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7/18 20:38:40
Name   Neandertal
Subject   DNA를 사용해서 범인을 검거한 최초의 사례...
DNA가 범죄 해결의 단서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부터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DNA로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 상식인 시대이지만 당시만 해도 DNA를 통해서 범죄자를 찾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아주 없지는 않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국에서 벌어진 한 범죄 사례를 통해서 DNA의 강력함이 입증이 되었고 그 이후 DNA 정보는 형사 사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증거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1983년 11월 23일 영국 레스터셔의 Narbrough라는 오래된 마을에서 열다섯 살 난 린다 만이라는 소녀가 인도 변에서 성폭행 후 목이 졸려 사망한 시체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그녀의 하의는 벗겨진 상태였습니다. 그녀의 몸에서 정액 샘플이 채취되었는데 분석 결과 범인의 혈액형은 A형이었고 아주 특정한 형태의 효소를 분비하는 사람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특정한 효소를 분비하는 사람은 전체 남성 가운데서 약 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흔치 않은 경우였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목격자도 없고 다른 단서도 없어서 수사는 난항을 겪고 표류하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약 2년 7개월 정도 흐른 시점인 1986년 7월 31일에 또 다른 여성 던 애쉬워스가 역시 실종이 됩니다. 나중에 그녀의 시신은 첫 희생자였던 린다 만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희생자 역시 성폭행을 당했고 하의가 벗겨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사건과는 달리 이번에는 용의자가 있었습니다. 지역 병원에서 잡역부로 일하고 있던 지적장애가 있는 17살 난 리처드 버클랜드가 사건의 중요한 용의자로 떠올랐던 것이지요.

버클랜드는 과거에도 말썽을 부린 전력이 있었고 사건 당일 범죄현장과 가까운 곳에서 목격이 되었습니다. 심문을 받게 되자 그는 던 애쉬워스의 살인과 그녀의 시체에 대한 자세한 정황들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운데 어떤 것들은 경찰이 아직 언론에 밝히지 않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그는 자신이 던 애쉬워스를 살해했다고 자백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전에 벌어졌던 린다 만의 사건은 자신이 저지른 게 아니라고 극구 부인을 하였습니다.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임을 확신하고 있던 경찰은 인근 레스터 대학의 알렉 제프라고 하는 과학자에게 두 사건에서 채취한 정액 샘플의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알렉 제프는 당시는 신기술이었던 "유전자 지문"과 관련하여 지역 신문에 기사가 난 적이 있는 사람이어서 경찰이 그에게 사건 분석을 의뢰했던 것이었습니다.

알렉 제프의 분석 결과 경찰의 추론은 정확했습니다. 그 두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리처드 버클랜드는 그 두 사건에서 채취한 정액의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비록 두 번째 범행을 자백했지만 그는 풀려났습니다. 범인의 자백이 DNA라는 과학적인 증거 때문에 중요도에 있어서 뒤로 밀리는 일이 발생한 것이었죠. 리처드 버클랜드는 역사상 최초로 DNA 증거로 인해 무죄가 증명된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경찰로서는 다시 사건이 오리무중의 상태로 빠져버리는 악몽이 시작된 것을 의미했습니다. 범인의 DNA 정보는 얻었지만 유력 용의자는 잃어버린 셈이었으니까요. 경찰은 결국 Narborough와 주변 마을에 거주하는 성인 남성 5,000명 전부에게 "자발적(!)"으로 혈액이나 타액 샘플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러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채취한 성인 5,000명의 샘플을 가지고 DNA 분석을 했을 때 단 한 사람도 범인의 DNA의 정보와 일치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두 건의 살인사건은 미제로 남을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게 됩니다. 1987년의 어느 날, 한 여성이 마을 펍에서 이언 켈리라고 하는 남자가 자신의 친구들에게 자기가 작년에 경찰에서 대대적으로 샘플을 요청했을 때 콜린 피치포크라는 사람을 대신해서 자신의 샘플을 피치포크의 샘플인 것처럼 해서 경찰에 제출했다고 자랑스럽게 떠벌이는 얘기를 우연히 엿듣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언 켈리에 따르면 경찰에서 대대적으로 혈액과 타액 샘플을 요구했을 때 콜린 피치포크가 자신(이언 켈리)에게 와서 자신(콜린 피치포크) 대신에 샘플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겁니다. 자신(콜린 피치포크)이 예전에 공공장소에서의 노출혐의(바바리맨!)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샘플을 제출하게 되면 그 당시 사건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경찰들에게 망신을 당할 것 같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물론 상당히 의심스러운 정황이었지만 피치포크가 부탁을 하면서 그 사례금으로 제시한 200파운드라는 금액은 이언 켈리에게는 있어서는 이러한 의심스러운 정황을 충분히 덮고도 남을 만한 액수였습니다.

해당 얘기를 들은 그 여성은 즉시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경찰은 바로 콜린 피치포크를 체포했습니다. 피치포크로부터 채취한 샘플을 가지고 DNA 분석을 해 봤더니...아니나 다를까!...그의 DNA 정보는 범인의 DNA 정보와 정확하게 일치하였습니다. 자칫 영구미제로 빠질 뻔 했던 사건이 DNA 정보라는 최신 과학을 힘을 입어 해결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콜린 피치포크는 린다 만과 던 애쉬워스에 대한 살인 혐의에 대해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DNA 정보가 범인을 특징하는 가장 유력한 증거로서 활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DNA 정보는 가장 확실하게 범인을 지목하는 증거로서 수사에서는 물론 법정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지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389 7
    14935 육아/가정패밀리카에 대한 생각의 흐름(1)-국산차 중심 5 + 방사능홍차 24/09/21 182 0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6 카르스 24/09/19 623 15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1116 5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514 8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58 + 호빵맨 24/09/18 964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134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473 0
    14927 일상/생각오늘은 다이어트를 1 후니112 24/09/16 313 0
    14926 게임세키로의 메트로배니아적 해석 - 나인 솔즈 kaestro 24/09/15 272 2
    14925 일상/생각힘이 되어 주는 에세이 후니112 24/09/15 306 0
    14924 일상/생각케바케이긴한데 2 후니112 24/09/14 446 0
    14923 기타줌번개해요. 오늘 밤 10:45 부터 19 풀잎 24/09/13 699 2
    14922 일상/생각수습 기간 3개월을 마무리하며 4 kaestro 24/09/13 671 10
    14921 일상/생각뉴스는 이제 못믿겠고 3 후니112 24/09/12 797 0
    14920 일상/생각예전에 제가 좋아하던 횟집이 있었습니다. 큐리스 24/09/12 464 0
    14919 의료/건강바이탈 과의 미래 25 꼬앵 24/09/12 1066 0
    14917 일상/생각"반박시 님 말이 맞습니다"는 남용되면 안될꺼 같아요. 24 큐리스 24/09/11 1241 4
    14916 일상/생각와이프와 철원dmz마라톤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09/11 481 6
    14915 일상/생각얼마전 영상에서 1 후니112 24/09/10 318 0
    14914 오프모임9월 15일 저녁 6시즈음 잠실새내에서 같이 식사 하실분!! 40 비오는압구정 24/09/10 1087 3
    14913 음악[팝송] 칼리드 새 앨범 "Sincere" 김치찌개 24/09/10 152 1
    14912 일상/생각가격이 중요한게 아님 8 후니112 24/09/09 854 0
    14911 생활체육스크린골프 롱퍼터 끄적 13 켈로그김 24/09/09 483 0
    14910 사회장애학 시리즈 (5) - 신체 장애를 지닌 아이들의 사회 기술 발달과 가정의 역할 7 소요 24/09/09 1722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