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0/04 00:30:10
Name   눈부심
Subject   벌은 무서워야 한다..
썰을 풀기 전에.. 제가 철학과 윤리에 무지한 사람이라 읽으시는 분들이 읭? 하실 수 있어요..의식의 흐름기법도 주의요망합니다..

기사 하나 : http://www.huffingtonpost.kr/2015/09/08/story_n_8101088.html

영국의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는 최근 시리아 극단이슬람단체인 ISIS에 가담한 자국민 두 명을 드론을 띄워 사살했죠. 우리나라엔 김군이라는 18세 청년이 터키를 통해 시리아 이슬람단체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우리나라 정부가 드론 공격으로 김군을 살해한다면 여론이 어떤 반응일까 생각을 해봤어요.

제가 서양의 철학이나 도덕기조에 대해 아는 바는 많이 없으나 이들은 상당히 결과론적 윤리주의(consequentialism)에 자주 입각해서 판단하는 것 같아요. 의도가 어떻든 어떤 행동이 낳는 결과를 보고 벌을 결정하는 윤리사상이에요. 이의 반대는 의무론적 윤리주의로 행동의 결과보다는 동기에 더욱 큰 가치를 두는 편이에요. 도덕법칙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윤리의식이에요. 결과론적 윤리주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안녕을 누리는 것이 궁극목표인데 경우에 따라 상당히 기계적이고 가차없어 보일 수가 있어요.

'영국이 ISIS에 가담한 자국민을 시리아 상공에서 드론으로 사살했다'라고 하면 '그런가...' 싶죠. '한국정부가 ISIS에 가담한 김군을 시리아 상공에서 드론으로 사살했다'라고 하면 감성적으로 확연히 차이가 나요. 영국의 이야기는 '그런가'하고 별 마음의 반향없이 자국민에 해가 되는 이를 살해했다고 하는, 전형적인 결과주의적 윤리의식을 자연스럽게 적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김군을 사살했다'라고 하면 그 어미의 심정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이가 거기 간 걸 후회했다더라'라며 동정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사실 그 외에도 한국은 영국보다 이슬람테러에 덜 노출되어 있어서 김군의 ISIS가담은 공포라기보다 거의 별종같이 느껴지는 엉뚱함이 있기도 해요. 젊은이의 철없는 치기라고 보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래서 한국정부가 영국처럼 타국의 영토에 무인 공격기를 보내 굳이 자국민을 살해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비교를 해 본 이유는 그런 상상과 줄줄이 엮일 만한 작은 단상들이 떠올라서였어요. 세월호의 문제는 '악의 평범성'에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국가해상경찰인 해경이 국민의 생명을 구조하는 절대절명의 위기 앞에서 하청업체 언딘의 사익을 위해 구조에 방만하게 임한 사건으로 대충 이해하고 있는데.. 저는 이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너무너무 신기하고 아직도 얼척이 없어요. 그렇다고 해경이 다 악이고 언딘이 다 사탄들이냐면 그렇지 않을 거예요. 다들 우리네 이웃이고 한 가정의 가장들일 테고 여기 저기 썩지 않은 구석이 없으니 다들 좋은 게 좋은거다 하는 걸 거예요. 국정원이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을 거예요. 사실이든 아니든 충분히 의심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국정원은 그동안 지극히도 치떨리게 머저리짓을 많이 해서 별로 놀랍지 않은 관계로 '악의 평범성'보다 '조직적인 머저리사기집단'으로 분류하는 걸로.. 세월호 관련자들을 처벌, 경질, 문책하면 아마 레이다망에 안 걸리는 사람이 신기할 정도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리고 또 떠오른 것이 새정연의 혁신안과 관련된 '온정주의'였어요. 온정주의는 결과적 윤리주의에 반하죠. 온정주의는 공사구분보다 학벌, 지연주의와 더 친해요. 혁신안을 두고 새정연대표 문재인의 온정주의와 안철수의 혁신안실패비난이 대립한다는 논조의 기사를 읽었어요. 불우한 이웃을 돕는 우리네 나눔을 의미하기도 하는 '온정'이란 말이 있기도 한데 딸 취업청탁으로 문제가 된 새정연의 윤후중의원을 경질에서 제외한 야당대표를 두고 온정주의라고 버젓이 쓰인다는 것이 조금 신기했어요. 이건 비꼼의 표현인 것 같은데 비꼼이라기 보다 새정연당대표의 사람 좋기만 한 어떤 주의로 쓰인 것 같았어요.

벌은 무서워야 해요. 그리고 어쩔 수 없어야 해요. 통쾌하기도 하지만 원리원칙에 충실한다는 의미에서 침통하고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해야 해요. 국가조직의 부패때문에 특정인들에게 법이 무서울 것이 없는 우리나라가 주는 낭패감도 크지만 너도 나도 잘못한 상황에서 '우리 엄마아빠만은 안 돼요' '내 자식만은 안 된다'에 공감하며 도닥도닥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어쩔 수 없고 가차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단 생각을 해봤어요.

이번에 총탄을 가지고 달아났던 남자에 대해서 사살을 무릅쓰고 신속히 잡아야한다는 것이 제가 했던 생각이었어요. 큰 소란없이 잡아들였다니 다행입니다.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663 7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16 + arch 24/11/15 416 4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5 nothing 24/11/14 653 19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347 9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385 6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4 열한시육분 24/11/13 523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1 dolmusa 24/11/13 600 3
    15039 요리/음식칵테일 덕후 사이트 홍보합니다~ 2탄 8 Iowa 24/11/12 341 7
    15022 기타[긴급이벤트] 티타임 따봉 대작전 (종료) 19 dolmusa 24/11/05 1012 31
    15038 정치머스크가 트럼프로 돌아서게 된 계기로 불리는 사건 3 Leeka 24/11/11 957 0
    15037 일상/생각와이프와 함께 수락산 다녀왔습니다. 10 큐리스 24/11/11 471 4
    15036 일상/생각과자를 주세요 10 하마소 24/11/11 511 17
    15035 일상/생각화 덜 내게 된 방법 똘빼 24/11/11 372 14
    15034 일상/생각긴장을 어떻게 푸나 3 골든햄스 24/11/09 576 10
    15033 일상/생각잡상 : 21세기 자본, 트럼프, 자산 격차 37 당근매니아 24/11/09 1667 42
    15032 IT/컴퓨터추천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나 13 토비 24/11/08 676 35
    15030 정치 2기 트럼프 행정부를 두려워하며 13 코리몬테아스 24/11/07 1428 28
    15029 오프모임[9인 목표 / 현재 4인] 23일 토요일 14시 보드게임 모임 하실 분? 14 트린 24/11/07 495 1
    15028 도서/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6 다람쥐 24/11/07 704 31
    15027 일상/생각그냥 법 공부가 힘든 이야기 2 골든햄스 24/11/06 657 16
    15025 생활체육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551 31
    15024 정치2024 미국 대선 불판 57 코리몬테아스 24/11/05 2209 6
    15023 일상/생각마흔 직전에 발견한 인생의 평온 10 아재 24/11/05 776 24
    15021 생활체육요즘 개나 소나 러닝한다고 하더라구요 10 손금불산입 24/11/05 540 13
    15020 문화/예술2024 걸그룹 5/6 8 헬리제의우울 24/11/04 491 1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