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3/21 02:22:22
Name   눈부심
Subject   넷플릭스 영화 < Fish Tank >
선택의 폭이 너무 넓으면 잘 포기하게 돼요. 넷플릭스계정에 들어가면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영화선택하기가 어려워요. 그렇게 어려운 숙고 끝에 별 기대없이 본 영화가 괜찮으면 그 땐 또 희열이 배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 영화를 보시려면 저 같이 아무 기대 없이 보셔야 해요.

전 넷플릭스 가면 항상 '독립영화' 카테고리부터 먼저 확인해요. < Fish Tank >는 영국영화예요. 영국억양 중에서도 제 귀에는 약간 촌스럽게 들리는 억양이었어요. 영화얘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려고요. 아무것도 모른 채, 일그램의 기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나 떼워볼까 하는 마음으로 봐야지만 재미있어요.

영화를 본 후 하루가 지나면 참 훌륭한 영화였단 생각이 소록소록 들 겁니다. 강요된 감동 없고요. 아주 담백해요. '살짝' 섬짓한 공포에 휩싸일 수는 있어요.

온전한 백지상태에서 영화를 보시고 싶은 분들은 아래 단락은 읽지 마시길..

- - - - -

이 영화를 보고 전, 지나치게 잔인한 영화, 극단으로 몰고 가는 스토리장치들을 두고 인간의 양면성이라고 합리화하는 영화를 더욱 싫어하게 됐어요. 문소리가 주연으로 나온 <바람난 가족>이란 영화가 언듯 생각났는데 거기에 억울함과 분노에 휩싸인 남자가 변호사의 아이를 낚아 채 건물로 올라가서 휙 던져 버리죠. 저는 그 장면이 경멸스러워요. 그 장면을 연출한 감독이 경멸스러워요. 범인의 억울한 사연(정확하게 잘 기억은 안 남)은 단지 말초적이게 잔인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어요. 여전히 설득력 없는 도구였고요. 그러곤 욱 해서 아이를 던지는 건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이라고 퉁쳐요. 평범한 이야기들로만 관중을 끌기엔 역부족인 감독들이 많겠죠. 그건 글자그대로 '역부족'인 거지 극단성을 남용하는 이들이 무슨 대단한 예술가인 건 아닐 거예요. 장르가 다르다면야 다른 이야기일 것 같구요.

그리고 또 하나는 영화배경이 생소해서 좋았어요. 영국에 한 번도 안 가 봤지만 막연히 선진국으로만 알고 있지 영국도 빈민가가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잖아요. 저는 영화 볼 때 배경화면 보는 게 재밌어요. 나와 다른 집, 동네, 도시, 삶의 방식 등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이 영화의 배경은 영국언론에서 자주 볼 일이 없는 백인빈민가정이에요. < Tsotsi >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봤는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배경이에요. 흑인 갱 이야기인데 조금 전 검색을 해 보니 원작소설가가 백인이군요. 이건 약간 감동을 쥐어짜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947 7
    15155 일상/생각청춘을 주제로 한 중고생들의 창작 안무 뮤비를 촬영했습니다. 2 메존일각 24/12/24 222 4
    15154 문화/예술한국-민족-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소고 meson 24/12/24 248 2
    15152 정치이재명이 할 수 있을까요? 72 + 제그리드 24/12/23 1482 0
    15151 도서/문학24년도 새로 본 만화책 모음 6 kaestro 24/12/23 333 5
    15150 게임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1 손금불산입 24/12/23 265 5
    15149 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7 당근매니아 24/12/23 587 11
    15148 정치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에 빠졌다? 8 토비 24/12/23 805 9
    15147 정치전농에 트랙터 빌려줘본 썰푼다.txt 11 매뉴물있뉴 24/12/22 1058 3
    15146 의료/건강일종의? 의료사기당해서 올려요 21 블리츠 24/12/21 957 0
    15145 정치떡상중인 이재명 56 매뉴물있뉴 24/12/21 1830 15
    15144 일상/생각떠나기전에 생각했던 것들-2 셀레네 24/12/19 573 9
    15142 일상/생각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7 큐리스 24/12/19 507 2
    15140 정치이재명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고 차악인듯한데 43 매뉴물있뉴 24/12/19 1843 7
    15139 정치야생의 코모도 랩틸리언이 나타났다! 호미밭의파스꾼 24/12/19 382 4
    15138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양키스행 김치찌개 24/12/19 133 0
    15137 정치천공선생님 꿀팁 강좌 - AI로 자막 따옴 28 매뉴물있뉴 24/12/18 743 1
    15135 일상/생각생존신고입니다. 9 The xian 24/12/18 612 31
    15134 일상/생각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5 Picard 24/12/18 439 7
    15133 도서/문학소설 읽기의 체험 -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중심으로 1 yanaros 24/12/18 295 4
    15132 정치역사는 반복되나 봅니다. 22 제그리드 24/12/18 754 2
    15131 여행[2024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0. 준비 7 Omnic 24/12/17 365 7
    15130 정치비논리적 일침 문화 7 명동의밤 24/12/16 876 7
    15129 일상/생각마사지의 힘은 대단하네요 8 큐리스 24/12/16 788 7
    15128 오프모임내란 수괴가 만든 오프모임(2) 50 삼유인생 24/12/14 1877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