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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3/17 15:08:05수정됨
Name   그런데
File #1   basil_leaves_full_width.jpg (40.9 KB), Download : 41
Subject   바질을 키워 봅시다


봄이 왔습니다.

저는 매년 바질 농사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다 그렇듯 항상 잘 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공한 건 아마 3년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만든 바질페스토를 얼마 전 다 먹어치웠습니다.

올해도 도전합니다.
올해는 꼭 성공하고 싶어서 바질의 본고장인 서양의 재배법을 공부한 김에 공유합니다.

먼저 재배법 번역한 것을 소개합니다. 번역은 제가 보려고 한 거라 반말입니다.
뒤에 제 경험을 덧붙이겠습니다.

출처: almanac.com/plant/basil

심기:
마지막 봄 서리가 내리는 6주 전에 실내에서 씨를 심는다.
실외에서 심을 때는 흙의 온도가 10도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20도 전후일 때 잘 자란다. 밤 온도가 10도 이하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
따뜻하지 않으면 잘 자라지 않는다.

하루에 6 ~ 8시간 볕이 드는 곳이 가장 좋다. 부분적으로 해가 들어도 나쁘지 않다.
흙은 촉촉해야 하지만 배수가 잘 되어야 한다.
화분이나 북돋은 두둑에서 잘 자란다. 물빠짐이 중요.

씨는 0.5 ~ 1 cm 깊이로 심고 25 ~ 30 cm 간격으로  심는다. 대략 30 ~ 60cm 높이까지 자란다.
타 작물과 섞어 키우는 경우 더 간격을 넓힌다.
토마토랑 함께 심어도 좋다.

키우기:
흙은 촉촉해야 한다.
더운 지방에 있는 경우 식물 주변에 덮개(mulch)를 해 준다. - 습기 보존. 잡초 방지.
여름 건조한 기간은 자주 물을 준다.
싹이 난 후 처음 6개의 잎(떡잎 제외인 듯)이 나면, 아래에서 두번째 잎 난 곳 위쪽을 잘라 준다.
(참고: 바질은 잎이 줄기의 같은 곳에서 양쪽으로 마주보고 하나씩 납니다.
즉 두번째의 잎 난곳의 위면 맨 위 잎 두개의 바로 아래가 됩니다.
맨 처음 떡잎이 두 개 나오고 나서 좀 지나면 올라온 줄기 양쪽으로 본 잎이 나옵니다.
이 잎은 떡잎이랑 모양이 다릅니다.)
이러면 양쪽으로 가지가 벌어지며 더 잎을 많이 수확할 수 있다.
가지에서 6 ~ 8개의 잎이 날 때마다 그 가지의 맨 위 잎 조합 아래를 쳐 준다.
6주가 지나면 빨리 꽃피는 것을 막기 위해 가운데 꽃대를 빼 준다. 꽃이 이미 났으면 꽃만 따 준다.
날씨가 추워지거나 갑자기 서리가 오는 경우, 미리 바질을 수확한다. 추우면 죽는다.

질병:
진딧물
흰가루병
여러가지 박테리아, 곰팡이

거두기:
키가 15 cm 이상 되면 잎을 따기 시작한다.
온도가 27도 이상이 되면 잎을 본격적으로 낸다.
이른 아침에 수확하면 잎이 촉촉하여 좋다.
여름에는 잘 자라도록 주기적으로 잎을 따 준다.
잎이 필요없더라도 잎을 따주는게 좋다. 잎은 저장해 두면 쓸 수 있다.
규칙적으로 따 주면. 바질 12포기면 일 주일에 4 ~ 6 컵의 잎을 생산한다.

저장:
가장 좋은 방법은 얼리기. 잎 전체 또는 자른 것을 공기가 통하지 않는 지퍼백에 넣어 얼린다.
말려도 되지만 이 경우 풍미 손실이 있다. 공기가 잘 통하는 그늘진 곳에서 3, 4일 둔 후 충분히 마르지 않으면 오븐에서 가장 낮은 온도로 공기를 빼주며 가열한다. 잘 뒤집어 준다.

========
여기까지는 번역이었고, 그 밖에 자잘한 잡다한 이야기입니다.

바질 씨는 다이소, 이마트 등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재배 키트가 있고 씨가 있는데 키트는 씨와 작은 화분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씨가 몇 알 들어 있지 않습니다.
씨가 있으면 씨를 구하고, 없으면 키트에서 씨 싹을 틔운 후 옮겨 심으면 됩니다.
키트는 싹 내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화분이 작아서 어느 정도 지나면 옮겨 심어야 합니다.
씨가 잘기 때문에 봉지에 씨가 든 경우 보통 수백알이 들어 있어 베란다라면 몇 년간 심을 수 있습니다.
(씨의 유효기간은 보통 3년 정도로 보는 것 같습니다.)
농사에 성공해서 여름에 꽃을 피우는 경우 한 포기에서 씨를 수백 알 수확할 수 있습니다.
꽃도 작고, 씨도 작습니다.

씨는 굉장히 작습니다. 참깨에 비해서 길이가 1/4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이렇게 작은 씨가 이렇게 큰 잎을 틔우는 것이 신기하다는 구절이 있던 것이 기억납니다.
씨는 물에 젖으면 1~2mm 정도 되는 하얀 구슬 상태가 되는데 이 상태를 1주 이상 유지하면 떡잎이 나옵니다.
이 기간 동안은 습기가 항상 유지되어야 하며 하얀 공이 말라버리면 죽습니다.

베란다 농사는 잎을 먹는 쪽이 훨씬 효율이 좋습니다.
유리창이 있고 한쪽 하늘만 보이는 경우가 많아 열매를 맺기에는 여러 모로 부족하지만
잎을 먹는 식물은 나름 효용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흔한 잎 작물(상추, 치커리, 배추 등)은 비교적 싸게 살 수 있지만
바질, 민트 등은 사려면 생각보다 비싸므로 재배했을 때 효용이 높습니다.

제가 재배에 실패한 경우는 보통 두 가지 경우였습니다.
하나는 싹이 날 때 너무 추웠거나 싹이 공격 받은 경우,
다른 하나는 물이 충분해야 하는 여름에 물을 잘 주지 못한 경우입니다.

화분에 아주 자잘한 달팽이가 자라는 경우가 있는데 얘들은 바질 싹을 똑똑 끊어 먹는 선수입니다.
혹시나 그런 흙이라면, 바질을 심기 하루 전에 뜨거운 물을 부어 흙을 소독하면 좋습니다.

여름에 잎이 많이 난 상태가 되면 물을 매일 주어야 할만큼 물 소모량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집을 비우게 되면 말라 죽게 됩니다.
여행 또는 명절 집 비우기 때문에 여러 번 말려 죽였습니다.
그런 경우는 화분 전체를 커다란 물통(예: 욕조, 고무다라이) 에 담가 두면 그 며칠을 견딥니다.
물론 계속 그렇게 두면 물빠짐이 나빠서 죽을 수 있으므로 비상시에만 그렇게 하면 됩니다.

잎이 잘 나오고 잘 자라게 되면 꽃이 피는데
꽃이 피게 되면 꽃 피우느라 힘을 쓰기 때문에 잎 수확이 좋지 않게 됩니다.
그러므로 봄에 올라오는 꽃대는 빼 주는 것이 좋고 한 여름에는 한 두 포기만 꽃을 피우게 하여
거기서 씨를 확보하면 좋습니다.

바질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바질페스토를 만들어 냉동해 두고 쓰는 것입니다.
바질 + 마늘 + 견과류 (잣이 가장 좋지만 비싸고, 호두나 아몬드도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 올리브 오일을
분량을 맞추어 푸드프로세서에 가는 것 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비율은 레시피를 검색하면 잘 나옵니다.
파스타에 비벼 먹기만 해도 맛있고 샌드위치에 소스로 발라도 좋습니다.
물론 생바질이 있으면 토마토 소스, 피자 등에 올려 먹으면 좋습니다.

처음 재배법에서 최저온도 10도가 되는 시점에 화분에 바로 심거나
아니면 실내에서 싹을 틔우는 시점은 그보다 조금 앞서서라고 했는데
그때가 바로 요즘입니다.
중부지방의 4월 평균기온이 12도이고 일교차가 10도라고 보면 4월은 보통 7 ~ 17도 정도이므로
지금은 실내에서 싹을 틔우면 되고
바로 심으려면 4월 중순 이후가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베란다는 바깥보다 조금 온도가 높으므로 지금 바로 심어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일요일 실내 싹내기와 베란다 직파를 일단 둘 다 시도해 두었습니다.
어제 실내 싹내기 화분에서 깨알만한 떡잎이 올라온 것을 보았습니다.

싹내는 것이 어려운 경우라면 모종을 사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모종은 보통 잎이 대여섯개 난 상태로 직접 농원에서 사거나, 배송받을 수 있습니다.
온도가 높아아 재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 경우는 너무 이른 시기에 시작하는 것보다는
5월 이후에 화분에 심어 물을 잘 주는 쪽이 좋아 보입니다.
모종은 좋은 조건에서 자란 아이들이어서 처음 상태는 좋지만 집에서 적응할 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덧: 처음에 묘목이라고 적었군요. 묘목은 어린 나무이지요. 수정합니다.)

대충 아는 건 다 적은 것 같습니다.
저의, 그리고 이 글을 보시고 시도해 보시는 모든 분들의
올해의 농사가 잘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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