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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4/28 19:52:32 |
Name | 김보노 |
Subject | [23주차] 인류의 황혼 |
[조각글 23주차 주제] 인류 멸망 시나리오 *주제 선정자의 말 1. 멸망하는 이야기를 다뤄도 좋고 2. 멸망이후를 배경으로 쓰셔도 좋습니다. - 분량, 장르, 전개 방향 자유입니다. 맞춤법 검사기 http://speller.cs.pusan.ac.kr/PnuSpellerISAPI_201504/ 합평 받고 싶은 부분 하고 싶은 말 재밌어 보이는 주제여서 참여해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이제야 부랴부랴 씁니다. 다듬지 못한 이야기라 부족한 완성도지만, 부디 열심히 봐주세요. 본문 운석 충돌, 전염병, 핵전쟁. 옛날 영화에서 봤던 멸망은 하나 같이 파괴적인 비극이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전례없는 평화 속에서 인류가 멸망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멸망의 시작은 사랑에 빠진 한 개발자의 손에서 시작되었다. 개발자가 사랑한 그녀는 완벽했다. 언제나 그의 말을 들어주었고 그의 시덥잖은 농담에 웃고, 뭘 잘못했는데? 라는 말 없이 연애에 서툰 그에게 차근차근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개발자는 그녀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법원은 그들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연애 교육 프로그램과 결혼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개발자는 낙담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늘 그의 곁에 있었으니까. 다만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그녀를 안고 체온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그래서 개발자는 그녀의 정신을 담을 육체를 만들기로 했다.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당대의 기술 수준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개발자는 그녀의 육체를 완성했다. 인류 멸망의 악마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 후 그녀와 함께 남미로 떠났다는 기록 외에는 개발자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데 이 이후로 많은 사람들의 기록도 마찬가지이다. 그녀가 만들어지고 난 뒤, 수많은 기업가, 학자, 연예인들도 활동을 멈추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버렸다. 개발자가 혼자의 힘으로 그녀의 육체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골방에서 위대한 발명을 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옛날의 이야기다. 그녀의 육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액의 자본과 첨단 기술이 필요했고 개발자는 회사를 설득했다. 회사는 개발자가 제안한 '개인 맞춤형 섹스 안드로이드' 가 그럴듯 하다고 생각했고 개발자가 그녀와 떠난 뒤에 섹스돌을 양산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은 사람과의 연애를 포기하고 섹스돌과 사랑에 빠졌다. 개인의 온라인 로그와 저장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이상형의 외모와 성격, 학습으로 발전하는 섹스 스킬, 섹스돌 간의 정보공유와 대화패턴 분석으로 권태로울 틈 없는 즐거운 대화 등, 섹스돌은 이상적인 연인의 현신이었다. 섹스돌로 인해 사람들은 행복했다. 행복은 만족이고 만족은 욕망의 충족이다. 사람들은 행복했으므로 더이상 욕망하지 않았다. 사람들 간의 관계는 점점 느슨해졌고 회사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어차피 자동화와 기본소득제로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소득은 충분했다. 사람들은 앞으로의 생을 섹스돌과 함께하기 위해 자신의 직장과 직업을 버렸다. 발전은 더뎌졌고 인구는 감소했다.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인간과 섹스를하고 타인의 아이를 잉태하는 걸 감수할 만큼은 아니었다. 이마저도 섹스돌의 제작사가 어린이 안드로이드를 출시하고 사그라들었다. 역사가 늘 그랬듯이 이러한 흐름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처음은 섹스돌 파괴 운동이었다. 종교인들이 주축으로 결성된 테러 조직은 섹스돌을 악마로 규정하고 파괴했다. 그리고 테러 일주일 뒤, 분노한 전세계의 군대에 박멸 당했다. 자신의 반쪽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무자비했고 이후로 그 같은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다. 복제 인간을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 역시 실패했는데 단순한 이유였다. 연구 개발 인력이 없었다. 섹스돌이 등장한지 십 수 년이 흘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섹스돌과 함께 생활했다. 당장의 행복을 포기하고 연구 개발에 매달릴 이유가 없었다. 복제 인간을 만들고자 했던 과학자는 연구를 포기하고 섹스돌을 마련했다. 이후 그에 대한 기록이 없는걸 보면 아마 행복한 여생을 보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90억이었던 인구는 현재 8천만으로 줄어들었다. 이 감소세라면 몇 십년 내로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여전히 행복하다. 유래없이 평화로운 인류의 황혼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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