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3/11/29 13:19:40
Name   moqq
Subject   한국인을 위한 변명.
한국인은 가족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요?
에 대한 비전문가의 본격 뇌피셜.

1. 환상과 현실
딸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했다.
졸라대는 걸 거부한지 5-6년은 된 거 같은데
최근에는 친한 친구가 집에 강아지를 하나 들였다.
내가 봐도 귀엽다.
근데 한 3달쯤 된 거 같은데
이젠 강아지 키우고 싶지 않단다.
그 강아지 너무 말 안듣고 맨날 짖어대고 놀아달라고 보채고 난리라서 친구집에 가도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환상과 실제는 다른 것이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끝까지 키우는 주인은 12%에 불과하다.
근데 딸아이는 이젠 고양이나 새는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

2. 효자
친구가 하나 있다.
남해안 지역에 집성촌 출신이고 부모님은 두 분 다 교장 교감 선생님까지 하셨고
나름 지역사회에서 지위가 있으시다.
친구도 굉장히 똑똑해서 대학도 잘가고 부모님의 자랑거리이다.
일이 있을 때마다 성공한 아들이 가족을 데리고 본가에 가는 것은 부모님의 체면을 세우는 일이다.
근데 일이 열라 많다.
명절, 생일, 제사에 심지어 집성촌 내 친족간 배구대회까지..
본인이 효자라고 생각하는 친구는 아이가 열이나서 토하는 상황에서도 굳이 데리고 본가에 방문하기도 했다.

이 친구가 좀 특이한 경우지만 이런 사례는 많다.
아들은 자랑스럽고 신경쓸 거 하나 없는 효자아들이고
반대로 딸은 손주봐달라하고 기껏 가서 봐줬더니 사소한 일로 화내고 어쩌고..
아들은 하는 일 없이 효자 타이틀만 챙긴다.
(실제로 집안일도 육아도 며느리가 알아서 하고, 명절, 시부모님 생신 이런 것도 며느리가 챙기니까!)
굳이 일을 한다면 간간히 연락해서 부모님의 환상을 유지시켜주는 일?

근데 막상 부모님이 병원에 가야하거나 도움이 필요하거나 할 때에는 딸에게 연락하는 경우도 많다.
아들이 걱정할까봐.. 그런 과정에서 또 서로 싸우고 어쩌고.
긴 병에 효자없다고 하는데 효자는 원래 없는 것 아닐까?
딸이 간병하면서 싸우고 불평하고 그러면 효녀는 아닌걸까?

3. 벼농사
이게 본론인데
한국인은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다. 는 이야기에 대해
한국인을 위한 변명을 해보자면 이건 모두 벼농사 탓이다.
일단 벼농사는 할 일이 많다.
심지어 각 시기에 맞춰 단계별로 데드라인이 있다.
필연적으로 노동집약적이고 집단 생활을 하게 만든다.

유목민족이 사냥감을 찾길 바라면서 신에 기대는 것보다는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농사를 망했다. 근데 날씨도 나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풍작이면
원인은 신이 아니라 나에게 있을 것이다.
심지어 홍수가 났어도 이건 치수를 잘못한 것이지 신의 탓은 아니다.

여하간 농사를 하기 위해서는 온 가족이 노오오력해야 한다.
자식새끼가 취미활동하느라고 농땡이 쳐서 할 일을 안하고 농사가 망하면 먹고 살게 없다.
그게 아니더라도 빨리 일꾼이 되어야 집안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다 따로 떨어져서 살다가 크리스마스에만 모여서 파티하는 사람들에게 가족이 환상이라면
벼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겐 서로의 이해가 맞물려서 부대끼는 현실은 아니었을까?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304 일상/생각최종 후기 7 당근매니아 23/12/02 2228 12
    14297 일상/생각한국인을 위한 변명. 12 moqq 23/11/29 2546 2
    14286 일상/생각합리적인 추론인가, 바람인가? right 23/11/20 1837 3
    14279 일상/생각인생의 유관력 8 moqq 23/11/16 3626 2
    14278 일상/생각거칠고 인용 없이 쓰는 수능 단상 7 김비버 23/11/16 2208 9
    14277 일상/생각사람은 첫인상으로 기억한다. 1 큐리스 23/11/15 1754 2
    14274 일상/생각가정파탄... 숨이 막히네요 22 우리학년 23/11/14 3007 0
    14272 일상/생각아이가 집에오는 시간 10시 20분^^; 1 큐리스 23/11/14 2067 14
    14270 일상/생각사소한 관습 깬다는것? 24 셀레네 23/11/13 2188 2
    14261 일상/생각s23u 구입기 7 Beemo 23/11/07 1711 1
    14260 일상/생각쿠팡 대비 코스트코 이득금액 정리 엑셀본 공유합니다 8 보리건빵 23/11/06 2127 5
    14257 일상/생각소설을 쓰면서 처음으로 팬아트를 받아봤습니다. 4 givemecake 23/11/06 1873 7
    14255 일상/생각빈대에 물린 이야기 2 그저그런 23/11/05 1838 0
    14253 일상/생각처음으로 차 사고가 났습니다 2 뇌세척 23/11/05 1625 1
    14251 일상/생각데이터가 넘치는 세계(로 부터의 잠시 도피?) 1 냥냥이 23/11/04 1611 3
    14247 일상/생각음식도 결국 문화다. 12 OneV 23/11/03 2050 0
    14240 일상/생각저의 악취미 이야기 8 김비버 23/11/01 2299 12
    14236 일상/생각적당한 계모님 이야기. 10 tannenbaum 23/10/30 2370 41
    14222 일상/생각의료와 관련된 행위는 항상 의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10 큐리스 23/10/25 2088 1
    14212 일상/생각아시안 게임도 보기 싫을 정도로 애국심이 없어요 21 뛰런 23/10/21 2250 0
    14203 일상/생각운동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고 살아가는 느낌.. 11 큐리스 23/10/16 2162 0
    14196 일상/생각'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해볼까요? 13 소요 23/10/14 2999 11
    14183 일상/생각남 탓 1 거소 23/10/11 1666 9
    14176 일상/생각고구마 총론 8 바이엘 23/10/08 2306 8
    14174 일상/생각예전에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 썼던 사람입니다.. 혹시 기억 하시나요? 8 이웃집또털어 23/10/08 2708 3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