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7/01 13:26:05
Name   Neandertal
Subject   선택받지 못한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박사과정의 비애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Leonard Mlodinow라는 사람이 쓴 [The Upright Thinkers: The Human Journey from Living in Trees to Understanding the Cosmos]라는 책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주 오랜 전 과거서부터 현재까지 과학계에 큰 변화를 일으킨 주요 과학자들과 그들의 이론, 그리고 그런 이론이 나오게 된 배경 등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볍게 쓴 대중과학서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 막스 플랑크 얘기가 나옵니다. 저자에 따르면 막스 플랑크가 열역학 분야로 박사논문을 썼을 때 그의 연구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플랑크는 어디에서도 교수 자리도 얻지 못하고 한 동안 고생을 좀 했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자신이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있을 때(저자도 버클리 대학 출신의 물리학 박사입니다) 자신의 동료들 가운데도 이렇게 막스 플랑크처럼 그들의 연구가 지도 교수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통 인정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었답니다. 짐작하건데 아무래도 물리학계도 소위 말해서 “핫”한 분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었을 것이고 개개인의 논문의 질에도 차이가 있었겠지요. 아무튼 그랬던 사람이 모두 두 명이었는데 같은 상황에서도 그 두 사람의 대응이 아주 대조적이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은 그냥 자살을 해버렸답니다. 아마도 극도의 실망감과 좌절감이 불러온 비극이었겠지요.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좀 재미난 행보를 보였다고 하네요. 그는 하버드대학교 물리학과에 사정사정해서 그냥 사무실에 책상 하나만 놔 달라고 했답니다. 물론 돈은 일절 받지 않는 조건으로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하버드대 물리학과에서 눈칫밥 먹으면서 생활했는데 1년 후에 하버드대에 고용이 됐다고 합니다. 동정표를 얻은 건지 거기서 무급으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인 게 통한 건지 책에는 자세한 이야기가 없지만 아무튼 원하던 바를 성취한 셈이지요.  

그리고 저자 자신은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또 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도 학계에서 통 인정을 해주지 않는 자신의 이론을 여기 저기 대학의 교수들에게 보내봤는데 계속 무시를 당하니까 나중에는 직접 교수들을 찾아가서 설득을 하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설득을 하겠다는 그 방법이 바로 칼을 휘두르는 것이었다고 하네요. 다행히 경비들이 저지를 해서 인명 사고는 없었다는데 그 뒤로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제가 보기에 한 사람은 좌절감을 자신에게로 투영해서 안타까운 선택을 해 버렸고 다른 한 사람은 그러한 좌절감을 외부로 투사해서 끔찍한 일을 저지를 뻔 한 셈이 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경우의 사람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한 셈인데 제 생각에 이 사람은 실력은 좀 떨어졌을지 몰라도 수단도 아주 좋고 소위 말하는 정치에도 능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제가 정말 부러워하는 성격이네요...--;;;).

얼마 전에 영화 [The Martian]의 예고편을 사용해서 이과나 공과 대학원 박사과정의 고달픈 애환을 재미있는 자막으로 처리한 영상을 본 기억도 있는데 위와 같은 내용을 읽다보니 공대나 이과대 박사과정 하시는 분들이 고생이 많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박사과정의 비애...[The PhDian]



혹시 홍차넷에도 현재 박사과정 중에 계시는 분들, 또는 학위 취득 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화이팅! 하십시오. 응원합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토비 15/06/19 35549 1
    15997 일상/생각소유의 종말: 구독 경제와 경험의 휘발성 2 사슴도치 26/02/02 501 12
    15996 오프모임참가하면 남친여친이 생겨 버리는 2월 7일 토요일 14시 사당 또는 이수 커피 모임 65 + 트린 26/02/02 1131 4
    15995 일상/생각팀장으로 보낸 첫달에 대한 소고 6 kaestro 26/02/01 583 6
    15994 일상/생각와이프란 무엇일까? 2 큐리스 26/01/31 591 9
    15993 영화영화 비평이란 무엇인가 - 랑시에르, 들뢰즈, 아도르노 3 줄리 26/01/31 386 5
    15992 IT/컴퓨터[리뷰] 코드를 읽지 않는 개발 시대의 서막: Moltbot(Clawdbot) 사용기 24 nm막장 26/01/31 728 1
    15991 일상/생각결혼준비부터 신혼여행까지 (3/청첩장 및 본식 전, 신혼여행) 5 danielbard 26/01/30 390 4
    15990 정치중국몽, 셰셰, 코스피, 그리고 슈카 15 meson 26/01/29 1141 7
    15989 IT/컴퓨터램 헤는 밤. 28 joel 26/01/29 836 27
    15988 문화/예술[사진]의 생명력, ‘안정’을 넘어 ‘긴장’으로 8 사슴도치 26/01/28 433 21
    15987 IT/컴퓨터문법 클리닉 만들었습니다. 7 큐리스 26/01/27 573 16
    15986 게임엔드필드 간단 감상 2 당근매니아 26/01/26 560 0
    15983 스포츠2026년 월드컵 우승국//대한민국 예상 순위(라운드) 맞추기 관련 글 6 Mandarin 26/01/26 359 0
    15982 오프모임2월 14일 신년회+설맞이 낮술모임 (마감 + 추가모집 있나?없나?) 18 Groot 26/01/26 722 3
    15981 정치이재명에게 실망(?)했습니다. 8 닭장군 26/01/25 1019 0
    15980 IT/컴퓨터타롯 감성의 스피킹 연습사이트를 만들었어요 ㅎㅎ 4 큐리스 26/01/25 433 0
    15979 정치민주당-조국당 합당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14 Picard 26/01/23 890 0
    15978 오프모임1/23 (금) 용산 또는 서울역 저녁 모임 8 kaestro 26/01/23 696 1
    15977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5년 162.5M 양키스행 김치찌개 26/01/22 329 0
    15976 정치한덕수 4천자 양형 사유 AI 시각화 11 명동의밤 26/01/21 1187 11
    15974 오프모임2월 7일 토요일 14시 사당 또는 이수 커피 모임 하실 분? 21 트린 26/01/20 901 5
    15973 도서/문학용사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테니까 7 kaestro 26/01/19 1039 9
    15971 꿀팁/강좌나노바나나 프롬프트 - 걸리버 소인국 스타일 음식 이미지 3 토비 26/01/17 738 1
    15970 의료/건강혈당 스파이크란 무엇일까? 12 레이미드 26/01/17 1027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