 거 같아 헤헤' 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정도 또한 엄청나서 '객관적인' 자기 얼굴점수보다 무려 6배나 잘생겼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젠더 차이도 그렇고 어쨌건 얼굴은 자의식의 가장 민감한 꺼풀이다 보니 외모평가란 주제를 학문적 실험에 투입할 때는 조심해야 할 거 같아요. (무려 에플리 교수에게 지적질 ㅋㅋ)

목소리가 인간의 마음을 열어 놓는 것은 확실히 맞는 거 같아요. 제가 통진당 이정희 전 대표를, 그가 몰락의 길을 걷기 아주 오래 전부터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그 양반이 선거를 앞두고 팟캐스트인가 뭔가를 시작해서 방송을 하는데 밤에 라디오 진행을 맡겨도 좋을 만큼 목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이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갑다 흠 그러고 있는데 에엥 좀 뒤에 궤멸적인 반전이 ;;;
목소리든 얼굴이든 문자보다는 어떤 사람의 현전을 보증하는 진실한 지표라고 믿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사람들이 마음을 여는 거 같아요. 글은 누가 써줄 수 있지만 목소리나 얼굴은 그러기 힘들잖아요? 흥미로운 것은 예전 게시판 (사진을 올려 인증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시절에도 게시판 연애는 빈번했고, '글재주 하나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사례들도 꽤 알려져 있다는 거예요(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례는 잘 모르겠네요). 이것은 인용하신 에플리의 말처럼 [타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면 없을수록 우리만의 편견으로 그 빈 공간을 채워넣은] 중요한 사례들일 테지요. 타인을 이미 좋아했다면 그 편견은 호의나 사랑이 되는 것이고, 이미 싫어했다면 그 편견이 증오나 분노가 되는 것이고...

저는 hate speech를 허용하고 안 하고의 단계를 넘어서지 않았나 싶은 게, 어떤 특정 플랫폼에서 허용하지 않는다 해도 증오발언이 분출될 경로들은 너무나 많고, 허용한다 하더라도 그 관대한 허용이 자유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더 높여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아요. 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표현의 자유로 허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을 우리가 무려 '논쟁'이라고까지 불러준다면 그야말로 대학생들한테 초등학생 수준으로 내려가서 말싸움을 해보라는 이야기지요. 아마도 예로 들어주신 퓨디파이나 마일로 케이스 같은 경우 각각의 케이스마다 맥락을 섬세하게 따져서 들여다보고 그들의 전체적인 경향성에 비추어 판단해야 할 텐데, 그들은 굳이 버클리까지 가서 증오발언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자기 말을 퍼뜨릴 통로가 많아요. 마일로를 굳이 불러다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주최측이 그의 말을 '그 시간에 부를 수도 있었을 다른 연사들을 제끼고 부를 정도로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는 말'이라고 이미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지요. 그렇다면 그 함의에 대해 견제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고, 학생들이 시위하는 것도 뭐 당연하다고 생각된다는.
은머리
앗 모이라 님! 저 오늘 퇴근하면 댓글 달게요. 여기에 아무렇게나 달 수는 엄서요!
아잉 천천히 오세여. 위에 쓸 것을 까먹었는데 은머리님은 '글재주 하나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확실한 케이스예요. ㅋㅋ
은머리
말씀하신, 외모평가를 소재로 한 실험은 데이타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요소들이 있을 수 있겠네요. 이게 아마 이 교수가 서양인이라 별다른 애로점를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SNS를 매개로 한 나르시시즘의 세대이기도 하다 보니. 미국 젊은이들 나르시시즘은 남녀를 불문하고 좀 유별나 보일 때가 있거든요.

전 말씀하신 것 중 마지막 단락이 제일 재밌어요. [증오발언이 분출될 경로들은 너무나 많고] 이 부분이요. 아마 UC 버클리가 마일로를 강연에 초청한 주된 이유는 트럼프행정부 아래 뜨겁게 득세한 PC파괴자들, 그들을 대변할 만한 마일로 같은 사람이... 더 보기
말씀하신, 외모평가를 소재로 한 실험은 데이타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요소들이 있을 수 있겠네요. 이게 아마 이 교수가 서양인이라 별다른 애로점를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SNS를 매개로 한 나르시시즘의 세대이기도 하다 보니. 미국 젊은이들 나르시시즘은 남녀를 불문하고 좀 유별나 보일 때가 있거든요.

전 말씀하신 것 중 마지막 단락이 제일 재밌어요. [증오발언이 분출될 경로들은 너무나 많고] 이 부분이요. 아마 UC 버클리가 마일로를 강연에 초청한 주된 이유는 트럼프행정부 아래 뜨겁게 득세한 PC파괴자들, 그들을 대변할 만한 마일로 같은 사람이 뭐라고 하는지 한 번 들어보자 정도의 호기심이지 싶어요. 자유주의자 엘리트들이 관용을 베푸사 그들의 혐오스피치를 한 번 들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지 그들이 주장하는 가치에 손을 들어주는 제스쳐는 아니었을 것 같아요. 일명 리버럴이 허락한 혐오연설 ㅋㅋ.

말씀하셨다시피 '증오발언이 분출될 경로들은 너무나 많아서' 실은 세상 여기 저기에 우리가 그렇게나 터부시하던 혐오들이 산재해 있단 걸 알게 되는데 요즘의 PC는 그 가치를 지키는 방법이 굉장히 sophisticated한 것 같아요. 일전에 이런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내용은 안 보셔도 돼용)
https://www.youtube.com/watch?v=QpUWEkhuqN4

화자는 사회학자 조나단 하이트이고 진보적인 학자예요. 진보 보수의 대립각 양상과 통합에 관심이 많은 아재예요. 웃기게도 훌륭한 그림체로 영상을 완성한 청년이 백인우월주의자예요. 이 친구가 업로드 해놓은 다른 영상들은 alt-right가 보여주는 인종차별적 사고를 많이 반영하고 있어요. 이 친구의 영상을 본 리버럴 성향일 법한 개인이 이 사람의 직장에 백인우월자라고 꼰질러서 해고당할 뻔한 일이 있었나 봐요. 그 에피소드를 영상으로 제작해서 아래와 같이 올렸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bjt_2NcC-aY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명 백인우월주의자가 맞는데 자기는 백인우월주의자가 아니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고 해요. (저 이 사람 사고가 정말 신기했던게 백인우월주의가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말 하는 것 들어보면 결국 백인우월주의자인데 자신은 백인우월주의자가 아니라고 해요. 인종분리에의 열망을 피력하면서도 그 정도로 대담하게 사고할 정도면 보편적으로 도덕이나 윤리라고 하는 것이 부당하거나 잘못되었다고 우길 법도 한데 그러지는 않고 보통의 도덕, 윤리에 여전히 매달려 있는 모습이 되게 신기했어요). 여기에서 작동하는 현대 PC의 특징은 , 그가 영락없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할지라도 개인적인 유툽활동을 문제 삼아 직장에서 잘리도록 시도하는 건 그가 파괴하는 PC보다 더 잔인하다는 거고 잔인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걸 거예요. 혐오를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혐오와 공존할 때에야 PC가 지켜진다는 의미에서 뭐 결국 맥락이 중요하다가 되는데 많은 담론의 결과가 맥락을 봐야 한다가 되는 것 같네용.
동영상 앞부분만 조금 봤는데 이 청년 그림을 정말 잘 그리네요... 와. 두번째 동영상은 좀 길고 자막도 없으니께 천천히 볼게요.

'리버럴이 허용한 혐오연설'이란 문구가 재미있어요.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에서 따오신 건가요? ㅋㅋ 리버럴한 지식인들이 가장 혐오하는 것이 개인의 인권을 부정하는 혐오발언일 텐데, 뒤의 혐오는 hatred이고 앞의 혐오는 disgust 에 가까울 거 같아요. 오늘날 인종주의적 혐오발언들은 집단적 운동이 분출하는 정치적 리비도의 표현처럼 보이는데, 그것에 대한 혐오는 생리적 혐오로 시작되는 자... 더 보기
동영상 앞부분만 조금 봤는데 이 청년 그림을 정말 잘 그리네요... 와. 두번째 동영상은 좀 길고 자막도 없으니께 천천히 볼게요.

'리버럴이 허용한 혐오연설'이란 문구가 재미있어요.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에서 따오신 건가요? ㅋㅋ 리버럴한 지식인들이 가장 혐오하는 것이 개인의 인권을 부정하는 혐오발언일 텐데, 뒤의 혐오는 hatred이고 앞의 혐오는 disgust 에 가까울 거 같아요. 오늘날 인종주의적 혐오발언들은 집단적 운동이 분출하는 정치적 리비도의 표현처럼 보이는데, 그것에 대한 혐오는 생리적 혐오로 시작되는 자기 방어기제, 아직 개인적인 영역의 문제로 보여요. 제가 일베를 눈팅하며, 혹은 메갈리아를 눈팅하며 느꼈던 감정이 거의 그랬어요. 정말 '역겨운'데, 이 역겨움은 과연 이성적으로 윤리적으로 그들에게 공정한 것인가?를 종종 스스로 되묻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자신의 역겨움에 최소한 제동을 한번쯤 걸어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도 함께...
은머리
오 댓글 어려웠는데 다섯 번 읽으니까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갈 듯 말 듯. (자꾸 읽으면 더 감이 올까 신기!) 메갈리아는 '생리적 혐오로 시작되는 자기 방어기제, 아직 개인적인 영역의 문제'로 보이는 것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일베는 여성혐오의 경우 메갈과 비슷한 것 같은데 전라도 혐오의 경우 철저하게 정치적이었던 것에서 시작해서 압도하는 규모와 혐오반복학습 때문에 개인적인 영역으로 고착화된 게 아닌가란 의심이 들어요. 일베는 전통적인 전라도 혐오구호인 전라도 사람들이 뒷통수를 잘 친다를 확장시켜 전라도 사람들이 더 잔인... 더 보기
오 댓글 어려웠는데 다섯 번 읽으니까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갈 듯 말 듯. (자꾸 읽으면 더 감이 올까 신기!) 메갈리아는 '생리적 혐오로 시작되는 자기 방어기제, 아직 개인적인 영역의 문제'로 보이는 것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일베는 여성혐오의 경우 메갈과 비슷한 것 같은데 전라도 혐오의 경우 철저하게 정치적이었던 것에서 시작해서 압도하는 규모와 혐오반복학습 때문에 개인적인 영역으로 고착화된 게 아닌가란 의심이 들어요. 일베는 전통적인 전라도 혐오구호인 전라도 사람들이 뒷통수를 잘 친다를 확장시켜 전라도 사람들이 더 잔인한 범죄를 많이 지른다와 같은 유언비어를 밈처럼 만들어내며 혐오유희를 즐기는데 이러한 습관적 밈이 특히 청소년 일베유저들에게 의식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이거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싶거든요. 여튼 이 부분은 제가 좀 속상한 면이 있어요. 일베의 전라도혐오는 너무도 오랫동안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에 의해 방관되어 오다가(딱히 해결책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지만) 국민의당이 득세하면서 영남야권정치인 지지자들이, 저로 하여금 '저 사람들이 일베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호남에 대한 정치적 disgust를 표출한 적이 있거든요.
아 제가 댓글로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있구나 싶은 ㅎㅎ 조금 더 말이 되게 써볼게요. 말이 될랑가 으음

원래 생리적 혐오(disgust)는 제가 일베류 언어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에요. disgust는 여러 가지 혐오 중에서도 정상을 침범하는 비정상, 건강체를 침범하는 병균, 주류를 불안하게 하는 비주류에 대한 혐오를 가리킨다고 생각해요. 바퀴벌레를 역겨워하는 인간처럼, 자기가 주류(내지 정상, 올바른 편, 다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비주류를 상대로 느끼는 것... 동성애 퍼레이드에서 난한 복장을 하고 나타나는 동성애자들... 더 보기
아 제가 댓글로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있구나 싶은 ㅎㅎ 조금 더 말이 되게 써볼게요. 말이 될랑가 으음

원래 생리적 혐오(disgust)는 제가 일베류 언어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에요. disgust는 여러 가지 혐오 중에서도 정상을 침범하는 비정상, 건강체를 침범하는 병균, 주류를 불안하게 하는 비주류에 대한 혐오를 가리킨다고 생각해요. 바퀴벌레를 역겨워하는 인간처럼, 자기가 주류(내지 정상, 올바른 편, 다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비주류를 상대로 느끼는 것... 동성애 퍼레이드에서 난한 복장을 하고 나타나는 동성애자들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갖는 감정이 그럴 거 같아요. 제가 일베/메갈을 눈팅하면서 disgust를 느낄 때, 동시에 저는 제가 다수/정상에 안전하게 속해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껴요. 그렇게 다수 속에 섞여 편안하게,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으며 나의 윤리의식을 해친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하지만 이런 공정성에 대한 집착은 철저하게 저의 개인 차원의 문제이고, 이 개인주의는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그럼에도 아무런 개인주의적 성찰 없이 무작정 돌을 던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혐오감(disgust)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말하자면 disgust는 매우 개인적이고 패시브한, 사회를 바꾸기에는 무력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메갈의 기저심리는 아마 혐오보다는 포비아(공포) 쪽이 아닐까 싶어요. 메갈은 스스로를 비주류로 자각하고 주류를 공격하는 입장이었지요. 소수가 다수/주류를 혐오하기 위해서는 disgust보다는 훨씬 강한 리비도, 원한이나 증오심, 전복의 욕망 같은 적극적인 감정들을 필요로 할 거예요. 거기다가 성적 폭력에 대한 공포까지 더해졌으니. 리버럴한 중산층 남성이 일베를 혐오한다고 할 때의 혐오(disgust)와 20대 메갈리안이 '한남'을 혐오한다고 할 때의 공포 섞인 혐오(phobia)는 정말로 다를 거예요.

일베의 혐오는 뭘까. 호남혐오와 여성혐오를 주로 이야기하는데, 호남혐오는 말씀하신 대로 철저하게 정치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역사적으로 상부정치가 조작해낸 이른바 '만들어진 혐오'인데, 그것이 일베에서 재생되는 모습들에 관해서는 진짜 진지한 연구가 필요할 거 같아요. 왜 하필 많은 일베러들은 숱한 혐오의 대상들(여성, 외국인, 성소수자 등등) 가운데서 유독 호남에 주로 주목하게 되었는지? 저는 거기에는 분명 전략적 야매(국정원 공작이라든지)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어요. 아마도 인위적으로 조작된 이 정치적 혐오는 모든 혐오 가운데 가장 실체가 없고 무의미한 혐오 - 오로지 선거만을 위한 혐오 - 라서, 정말 혐오스러워요.
은머리
아아아 친절한 설명 감사해요. 말씀 듣고 보니 메갈리아는 '생리적 혐오로 시작되는 자기 방어기제, 아직 개인적인 영역의 문제'라고 하신 부분이 이해가 갔어요. 저는 딴판으로 해석. (뭔지 말씀 안 드려야징 ㅋㅋㅋㅋ). 저는 마지막 단락의 이유 때문에 메갈 더러 일베보다 더 악랄하다고 한 사람들이 정말 너무너무너무 이해가 안 됐었어요. 잉잉 ㅠ.

+ 그러니까 메갈이 좀 낫다란 말이 아니고 지역혐오에 대한 정서가 인종혐오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누구는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유린당하고 있는데도 그러한 감수성은 그 누구도 안 가지고 있는 것 같달까 그랬어요.
뜻밖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생각해볼 지점이 많아서 다음에 글로 한 번 써볼 생각입니다.

퓨디파이에 대해서는 이런 글도 있네요.. http://www.forbes.com/sites/danidiplacido/2017/02/17/pewdiepie-may-be-offensive-but-does-he-r... 더 보기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생각해볼 지점이 많아서 다음에 글로 한 번 써볼 생각입니다.

퓨디파이에 대해서는 이런 글도 있네요.. http://www.forbes.com/sites/danidiplacido/2017/02/17/pewdiepie-may-be-offensive-but-does-he-really-deserve-all-the-hate/#3356c50a668e
디즈니가 그와 결별한 것은 오래전에 있었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그의 농담을 갖고 파시스트라고 부르는 것은 오히려 악영향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월스트리트저널이 퓨디파이의 인종차별적인 농담들을 지적한 것은 좋다고 봅니다. 그런데, 위 포스팅의 지적처럼 현실적인 지적(퓨디파이의 외적인 스탠스에 대해서도 언급)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인종차별적인 농담의 위험성은 그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은 생각이다"라는 것을 퍼뜨리는 것이란 점이니까요. 안좋은 농담을 지적할 때에는 "이것이 옳지 않은 농담이고, 그것을 했던 사람조차 인정한다"라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접근인 것 같습니다.
은머리
'표현의 자유'문제가 제가 성인으로 사는 동안 가장 내적갈등을 많이 던져주는 문제인 것 같아요. 좋은 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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