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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7 16:41:38수정됨
Name   치리아
Subject   고조선 멸망 주역들의 후일담
고조선, 정확히 '위만조선'은 한나라와의 전쟁에서 패배해 멸망했습니다.

하지만 패전에는 한나라 군대 못지않게, 내부의 적들-내통자, 반역자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오죽하면 고조선을 멸망시킨 한나라의 군사령관들이 상은 커녕 벌을 받을 정도였지요. 그것도 감봉이나 좌천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좌장군 순체는 목이 베여 저잣거리에 내걸렸고 누선장군 양복은 막대한 벌금을 내고 서인(평민)으로 강등되었죠.

반면 고조선 내부의 내통자들은 큰 상을 받았습니다.
그 사람들에 대해 나름 정리해보았습니다.

시기별로 ★는 1차투항자, ☆는 2차 투항자, ○는 3차 투항자입니다. 그리고 다들 성씨는 불명입니다.

★노인(路人) : 또는 로인이라고 합니다.
한나라와의 전쟁 당시 '조선상(朝鮮相)'이라는 직위에 있었습니다. 삼국시대 위나라 학자인 여순(如淳)에 따르면 상(相)은 재상이라고 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조선상을 위만조선에 소속된 성읍국가의 지배자로 보고 있습니다. 주화파로 우거왕에게 의견이 무시당하자, 한나라로 도망치다가 죽었습니다.
○최(最) : 바로 위 인물, 조선상 노인의 아들입니다. 우거왕이 죽은 뒤에도 고조선이 대신(大臣) 성기(成己)를 중심으로 항전을 계속하자, 백성들을 선동해 성기를 죽입니다. 덕분에 고조선은 멸망하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온양후(溫陽侯), 또는 열양후(涅陽侯)로 책봉되었습니다. 다만 책봉되고 얼마안가 죽어버립니다. 시호로 강(康)을 받았고, 봉국은 폐지되었습니다.

★한음(韓陰) : 한음, 또는 한도(韓陶)라고 합니다.
한나라와의 전쟁 당시 상(相), 또는 노인과 같은 조선상(朝鮮相) 직위에 있었습니다. 주화파로 우거왕에게 의견이 무시당하자, 노인과 함께 한나라로 투항했습니다. 조선 멸망 후에 적저후(荻詳侯) 또는 추저후(秋苴侯)로 책봉되고 식읍 540호를 받았습니다. 별다른 기록은 없지만 투항한 후에, 또는 투항 자체가 상당한 영향력을 준 모양입니다. 그렇게 책봉되고 19년간 잘 살았지만, 작위계승을 해주지는 못했습니다. 단순히 적장자가 없었던 걸수도 있지만, 다른 고조선 내통자들의 말로를 보면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는 후술.

★장군 '왕겹(王唊)' : 왕협이라고도 합니다.
노인, 한음과 함께 한나라에 항복하려고 도망쳤습니다. 조선 멸망 후 평주후(平州侯)로 책봉되고 식읍 1480호를 받았습니다. 한음과 마찬가지 이유겠지만, 받은 식읍이 엄청나게 큰 걸 보면 무언가 활약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책봉되고 바로 대가 끊겨버립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여담으로 평주후는 한나라 건국공신 소섭도미가 받고 그 후손들이 이어온 작위였습니다만, 소섭매(昭涉昧)가 황제 전용 도로를 함부로 이용하는 바람에 작위를 박탈당했습니다. 그걸 왜 고조선 사람한테 줬는지는 모르겠네요.

☆니계상 '삼(參)' : 이계상 '참'이라고도 합니다.
고조선 최후의 왕인 우거왕을 죽이고 한나라에 투항했습니다. 홰청후(澅淸侯)로 책봉되고 식읍 1000호를 받았습니다. 다른 주역들과 비교해도 큰 식읍입니다. 최후의 왕을 죽인 것이 인정받았나 봅니다. 하지만 책봉 9년 후 고조선 포로를 숨겼다며 옥에 갇혀 사망했습니다. 이게 누명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알길이 없습니다.

○태자 '장강(長降)' : 長降=장항/장각, 또는 장(長)이라고도 합니다.
우거왕의 아들, 즉 고조선의 왕족이자 왕위계승자였습니다만 한나라에 냅다 항복했습니다. 더군다나 항전파의 중심이었던 성기를 죽여 왕검성 함락에 기여했습니다. 덕분에 기후(幾侯)로 책봉되고 식읍 540호를 받았습니다. 왕족인 것도 그렇고, 혼자 외자 작위를 받은 것도 그렇고(?) 상징성이 커보이는데, 정작 받은 식읍은 적은 편이네요. 그나마도 책봉 2년 후 모반죄로 처형당하고 맙니다.


이처럼 내통자들은 하나같이 작위를 얻어도 물려주지 못하고 대가 끊겼습니다. 일부는 대놓고 '모반'에 휘말리거나 하옥당해 죽기도 했죠. 그래서 일단 투항한 세력들과 한나라와의 이해관계 충돌이 있었고, 그 결과 고조선계 세력의 작위세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저도 이게 그럴듯해 보이네요.



8
  • 흥미로운 고대사 이야기 감사합니다.


아이폰6S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저 정도로 내통자가 많아서 멸망한 왕국은 거의 없는 거 같은데요,
(이거 빼면 고구려 정도...? 근데 고구려랑도 차원이 다른 내통인 것 같고요)

저렇게 내통자가 많았던 이유가 뭐였을까요?
치리아
아무래도 고조선과 중국의 국력차에, '위만조선' 자체가 외부인들이 들어와 왕 자리를 꿰찬 것이다보니 토착세력과 불화가 컸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고대국가는 왕과 토착세력의 연립정권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우거왕은 한나라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한나라 입장에서는) 흉노와의 연계를 의심하고 우려케하는 행보를 보였고 이게 전쟁으로 이어졌거든요. 근데 토착세력 입장에서는 그냥 여기서 잘 살면 되지 굳이 위험감수하고 대국과 충돌하냐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겠죠. 한나라와의 전쟁 전에 조선상(본문의 '노인'과 같은 직위) 역계경(歷谿卿,曆谿卿)이 한나라와의 관계개선을 주장하다 거부당하자 남쪽으로 망명한 사례도 있으니, 토착세력 사이에는 '구태어 싸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꽤 컸던게 아닐까 싶네요.
마카오톡
꼭 그렇지 않습니다
사나남편
조선이란 이름자체가 마가 꼇나..
물푸레
선생님, 위만조선 이전의 단군조선 시대에는 또 우리가 잘 모르는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 없나요? 호기심이 부쩍 이네요.
치리아
위만의 쿠데타로 쫓겨난 단군조선(또는 기자조선)의 마지막 왕 준왕(準王)은 남쪽으로 내려와 한왕(韓王)을 자처했다고 합니다. 이 원조 고조선 망명세력이 마한을 대표하는 목지국으로 이어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제사가 끊겼다는 점을 봐선 왕위교체가 일어난 것 같긴 하지만요.
그리고 신라 김씨왕조의 시조라는 김알지가 마한의 왕족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위 설과 결합하면 원조 고조선 왕실의 피가 신라왕조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요

고조선 인물은 위 쿠오레님 말씀대로 별로 남아있는게 없지만,... 더 보기
위만의 쿠데타로 쫓겨난 단군조선(또는 기자조선)의 마지막 왕 준왕(準王)은 남쪽으로 내려와 한왕(韓王)을 자처했다고 합니다. 이 원조 고조선 망명세력이 마한을 대표하는 목지국으로 이어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제사가 끊겼다는 점을 봐선 왕위교체가 일어난 것 같긴 하지만요.
그리고 신라 김씨왕조의 시조라는 김알지가 마한의 왕족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위 설과 결합하면 원조 고조선 왕실의 피가 신라왕조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요

고조선 인물은 위 쿠오레님 말씀대로 별로 남아있는게 없지만, 남은 것 중 한가지가 연나라와의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한 외교관 예(禮)입니다. 기자동래설과 신화영역을 제외하면 한국사 최초로 문헌에 이름이 남은 사람이죠. 또 여옥(麗玉)이라는 사람이 남편 곽리자고(藿里子高)의 이야기를 듣고 지었다는 한국사 최초의 노래 '공무도하가'도 있습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원형이 됩니다.
물푸레
禮라니... 이름부터가 외교관에 딱이네요. ㅎㅎ 그 시절에 고조선에서 한자 이름을 사용했는지, 혹은 단순히 한자로 음차해서 기록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지배층은 춘추 시대의 저작물들을 수입해서 읽고 그랬겠죠? 아닌가...;; T.T
고구려, 백제, 신라 등도 토착 이름을 사용했으니 한자로 음차한 것일겁니다.
고조선의 지배층은 중국의 저작물을 수입해서 읽긴 했을겁니다. 예가 섬겼던 조선후(朝鮮侯)는 기자의 후손을 자처하며 왕을 칭했고, 대부니 장군이니 상이니 하는 중국 관직용어를 수입해 썼으니 중국문화를 이해하고 일부 받아들였다고 보는게 맞겠죠.
예나 지금이나 배반자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았나 봅니다.
지나가던선비
연재물로 고구려 멸망 주역들의 후일담은 어떠하신지요
치리아
고구려 멸망의 주역은 연개소문의 아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글로 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간단히 댓글로 쓰자면..
연개소문의 장자이자 2대 대막리지였던 '연남생'은 동생들의 쿠데타로 쫓겨나자, 당나라의 앞잡이로 고구려를 멸망시켰습니다. 덕분에 우위대장군(右衛大將軍), 변국공(卞國公) 식읍 3000호에 봉해졌지요. 그리고 잘먹고 잘 살아서, 아들 연헌성은 당나라 장군으로 활약했습니다. (비록 억울하게 숙청당하지만 당대에 복권됩니다.)
연남생을 몰아냈던 두 형제 중 차남 '연남건'은 고구려 멸망 후 사천성까지 끌려가 죽었습니다. 삼... 더 보기
고구려 멸망의 주역은 연개소문의 아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글로 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간단히 댓글로 쓰자면..
연개소문의 장자이자 2대 대막리지였던 '연남생'은 동생들의 쿠데타로 쫓겨나자, 당나라의 앞잡이로 고구려를 멸망시켰습니다. 덕분에 우위대장군(右衛大將軍), 변국공(卞國公) 식읍 3000호에 봉해졌지요. 그리고 잘먹고 잘 살아서, 아들 연헌성은 당나라 장군으로 활약했습니다. (비록 억울하게 숙청당하지만 당대에 복권됩니다.)
연남생을 몰아냈던 두 형제 중 차남 '연남건'은 고구려 멸망 후 사천성까지 끌려가 죽었습니다. 삼남 '연남산'은 당나라에 항복해 작위가 상장군(上將軍) 요양군개국공(遼陽郡開國公)에 이르었습니다. 다만 우울증에 평생 시달렸다고 하네요. 부차적으로 당과 내통해 평양성 함락에 기여한 신성(信誠)은 은청광록대부(銀靑光祿大夫)에 봉해졌고 이후 기록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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