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9/18 00:19:03수정됨
Name   메존일각
Subject   신안선에서 거북선, 그리고 원균까지.
1975년 신안의 한 어부 그물에서 중국 용천요에서 만든 청자가 발견되었습니다. 이상하다고 느낀 어부의 신고로 신안선이 발굴되기 시작했지요. 한국 최초의 수중문화재 발굴조사였습니다.

1984년까지 9년간에 걸쳐 조사를 진행한 끝에 약 20m 크기의 원대 무역선을 한 척 발굴하는데 성공합니다. 화물로 도자기 22,000여점, 각종 공예품 외에 동전 28톤도 출수되어 한국은 전세계 최대의 중국 동전 보유국이 되었습니다.

이때의 성과가 얼마나 대단했냐 하면요. 요새 게임은 안 해서 모르겠고 디아2 헬8인방에서 레벨1짜리 쪼렙이 경험치 페널티 없이 바알을 막타 쳐서 잡은 거라고 해야 할까요? 바바 3인방 잡은 거라고 하면 될까요?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 전시된 신안선 실제 유물

국내에는 이때부터 수중고고학의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월척을 잡아버려서 기초체력이 어느 정도 길러지게 되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완도선, 목포 달리도선, 군산 십이동파도선, 신안 안좌도선, 안산 대부도선 등 고려선이 주로 발견되었고 최근인 2015년에는 조선의 조운선인 마도 4호선도 출수되었습니다. 2009년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격을 같이 하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설립되었고, 2012년에는 아시아 최대 수중발굴 인양선인 누리안호가 출항하였습니다.


수중발굴에 최적화한 누리안호

우리나라의 수중고고학 수준은 세계 탑클래스입니다. 직접 바다로 잠수하여 연구한 학자들의 자부심이 대단한 것도 당연한 귀결이겠죠. 지표면의 문화재에 한해서는 일본이 늘 한국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수중 문화재에 대해서는 일본이 한국을 부러워할 정도입니다.

많은 수중고고학자들의 꿈 중 하나는 해저에서 거북선 잔해를 인양하는 것입니다. 거북선 구조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거죠. 뜬구름 잡기 같지만 12세기 배도 나왔는데 16세기 말 배가 안 나오리란 법은 없잖아요. 실제로 거북선 탐사도 진행되었습니다.

자, 퀴즈입니다!
거북선 탐사를 진행한 장소는 어디일까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간단한데요. 이순신은 수군 지휘관으로 있는 동안 단 한 척의 배도 침몰당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순신이 지휘하던 동안, 이순신이 활동한 경로에서는 판옥선이든 거북선이든 절대 발견될 리가 없는 거죠.

한데 임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영이 생겨난 이후 조선 수군은 딱 한 번 패배합니다. 그것도 아주 궤멸적인 타격이었죠. 말을 안해도 다 아시겠죠? 바로 칠천량 해전입니다.

이순신이 짜내고 피땀흘려 모은 거북선, 판옥선 등 140~160여 척 전선이 한큐에 바다 밑으로 사라졌습니다. 물고기밥이 된 수군만도 10,000명에 달했을 거라니까요. 때문에 거북선과 판옥선 등 전선이나 관련 유물의 매몰 가능성이 가장 높은 칠천도 해역이 탐사 범위가 되었습니다.


거제시에 소재한 칠천량해전기념관의 칠천량해전 참패 디오라마

1989년 해군에서 거북선 찾기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2008년에 경남도에서 진보된 탐사장비를 동원하여 야심차게 발굴에 나섰지만, 사학자들의 고증을 받아 수심 12~20m의 뻘층 하부까지 뒤졌음에도 2011년에 GG를 쳤습니다. 그래도 아주 성과가 없진 않아서 여천 앞바다에서 승자총통 등 총포도 몇 점 건지긴 했어요.

관련 페이지 링크입니다.
http://www.gyeongnam.go.kr/yisunshin/index.gyeong?menuCd=DOM_000009303005003000

여하튼 거북선 탐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명분이 있는 이상 앞으로도 거북선 찾기 시도는 계속될 걸로 보입니다.

다시 한 번 퀴즈입니다!
이 글은 과연 수중고고학 글일까요? 거북선 글일까요? 원균까기 글일까요?



15
  • 수중거북선으로 원균을 치는 글입니다
  • 하지메 사토루상...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334 역사역사학 강연에서 의용대를 자처하는 이들을 만난 이야기 8 Chere 20/02/29 4436 33
10324 역사1271년 5월, 삼별초 토벌 직전에 벌어졌던 촌극 11 메존일각 20/02/26 4399 8
10302 역사고조선 멸망 주역들의 후일담 11 치리아 20/02/17 6138 8
10232 역사오등작제(五等爵制) 논쟁 - 사실 우리는 아무것도 정확하게 모른다 3 Chere 20/01/28 5145 16
10215 역사궁궐 건축물 위에 <서유기> 등장인물이? 15 메존일각 20/01/23 6564 11
10162 역사고려장은 일제의 조작일까?(2) 1 하트필드 20/01/07 4845 2
10153 역사고려장은 일제의 조작일까? 14 하트필드 20/01/07 5855 3
10150 역사일본군 위안소 지도 다군 20/01/05 5304 12
10103 역사역사적 유물론과 행위자 연결망 이론(1) - 아 그게 뭐요? 11 호라타래 19/12/22 5100 12
10028 역사역사 교과서 속 신문들, 어디로 갔을까? 2 치리아 19/11/25 5471 6
9917 역사시몬 볼리바르의 절망 6 치리아 19/10/29 4555 12
9846 역사조선시대 향교의 교육적 위상이 서원보다 낮았던 이유? 26 메존일각 19/10/16 5052 18
9762 역사국내 최초의 이민자, '하와이 한인'들에 대해 -하- 8 메존일각 19/10/03 5058 17
9761 역사국내 최초의 이민자, '하와이 한인'들에 대해 -상- 메존일각 19/10/03 4892 17
9689 역사실록에서 검색한 추석 관련 세 가지 이야기 5 호타루 19/09/22 3872 5
9677 역사신안선에서 거북선, 그리고 원균까지. 8 메존일각 19/09/18 4654 15
9676 역사거북선 기록 간략 정리 21 메존일각 19/09/17 4800 14
9610 역사외전: 고려 무신정권기 동수국사(史?/事?) 최세보 이야기 메존일각 19/09/01 4065 5
9605 역사"향복문(嚮福門) 이름을 바꿔라!" 고려 무신정권기의 웃픈 에피소드 메존일각 19/09/01 4443 11
9575 역사안중근 의사의 동지 우덕순은 밀정확정? 안티파시즘 19/08/23 4530 11
9574 역사관동대지진 대학살은 일본민간인이 주도했을까? 2 안티파시즘 19/08/23 4643 1
9488 역사일반인이 이해하는 이순신의 거북선 형태 2 메존일각 19/07/30 5384 9
9469 역사고려청자의 위상은 어느 정도였을까? 17 메존일각 19/07/24 5869 27
9313 역사불운한 재상 자파르 5 치리아 19/06/13 5635 7
9301 역사조병옥 일화로 보는 6.25 사변 초기 혼란상 2 치리아 19/06/11 6378 1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