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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10/19 21:09:22 |
Name | 과학상자 |
Subject | 다시 보는 사법농단 |
유해용 전 판사, '사법농단' 무죄 확정…"치욕의 순간 지나왔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079126629213248 며칠전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연루되었던 유해용 전 판사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있었습니다. 결론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였고, 이는 1심, 2심, 3심 모두 일관된 결론이었습니다. 사법농단 관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들 중 가장 먼저 판결이 확정된 사례인데, 이는 그의 혐의가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3년 전 매일 같이 대서특필되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사건의 첫 확정 판결이 나왔지만, 이제 여기에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지, 자세히 다룬 기사가 저 이데일리 기사 정도입니다. 그의 혐의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는 대법원 수석 재판연구관 근무 시절 작성했던 검토보고서 등을 퇴임하면서 외부로 유출하였습니다. 또 재판연구관 시절 검토했던 사건을 퇴임 후 변호사로서 수임했어요. 박근혜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씨 부인의 특허소송 관련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혐의도 받았습니다. 우병우의 부탁으로 박근혜의 관심재판을 챙겨달라는 것을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이 지시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절도, 변호사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을 적용하였습니다. 그런데 검찰의 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일관되게 '아니오'였습니다. 유 전 판사가 검토보고서 등을 유출했다고 볼 증거도 없고, 유출했다고 해도 공공기록물이 아니며, 개인정보유출에도 해당하지 않고, 절도로 볼 수도 없다고 합니다. 또 재판연구관 시절 검토한 사건을 퇴임 후 변호사로 수임한 혐의에 대해서는 직무상 직접적,실질적으로 처리한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가 되었습니다. 김영재씨 부인 특허소송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전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요약하면 검찰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거나, 법리상 죄가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면 검찰은 증거도 없이 이런 주장을 했던 걸까요? 사법농단 수사시점으로 돌아가보지요. 2018년 9월,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에 박차를 기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2부,3부에 특수4부까지 추가 투입합니다. 20명 이상의 수사검사와 1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수사팀을 갖추어 법원과의 한판 전쟁이라도 치르는 모양새였습니다. 당시 중앙지검장은 윤석열이었고, 사법농단 수사팀장은 한동훈이었습니다. 나무위키를 보면 당시 기사들을 바탕으로 타임라인이 상세하게 나오는데, 너무 방대한 분량이라 따라가기 힘들 정도입니다. 몇달 내내 자고나면 압수수색영장이 또 왕창 기각됐다는 기사가 나오고, 또 자고 나면 재판 거래나 재판 개입, 판사 사찰, 정치 개입, 기밀 자료 유출 등등 온갖 사법부의 추악한 짓들이 드러났다며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전관 변호사 PC서 대법원 기밀 무더기 발견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03879 검찰은 유해용 전 판사의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수만 건의 대법원 재판 기밀 문건이 그의 PC에 저장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원래는 비선 의료진 김영재씨 부인의 특허소송 관련 문건을 확보하려고 했었는데 압색과정에서 다른 기밀문건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죠. 그러나 검찰은 이 문건들을 보고도 확보하지 못하는데, 유 전 판사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영장은 허경호 중앙지법 판사가 발부했었는데. '유 전 연구관이 작성한 특허소송 관련 문건 1건'만 압수하도록 허락되었다고 합니다. 검찰은 어쩔 수 없이 유 전 판사에게 자료보존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받고 돌아갔고 그 뒤로 압수수색영장을 다시 청구했지만 서로 다른 판사들에 의해 두 번이나 기각당합니다. 증거인멸의 우려를 들어 긴급한 상황임을 설명했지만 금요일밤에 청구됐던 압색영장은 주말 동안 당직판사에게 인계되지도 않은 채 월요일에 기각됩니다. 구명 로비에 증거 인멸까지… 유해용 대단한 ‘전관 위세’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9111754358142 검찰이 빈손으로 돌아간 후 유 전 판사는 현직 판사들에게 메일을 보내 억울함을 호소했었습니다. 자신은 법원에 근무할 때의 자료를 추억삼아 가지고 나온 것 뿐이고, 그것은 공무상 비밀이나 공공기록물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의 메일 내용과도 같은 사유로 압색영장 청구는 기각됐고 나중에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법원행정처 직원의 참관 조건으로 압색이 허락되었지만, 이미 모든 자료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문건은 파쇄하고 저장장치는 분해해 폐기하였습니다. 법원이 압색영장을 기각했던 이유는 범죄가 되는지조차 의문이기 때문이었다고 했는데, 그는 왜인지 모든 자료를 말끔하게 없애버렸습니다. 나중에 그가 밝힌 이유는 심리적 압박감이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모든 자료가 사라진 뒤에야 범죄가 되는지조차 모르겠다던 혐의에 영장을 발부했어요. 윤석열 “대법 문건 유출, 법대로 철저 수사” 지시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9081741338120 이 과정에서 검찰은 대법원에 문건유출 사건으로 유 전 판사를 고발해 달라고 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은 이를 거부하였고, 오히려 유출된 문건의 회수를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대법원은 검찰이 유해용이 빼돌린 것과 같은 보고서를 요구하자 “대외비에 준하기 때문에 외부에 제공해선 안된다"고 했지만 영장판사는 유해용의 외부 유출에 대해서는 "부적절하지만 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당시 수사의 책임자였던 윤석열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영장판사도 수사대상이고, 문건 회수를 시도하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까지 하면서 대법원을 맹렬하게 비판하였습니다. 원고지 18장 유해용 영장기각 사유 ‘판사가 변호인인듯’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3175.html 이후 검찰은 서약서를 쓰고도 자료를 남김없이 없앴던 유 전 판사를 증거인멸의 우려로 구속영장을 청구합니다. 사법농단 관련 첫번째 구속영장 청구였습니다. 그러나 구속영장은 역시나 보기 좋게 기각됩니다. 당시 구속영장 심사를 맡았던 허경호 판사는 이례적으로 장문의 기각사유를 작성합니다. 죄가 되지도 않는 사건에 대해서 문건을 파기한 것은 증거인멸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유 전 판사가 문건을 파기한 이유는 검찰과 언론보도 때문이고, 문건 파기 자체가 정당하다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유해용 무죄’ 1심 재판부…“검찰, 별건자료 제출은 사법통제 무시행위”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125621 결국 그는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고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 공소장이 유죄 예단을 갖게 했다” “별건 자료 제출은 법관의 사법적 통제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표현으로 검찰의 수사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했어요. 또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일부 증거에 대해서는 위법수집증거라면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유 전 판사의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 영장에 기재된 방법 이외의 검색어를 입력해 나온 모니터 화면을 촬영하고는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는 겁니다. '사법농단' 유해용, 2심서도 무죄…"잘못된 수사관행 근절돼야"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10204001128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 역시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재판부는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지적합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으로부터 이의제기를 받지 않아서 검색을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압수수색 현장에서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자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는 것은 경험칙상 옳지 않다.....이와 관련된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한 2차적 증거도 증거능력이 없다.....만일 이에 기초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수사기관에게 영장에 적시된 방법을 위반해서라도 일단 집행하고 2차적 증거를 획득하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 재발방지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모든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유해용 전 판사, '사법농단' 무죄 확정…"치욕의 순간 지나왔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079126629213248 그리고 2021년 10월 15일에 이르러 유 전 판사는 대법원 2부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게 됩니다. 주심은 민유숙 대법관이었습니다. 이탄희 전 판사가 '판사 블랙리스트'를 처음 알린 뒤 4년 반이 지났고,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뒤 3년이 지났습니다. 무죄를 확정 받은 유 전 판사는 치욕의 순간을 지나왔다고 이야기 합니다. “드디어 피고인 신분에서 벗어나게 됐다.....대법원 소법정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며 만감이 교차했다.....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충격과 공포로 눈앞에 캄캄하던 순간,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 싶은 치욕의 순간, 울분으로 스스로를 해치던 시간, 그리고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체념의 시간을 지나서 여기까지 왔다.....(수사 당시) 검찰의 대대적 여론몰이로 인해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궁지에 몰린 심리상태(였다).....저의 안위를 걱정하고 저를 믿어준 많은 분들의, 체온이 담긴 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는 저를 지탱하고 회생시키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그는 억울함과 그가 받았던 고통들을 토로합니다. 법원은 일관되게 그의 입장을 지지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윤석열-한동훈이 이끄는 검찰과 언론에 선동당했던 것일까요. 유 전 판사의 사례는 사법농단 사건의 본류에 끼지도 못하고,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검찰이 이른바 재판 거래나 재판 개입으로 규정했던 사건의 피고인 판사들은 아직도 재판이 진행중이고 지금까지 나온 선고에서 역시 대부분 무죄를 받았습니다. 그들도 역시 무고한 희생자였을까요. 유 전 판사의 일은 전체 사법농단에 있어서 깃털과도 같을지 모르지만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정점에 달했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파기한 자료들은 오로지 그의 개인 비위와 관련된 자료뿐일 수도 있으나, 어쩌면 디가우징됐던 대법원 하드디스크 자료들의 사본이 들어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저는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영장이 기각됐었고, 동료판사들에게 호소메일을 보내고, 법원은 시간을 벌어준 것이 아닌가. 법원행정처 직원이 꼭 참관해야할 다른 이유가 있었던게 아닌가. 그래서 증거인멸 구속영장도 기각되었어야만 하는 것 아닌가. 사법농단 사태에서 압수수색 영장의 기각율은 70%를 넘었다고 합니다. 사법농단 이전 5년간 일반 형사사건에서의 기각율은 10% 정도에 불과했다고 하고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색 영장도 무수히 기각되었는데, '주거의 평온'이라는 초유의 기각 사유가 제시되기도 했지요. 검찰은 정말 법리를 오해하고 무리한 압수수색을 그토록 시도했던 걸까요. 수사 당시 대법관이었던 법원행정처장은 '재판거래는 없다고 믿고 있다'고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사법부가 자신들의 과오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을까요? 사법부는 스스로 재판의 이해당사자였습니다. 사법부가 하나의 인격체는 아닐지언정, 무수히 많은 판사들이 당시의 사건들에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었습니다. 이 사태에서 구속된 인물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뿐이었는데 그들의 구속을 허락한 판사들은 '방탄판사단'을 성토하는 성난 여론에 못이겨 나중에 투입한 영장판사들이었어요. 그들은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경력이 없었습니다. 저는 사법농단 재판에서 대한민국 사법부 전체가 기피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사건들과 관련이 없더라도, 적어도 퇴임 때 문건을 들고 나오는 건 '송별관행'이라고 보는 인식을 공유하는 판사들이나, 재판거래는 없었던 것으로 믿고 싶어하는 대법관의 동료, 후배 판사들은 스스로 재판을 회피해야 했다고 봐요. 그런데 그런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니까, 몇 가지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미진한 조처들 속에서 재판이 시작됐고 현재와 같은 결론이 나오고 있어요. 3년 전 지면을 뜨겁게 달궜던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와 뒤따른 재판들, 아무리 큰 이슈도 몇 달 이상 가면 피로도가 쌓여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디테일은 잊혀지기 쉽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 윤석열과 한동훈의 수사는 무리한 것이었을까요? 죄가 되지도 않는 일에 대해 망신주기를 하고 무리하게 옭아매려 했던 것일까요? 임종헌과 양승태는 무고하더라도 구속을 감수해야만 했던 걸까요? 아니면 사법부 전체가 운명공동체로서 모든 죄를 부정하고 있는 것일까요. 3년이 지난 오늘, 김명수 사법부는 양승태 사법부와 어떻게 다를까요? 사법농단은 과거의 일이고 지금은 없는 걸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그런 일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걸까요. 당시에 연루되었던 판사들 일부가 현직으로 재판을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저는 사법부의 판결에 더 많은 비판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비정치적 사건들에서 대중의 눈높이에서 잘 이해되지 않는 판결에는 가차없는 비판이 쏟아지지요. 그러나 정치적 성격을 띈 사건들에선 판결에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말을 아끼죠. 아마도 진영을 이룬 승부에서 사법부 판결에 토를 다는 건 승복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보일테니까 그러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긴 합니다. 사법부의 판결이 항상 옳을 수 없고, 그들도 사법권을 가진 권력이기에,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검찰의 수사과정도 물론이고, 대법원 확정 판결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그것이 유일한 사법부 견제 수단이라고 믿으니까요.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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