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7/22 18:56:52
Name   제로스
Subject   [스포] 쉐이프 오브 워터 감상문. <어두사미>
쉐이프 오브 워터를 이제 봤어요.

'명작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영화를 봐라'

이 말은 정말 좋은 말이에요. 본인의 감상에 충실할 수 있죠.

팀버튼과도 같은 아름다운 화면 기묘한 느낌의 캐릭터디자인들, 압도적으로 환상적인 예쁜 색감은 좋았어요.

하지만 아무리 어른을 위한 동화ㅡ우화 라 이해해준다 해도 캐릭터들 성격 너무 지나치게 상징적, 평면적인 것..하고 싶은 이야기 너무 직유법인 것..

글쎄 제 뇌가 PC거부증에 절여진건지 몰라도 장애인 여주 흑인 여자조연 게이 조연 3총사에

중산층 화목한 가정의 마초백인남자 악역
집에선 게으르고 압력엔 굴하는 흑인남편
손님에겐 싹싹해도 약자엔 야비한 가게주인

아으 좀..너무 대칭을 맞추면 촌스러워요.
시위구호는 대구를 맞춰도 예술이라면 은근한 맛이 좀 있어야지.. 예수천국 불신지옥도 아니고.


영화의 초반과 중반은 캐릭터도 잘 쌓아나가고
그 캐릭터들이 직유하는 상징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도 멋을 잃지 않은 채, 각 등장인물들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주제의식의 노예가 아닌 살아있는 개성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개를 지나 절정에 이르면서 주인공들의 행동은 개연성을 잃어가고, 빛나던 개성들은 사라지고  작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 확성기인형으로 전락해버리죠. 모든 주인공들이 다 똑같은 이야기밖에 안하고, 그것도 너무 노골적입니다.


가장 마음에 안드는 것은 결말. 감독은 복선을 미리 깔아놓긴 했죠. 너무 뻔한 복선이라 차라리 복선처럼 보이는 함정이길 바랬는데.. 물에서 발견된 고아.  
목 주위에 3줄의 흉터. 여주인공도 인어일 가능성은 처음부터 제시되어 있긴 했으니 뜬금없는 결말이라는 비판은 할 수 없겠죠.

그런데 이 영화의 주제는 결국 '다른 이들끼리의 소통과 이해'아니겠어요? 그냥 대놓고 이야기했는데.. 그런데 결말에서 여주인공도 인어가 되어버리면 이건 '다른 이들끼리의 소통'이 아니라 '퀴어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자각한 이들간의 소통, 자각의 과정'이 되어버려요. 인어들의 동족찾기 소동에 휘말려버린 인간군상이 되어버리죠. 다른 캐릭터들은 이야기의 주제에서 배제되어버리는거에요. 그 전에 이미 조연들은 차례로 생명력을 잃고 배제되어 버리긴 했지만요.

이 무슨 나루토가 범한 잘못을 또 보게 되는 결론인가요. 호카게는 유전빨..

결국 다른 캐릭터들을 죽여가며 주제의 선명성만 붙잡고 가던 결말인데, 최후의 최후에 주제의식조차 혼탁해진거에요.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컸던 영화, 쉐이프 오브 워터였습니다.

Psㅡ 게이 조연캐릭터의 붕괴는 팔을 다치고 고양이가 죽었을 때 일어나요. 애완고양이가 인어에게 먹혔을 때, 그것도 머리부터 -ing중에 발견하고 화가인 본인의 팔도 할퀴어진 그는 너무도 차분하게 야생동물이니 어쩔 수 없지, 그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죠.

아니..이성적으로는 그렇죠. 그러나 애완묘가 참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직후 그렇게 감정의 흔들림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고요? 그가 에인션트원같은 달관자라면 가능하죠. 그러나 그 장면전까지 그는 전혀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어요. 평범하게 친구와 여가를 즐기고, 짝사랑에 설레고, 실연에 슬퍼하고, 생계를 걱정하는.. 매력적이고 살아있는 캐릭터였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그 장면에서 그 캐릭터는 죽은거에요.
나의 고양이를 잡아먹은 인어가 밉지만, 감정적으로 동요했지만, 그래도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캐릭으로 만들 수 있었잖아요.

어려운 것도 아닌데. 조금 츤츤대다 도와주면 되었는데 말이죠. 직전까지 그 캐릭터를 좋아했기에 더 실망이 컸어요..



3


    처음과 마지막에 나오는 독백으로 알수있듯이 이 영화의 화자는 게이 화가이며 마지막 장면이 그저 화가의 상상인지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죠. 떡밥은 떡밥일뿐이고 결국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않겠습니까.
    제로스
    화가의 상상인지 실제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감독이 그 장면을 관객에게 보여주기를 선택했으니까요.
    Weinheimer
    머리털 돋아나서 놀라는 장면 vs 씁, 야생이니 어쩔 수 없지. 둘중에 뭐가 먼저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발모가 먼저였더라면....영화가 무서워지는군요
    Erzenico
    [셰]이프 오브 워터죠 이건...
    제로스
    오잉? 그러네요?
    Erzenico
    원래가 셰가 표준어고, 쉐로 표기하는 건 쉐로 상표등록 등을 한 고유명사의 경우에만 한한다고 합니다.
    itstruelovedontfakeit
    처음부터 삐딱하게 접근하신거 같아 아쉽네요.
    얼그레이
    저도 지난주에 감상했는데 그냥 좋더라구요
    동화보는 마음으로 봤거든요ㅋㅋ
    타는저녁놀
    등장인물들은 일부러 스테레오타입으로 설정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너무도 직설적이기도 했고, 쏟아지던 호평에 비해 개인적 소감은 영 별로긴 했습니다.
    저도 약간 비슷한 의견 한 표요. 색감 예쁘고 명확하고... 명작 까진 아니고 적당히 볼 만 함. 그래도 전 일부 부분이 감상/몰입을 깨는 부분이 있지만, 예전 부다페스트 호텔(의 하위호환 같은?) 보던 기분으로 봤습니다. 근데 어차피 이렇게 단순하게 갈거면 좀 더 밝고 명랑하게 가는게 나았을거 같아요. 그럼 더 재밌게 봤을텐데.
    제로스
    부다페스트 호텔은 엄청 재미있게 보았는데.. 그 영화는 당당히 '명작'이라 할만하죠 :)
    네 그건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나니나니
    메시지하나는 강렬하게 남았으니까 좋다고 생각하는 영화였어요.

    사랑에는 형태가 정해져있지않고 사랑 그 자체로 아름다울수있다.

    그리고 영상미가 정말 좋아서 극장에서 보기 좋은 영화였어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2927 7
    15407 일상/생각토요일의 홀로서기 큐리스 25/04/26 253 1
    15406 일상/생각사진 그리고 와이프 1 큐리스 25/04/25 422 4
    15405 게임마비노기 모바일 유감 10 dolmusa 25/04/25 597 5
    15404 일상/생각인생 시뮬레이션??ㅋㅋㅋ 1 큐리스 25/04/25 443 0
    15403 의료/건강긴장완화를 위한 소마틱스 운동 테크닉 소개 4 바쿠 25/04/24 509 10
    15402 도서/문학사학처럼 문학하기: 『눈물을 마시는 새』 시점 보론 meson 25/04/23 311 6
    15401 일상/생각아이는 부모를 어른으로 만듭니다. 3 큐리스 25/04/23 477 10
    15400 꿀팁/강좌4. 좀 더 그림의 기초를 쌓아볼까? 6 흑마법사 25/04/22 371 18
    15399 일상/생각처음으로 챗GPT를 인정했습니다 2 Merrlen 25/04/22 779 2
    15398 일상/생각초6 딸과의 3년 약속, 닌텐도 OLED로 보답했습니다. 13 큐리스 25/04/21 871 28
    15397 일상/생각시간이 지나 생각이 달라지는것 2 3 닭장군 25/04/20 764 6
    15396 IT/컴퓨터AI 코딩 어시스트를 통한 IDE의 새로운 단계 14 kaestro 25/04/20 640 1
    15395 게임이게 이 시대의 캐쥬얼게임 상술인가.... 4 당근매니아 25/04/19 635 0
    15394 꿀팁/강좌소개해주신 AI 툴로 본 "불안세대" 비디오 정리 2 풀잎 25/04/19 615 3
    15393 IT/컴퓨터요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AI툴들 12 kaestro 25/04/19 785 18
    15392 도서/문학명청시대의 수호전 매니아는 현대의 일베충이 아닐까? 구밀복검 25/04/18 490 8
    15391 정치세대에 대한 냉소 21 닭장군 25/04/18 1233 15
    15389 게임두 문법의 경계에서 싸우다 -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전투 kaestro 25/04/17 391 2
    15388 일상/생각AI한테 위로를 받을 줄이야.ㅠㅠㅠ 4 큐리스 25/04/16 697 2
    15387 기타스피커를 만들어보자 - 번외. 챗가를 활용한 스피커 설계 Beemo 25/04/16 293 1
    15386 일상/생각일 헤는 밤 2 SCV 25/04/16 394 9
    15385 게임퍼스트 버서커 카잔에는 기연이 없다 - 던파의 시선에서 본 소울라이크(1) 5 kaestro 25/04/16 308 2
    15384 일상/생각코로나세대의 심리특성>>을 개인연구햇읍니다 16 흑마법사 25/04/15 711 10
    15383 일상/생각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 1 큐리스 25/04/15 626 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