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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1/31 04:08:37
Name   눈부심
Subject   로버트 새폴스키 - 스트레스와 인간
출처 :

이 영상에선 스트레스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심층적으로 다루어집니다. 앞서 보여드린 바와 같이 개코원숭이의 심리전이 인간의 스트레스에 대해 연구하기에 좋은 실험주제가 되는데요. 인간이 사회에서 갖는 자신의 위치에 민감하듯 개코원숭이도 자신의 서열에 민감하고 그 서열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인간같이 다양합니다. 재밌는 예가 있는데 서열 2위의 개코원숭이는 항상 서열 1위의 개코원숭이를 일생의 경쟁자로 보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편이지만 서열 20위의 개코원숭이를 보며 자신의 서열이 더 높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끼는 서열 19위의 개코원숭이도 있어요. 물잔이 어중간하게 반 채워져 있을 때 반밖에 안 채워졌냐 반이나 채워졌냐라고 생각하는 차이죠. 인간이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선 서열 19위의 개코원숭이처럼 느긋할 필요가 있다는군요. 누구도 감히 다가와서 그루밍을 하지도 못하는 서열 1위의 대장원숭이보다 서로 털을 정리해주며 보듬어주는 사회생활을 즐기는 개코원숭이들의 건강이 더 좋거든요.

천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개코원숭이에게는 특성이 있습니다. 일의 경중을 헤아릴 줄 알아요. 이를테면, 가만 있는데 두려움의 대상이던 존재가 나타나서 원숭이를 위협하면 바로 방어모드로 돌변해야 정상이고 그 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마구 분출됩니다. 이 때의 스트레스 호르몬은 원숭이에게 이익이 되는 호르몬이에요. 자신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그치만 다른 평화로운 개코원숭이가 근처에서 낮잠을 자는데 그게 거슬리고 짜증이 마구 솟아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주체하지 못하면 이 때 분출되는 스트레스 호르몬과 상승하는 혈압은 원숭이의 건강만 해칠 뿐이에요(개코원숭이들이 그렇게 짜증이 많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위협적인 존재가 나를 공포로 몰아넣는데 가만히 당하고만 있으면 그건 또 좋은 것이냐. 수동적으로 포기모드로 전환하면 맞서 싸우는 것보다 두 배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우리 몸안에서 분비되어 매우 좋지 않다고 합니다.(다른 영상에서 봤는데 우울증이 심해져서 생물학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지에 이르면 나타나는 증상 중에 하나가 모든 일에 흥미를 잃고 포기모드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때 인간의 신체 내에서는 겉보기와는 달리 근육 등에 어떤 수치가 극렬하게 들끓는다고 해요. 내상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스트레스 호르몬수치가 높은 원숭이는 싸움에서 지고 나서 결백한 약자를 줘 팬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은 원숭이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능력이 뛰어난 것이고 다른 원숭이들보다 2-3년 오래 살구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비결같은 것이 있느냐. 요가, 에어로빅, 기도, 약물, 취미생활 등은 어느 정도 스트레스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도움이 된다는 말은 혈압이나  콜레스테롤수치를 낮춰준다는 의미에서요. 그러나 이것이 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한 노력은 매일 기울여야 하고 장시간 투자해야 하고 그 노력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진정 기쁜 마음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실험쥐에게 즐겨하는 바퀴돌리는 운동을 시키면 뇌에서 새로운 뉴런을 생성해 내지만 그 실험쥐가 운동할 때마다 덩달아 운동을 하도록 강요당하는 다른 쥐는 뉴런이 죽어가는 경험을 하죠.  

스트레스와 뇌는 서로 연관이 있는데요. 우리에게는 전두엽피질이란 데가 있어요. 전두엽 앞의 피질은 주로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을 담당해요. 인간의 성장기에서 가장 늦게 완성되는 뇌의 부분입니다. 인간은 어느 동물보다 전두엽이 가장 발달한 동물이고요. 당장의 만족보다는 차후의 이득을 인내를 가지고 기다릴 줄 아는 영역입니다. 충동이나 감정을 억제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인간에게서 이 부분을 제거하면 씨리얼 킬러가 될 수도 있어요. 사형수들의 뇌를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놀랍게도 많은 이들의 전두엽 피질이 손상되어 있다고 해요. 이곳에 손상을 입으면 우리가 잘잘못을 알기는 하나 자기행동을 억제하지 못합니다. 다른 영장류와 비교했을 때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 전두엽 피질에서 매우 특이한 유전자발현을 보입니다.  가장 더디게 발달하는 뇌구역이기도 해서 25세가 되어서야 완전히 성장한다고 해요(!!). 이 말은 즉, 전두엽 피질의 유전자가 가장 선천성에 덜 구속되고 환경과 경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유전자란 뜻입니다.

영상의 20분 경에 젠더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요. 동성애, 트랜스젠더가 부각되는 요즘 혹자는 젠더라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이나 이분법적인 영역이 아니라 일종의 스펙트럼이 아닌가라고까지 하거든요. 로버트 박사에 의하면 우리 인간은 인종에 대한 구분은 애매모호한 태도를 쉽게 보이면서 젠더에 대해서는 거의 불가역적으로 이분법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약간은 조심스러운 태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계가 허물어져가는 것처럼 보이는 젠더에 대한 담론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더 고집스럽게 이분법적인 사고가 꽤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지학, 생물학적으로 그렇다고 하는 얘기예요. 모든 영장류들은 새 생명이 나면 새끼의 가랑이냄새부터 맡으며 암수를 구별하는 것에 매우 집착하는데 이런 특성을 인간 또한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덧붙여 말하길, 트랜스젠더의 경우, 자신이 타고난 성에 반하여 그들이 신체와는 다르게 여성이나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우리는 생각하지만 그것이 아니고 자신이 스스로 어떤 성이라고 각인하고 있는 뇌가 있는데 신체는 엉뚱한 성으로 태어난 경우라고 합니다. 미묘한 차이가 있죠. 또 로버트는 말하길 젠더라는 것은 제아무리 심리적으로 조작하고, 바꾸려고 해도 방향이 바뀌지도 않고 우리 내면에 철저하게 고착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성의 지향이 무엇이든 그것이 얼마나 선천적인 것인가를 강조하는 것이죠.  

인간의 공감능력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인간의 공감능력이란 건 특정유전자로 측정되거나 어떤 특성이 보이지가 않는대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선한 마음의 발로는 전두엽 피질에서 목격이 안된다고 합니다. 하버드의 어떤 교수가 실험을 했어요. 실험환경은 피실험자가 마음만 먹으면 치팅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치팅하는 피실험자의 뇌, 특히 전두엽 피질은 엄청나게 활발하게 활동을 합니다. 속일까 어쩔까 고민하고 얼굴 표정을 신경 쓰는 등 '속이는 일'은 전두엽 피질에게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었어요. 피실험자들의 1/3은 전혀 치팅을 하지 않았는데 이들의 전두엽 피질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죠. 어떤 영웅적 행위를 한 보통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 우리가 종종 듣는 말 중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뛰어들었다'고 하는 말이 있어요. 이 도덕적 행위의 영역은 뇌가 어떤 시그널을 주고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철저한 계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연유에선지 할 사람은 하게 프로그램되어 있는' 거였어요. 이건 어떤 선천적인 도덕적 의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뇌에서는 원인을 찾아볼 수 없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생겼다가 갑자기 드러나는 것이었어요.

로버트 교수의 < 왜 얼룩말은 위궤양에 걸리지 않는가 >라는 책이 엄청 재밌대요. 영상 두 개 봤으니 읽은 것으로 퉁칩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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