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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2/05 14:55:28
Name   눈부심
Subject   니 꺼는 내 꺼, 땡큐

예술에는 전유예술이란 것이 있어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소재로 사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인데요. 한 가지 예를 들면 마르셀 뒤샹의 <분수>라는 작품이 그에 해당돼요. 변기에 그냥 지어낸 이름으로 싸인을 한 뒤 제목만 근사하게 ‘분수’라고 한 거죠.



뒤샹은 예술이란 창작이 아니라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했죠. 기존의 순수 예술, 소유권, 독창성, 표절 이런 개념들에 정면으로 도전한 예술가예요. 당시 비평가들은 만장일치로 그의 전시를 거부하고 그의 작품은 예술로 쳐주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에서 다다이즘이라고 하는 거대한 운동이 일어나는데 이건 전통적인 가치를 전면부정하는 허무주의 예술사조입니다. 덕분에 전유예술이 탄력을 받아 나중에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릭턴스타인같은 팝아티스트들이 등장해 기존창작물에서 본래의 의미를 지우고 소비자운동이라든지 여성인권과 같은 개념을 덧씌워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이 전유예술의 가장 극단적인 버전이 리차드 프린스의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남이 찍은 사진을 또 찍어서 멘트 하나 찍 날린 뒤 작품으로 완성시킵니다. 수백만달러에 판매가 되고 있는 중이네요. 프린스는1949년에 당시 미국령이었던 파나마에서 태어나 미국 메인주로 이주해 그곳에서 컬리지를 다녔어요. 예술에 관심을 갖고 야심차게 뉴욕에 도전해 보겠다고 결심하지만 초창기엔 온갖 잡일을 하며 고생을 많이 했죠. 


1973년에 잡지사 타임지에 입사한 그는 잡지에 광고가 실리면 광고사진을 찢어서 고객에게 광고가 실렸다는 증거로 보내곤 했어요. 그의 책상은 찢어진 광고쪼가리로 가득했죠. 그는 광고사진 몇 장을 사진으로 찍어서 그의 창작품으로 내놓기 시작했어요. 모델사진, 보석사진, 등 원사진작가들은 아랑곳 않고 자기 맘대로 남의 사진을 다시 스냅사진으로 찍어 원래 사진이 갖고 있는 광고의 의미를 제거해 버립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처음엔 남의 사진을 표절해서 손쉽게 새로운 사진을 만든다는 것이 진짜 파격적이었죠. 노출을 조절하고 렌즈를 통해 들여다 보고 버튼을 누르고 하는 것이 기존의 것이라곤 없는 완전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 같았어요. 매주 저는 하나 발견하면 ‘오 저거 내꺼, 땡큐’ 이랬죠."     


남의 사진을 찍어 만드는 그의 작품이 아직 예술작품으로는 주목을 못받자 그 다음 10년 동안 그는 가난에 찌들어 살다가 필사적으로 떠야겠단 생각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종이에 연필로 그럴 듯한 농담을 써 놓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거 10불에 살래?’ 물어보는 거예요. 예술은 상당부분 비평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데 예술자체가 농담이라면 크게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없다고 여긴거죠. 별로 독창적이지도 않은 농담을 종이나 캔버스에 완성시켜 퍼뜨리자 프린스의 ‘농담’이 연줄 있는 친구들 덕분에 약간은 이목도 끌게 됩니다.이렇게 조금씩 명성을 쌓던 그는 1980년대 후반에 전유사진예술로 예술계 뜨거운 감자가 됩니다.  


"한 번 뜨면 쭉 가는 거예요."


그의 첫 작품시리즈는 카우보이라는 주제의 작품으로 말보로 담배 광고사진을 다시 찍어 완성한 것입니다. (백이십만불에 판매됨)


프린스의 농담작품 중 하나인데 이런 작품 하나가 삼백만불에 팔렸다고 합니다.



오늘날 프린스는 아주 잘 나가는 현대예술가입니다. 엄청 부자죠. 작품 판매액이 어마무시...그런데 어떻게 그의 작품이 법적으로 하자가 없을 수가 있을까요? 윗 사진 왼쪽은 Cariou의 창작사진이고 오른쪽이 프린스가 재창작한 거예요(-.-). 2000년에 Cariou가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한 사진집을 8년 후 프린스가 서점에서 발견하고 맘에 든다며 약간 손 봐서 작품을 대거 내놓은 거죠. 전시회에는 비욘세, Jay Z, 톰 브래디, 로버트 드니로,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등 스타들이 참여했고 총판매액은 천만달러가 넘었어요. Cariou 본인은 일전도 못받았어요. 그런 작품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요. 


프린스는, 자긴 그냥 저작권에 대해 암생각을 안 한답니다. 물어봐야겠단 생각이 안 난대요. 물어봐서 안된다고 해도 찍었을 거라고요. 일단 찍고 나서 나중에 문제제기하면 그 때 상대하지 뭐 이런 생각이래요. Cariou가 나중에 프린스를 저작권침해로 고소를 해요. 처음에 법원은 Cariou의 손을 들어줍니다. 근데 프린스가 항소하자 두번째엔 프린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왔어요. 이 법정케이스는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데 현대미술계쪽 사람들은 프린스의 입장을 지지했고 사진작가들은 Cariou를 지지했죠. 급기야 2013년, 법원은 프린스의 작품이 합당한 전유예술로서 충분히 재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판결합니다. 당시 22가지 이미지에 대한 고소 중 대부분이 기각되고 법정 바깥에서 프린스는 Cariou와 적당히 합의를 보는데 결과적으로 프린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어요. 


2014년에 프린스는 아이폰을 휙휙 넘기면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셀카사진들을 훑어 보며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Don’t du anything. Just B Urself’이런 댓글도 달아주고 그걸 폰에 저장해 두었다가 나중에 또 작품으로 내어 놓습니다. 이제는 수정은 하나도 않고 사진을 커다랗게 확대해서 “New Portraits”라는 주제로 선보인 거죠. 이 작품들도 곧 전시되어 한 점당 구만달러에 판매됩니다. 허허허허허허...  



셀카주인공들 아무도 프린스를 고소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프린스를 고소한 상태예요. Missy Suicide라고 불리는 인스타그램유저로 그녀는 자신의 사진을 찍은 프린스의 사진을 다시 찍어 팔기 시작했죠. 프린스 버전은 구만불인데 그녀는 겨우 90불에 판매했어요. 그리고 판매액 모두를 디지털 컨텐츠 권리를 위해 싸우는 비영리기관에 기부했어요.

리차드 프린스. 예술계의 스띠브 짭스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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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의 정보력은 어디까지인가... 뤼야는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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