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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7/13 12:34:44
Name   골든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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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프로젝트 문의 볼 만한 도전





혹시 직접 플레이 해볼 분이 계시다면 이 글은 읽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가벼운 스포일러들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플레이를 잘 못해서 게임을 사고 조금 하다 / 방송 보다 이런 식으로 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프로젝트 문의 세계관에 대해 문외한이라 틀린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고수 분이 있다면 고쳐주십시오.




프로젝트 문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매번 실시간 검색어를 차지하는 서브컬쳐 대장 급이지만 모르실 분들은 정말 모르실 회사입니다

처음에 프로젝트 문이 만든 게임은 SCP 세계관과 유사한 세계관의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었습니다
이쯤되면 어 이거 나 알아 할 분들 있으심
사진에 있는 거 같이 소위 '환상체'라고 하는 괴물들을 관리해서 에너지를 뽑아낸다는 개념의 회사 관리 게임을 만든
회사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mHORmTGmm0
▲ 게임 초창기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티저

처음에는 유쾌한 B급 호러 분위기, 기기묘묘한 환상체들(웰치스를 주길래 마셨더니 원양어선에 잡혀가는 등), 피떡칠하는 분위기와 액션으로 어느 정도 흐름이 잡히는 듯 했고 판매량도 100만 이상으로 압니다만...

프로젝트 문은 멈추지 않았지

계속되는 업데이트로 게임은 점점 복잡해지고 치밀해지며, 재패니메이션 감성까지 추가되게 됩니다. 알고 보니 SCP 모티브를 좀 갖다 쓴 거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은 게임이었던 거예요. 대학 동아리에서 시작된 회사인데 스케일이 컸죠. 이에 이탈하는 초기 팬도 많았던 거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원래 사우스파크풍 애들이 괴물 때려잡는 걸 구경하는 걸 좋아했어서 이때 이탈을 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돌아와 보니 그 사이 프로젝트 문은 미친 탑을 쌓아 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뒤틀린 인형사의 인형이 되어 움직이는 일종의 몬스터를 잡아서 이야기를 보니까 갑자기 서울 중산층 시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 실에 묶여 움직이고 있지만 자기 자유는 없고 감각만 있다는 설명과 함께요. 월 400만안...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오, 디렉터 양반?

그렇습니다. 사실상 프문은 대한민국 서울을 배경으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한국다운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고릿짝적 말을 다시 읊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 점이 서브컬쳐 물 중에서도 프문이 살아남고 눈에 띄는 이유가 된 거 같긴 합니다.

프로젝트 문의 세계관은 철저히 한국적입니다. '둥지'라고 불리는 큰 '대기업'들에 속해야만 시민은 겨우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둥지에 들어가기 위해 철저히 입시경쟁, 입사경쟁을 합니다. 들어가고 나서도 나사처럼 부려지지만, 그나마 목숨이 안전합니다. '둥지 밖' '뒷골목'은 끔찍한 세상입니다. 그때부터는 철저히 깡패와 뒷조직들의 밥으로 살아야 합니다. 각 '둥지'들은 직원이고 인간이고 소비자고 사람으로 안 봅니다. 미친 듯이 상품과 서비스를 찍어내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알고 보면 그 상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매우 절망적입니다.

가령 10초 만에 어디든 이동한다는 워프 열차는, 알고 보면 여러 시간축을 이동해 그 속에서 수천 년의 시간을 멈춰있는 열차라 사람들이 미쳐서 고통이라도 느끼고 싶어서 스스로의 몸을 긁고, 해치고, 난리가 납니다. 실제 이 열차를 운영하는 W사의 기술은 마지막에 덩어리가 되어있는 사람들을 원상복구하는 데 있었습니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 '림버스 컴퍼니(나름 모바일 가챠게임으로, 캐릭터성 면에서도 장족의 발전을 이뤘습니다!)' 로 이뤄지는 연작은, 계속해서 도시라는 세계관과 그 속에서 파괴되고 있는 인간성과 그에 대한 해결을 고민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애초에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의 주인공, 롤랑부터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든지, 그래서 자기도 남한테 계약 사기를 친다든지, 그러면서 '그거는 그거고 이거는 이거다.' 슬렁슬렁 도시의 삶은 이런 거다 말하고 다니는 놈입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지죠.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

둥지에 들어온 사람과, 들어오지 못한 사람의 차이.
둥지에서도 벌어지는 수많은 상품과 용역만을 위한 행각.

이 모든 건 뭔가 익숙한 ..... 비판입니다.....

애초에 림버스 컴퍼니란 최신 게임에서 혁명가 역할을 담당하는 로쟈 캐릭터도 있으니 ... 더 이상 말은 줄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서브컬쳐적 장르 맥락을 이용한 네오-자본주의 비판으로 네오네오오타쿠맑시즘인 걸까요?... 라고 보기에는.. 스토리는 계속해서 정신적 각성과 구도자적 초월을 강조합니다. 이마저도 어찌 보면 한국적인데요. 원수 사이의 용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빛. 삶을 반복해가며 자신을 고찰하고 바꾸는 것. 네... 그야말로 수기치인(修己治人) 그 자체...

다만 이 게임의 문제점은 모든 인물 하나하나 긴 장문의 책을 써놨을 정도로 세계관이 탄탄하고 할말이 많은 게임이면서, 동시에 그를 게임성으로도 구현하려 했기 때문에, 게임 UI가 좋지 못하고 게임성도 심플하지가 않습니다.

즉 현재는 완전히 코어 팬덤의, 코어 팬덤을 위한 게임. 코어 팬덤과 소통도 잘 하고 있고, 코어 팬덤을 위한 예약제 카페도 운영하며 카페를 주기적으로 각 게임의 자기 세계관 중 일부에 맞춰 인테리어와 메뉴를 바꿉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잘 되고 있습니다! 조금씩, 발전하고 있어요. 그래서 가끔 검색해서 어떻게 회사가 크고 있는지 구경하는 게 제 취미 중 하나가 됐을 정도입니다.

메인스트림의 사람들은 모르는 사이 점점 커지고 있는 성공적인 회사라 할 만한데, 처음에는 도저히 못 봐줄 그림으로 시작했던 타입문 사가 모바일 게임 시장을 맞아 IP 최강자, 매출 최강자가 되어가는 걸 지켜본 우리로서는 한번 프문도 지켜볼 만하지 않나요. 애초에 프문사의 공식사이트에 밝혀진 회사의 목적 자체가 '부와 명예'라고 하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젊은 청년들의 혈기는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되기 마련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의 모순과 음지에 대한 분노는 젊은이들의 특권이자 멍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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