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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1/24 03:21:57
Name   눈부심
Subject   영화를 매개로 한 social engineering
제가 [Jessica Jones]를 너무 욕만 했는데...

마블의 새로운 탐정 및 영웅시리즈 [Jessica Jones]가 허접한 구석이 있지만 괄목할 만한 부분도 있어요. 영화 < Mad Max - Fury Road >가 나왔을 때 한국에선 '매드 맥스'가 유례없는 페미니스트영화임을 꿰뚫는 영화평은 제가 아직 못읽어 봤거든요.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에서 퓨리오사 역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은 상당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남자배우인 톰 하디조차도 대중으로 하여금 '고작 조연인거야?'라는 의문이 들게 할 정도로 싱겁게 만들어 버려요. 비록 한쪽 팔이 성치 않은 역할로 나오지만 세기의 미인인 샤를리즈 테론은 남자들이 판 치는 영웅영화에서 열연한 여배우가 아닌, 기차게 멋진 액션영화를 주도한 '배우'로서 빛날 뿐이었어요. 이걸 두고 어떤 미국인은 social engineering이라고 평을 했어요. 그동안의 엔터테인먼트사업의 방향 덕분에 헐리우드영화계나 영화 속의 불평등한 남녀위치, 주로 남성의 유희에 촛점이 맞춰진 성적 장치라든지 남녀에 대한 통속적이고 진부한 고정관념의 옷을 대중은 입고 있지만, 이미 우리에게 오랫동안 맞춰진 옷이고 대부분 수동적으로 반응할 뿐인 대중의 느리고 굼뜬 속성은 굳이 그 옷을 바꿀의지가 없어요. 이 굼뜸을 수정하는 영화 속 변화가 social engineering인 거예요. 영화 속 내러티브는 그대로 두되 등장인물의 성과 인종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놓고 내러티브와의 일체를 꾀한 뒤 대중의 머리에 냅다 꽂아버리는 social engineering의 신선함은 상당히 크고 그 영향력도 무시하기 힘들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Jessica Jones]를 보며 느낀 거예요.

여성이 주도하는 일이 드문 영웅영화에서 제시카는 일단 주인공이며 여성이에요. 그녀가 폭발할 듯 성욕을 느끼는 대상은 흑백혼혈도 아닌, 피부색이 놀랍도록 까만 근육질의 흑인남성이에요. 이런 커플셋업은 드라마를 소비하는 대부분이 백인이며 그 중 반이 남성인 미국시장에서 상당한 도발일 거예요. 보통 헐리우드영화에서 의무감에 끼어 넣어준 것 같은 흑인역할을 대중은 자애롭게 수용하죠. 때로는 그런 동정적인 캐스트에 냉소를 보이기도 해요. < 제시카 존즈 >는 아예 흑인과 여성소비자가 다수인 다른 우주의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조연부터 엑스트라까지 흑인등장인물이 시시때때로 자주 나와요. 그리고 꽤 비중있는 역할들 대부분이 여성이에요. 비서와 내연관계에 있는 로펌의 태풍은 의사를 아내로 두고 있는 레즈비언 CEO예요. 드라마 각본 자체는 혁명적이랄 것 없는 보통의 시나리오예요.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끄는 주인공, 대형로펌을 운영하는 법조계의 신, 주연이 줄곧 뜨거운 정사를 꿈꾸는 이, 주연에게 최고의 내조가 되는 친구 등과 같은 등장인물들은 기존을 답습하는 특이할 것 없는 구성이지만 여기에 여성과 흑인코드를 사시미칼로 요리하듯 능수능란하게 조리해 놓고 대중들이 시식하게 만들어 놓은 거죠. 여주 제시카의 둘도 없는 친구는 잘나가는 라디오쇼 진행자이며 역시 여성인데 이 여성 또한 남자친구와 섹스를 함에 있어서 여성상위를 격렬하게 즐겨요(이것도 장치가 아닐까 저 나름대로 분석;;)

이렇게 대놓고 도발적이지만 시리즈 특성 상 내러티브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대중은 모니터를 붙잡고 계속 시청을 하게 될 거예요. 상품광고가 우리 의식에 잠식해 와 친숙해지고 구매력을 창출시키듯 영화 속 social engineering 장치를 거듭 시청하는 대중 또한 새로운 옷에 점점 그들의 몸을 맞춰갈 지도 모를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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