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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1/08 14:44:26
Name   눈부심
Subject   PC 깡패와 공감력의 어두운 측면
읽어 본 몇 개 되지 않는 기사에 의하면 요즘 미국의 신세대들, 밀레니엄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정치적 올바름'에 매우 민감하다고들 하네요. 심지어는 스탠딩 코메디언의 농담도 정색하고 들을 정도라고 해요. PC(political correctness)가 지나치면 깡패같을 때가 있어요. 이것과 관련한 기사 하나 외 공감력이라고 하는 것이 마냥 평화와 화합의 동력만은 아니라 오히려 강한 공감력발휘가 공감력을 덜 발휘할 때보다 폭력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사 하나도 가지고 와 봤어요.

출처 :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3308422/Students-rage-professor-sent-email-telling-students-just-look-away-offended-Halloween-costumes.html#comments

이 기사는 상세내용이 별로 없어서 그리 잘 쓰여진 기사는 아니에요. 예일 대학교에서 흑인학생들이 한 교수를 둘러싼 가운데 한 흑인여학생이 교수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장면이 공개가 됐어요. 이 교수가 학생들에게 이멜(정확하게는 이 교수의 아내이자 학교 부과장이기도 한 사람이 보낸 이멜)을 보내어 할로윈을 맞아 혹시나 복장이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해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이니 그냥 무시하고 '불쾌하다'라고 의사표현을 하는 정도에서 그치라는 내용이었어요. 흑인여학생이 이 이멜을 두고 따지고 들자 교수는 학생이 할로윈날에 입고 싶은 복장을 입을 자유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여학생은 'Shut the fuck up'이라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냅니다. 이 교수가 college master라고 하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 학과장쯤 되는 모양인가 봐요. 검색해 보니 사회학자이기도 하고 의사이기도 하군요. 학생들은 할로윈복장을 빌미로 차별적인 표현을 일삼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고 노파심을 보였죠.

여학생은 격렬하게 소리치며 '닥치세요! 학과장씩이나 되면 학생들에게 안전한 교정을 보장할 책임이 있잖아요? 지금 안 그러시고 계시잖아요. 그 이멜은 학과장으로서의 역할에 반하는 내용이잖아요.' 라고 바락바락 대들어요. 교수가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하자 '슈발 그럼 당신이 뭔데? 그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요!' 이럼서 노발대발 하다가 휙 뒤돌아서 가버리죠.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교수는 이런 말을 합니다.
[학생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건 유감이지만 나는 내가 한 말에 대하여는 유감스럽지 않습니다. 저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의중을 표현할 자유는 지켜져야 해요.]

원래 이메일내용은 제법 근사하게 씌였어요. 예일에서 마찬가지로 교수인 아내분이 보낸 이멜에 이런 내용이 나와요.
[나는 내 할로윈복장의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내가 나의 할로윈복장기준을 남에게 강요할 수 없듯이 여러분들도 여러분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겁니다.]

도대체 할로윈데이에 학생들이 무슨 복장을 입고 돌아다녔길래 저런 싸움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어요. 단, 원래 저런 불만이 터져나온 계기가 있는데 흑인여학생들이 남학생 사교 클럽에서 열린 파티에 입장하려다가 저지당하자 인종차별이라고 문제제기를 했어요. 클럽에서 백인여학생만 받더라는 얘기는 흑인여학생들의 주장이고 정말 그런 기치를 내 걸고 파티를 벌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클럽에 문의했을 때 말도 안된다며 자기네들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클럽이라고 일축해 버렸죠.



미국 같은 나라에서 PC를 가지고 저렇게 막나가면 깡패소리 듣기 딱 쉬운 것 같아요. 저거 보니까 참 좋은 나라에 사는구나 싶더라고요. 우리나라 와서 살면 뒷목 잡고 바로 고혈압으로 쓰러지겠어요 저 여학생.

*           *           *           *           *

출처 : http://www.theatlantic.com/science/archive/2015/09/the-violence-of-empathy/407155/

이 기사는 공감력이라고 하는 인간의 탁월한 능력이 어두운 면 또한 내포하고 있다고 하는 흥미로운 기사예요. 글쓴이는 살인이 옳다고 믿는 사람이 아니지만 ISIS 지도자들은 뒈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그 이유는 바로 희생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기 때문이에요. ISIS 희생자들에 대한 강렬한 공감이 어떤 인간에 대해 살인의지를 불태우게 된 거예요. 이런 사회실험내용이 있어요. 피실험자들이 한 방에 있고 다른 방에는 학생 두 명이 그룹과 떨어져 있어요. 피실험자들에게 두 학생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경쟁 중이라고 일러주며 그 둘의 에세이를 읽힙니다. 한 에세이는 '돈이 하나도 없다. 무섭다'란 내용이고 다른 에세이는 '돈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뭐 괜찮아'라는 내용이에요. 이제 피실험자들에게 저 두 학생은 고통과 수행능력을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으며 그들의 실험을 도와주기 위해 경쟁상대자에게 매운 핫소스를 먹이게 할 건데 어떤 경쟁자에게 핫소스를 먹일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하죠. 피실험자들은 돈이 궁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학생이 성공적인 실험을 할 수 있도록 경쟁의 상대편인 학생에게 더 많은 핫소스를 먹게 했어요. 그 학생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이 돈이 궁해진 상황에 전혀 일조한 것이 없고 핫소스를 먹으면 고통스러워 할 것을 알면서도 말예요.    

이 실험을 하기 전에 모든 피실험자들에 대해 유전자검사를 통해 특정 호르몬함량을 가려내었습니다.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인데 연민과 공감력, 남을 잘 돕는 성질과 관련된 호르몬이라고 하네요. 사회심리실험 후 비교했더니 이런 호르몬이 많이 발견된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에 더 적극적이었다고 합니다.

예일대학에서 행해진 실험은 이런 것이었어요. 피실험자들의 공감력을 일단 테스트로 측정을 합니다. 그리고나서 중동에서 납치된 저널리스트이야기라든지 미국 내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음 이들에 대해 어떻게 처벌을 할 것이냐 물어요. 처벌의 방법은 무관심에서부터 전투병력침투, 또는 보석금을 늘리는 것에서부터 사형까지 다양하게 주어집니다.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처벌수위에 대한 선택강도가 높았어요.

사람들의 공감력을 잘 이용해 먹는 이들이 정치인들이래요. 불법체류자에 의해 살해된 케이트라는 여성을 자주 언급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그 예이죠. Kate Steinle이라고 성과 이름을 다 지칭하지 않고 마치 우리가 아는 여자인 것 같이 친근하게 들리도록 케이트라고 부릅니다. 교묘한 전략이죠. 옛날에 미국 남부에서 흑인들에 린치를 가한 행위는 흑인에 의해 강간당한 백인여자 같은 에피소드들에 의해 촉발되곤 했어요. 이렇게 잔학행위에 대한 우리의 극렬한 반응은 판단력을 흐리기도 합니다. 인간을 빛나게 하는 소중한 지성이기도 하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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