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6/08 23:28:48수정됨
Name   열한시육분
File #1   IMG_0144__resized.jpg (595.9 KB), Download : 0
File #2   IMG_0148__resized.jpg (589.4 KB), Download : 0
Subject   현충일에 거위한테 맞은 썰





거위의 흉포함은 게임 타이틀의 소재가 될 정도로 잘 알려져있지만 그걸 직접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발단은 모 지자체가 하천의 거위 서식 지역에 친절하게 붙여놓은 경고성 표지판이었습니다.
( https://redtea.kr/tm25/33573 )

아무리 그래도 변변한 이빨도 없는 새 따위가 얼마나 위험하길래 ㄲㄲ 하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관심은 생각보다 빠르게 응답을 받게 됩니다.





현충일, 전국에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난지 조금 지난 시각,

날씨가 좋아서인지 그분들의 나와바리에 흰 오리와 청둥오리도 여럿 나와있었는데

사실 저게 정말 거위인지 헷갈려서 옆에 있는 오리들과 비교를 하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멀리서 쳐다보고 있으니까 친절하게 물에서 나와주더라고요

??? 포식자가 없어서 사람도 무서운 줄 모르나? 싶어서, 입을 벌리면 그 유명한 아구창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그대로 서있었습니다.


그러고 있으니 무리 중 대빵으로 보이는 것이 아래 사진 같이 목을 주욱 뺀 자세를 취하고 몇 초 동안 가만히 있더라고요.

뭐지?

처음 보는 거위의 행동에 당황한 사람이 가만히 있자

곧 강아지들이 사람 반가워하면 달려오는 것처럼 3마리 전부 달려오더니

발목을 부리로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진심으로 영토수호전에 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 포즈는 최후통첩 같은 거였나봅니다.


이 순간 잠깐... 내가 여기서 주먹으로 거위를 때리면 혹시 동물 학대 빌런 같은게 되나? 라는 생각을 하며 멈칫하였는데

주변에 사람이 없었음에도 잠시 멈칫한 것은 참으로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과 오리들이 이곳에 모여있던 진짜 이유가 있었고, 그것이 등장하였기 때문입니다.


2025년에도 5월부터 10월까지, 심지어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모 구청 정원여가과(말 그대로 Parks and Recreation)는 이 천변 투어를 운영합니다.

https://yeyak.seoul.go.kr/web/reservation/selectReservView.do?rsv_svc_id=S240312112121520515

그리고 이분들이 수십명의 어린이들과 같이 왔을때 표지판만 덩그러니 있으면 허전하니까... 매일 이때쯤 이곳에 모이를 뿌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들은 파블로프의 조류가 되었던 것이죠.

멈칫했던 바로 그 순간 뒤를 돌아보니, 바로 이 투어 행렬이 3대의 다인승 카트를 타고 등장하였고

거위가 사람 때려요!라는 말을 하려고 저 대빵을 가리키려고 했지만, 그들은 어느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수면 위로 퇴각한 뒤였습니다.


한편으로는 거위에게 발길질하는 빌런이 되는 망신을 피했다는 안도감, 선사시대에도 거위 사냥은 의외로 쉬웠겠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방금 뿌려진 모이를 주워먹는 새들을 보고있으니 한 인솔자께서 '떨어진 모이는 가만히 둡니다-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라고 외치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렇게 덧붙이더군요 '거위는 워낙 사나워서...'



한 줄 요약: 거위는 현충일에도 선빵을 친다



사운드트랙: https://www.youtube.com/watch?v=GrVNwqbH0kA



8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3458 1
15520 게임[LOL] 6월 14일 토요일의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5/06/14 58 0
15519 문화/예술스마트폰과 불안 세대와 K-컬처의 승리 4 바쿠 25/06/13 321 1
15518 일상/생각감각은 어떻게 전이되는가 – 타인이 그려낸 감각의 지도 2 사슴도치 25/06/13 313 7
15517 정치만약에..(윤석열과 한동훈, 이명박과 박근혜) 6 Picard 25/06/12 685 0
15516 게임[LOL] 6월 13일 금요일의 일정 18 발그레 아이네꼬 25/06/12 397 0
15515 문화/예술로케이션 헌팅을 아십니까? 14 메존일각 25/06/11 720 7
15514 일상/생각현명하게 소비를 하는 길은 멀다 3 풀잎 25/06/11 507 1
15513 사회교통체계로 보는 경로의존성 - 1 6 루루얍 25/06/11 398 16
15512 경제기술이 욕망을 초과한 시대, 소비는 왜 멈추는가 11 사슴도치 25/06/11 723 29
15511 정치정치 대화의 재구성 영원한초보 25/06/10 532 1
15510 정치교육부 장관 출사표 19 문샤넬남편 25/06/10 1698 16
15509 경제주주간계약의 필요성과 체결시 주안점 김비버 25/06/10 374 7
15508 일상/생각가입한지 몇시간만에 삭제당할만한 글을 올린점 반성합니다 3 로이드포저 25/06/09 726 2
15506 일상/생각그럴 듯함의 시대 6 사슴도치 25/06/09 560 9
15505 일상/생각현충일에 거위한테 맞은 썰 5 열한시육분 25/06/08 593 8
15504 정치준스기는 그때 왜 그 발언을 했는가 50 매뉴물있뉴 25/06/08 1739 2
15503 정치선거에 이기는 방법은? 5 닭장군 25/06/08 800 4
15502 게임[LOL] 6월 8일 일요일의 일정 9 발그레 아이네꼬 25/06/07 317 0
15501 게임[LOL] 6월 7일 토요일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5/06/06 255 0
15500 일상/생각쳇가) 도끼의 언어와 AI의 언어 1 알료사 25/06/06 409 2
15499 정치대법관 늘리는 부분이 충분히 숙의가 필요한 이유. 21 kien 25/06/06 1314 8
15498 스포츠지구역사상 최악의 야구팀을 볼수있는 기회 1 danielbard 25/06/06 813 9
15496 정치다수파의 교체는 어떻게 가능한가? meson 25/06/04 525 8
15495 정치대선 후기 12 알탈 25/06/04 1056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