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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6/11 02:41:52
Name   celestine
File #2   0825.jpg (36.8 KB), Download : 17
Subject   고련화 孤戀花 下


"줸줸, 첫 상대가 누구였니?" 줸줸이 외박하고 돌아와 평소보다 훨씬 늦게 일어난 날, 머리를 빗겨주며 물었다.

"아빠요" 줸줸이 대답했다.

나는 줸줸 뒤에 서서 머릿기름을 발라주며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아빠가 술에 잔뜩 취해서 내 방에 들어왔어요" 입에 담배를 꼬나문 줸줸은 온통 피곤에 절어버린 얼굴이었다. "난 겨우 열 다섯살이었는데. 첫날 밤엔 너무 무서워서 엉겁결에 아빠를 물어 뜯었죠.  아빠는 내 머리채를 잡고 침대에 내리쳤어요. 몇 번이나, 내가 완전히 정신 놓고 기절할 때 까지. 그 후엔 매번 이란宜蘭 에서 사온 입술 연지 같은 걸 주면서 말 들으라고 하더라구요.." 후 하고 메마르게 웃는 줸줸이 문 담배에서 연기가 위아래로 퍼져나갔다.

"배가 불러오자 아빠는 날 대문간에 끌고 가서 이웃집 사람들 다 보라고 날 손가락질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 질렀어요 '헤픈 년! 헤픈 년!' " 나는 부푼 배를 부여잡고 무서워서 훌쩍훌쩍 울었어요. 아빠는 어디서 고약을 지어와선 내 입에 욱여 넣었어요. 그날 밤 밑에서 핏덩어리가 울컥 쏟아졌어요.." 줸줸은 말하면서 또다시 씩 웃었다. 조그만 세모꼴 얼굴 표정은 심하게 뒤틀려 어디서부터가 눈이고 눈썹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나는 빼빼 마른 줸줸의 등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숨이 다 넘어가다시피 한 길고양이 안아 올리듯, 아주 조심스럽게.  

줸줸이 옷을 다 차려 입은 후 우리는 함께 오월화로 일하러 나갔다. 길을 걷다가 저녁바람에 흩날리는 줸줸의 긴 머리칼이 눈에 들어왔다. 가느다란 허리를 끊어버릴 듯 이쪽 저쪽으로 흔들리는 머리칼이다. 길 저편, 염색 물감 항아리에 둥둥 뜬 것 같은 태양에서 흘러나온 노을에 줸줸의 창백한 세모 얼굴이 핏빛으로 물든다. 불길한 느낌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줸줸의 얼굴은 참으로 박복한 관상이라, 지금도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저 아이 인생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업화가 기다리고 있을까.

줸줸은 요즘 들어 밖에서 자고 오는 날이 잦아졌다. 후덥지근한 6월 어느 날 저녁, 난 침대에 누워 줸줸이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밤을 꼬박 샜다. 희끄무레 밝아지는 창 밖을 응시하며 머리맡에서 등허리까지 축축하게 적셨다. 줸줸은 아침 일고여덟시가 다 되서야 비틀비틀 술에 덜 깨서는 돌아왔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 눈썹과 눈 화장은 땀에 젖어 눈가 전체가 시커멓게 엉망이었다. 줸줸은 소리 없이 구두를 벗고 들어와 끙끙대며 치파오를 벗어던지고 침대에 쓰러지다시피 누워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줸줸 곁에 앉아 브래지어를 벗겨주었다. 물어 뜯겨 퉁퉁 부어오른 양쪽 젖꼭지는 익어서 흐물흐물한 자두처럼 진물이 달라붙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목덜미에도 시퍼런 잇자국이 나서 목울대의 붉은 지렁이같은 흉터가 더욱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나는 줸줸의 팔을 들어보고 깜짝 놀랐다. 팔뚝에 검푸른 주사 바늘 자국 네다섯개가 보였다.

"줸줸!" 나는 소리쳤다.

"커라우슝 柯老雄..." 줸줸은 눈을 뜨고 힘없는 미소를 짓고선 더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고 정신을 잃었다.

줸줸 곁을 지키다 문득 요전날 밤, 오월화에서 벌어졌던 일이 번개같이 스쳤다.  그날 저녁 오월화에 온 커라우슝에게 난 리쥔과 신메이를 보냈다. 커라우슝은 둘 다 필요 없다며  "되먹지 못한 년들" 이라고 몇 마디 욕을 퍼부었다. 그렇지만 희한하게 줸줸만은 마음에 들어했다. 커라우슝은 3년전 오월화의 단골이었다. 암시장 패거리와 어울리며 도박이고 마약이고 손대지 않는 게 없는 무시무시한 깡패였다. 씀씀이가 커서 술집 여자들도 몇 명이나 거느렸는데 그 중 하나가 펑줸鳳娟 으로 그의 정부가 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비명횡사했다. 오월화 사람들은 필시 그가 괴롭혀 죽인거나 다름없다고 수군거렸고 그는 한동안 걸음을 끊었다. 이번에 돌아온 그는 전보다도 훨씬 포악해졌다. 줸줸이 시중들러 갔을 때 그는 이미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같이 몰려온 도박 패거리들도 죄다 지저분하게 술을 퍼마시며 주정을 부렸다. 커라우슝은 윗도리를 벗어 검붉은 어깨를 드러내고 시커먼 가슴털을 만지작 거렸다. 허리띠는 풀렀고 바지 지퍼는 반 쯤 내려와 있었다. 머리는 꼭대기의 돼지털 같은 뻣뻣한 머리털 약간만 남기고 죄다 깎았다. 턱 뼈는 마치 잉어 턱처럼 바깥으로 벌어졌고 돼지 눈 같이 퉁퉁한 두 눈은 빨갛게 핏발이 섰다. 새까맣고 두꺼운 입술은 위로 말려 올라갔고 안쪽엔 금니가 반짝인다. 머리와 몸 전체에 번들거리는 땀 때문에 멀리서부터 생선 비린내같은 악취를 풍겼다.

줸줸이 그에게 다가가자 커라우슝은 돼지 눈알을 굴리면서 줸줸을 위아래로 뜯어보았다. 그리곤 느닷없이 검붉은 맨 팔로 줸줸의 손을 움켜잡고 거칠게 끌어당기며 금니를 드러내고 낄낄댔다. 줸줸은 발이 미끄러지면서 커라우슝 다리 위로 넘어졌다. 커라우슝은 우악스럽게 줸줸의 가느다란 허리를 부여잡고 술을 마시게 했다. 줸줸이 다 삼키기 전 그는 술잔을 낚아채서 입에 질질 흘려대며 죄다 마시고 우쭐대며 줸줸 목에 코를 대고 킁킁대고 가슴을 마구 더듬어 댔다. 그러다 별안간, 커라우슝은 줸줸의 팔을 휙 벌려서 팔 아랫편을 혀로 할짝할짝 핥았다. 줸줸이 간지러움에 못 이겨 웃으며 두 발을 동동 굴렀다. 커라우슝은 줸줸의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으며 줸줸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무섭지? 응?"

커라우슝이 뻔뻔한 얼굴로 묻는다. 탁자에 둘러앉아 왁살스럽게 웃는 취객들, 줸줸은 커라우슝이 꽉 틀어잡은 허리를 버둥거리며 빠져나오려고 필사적이었다. 줸줸의 창백한 얼굴에 새까만 올챙이같은 눈동자가 놀라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거린다.

대체 줸줸 전생에 어떤 업보를 쌓았기에 저런 악독한 놈을 불러들인걸까. 줸줸과 커라우슝과 얽히고 나서부터 커라우슝은 귀신이라도 씌인 것 같았어.  커라우슝이 오월화에 와서 찾을 때 마다 줸줸은 고분고분 따라 나갔고 늘 상처투성이 몸에 팔에는 주사자국이 가득해선 돌아왔지. 나는 깡패들이 얼마나 지독한 놈들인지 구구절절 설명해가며 그만 두라고 야단쳤지만 줸줸은 늘 멍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어.

"알겠니, 줸줸?" 나는 분통이 터져서 줸줸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 대며 다그치듯 물었어. 줸줸은 그제야 고개를 내젓고 힘없이 처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

"어쩔 수 없어요 총사령..."

말을 하고 줸줸은 브래지어만 달랑 걸친 채 창틀에 걸터앉아 등을 움츠리고 한 쪽 발을 세우고 발톱에 자줏빛 매니큐어를 칠하기 시작했다. 입으로는 <사상기 思想起>니, <삼성무내 三聲無奈> 같은 슬프고 신산스런 노래를 흥얼거렸다. 텅 빈 목소리는 마치 남편 잃은 아내의 울음 같았다. 노래 몇 마디마다 줸줸은 휴지로 콧물을 닦았다. 마약에 중독된 지 오래되었던 것이다.

하루는 커라우슝을 따라 여관에 갔다가 줸줸 혼자만 경찰서에 붙들려 갔다. 단속 나온 경찰한테 줸줸이 길거리 매춘부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보석금으로 거금을 내고 나서야 줸줸을 유치장에서 빼낼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줸줸에게 차라리 커라우슝을 데리고 집에 오라고 했다. 적어도 내 눈이 미치는 곳이면 줸줸에게 흉악한 짓은 저지르지 못하리라. 난 줸줸을 저 악마같은 놈 손에 잃을까 늘 조마조마 겁이 났어. 몇 번이나 줸줸의 사주팔자를 따져보았지만 매번 대흉大凶 괘가 나왔어.

줸줸과 커라우슝 둘이 집에 올 때마다 나는 부엌으로 자리를 피했다. 커라우슝의 금이빨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화싼이 떠올라 소름이 끼쳤으니까. 화싼 역시 금이빨을 드러내며 우바오를 때리고 욕설을 퍼부었지 "이 쌍년, 죽여버릴테다!" 나는 부엌에서 줸줸의 밤참 삼아 당귀계(當歸雞: 당귀를 넣은 닭고기탕, '배우자가 돌아오다' 는 뜻) 를 푹 끓이며 귀를 쫑긋 세웠다. 커라우슝의 음란한 웃음과 고함소리, 줸줸의 병든 고양이 울음같은 신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커라우슝이 나간 걸 확인하고서야 나는 씻을 물을 준비해 줸줸을 살피러 방에 들어갔다. 한번은 방에 들어가니 줸줸이 벌거벗은 채 침대에 앉아 손에 쥔 백원 짜리 지폐를 세고 또 세고 있었다. 꼬마들이 종이딱지를 가지고 노는 것 처럼. 가까이 다가가 창백하고 작달막한 줸줸의 세모꼴 얼굴을 살폈다. 입 주위에 손톱만한 혈흔이 낭자했다.

7월 25일 중원절中元節,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지.

그날 저녁 커라우슝은 줸줸을 데리고 싼종三重 전에 참배하러 갔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제사용 초를 사고 사색 제사음식을 만들어 부엌 뒤쪽에 제단을 차리고 우바오의 제사를 지냈다. 그날 저녁은 푹푹 찌는 가마솥 더위에 달빛마저도 불그스름했다. 제단에 익힌 음식 몇 개를 올렸을 뿐인데 벌써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평소엔 전혀 의식한 적 없었는데 셈해보니 어느새 우바오가 세상을 떠난 지도 15년이다. 하지만 우바오를 떠올리면 바로 눈 앞의 일처럼 생생하다. 두 눈을 크게 트고 입 안에는 아편을 잔뜩 문 채로 화싼이 약을 피우는 걸상 위에 쓰러져 있던 우바오, 숨이 이미 멎어 있었지. 가련하고 쓸쓸한 모습, 눈을 감으면 더욱 선명하게 그려진다. 우바오는 한마디 한마디 목놓아 외쳤어 "귀신이 되어 그 사람을 벌 줄 거에요!"

한밤중이 다 되어서야 커라우슝이 줸줸을 허리에 끼고  돌아왔다, 둘 다 인사불성으로 취한 채였다. 커라우슝은 시뻘겋게 취한 얼굴을 해서는 현관에 들어와 바닥에 침을 뱉으며 욕을 지껄였다 "되먹지 못한 년!" 그리고 줸줸을 그대로 안고 방에 들어가 버렸다. 나는 부엌에 앉아있었다. 속에 천불이 났지만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커라우슝의 짐승같은 고함소리 사이사이로 맞고 때리고 깨지는 소리가 섞여 흘러나왔다. 순간 우바오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광경이 떠올랐다. 화싼 방에 털썩 주저앉은 우바오, 그런 우바오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아편 담뱃대로 미친 듯이 후려치던 화싼. 우바오는 두 팔을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며 목소리를 짜내듯 외쳤다. "언니!" 나는 안간힘을 다해 창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유리조각에 베어 손에서 피가 뚝뚝 흘러나왔지...순간, 비명소리가 귀를 찢었다. 나는 튕기듯 일어나 부엌칼을 집어들고 허겁지겁 방에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끔찍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벌거벗은 채로 커라우슝 몸 위에 올라탄 줸줸과 역시 알몸으로 방 바닥에 엎어진 커라우슝. 줸줸은 두 손에 다리미를 쥐고 커라우슝 머리에 연이어 내리치고 있었다.  퉁,퉁,퉁 -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 미쳐버린 길고양이처럼 크게 벌어진 입. 커라우슝의 두개골이 부숴진 틈 사이로 두부처럼 새하얀 뇌수가 흘러나왔다. 돼지 털 같은 머리털도 사이사이 보였다. 검붉은 팔은 여전히 경련하고 있었다. 바들바들 떠는 줸줸의 푸르스름한 가슴에 선혈이 뚝뚝 묻어있었다. 커라우슝의 검붉은 시체 위에 걸터앉은 줸줸의 야위고 하얀 몸은 갑자기 몇 배로 커져버린 것 같았다. 별안간 아찔하게 현기증이 나, 쥐고 있던 부엌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줸줸의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린 탓에 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줸줸은 신주新竹 바닷가의 정신병원에 보내졌다. 나는 신청한 지 두 달이 넘어서야 간신히 면회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린싼랑과 같이 줸줸을 살피러 갔다. 줸줸이 오월화에 있던 시절 린싼랑은 줸줸을 아껴 대만 노래를 많이 가르쳤다. <고련화> 도 그가 줸줸에게 부르는 법을 가르친 노래였다.

신주 정신병원에서 마주한 줸줸은 두 손이 묶여있었다. 사람을 물 수 도 있기에 어쩔 수 없다고 병원 여자들이 설명했다, 귀 밑에 닿을락 말락한 단발머리 줸줸은 열 다섯쯤의 소녀로 보였다. 줸줸은 헐렁한 회색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목 언저리 단추를 채우지 않아 붉은 지렁이 같은 목덜미 흉터도 다 드러나 보였다. 줸줸은 우리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였다. 몇 번이고 이름을 부르고 말을 거니 그제서야 슬쩍 웃기만 했다. 자그마한 세모꼴 얼굴은 더 야위고 창백했지만 신기하게도 미소에는 예전 드리워졌던 슬픈 그림자가 사라지고 대신 얼뜨기같기도 한 천진난만함이 반짝였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앉아있었다. 나는 준비해 온 사과 한바구니를, 린싼랑은 국수함掬水軒 과자 두 상자를 줸줸에게 주었다. 남자간호사 둘이 줸줸을 양쪽에서 잡고 데려가 버렸다. 나는 그들이 절대 줸줸을 내보내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나와 린싼랑이 병원에서 나오자 밖은 이미 황혼녘이었다. 바닷바람에 길 위의 모래가 휘날려 노을빛 구름처럼 보였다. 버스 정류장까지는 한참 걸어야 하는데 눈이 거의 멀다시피한 린싼랑은 걸음이 매우 느렸다. 나는 선글라스를 끼고 지팡이를 짚은 린싼랑을 부축했다. 우리 둘은 기다란 황토길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나아갔다. 길가엔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었고 좌우로는 논이 펼쳐져 있었다. 추수를 마친 논이었다. 논 벌판에는 말라 비틀어진 볏대만이 무성했다. 한참을 걷다가 나는 갑자기 좀 쓸쓸해져서 린싼랑에게 말을 걸었다.

"싼랑, <고련화> 노래 좀 불러줘요"

"네, 총사령"

린싼랑은 목을 가다듬고 술집의 여자애들처럼 부드럽고 가녀린 가성으로 <고련화> 를 흥얼거렸다.

青春樅誰人愛
푸릇푸릇 새파랬던 청춘
變成落葉相思栽——
흘러간 낙엽 님 떠올리는 이 마음 모르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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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미.....첨에 읽을 땐 설렁설렁 넘겨서 잘 못 느꼈는데 이번에 옮기면서 찬찬히 읽어보니 수위가 높네요 ㅠㅜㅜ  중국식 호러, 고어 영화 보는 줄.  <타이베이 사람들> 은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을 참조했다 할 만큼 모던한 이야기 묶음이지만 한편으로 이야기마다 나오는 노래들 그리고 강렬한 색채 묘사에선 중국 전통극 영향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이전에 올린 <유원경몽> 이랑  장편 <孽子 불효자> 는 작가님이 직접 무대극으로 각색해서 여러 차례 공연되었어요.

0819  

2005년 드라마판 오프닝, 린싼랑 역 남자배우 나레이션이 반복됩니다. 비중이 여주 둘 (윈팡과 우바오/줸줸) 이랑 비등하게 커졌음요.

<1948년으로 해가 바뀔 무렵 나는 폐허가 된 도쿄를 떠났다
대만은 막 228을 겪은 뒤였다.
할아버지께선 당분간 대만은 틀렸다 하시고
나 역시 하루코와의 연애를 잊고
무엇보다 꿈에 그리던 조국에서
음악의 꿈을 펼치고자
상하이에 왔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 그 시절 상하이의 기억을 남기게 된다>

..16부작 내내 드라마 작가님 분신으로다 보여줄 이야기가 굉장히 많음요 -_-; 바쁘다 바빠. 깔 놈들이 한둘이 아님. 국민당이고 공산당이고 상해 조폭들이고 죄다 남주여주 괴롭히는 대륙 양아치. 1화부터 원작에 없는 남주 고모가 나오는데 대만 출신으로 상해에서 개업한 의사란 설정, 국민당 군인들한테 친일 부역자로 몰려 고생하는 장면이 나오더라구요, 취지는 이해하겠다만 좀 많이 어설픔....중반쯤엔 남주 전여친 일본인 하루코도 나오고 일본 황군으로 복무한 대만 원주민 캐릭터도 나오고...중구난방. 아, 그런데 인물 따라 언어가 휙휙 바뀌는 점은 재미있었네요. 일본 유학파 남주는 지식인 친지들이랑 얘기할 땐 대본어 (대만어 + 일본어) 쓰는데 여주들이랑은 또 표준중국어로 말하더라구요. 못알아들어서 확실친 않지만 대만어 말고도 상해어랑 객가어도 섞인거 같아요. 상해시절 윈팡한테 집 알아봐주는 부동산업자 발음은 북방 얼화 액센트가 진해서 웃겼고 ㅋㅋㅋ
   
초중반까지 건성건성 보다가 중후반은 스킵하고 마지막화만 통으로 감상, 공중파 드라마인데 수위가 꽤나 높아서 깜놀...포스터랑 티저 영상 보고 퀴어드라마인줄 알았는데 실상 내용물 까보니 여자들끼린 뽀뽀만 하고 조폭들 저지르는 인신매매, 마약이랑 성폭력은 거의 여과없이 나오더란 ㅎㄷㄷ

마지막 화, 윈팡은 줸줸 마약 못하게 하려고 방에 가뒀다가 금단증상땜에 울고불고 하니까 마음이 약해져서 자기 돈으로 마약 사고 조폭을 집에 들이는데 싼랑한테 들킵니다.

0822
조폭한테 마약사는 윈팡, 뒤에 싼랑

0823
마약 끊게 병원에 보내야지 너 그애한테 못할 짓 하고 있는 거 알아? 그 애가 너한텐 우바오 대신이야? 그런다고 속죄가 될 거 같아?    

0821
줸줸이 울면 내 가슴 찢어져. 그 앤 내 곁에서 못 떠나보내. 내 손으로 돌봐야 해....

저는 원작 남조를 남주로 키운 드라마 각색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남자 배우 외모가 별로라서만은 아님 (...) 이런 연출도 넘 작위적이긴 하지만서도 원영의 배우 연기는 참으로 취향입니다. 분명 말마따나 못할 짓 하는데도 이해 갈 만큼 절절해요 ㅜㅠㅠ



5
  • 잘봤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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