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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9/06 15:52:15
Name   에메트셀크
File #1   합리적의심.jpg (22.4 KB), Download : 42
Subject   합리적 의심 감상


재밌다.
시작부터 끝까지 흥미롭다.

판사 출신인 도진기 작가가 쓴 책이다.
소설 내 사건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은 유명했던 '산낙지 보험 사망 사건'이다.
이 사건을 각색하여 작중에서는 '젤리 살인 사건'이라는 허구의 사건으로 재구성했다.

주인공은 작중 사건을 담당하는 부장판사다.
그를 통해 정적이고 경직된 판사 세계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사건을 맡아 내적으로 갈등하는 주인공의 심리, 다른 판사들과의 관계, 재판 과정 등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주인공이 때때로 보여주는 소인배 같은 생각이나 행동이 오히려 그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었고, 소설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재밌는 소설을 찾는 분이라면 여기까지만 보고 직접 읽어보기를 바란다.








=====

언젠가 개인적으로 작가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다.

정말로 피고인이 선고 이후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했나요?

작품 내에서 주인공인 부장판사는 배석판사들과의 합의를 무시하고 단독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이때 피고인은 판사들을 향해 미소를 띠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한다.
정말 억울했다면 나올 수 없는 반응이었다.
이 모습을 본 민지욱 판사는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합의 시 무죄를 주장했던 좌배석 판사였고, 결국 소설 마지막에 피고인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 소설을 읽고 법원 사이트에서 해당 사건의 판결문을 찾아보았다. (인천지방법원 2012고합325)
실제 판결문을 통해 본 피고인은 소설에서보다 더 악질적인 인물이었다.
소설에는 나오지 않은 다른 금전 문제도 얽혀 있었다.
재판의 흐름은 소설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
판결문에서 눈에 띈 것은 마지막에 적힌 판사 세 명의 이름이었다.

작가가 이 사건을 직접 담당한 판사는 아니다.
소설 내에서 묘사된 판사 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동료의 재판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듯했다.
작가가 은퇴했다곤 하지만 그런 분위기속에서 다른 판사의 사건을 소재로 소설까지 쓴 것을 보면
실제 재판을 담당했던 세 판사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들은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를 들었을까?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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